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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업 머신-63화 (63/284)

레벨업 머신 063화

마신의 갑주(8)

“으, 아. 아아. 제, 제발 그, 그 만……

어두운 통로, 벽에 걸려 있는 횃불 의 희미한 빛만이 은은하게 빛나고 있는 통로 아래 당장에라도 끊어질 것 같은 신음소리가 홀러나왔다.

그 신음소리의 주인, 헨드릭의 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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습은 참혹하다는 표현이 부족할 정 도로 처참하게 망가져 있었다.

기괴한 방향으로 비틀린 손가락과 팔다리. 피멍으로 얼룩진 얼굴. 날카 로운 날붙이에 난도질당한 듯한 몸.

헨드릭은 살아 있다는 것이 이상할 정도로 끔찍한 상처를 입은 채 바닥 에 쓰러져 꿈틀거리고 있었다.

“흐음, 생각보다 정보는 많이 못 건졌네.”

영식은 인간이라기보다는 고깃덩이 리라는 표현이 더 어울릴 것 같은 헨드릭를 내려다보며 태연한 목소리 로 중얼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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헨드릭에게 잉그리움 제국에서 발 견되었다는 ‘마신의 갑주’에 대한 정보를 얻고 싶었지만, 그도 마신의 갑주에 대한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 는 것은 아니었다.

갑주는 대륙 중앙부, 과거 잉그리 움 제국과 북방 몬스터와의 대전쟁 이 일어났던 장소에서 우연히 발견 된 것이며, 그것이 원래 누구의 것 인지는 알지 못한다고 했다.

다만 과거 대전쟁에서 살아남은 극 소수의 생존자들의 증언에 따르면 이 ‘마신의 갑주’라고 불린 것은 잉 그리움 제국을 몰락시킨 결정적인 원인 중 하나였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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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말에 혹한 헨드릭은 왕국 최고 의 마도학자들에게 마신의 갑주의 사용법을 연구하라고 지시했다.

당연한 말이지만, 그 어떠한 마법 도 담겨 있지 않은 마신의 갑주를 마도학자들이 해석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하지만 헨드릭은 포기하지 않았다. 그는 어떻게든 ‘마신의 갑옷’을 사 용하기 위해 갖은 방법을 시험했고, 그사이 인질로 잡힌 에르만 공작에 대한 관리가 소홀해졌다.

그것이 바로 티리아의 가족이 감옥 에서 비참하게 죽은 이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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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으, 아……

영식은 비참하게 꿈틀거리는 헨드 릭을 내려다보며 쯧, 하고 혀를 찼 다.

그가 왜 그렇게 ‘마신의 갑주’에 집착하게 된 것인지 예상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대전쟁에서 살아남은 생존자들의 증언을 모아 보면 마신의 갑주는 S 급 레어 아이템인 대천사의 보은이 나 루미나스보다 더욱 강력한, SS급 혹은 SSS급의 아티펙트일 확률이 높았다.

S급만 하더라도 국보가 될 정도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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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건인데 그 이상의 등급이라면 그 가치는 생각할 필요도 없었다. 특히 영웅 안드라스의 무기 ‘루미나스’에 게도 선택받지 못해 사용할 수 없는 헨드릭의 입장에서는 마신의 갑주가 가진 힘에 대해서 탐욕이 생길 수밖 에 없었다.

‘결과적으로 이 슈트가 티리아 씨 의 가족이 죽게 된 원인을 제공한 건가.’

영식은 복잡한 표정으로 마신의 갑 주를 바라보았다. 지금 당장에라도 구조파악이나 스캔 등의 스킬을 사 용하여 이 정체불명의 슈트를 조사 해보고 싶었지만 그럴 여유가 없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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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뭐, 큰 도움은 안 됐지만 수고 많 았습니다, 헨드릭 씨.”

영식은 바닥에 쪼그리고 앉아 헨드 릭의 머리칼을 움켜잡았다. 헨드릭 의 눈에 짙은 공포의 감정이 떠오르 며 히스테릭한 비명을 내지르기 시 작했다.

“히이이익! 히익! 그, 그만 둬! 제, 제발 그만둬!”

헨드릭은 마치 실성이라도 한 것처 럼 다급한 목소리로 소리쳤다. 원래 라면 지금 그의 상처는 쇼크사로 죽 더라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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끔찍한 상태였다.

영식은 그런 그가 쇼크사로 죽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상처가 심해질 때마다 정신력을 올려주는 물약을 강제로 먹여 억지로 그를 살려두고 있었다.

“제, 제발 목숨만은……

헨드릭은 물약이 없었다면 지독한 통증으로 인해 죽어도 이상하지 않 을 상황에서조차 목숨을 구걸했다.

영식은 그런 그를 내려다보며 어이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어떤 의미에 서 보면 대단한 정신력이었다.

“마지막 부탁이 하나 있습니다.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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것만 성실하게 해주시면 약속대로 목숨은 살려드릴게요.”

영식은 느긋한 목소리로 그렇게 말 하며 품속에서 기록용 수정구슬을 꺼냈다.

“자, 여기에 ‘이번 왕성 습격은 루 안의 짓이다’라고 말해주시면 됩니 다. 간단하죠?”

영식의 말에 헨드릭은 딱딱하게 표 정을 굳혔다. 아무리 그가 무능하다 고는 하나 지금 영식이 말한 것의 의미를 예상하지 못할 만큼 머저리 는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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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 설마……

그는 경악에 찬 표정으로 영식을 바라보았다. 영식은 씨익 입가를 비 틀며 그의 목에 블레이드의 날을 들 이밀 었다.

“자신의 목숨과 아들의 안위, 둘 중 뭘 선택하시겠습니까?”

“……마, 말하겠네.”

고민은 길지 않았다. 헨드릭에게 있어서 그의 목숨보다 중요한 가치 는 아무것도 없었다. 설사 그것이 자신의 친아들이라고 할지라도.

영식은 그런 그의 반응을 예상했다 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며 헨드릭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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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 앞에 수정구슬을 내밀었다.

“이번 왕성 습격은 루안의 짓이 다.”

퍼억

“커헉!”

“조금 더 절박한 감정을 담아서 연 기 좀 해보세요. 책이라도 낭독합니 까‘?”

영식은 그의 옆구리를 거칠게 후려 치며 말했다. 헨드릭은 고통에 일그 러진 표정으로 다급하게 고개를 끄 덕였다.

“이, 이번 왕성 습격은 모두 루안 의 짓이다. 그놈이 왕좌를 차지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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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해 나를 죽이려고 했다!”

헨드릭은 영식의 말대로 절박한 감 정을 듬뿍 담아 소리쳤다. 영식은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 며 기록용 수정구슬을 헨드릭의 품 안에 넣었다.

“이, 이제 그럼 약속대로 내 목숨 을..”

저벅. 저벅.

헨드릭의 말을 끊어내듯 발소리가 통로 안에 울려 퍼졌다. 헨드릭은 발소리가 들리는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곳에는 차가운 표정을 짓 고 있는 티리아가 그를 향해 걸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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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있었다.

“네, 네년이……! 모두 네년이 꾸 민 일이었구나!”

헨드릭은 분노에 찬 표정으로 티리 아에게 소리쳤다. 티리아는 그런 그 를 무시하며 영식을 향해 고개를 돌 렸다.

“……저 대신에 험한 일을 해주셔 서 고마워요, 영식 씨.”

“아뇨. 뭐, 유익한 시간이었습니 다.”

영식은 왕성 보고에서 찾은 검은색 슈트에 대해서 그래도 어느 정도는 정보를 얻었다는 생각에 그렇게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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했다.

“다른 쪽 계획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습니까?”

“영식 씨가 말씀하신 대로 진행되 고 있습니다. 유나나 길수 씨는…… 좀 힘들어 했지만요.”

“그건 어쩔 수 없죠.”

영식은 쓴웃음을 지으며 헨드릭에 게서 한 발 뒤로 물러섰다. 헨드릭 은 창백하게 질린 표정으로 티리아 를 올려다보았다.

티리아는 경멸이 섞인 눈빛으로 헨 드릭을 내려다보았다.

“마음 같아서는 당신을 평생토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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끔찍한 고통 속에서 발버둥 치게 만 들고 싶지만, 지금 당신의 모습을 보니 그런 시간조차 아까운 사람인 것 같네요.”

그녀는 그렇게 말하며 오른손을 들 어올렸다. 그녀의 손에 새하얀 빛을 띠는 뇌전이 일렁이기 시작했다.

파직, 파지직!

“히, 히익! 야, 약속이 다르잖아! 시, 시키는 대로 하면 목숨만은 살 려주겠다고…… 헨드릭은 다급한 목소리로 소리쳤 다. 티리아는 뻔뻔한 그의 말에 표 정이 일그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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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숨만은 살려주겠다. 그 말은 과 거 헨드릭이 그녀에게도 했던 말이 었다.

‘하지만 모두 죽어버렸어. 아버님 도, 어머님도…… 지하 감옥에서 발견한 그들의 시체 를 떠올리자 마음 한구석에 남아 있 던 희미한 망설임조차 사라졌다.

티리아는 발버둥치는 헨드릭을 향 해 손을 휘둘렀다.

파지지직!

“아아아아아악!”

그녀의 손에 맺혔던 새하얀 뇌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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헨드릭의 가슴을 꿰뚫었다. 그의 심 장이 검은색 재가 되어 허공에 흩날 렸다.

티리아는 사늘한 시체가 된 헨드릭 을 내려다보며 두 눈을 감았다. 그 녀의 볼을 타고 투명한 눈물이 흘러 내렸다.

‘저게 티리아 씨가 가진 천사의 힘 인가.’

영식은 티리아의 목에 걸린 은백색 펜던트를 바라보았다. 이곳에 오기 전, 그녀에게 전해준 ‘대천사의 보 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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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천사의 보은을 착용하고 몸 안에 흐르는 천사의 힘을 사용할 수 있게 된 티리아는 영식의 피부가 저릿해 질 정도로 강렬한 마력을 몸에서 뿜 어내고 있었다.

‘괜히 103레벨의 랭커와 겨룰 수 있다고 말한 게 아니었군.’

그는 한성의 말을 머릿속으로 떠올 리며 티리아가 마음을 정리할 때까 지 차분히 기다렸다.

“그만 돌아가죠. 영식 씨.”

“마음은 좀 정리되셨습니까?”

“……아뇨. 그렇게 쉽게 정리되지 는 않을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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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리아는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말 했다. 영식은 무거운 표정으로 고개 를 끄덕였다.

이제까지 그녀가 겪은 일은 일반적 인 사람이었다면 정신 이상이 걸려 도 이상하지 않을 가혹한 일이었다.

복수를 했다고는 하나 마음이 진정 될 리가 없었다.

“티리아 씨라면 이겨낼 수 있을 겁 니다.”

영식의 말을 들은 티리아는 굳게 입을 다문 채 그를 바라보았다. 그 의 차분한 목소리에는 사람의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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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 진정시켜 주는 힘이 있었다.

그녀는 자기도 모르게 영식을 향해 손을 뻗었다. 그녀의 손이 영식의 뺨에 닿았다.

‘……부드러워.’

이전 전투에서 영식의 오른팔이 발 사되고, 그의 등을 뚫고 흉측한 검 은 물체가 튀어나오는 것을 보았다.

영식이 말하는 ‘기계’가 정확히 무 슨 말인지는 알 수 없지만 간단하게 말하면 인간의 몸이 피와 살이 아니 라 금속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의미 라는 것은 그녀도 알 수 있었다.

‘도저히 그렇게 보이지는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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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리아는 손을 타고 전해지는 따듯 한 온기를 느끼며 그렇게 생각했다.

차분하지만 다정함이 느껴지는 그 의 목소리. 영혼을 옭아매는 것 같 은 감각이 느껴지는 그의 눈빛.

그녀는 가만히 그를 바라보고 있자 가슴이 두근거렸다.

‘?왜?’

그녀는 자신의 가슴에 손을 올리며 복잡한 표정을 지었다. 지금 상황에 서 가슴이 두근거린다니,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오늘 지하 감옥 속에서 가족의 시 체를 발견한 이후, 그녀는 가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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뻥 뚫린 것 같은 허망함을 느꼈다. 아무리 시간이 지난다고 하더라도 절대로 메워지지 않을 것 같은 지독 한 공허함이었다.

‘아니, 오히려 그랬기 때문일까.’

오늘 그녀는 좌절했다. 미칠 듯한 슬픔과 절망을 견딜 수 없어서 무너 져 버렸다. 그런 그녀를 일으켜 세 워준 것은 다름 아닌 영식이었다.

“..티리아 씨‘?”

영식은 갑작스러운 그녀의 행동을 이해할 수 없다는 듯이 의아한 표정 으로 그녀를 불렀다. 티리아는 고개 를 푹 숙이며 기어들어가는 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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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 입을 열었다.

“……해주세요.”

“예?”

“티, 티리아라고 편하게 불러주세 요.”

“……아뇨. 아무래도 그건 좀.”

영식은 난처한 표정을 지어 보였 다. 길드장인 그녀를 반말로 부르는 것은 그녀의 위치를 생각해서라도 곤란한 일이었다.

물론 유나나 채린의 경우 그녀를 친근하게 언니라고 부르며 따르지만 영식은 좀 경우가 달랐다. 남자 길 드원 중에서 그녀에게 편하게 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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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 하는 사람이 한 명도 없는데 거 기서 영식 혼자서 편하게 대하기라 도 하면 마치 연인 사이처럼 보이지 않겠는가.

“그럼 둘만 있을 때라도 그렇게 해 주세요.”

“……끄응. 알았어.”

이어지는 그녀의 말에 영식은 고개 를 끄덕였다. 티리아의 입가에 희미 한 미소가 지어졌다.

“이제 돌아가자.”

영식은 몸을 돌려 통로를 따라 걸 어갔다. 지금 시간이라면 작전을 마 친 길드원들이 각자 시렌치움 산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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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로 향하고 있을 것이다.

‘일단 왕성에서 멀리 떨어지고 난 다음 드래고니안 토벌에 참가하 고……

영식은 차분하게 다음 계획을 세우 며 발걸음을 옮겼다.

‘마신의 갑주에 대해서도 조사를 해봐야겠군.’

그의 머릿속에 칠흑색 슈트의 모습 이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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