레벨업 머신 067화
탈리온 요새 공방전(2)
수백 마리의 몬스터 부대가 집결해 있는 평야.
붉은 갈기를 가진 거대한 사자 위 에 탄 한 존재가 거대한 성벽을 응 시하고 있었다.
타오르는 듯한 붉은색 비늘. 이마 에 돋아 있는 두 개의 뿔. 인간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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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반 차이가 없는 작은 몸집임에도 불구하고 거인이라도 짓밟을 수 있 을 것 같은 강력한 기세.
드래곤의 힘을 이어받았다고 전해 지는 괴물, 드래고니안이었다.
“레크라스 님. 인간들의 부대가 요 새에 집결해 있습니다.”
거대한 사자의 등 위에 올라타 있 는 레크라스에게 한 드래고니안이 다가왔다.
부하의 말을 들은 레크라스는 흉포 한 광기로 번들거리는 노란 눈을 요 새 도시 탈리온으로 향했다.
협곡을 끼고 만들어진 거대한 성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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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 드래고니안의 브레스를 사용하더 라도 쉽게 뚫리지 않을 것처럼 단단 한 기세를 풍기고 있었다.
“쉽지 않겠군.”
레크라스는 나지막한 목소리로 중 얼거렸다. 성벽을 박살 내는 것만이 목적이라면 그렇게까지 어렵지 않았 다.
기본적으로 성벽에는 강력한 마력 방벽이 설치되어 있었다.
하지만 지금 이곳에 있는 서른쯤 되는 드래고니안들이 동시에 브레스 를 발사하면 아무리 강력한 마력방 벽이라고 할지라도 잿더미로 만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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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릴 수 있었다.
문제는 마력방벽을 뚫고 성벽을 부 수는 것이 아니었다.
원래 브레스는 드래곤이 직접 사용 한다고 해도 탈진상태에 빠질 정도 로 체력과 마력 소모가 극심한 공격 이었다.
드래곤니안들이 사용하는 브레스를 드래곤의 것과 비교할 수는 없었지 만 체력과 마력 소모가 극심하다는 것은 동일했다.
만약 성벽의 마력방벽을 무너트리 는데 브레스를 사용했다가는 그 뒤 를 이어 몰아닥치는 인간들을 상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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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 수가 없었다.
“지금 요새에 모인 인간들은 소환 자들인가? 아니면 왕국의 인간들인 가?”
“현재 요새에 모인 인간들은 모두 소환자들입니다. 왕국의 병력으로 보이는 인간들은 아무도 없었습니 다.”
“흐음.”
부하의 말에 레크라스는 고개를 갸 웃거렸다.
“엘노트 왕국군이 하나도 없다고?”
“예. 중간에 무슨 일이 생긴 건지 모두 회군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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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 감히 나를 앞에 두고 회군을 했다고?”
레크라스는 거칠게 표정을 일그러 뜨리며 주먹을 움켜쥐었다. 그의 손 에 초고온의 불꽃이 타올랐다.
어떤 일이 생겼는지는 그도 알 수 없었지만 감히 자신을 무시하고 군 대를 회군시켰다는 사실 자체가 무 척이나 불쾌하게 느껴졌다.
‘이번에 날 막지 않은 것을 후회하 게 만들어주지.’
레크라스는 거대한 요새 너머에 있 을 엘노트 왕국의 수도, 레오폴드를 머릿속에 그리며 두 눈을 번들거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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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그의 목적은 엘노트 왕국의 수도를 파괴하고 살아 있는 모든 인간들을 말살하는 것.
엘노트 왕국군이 그를 무시하고 다 른 곳으로 향한 것은 불쾌하기 짝이 없는 일이었지만 단순히 계획만 놓 고 본다면 나쁜 소식이 아니었다. 아니, 반갑기까지 한 소식이었다.
“지금 요새에 모인 인간들에 대해 서 다른 정보는 없나?”
“저번 북방경계선이 함락됐을 때는 잠시 자리를 비웠던 레비아탄 길드 가 던전 탐사를 도중에 포기하고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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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대에 합류했다고 합니다.”
“레비아탄 길드라……
레크라스의 눈이 가늘어졌다. 그도 레비아탄 길드의 명성에 대해서는 익히 들은 적이 있었다. 인간들 중 에서 특출날 정도의 힘을 가진 존재 들이 모인 집단이라고 했다.
“확실히 그놈들은 무시할 수 없는 놈들이지.”
레크라스는 차갑게 눈을 빛내며 중 얼거리듯 말했다. 실제 레비아탄 길 드원들과 싸워본 경험은 없었지만 이미 몬스터들 사이에서 레비아탄 길드가 가진 강력한 힘에 대해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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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문이 자자했다.
“몬스터들을 지휘하는 최소한의 드 래고니안만 제외하고 모든 드래고니 안을 집결시켜라.”
“모, 모든 드래고니안을 말씀입니 까?”
레크라스에게 보고하고 있던 드래 고니안은 당황스럽다는 표정을 지었 다.
서른에 달하는 드래고니안을 모두 집결시키라니? 아무리 레비아탄이 강력한 길드라고는 하지만 너무 과 한 대응인 것 같았다. 아니, 과한 대응이라는 것 이외에도 더욱 치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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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인 문제가 있었다.
“그렇게 되면 요새를 공략하는 부 대의 전력이 너무 부실해집니다.”
레크라스에게 보고를 올리던 부하 는 딱딱하게 굳은 표정으로 입을 열 었다.
드래고니안은 지금 몬스터 부대의 가장 핵심적인 전력이었다.
그들이 모두 빠지게 된다면 요새를 공략할 방법이 없었다.
레크라스는 그런 부하의 시선을 무 시하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의 몸 주위에 뜨거운 불꽃이 장막처럼 펼 쳐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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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차피 정면에서 무식하게 공격하 는 건 미련한 짓이야.”
“그렇다면……?”
레크라스의 눈이 흉포하게 빛났다.
“우리는 적의 뒤를 노린다.”
? * ?
이클로전 길드로 이름을 등록한 살 바토르 길드는 성벽 오른쪽 외곽을 지키는 C조에 배정받게 되었다.
원래 살바토르 길드는 이런 외곽에 배치될 정도로 약한 전력을 가진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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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가 아니었다. 인원수는 고작 12명 에 불과하지만 그 안에는 유진, 유 나, 박철태 파티와 같은 강력한 소 환자들이 즐비해 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대천사의 보은’ 을 가지고 있는 티리아는 인간의 한 계를 벗어났다고 전해지는 랭커들 사이에서도 강자의 반열로 분류될 정도로 막강한 힘을 가지고 있었다.
아무리 개개인의 힘이 강하다고 해 도 숫자에 장사 없는 것은 맞았지만 지금 살바토르 길드 정도면 6강에 속하는 길드와도 일전을 벌일 수 있 을 정도의 전력을 가지고 있었다.
“다행히 우리들의 정체에 대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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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치챈 사람들은 없는 것 같네.”
요새의 오른쪽 성벽 위, 티리아와 함께 주변 정찰을 나온 영식이 입을 열었다.
“다들 몬스터 토벌에 대한 준비로 바쁘니까요. 그리고 일단 변장을 하 긴 했잖아요?”
다른 사람들에게 얼굴이 알려지지 않은 영식과 길수, 아라의 경우 변 장을 할 필요가 없었지만 소환자들 사이에서 꽤나 유명한 다른 길드원 들은 간단한 마법을 사용해서 변장 을 해야 했다.
티리아의 경우 황금을 녹여 만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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것 같은 금발을 갈색으로 바꿨고, 조금이지만 이목구비의 인상도 바꿨 다.
“티리아. 이번 토벌에서는 전에 상 의했던 대로 하는 거지?”
“예. 본격적인 보스몬스터 토벌은 레비아탄 길드에게 맡기고 저희는 주변 몬스터들만 최대한 정리할 생 각이에요.”
“가능하다면 몬스터 부대를 지휘하 는 일반 드래고니안 하나쯤은 잡아 두고 싶은데. 그 정도 하지 않으면 나중에 보상과 관련해서 문제가 생 길 수도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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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식은 턱을 쓰다듬으며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이번에 그가 노리 는 것은 S급 보스몬스터에게서 나오 는 블랙큐브였다.
블랙큐브는 그를 제외하고는 아무 도 활용할 수 없는 잡템이었다.
하지만 아무리 잡템이라고 해도 보 스몬스터의 몸 안에서 나온 물건이 니 보상으로 블랙큐브를 건의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성과를 올려야 만 했다.
“음. 그렇게까지 고민할 필요가 있 을까요? 레비아탄 길드는 잡은 보스 몬스터의 블랙큐브를 굳이 회수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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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 않는 길드인데.”
“그렇긴 하지.”
영식은 과거 백검 강하린이 보스몬 스터의 몸에서 나온 블랙큐브를 신 경조차 쓰지 않았던 일을 떠올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그러는 편이 다른 보상들 도 받을 수 있고, 토벌 자체에도 도 움을 줄 수 있으니까.”
“후훗. 예. 영식 씨 말대로 할게 요.”
티리아는 신뢰감이 가득한 표정으 로 그의 말에 대답했다. 왕성 습격 사건 이후 그녀는 영식에게 순수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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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도로 깊은 신뢰를 보이고 있었다.
영식은 성벽 위에서 아래를 내려다 보며 생각에 잠겼다.
‘이번 토벌에서 괜히 전력을 드러 내서 주목을 받을 필요는 없겠지.’
레비아탄 길드가 주도하는 몬스터 토벌 작전에는 엄청난 숫자의 소환 자들이 참가했다.
고작 10명이 넘어가는 약소 길드 부터 수백 명에 달하는 길드원을 가 진 거대 길드, 길드가 아닌 파티 단 위, 혹은 개인으로 활동하는 소환자 들까지.
엘노트 왕국에 이렇게 많은 숫자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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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환자들이 있었나 의심스러울 정도 로 많은 숫자의 소환자들이 탈리온 에 집결해 있었다. 다들 이번 토벌 의 보상으로 한몫 단단히 챙기려는 생각을 가진 소환자들이었다.
토벌을 준비하는 소환자들의 얼굴 에는 전투에 대한 긴장감은 느껴지 지 않았다. 북방경계선을 박살낸 몬 스터 부대를 상대하면서 긴장감을 거의 느끼지 않고 있다는 것은 상식 적으로 말이 되지 않은 일이었지만 그들 나름대로 믿고 있는 것이 있었 다.
레비아탄 길드. 다른 길드와는 차 원을 달리하는 거대 길드가 이번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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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 작전에 참여했다는 사실이었다.
게다가 이번 토벌은 이쪽이 공격하 는 입장이 아닌 수비를 하는 입장이 었다.
공선전에서 수성을 하는 쪽이 얼마 나 유리한지를 생각한다면 그들이 별반 긴장감을 느끼지 않는 것도 당 연했다.
땡땡땡!
그때, 시끄러운 종소리가 탈리온 요새의 성벽 위에 울려 퍼졌다.
“전방에 몬스터 부대의 출현을 확 인!”
“모두 전투를 준비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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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끄러운 종소리에 섞여 소환자들 의 고함소리가 울려 퍼졌다. 영식과 티리아의 눈이 마주쳤다.
“시작됐네.”
“어서 길드원들이 있는 곳으로 돌 아가죠.”
영식과 티리아는 살바토르 길드원 들이 모여 있는 성벽으로 이동했다.
“황현 씨. 적의 규모는 어느 정도 되나요?”
성벽에 도착한 티리아가 낮은 목소 리로 물었다. 황현은 성벽에 고개를 내민 채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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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글 사이트.”
그의 눈에 푸른빛이 서렸다. 뿌연 먼지를 일으키며 다가오는 몬스터 부대를 지그시 바라보던 황현이 입 을 열었다.
“천 마리 정도 되는군요. 오우거, 미노타우르스, 사이클롭스 등의 거 인류 몬스터가 주를 이루고 있습니 다.”
“……확실히 무서운 전력이네요.”
황현의 말을 들은 티리아는 딱딱하 게 표정을 굳혔다. 하나같이 70레벨 이 넘는 고레벨 몬스터였다. 게다가 거인류 몬스터는 오우거처럼 정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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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스터인 경우가 많았다.
1000마리에 달하는 정예몬스터. 아 찔할 정도로 강력한 전력이었다.
“길드장님. 유태식 씨와 김찬형 씨. 박은영 씨에게 연락이 왔습니다. 현 재 레비아탄 길드와 같이 성벽 중앙 쪽에 배정을 받았다고 합니다.”
“일단 그분들에게는 따로 연락을 하기 전까지는 자율적으로 토벌에 참여해 달라고 연락해주세요.”
“예.”
한성은 고개를 끄덕이며 수정구슬 을 집어 들었다.
티리아는 한 걸음 앞으로 내밀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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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을 이었다.
“우선 레비아탄 길드 측에서 원거 리 포격 지시가 나올 거예요. 그때 황현 씨와 아라 씨, 태영이는 원거 리 공격을 지원해주세요.”
“응? 나는?”
“채린이는 한 번 마법을 사용하면 재사용까지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 니까 조금 더 상황을 지켜보고 마법 을 사용해줘.”
“알았어, 티리아 언니!”
채린은 한쪽 손을 번쩍 들며 밝은 목소리로 소리쳤다.
“호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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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식은 길드원들에게 차분한 목소 리로 지시를 내리고 있는 티리아를 바라보며 피식 웃음을 흘렸다.
‘이제야 좀 길드장답네.’
왕성 습격 사건 이후 그녀 스스로 각오한 것이 있었는지 그녀는 전과 는 달리 날카롭고, 차분한 말투로 지시를 내리고 있었다.
자신을 따라하려는 듯한 그녀의 말 투에 영식은 잔잔한 미소를 입가에 머금었다. 마치 제자가 성장하고 있 는 모습을 바라보는 스승의 기분이 었다.
“철태 씨와 유진 씨, 유나는 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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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들이 원거리 공격을 뚫고 성벽에 접근할 때까지 대기하고 있어줘. 그 리고…… 영식은 그녀의 말을 들으며 뿌연 먼지가 올라오는 평원 너머로 고개 를 돌렸다.
지이잉.
그의 눈에서 카메라 렌즈가 돌아가 는 소리가 들리며 시야가 확장됐다.
“음……?”
이쪽을 향해 진격하는 몬스터 부대 를 본 영식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뭐야 이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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