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레벨업 머신-60화 (60/284)

레벨업 머신 060화

마신의 갑주(5)

쿠구구구궁!

통로가 무너지고 있었다. 한성을 끌어안은 영식은 전력으로 부스트를 사용하여 통로 밖으로 빠져나가고 있었다.

“좀 전에 검 말고 뭘 챙기신 겁니 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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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스트의 속도에 익숙해진 한성은 영식을 향해 물었다. 그가 알고 있 기로 조금 전 투명한 케이스에 보관 되어 있던 은백색 검은 영웅 안드라 스가 사용하던 루미나스라는 이름을 가진 검이었다.

그에 관련된 전설만 수십 종류가 있을 정도로 전설적인 무기.

자아가 있기 때문에 엘노트 왕가의 혈육, 그중에서도 선택받은 이가 아 니면 사용할 수 없는 무기였지만 그 가치는 부르는 게 값일 정도로 막대 한 가치를 가지고 있었다.

그것을 포기하고 마력도 느껴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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않은 칙칙한 갑옷을 선택한 영식이 쉽게 이해되지 않는 것도 사실이었 다.

“글쎄요. 저도 제가 뭘 챙긴 건지 알 수가 없네요.”

영식은 벽 안에 숨겨진 장소에서 발견한 칠흑색의 슈트를 떠올렸다. 그는 그 슈트를 본 순간 그것이 갑 옷이나 마법적인 장치로 만들어진 것이 아닌 ‘기계 장치’로 이루어졌 다는 것을 깨달았다.

하지만 SF영화에서나 등장할 법한 그 슈트가 왜 무너진 벽 안에 숨겨 지듯 들어 있었는지는 알 수 없었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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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 무슨 일인 거지.’

왕성 보고가 무너지고 있던 중이었 기 때문에 칠흑색 슈트에 구조파악 을 시도해볼 시간도, 직접 만져서 조사해볼 시간도 없었다.

영식은 지금 자신의 인벤토리 안에 들어 있는 그 슈트가 계속해서 마음 에 걸렸다.

쿠구구궁!

고민에 잠겨 있는 그의 옆으로 거 대한 돌무더기가 내려앉았다. 영식 의 쯧, 하고 혀를 차며 입을 열었 다.

“일단 이곳을 빠져나가서 생각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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죠.”

“예.”

한성 또한 무너지고 있는 통로를 바라보며 딱딱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영식의 등에 타오르는 부 스트의 불꽃이 한층 더 밝아졌다.

-침입자, 제거한다.

쿠웅!

“크읏!”

부스트로 밖으로 빠져나가고 있던 중, 가디언을 상대로 이리저리 단거 리 공간이동을 사용하며 도망다니고 있는 유진의 모습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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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진 씨!”

“제길! 너무 늦었잖아!”

영식과 한성을 발견한 유진은 눈을 반짝였다. 그는 왼손을 뻗어 앞으로 내밀었다.

“스페이스 월!”

그의 앞에 공간의 일그러짐이 벽처 럼 생성되었다.

쿠웅!

그 위를 가디언의 주먹이 후려쳤 다.

“빨리 내 주변으로 모여!”

유진은 다급한 목소리로 소리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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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식과 한성은 그의 어깨에 손을 올 렸다.

“잠깐만 시간을 벌어줘!”

유진은 그렇게 말하며 공간이동 마 법을 캐스팅하기 시작했다. 한성은 유진이 만든 공간의 일그러짐을 찢 어발기며 다가오는 가디언을 바라보 았다.

무너지고 있는 통로에서 최소 랭커 급 이상의 힘을 가진 가디언을 상대 해야 하다니, 최악도 이런 최악이 없었다.

“디바인 배리어!”

한성은 전신의 마력을 쥐어짜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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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성한 기운을 풍기는 보호막을 만 들어냈다. 푸른빛을 뿜어내고 있는 가디언의 검이 디바인 배리어를 후 려 쳤다.

“쿨럭!”

디바인 베리어에 가해진 강렬한 충 격에 한성의 입에서 검붉은 피가 쏟 아졌다. 영식은 아직 마법 캐스팅이 끝나지 않은 유진을 힐끗 쳐다보며 앞으로 나섰다.

“광명!”

A급 메모리 큐브에서 얻었던 스킬 이 발현되었다. 새하얀 빛을 뿜어내 는 반투명한 방패 하나가 그의 앞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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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들어졌다.

쿠우웅!

모든 것을 파괴할 것처럼 휘둘러지 던 가디언의 검이 새하얀 방패 앞에 가로막혔다.

유진의 입이 열렸다.

“워프!”

팟!

영식과 유진, 한성의 몸이 허공 속 에 녹아들 듯이 사라졌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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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아, 하아... 어떻게 늦지 않게

나왔네요.”

한성은 거친 숨을 몰아 내쉬며 고 개를 돌렸다.

왕성 보고가 대체 어떤 구조로 되 어 있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처음 왕성 보고로 들어갔던 입구 밖으로 나오니 더 이상 붕괴의 여파가 미치 지 않았다.

“크으……. 커헉!”

유진의 입에서 고통스러운 신음이 흘러나왔다. 자리에 주저앉은 그는 왼쪽 가슴에 손을 올리며 가늘게 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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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 떨었다. 그의 입과 코에서 검붉 은 피가 홀러내렸다.

“좀 누워 있어요, 유진 씨. 치료 마법을 써드릴게요.”

한성은 유진의 어깨를 붙잡으며 말 했다. 유진은 고개를 저으며 입을 열었다.

“아니. 이건 치료 마법으로 치유할 수 없는 상처인 걸 너도 잘 알고 있잖아.”

“하지만 통증을 완화시켜 주는 것 정도는 가능합니다.”

한성은 그렇게 말하며 유진에게 고 통을 감소시켜 주는 마법을 사용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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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유진의 표정이 한결 편해졌다. 영식은 그런 그를 바라보며 물었다.

“항상 마법을 사용하신 직후 왼쪽 가슴을 움켜쥐시는데, 무슨 이유라 도 있으십니까?”

“내 마법은 심장에 부담을 많이 준 다. 그래서 무리해서 사용하면 통증 이 극심해지지.”

“……위험한 것 아닙니까?”

“뭐, 하루 이틀 마법을 사용한 것 도 아니니까. 이 정도는 이제 익숙 해.”

유진은 그렇게 말하며 입 주변에 묻은 피를 닦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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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진이 자리에서 일어나자 한성은 통신용 수정구슬을 들어올렸다.

“여기는 A조. 목표물 회수를 완료 했다.”

-여기는 E조. 아직 목표를 완수하 지 못했다. 지정한 위치에 목표로 보이는 존재는 확인되지 않았다. 지 원을 바란다.

수정구슬을 통해 유나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E조는 티리아를 따라 지하 감옥에서 인질 구출을 맡은 조 였다.

“지금 바로 그쪽으로 이동하겠다.”

한성은 그렇게 말하며 통신을 끊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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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그의 표정이 살짝 일그러졌다.

“이상하네요. 지하 감옥에서 인질 을 구출하는데 그리 오랜 시간이 들 지는 않았을 텐데…… 그는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그렇게 중얼거리며 발걸음을 옮겼 다.

“일단 지하 감옥으로 가서 유나 씨 와 합류하죠.”

그의 말에 영식과 유진은 고개를 끄덕이며 지하 감옥으로 향했다.

-쿵!

“제길! 대체 어디에 숨겨둔 거 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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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 감옥에 도착하니 유나의 신경 질적인 목소리가 들려왔다. 영식 일 행은 유나가 있는 쪽으로 향했다. 그곳에는 유나, 티리아, 아라, 길수 가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지하 감옥 의 벽을 두들기고 있는 것이 보였 다.

“아직 에르만 공작님은 찾지 못한 겁니까?”

한성이 물었다.

“예……. 지하 감옥을 다 뒤져도 아버님과 어머님, 동생의 모습이 보 이지 않았어요.”

티리아는 초조한 표정으로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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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식은 안절부절못하고 있는 티리 아에게 다가가며 물었다.

“지하 감옥 말고 다른 장소에 있을 가능성은 없는 겁니까?”

“……아뇨 여기에 있는 죄수들에게 듣기로는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지하 감옥에 갇혀 있었대요.”

티리아는 어두운 표정으로 입술을 깨물며 대답했다. 영식은 고개를 돌 려 지하 감옥을 바라보았다.

백 명 가까이를 수용할 수 있는 감옥에는 죄수들이 철장에 달라붙어 살바토르 길드원들을 향해 애원의 외침을 보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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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제발 저희를 여기서 꺼내주십 쇼! 저희는 헨드릭 왕에게 누명을 쓰고 이곳으로 잡혀온 겁니다!”

“이곳에서 꺼내주면 5천 골드를 주 지! 아, 아니! 7천 골드까지도 줄 수 있어!”

“빨리 이 문을 열어! 열란 말이 야!”

왕성 지하 감옥에는 주로 헨드릭 왕의 눈에서 벗어난 귀족이나 뇌물, 공금 횡령, 탈세 등 각종 범죄를 저 지른 귀족들이 잡혀오는 장소였다.

그들은 거액의 보상을 요구하며 탈 출을 요구하거나 애원, 혹은 발악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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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며 철장을 두 손으로 붙잡고 거칠 게 흔들고 있었다.

“에르만 공작가의 위치를 알려준 사람만 풀어줄 거라고 했잖아! 한 마디만 더 내가 물어본 것 이외에 다른 소리를 하면 살아서는 밖으로 나갈 수 없게 만들어 주겠어!”

유나는 날카로운 목소리로 그들에 게 소리쳤다. 그녀의 외침에 아우성 치던 죄수들이 굳게 입을 다문 채 서로의 눈치를 살폈다.

“……에르만 공작님의 위치를 아는 사람은 없는 모양이군요.”

영식은 굳게 입을 닫는 죄수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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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라보며 그렇게 중얼거렸다. 에르 만 공작의 위치를 알았다면 그들이 침묵할 리가 없었다.

“흩어져서 찾아보도록 하죠. 숨겨 진 장소가 있을 수도 있습니다.”

영식은 왕성 보고의 벽 안에 숨겨 지듯 보관되어 있던 흑색 슈트를 생 각하며 그렇게 말했다. 그의 말에 길드원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살바토르 길드원들은 두 명씩 짝을 지어 감옥 안을 탐사하기 시작했다. 영식과 함께 짝을 지은 것은 티리아 였다. 그녀는 초조한 표정으로 주변 벽을 손으로 꾹꾹 눌러보며 감옥을 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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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 감옥의 크기가 상당히 컸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영식과 티리아만 이 따로 떨어지게 되었다.

“스캔.”

영식은 스캔 기능을 사용하여 주변 벽을 살폈다. 하지만 벽 안에 숨겨 진 공간 같은 것은 보이지 않았다.

“다른 곳으로 가보죠.”

“?예.”

티리아는 어두운 표정으로 영식의 뒤를 따라 걸었다. 영식은 그런 그 녀를 힐끗 쳐다보며 물었다.

“길드장님의 가족 분들은 어떤 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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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이십니까?”

영식은 티리아의 불안을 덜어주기 위해 화제를 돌렸다. 그의 말에 티 리아는 희미한 미소를 입가에 머금 으며 대답했다.

“좋은 분들이셨어요. 어머니는 상 냥하시고, 아버지는 무뚝뚝하시지만 항상 절 많이 챙겨주셨죠. 남동생도 무척이나 애교가 많은 아이였고요.”

그녀는 과거를 회상하듯이 아련한 눈빛으로 그렇게 말했다.

그녀는 어두운 목소리로 말을 이었 다.

“이런 곳에 갇힐 만한 죄를 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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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도 없는, 선량한 사람들이에요.”

“걱정마세요. 곧 가족 분들을 만날 수 있을 겁니다.”

영식은 불안에 떠는 그녀를 위로하 며 스캔을 사용한 채 감옥을 조사했 다.

잠시 후 그는 바닥에 네모난 금속 판이 있는 것을 발견했다. 마치 하 수구처럼 생긴 금속판이었다.

그것을 본 영식의 눈이 반짝였다.

‘이런 지하에 하수구가 있을 리가 없는데?’

아까 잠깐 봤던 감옥 내부의 모습 을 떠올려봤을 때 죄수들의 용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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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강 같은 통을 사용해서 처리했다. 현대처럼 수세식 변기가 있는 시스 템이 아니었다.

“스캔.”

영식은 바닥을 내려다보며 스캔을 사용했다. 금속판 아래에 공간이 있 는 것이 그의 머릿속으로 들어왔다.

“길드장님.”

“예?”

티리아는 갑작스러운 그의 부름에 영식이 있는 곳으로 다가갔다. 영식 은 바닥의 금속판을 손으로 두들기 며 말했다.

“이 안에 숨겨진 공간이 있습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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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아……

그의 말에 티리아의 표정이 환해지 며 짧은 탄성이 흘러나왔다.

“잠깐 뒤로 물러나 있어주세요.”

“알겠습니다.”

영식의 말에 티리아는 순순히 고개 를 끄덕이며 뒤로 물러났다. 영식의 눈에서 붉은색 빛이 쏟아져 나와 금 속판의 이음새를 정확히 노렸다.

치이이이이익!

마치 용접을 하는 듯이 금속이 갈 리는 소리와 함께 불똥이 사방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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튀어 올랐다. 영식은 금속판을 깔끔 하게 잘라낸 후 티리아를 향해 손을 내밀었다.

“아래로 내려가죠. 제 손을 잡으세 요.”

“아, 고, 고마워요 영식 씨.”

티리아는 살짝 부끄럽다는 듯이 그 의 손을 잡았다. 영식은 그녀를 끌 어안고는 발에 부스트를 사용해 천 천히 금속판 아래로 내려갔다.

“ O.”

才、 ?

금속판 아래에 있는 공간으로 들어 가니 코를 찌를 둣한 악취가 풍겨왔 다. 순간적으로 어지러움을 느낄 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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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 지독한 악취였다.

찌익! 찍찍!

영식이 땅에 내려오니 쥐떼들이 사 방으로 흩어지는 것이 보였다.

“여긴?

영식은 눈을 두리번거리며 주변을 살폈다. 칠흑같이 어두운 그 장소에 는 아무것도 보이지가 않았다.

-슈우우우.

영식은 에너지 블라스트의 푸른빛 을 활용하여 빛을 만들어 낸 후, 악 취가 풍기는 곳으로 손을 옮겼다.

그곳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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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아아.”

악취가 풍기는 장소를 본 티리아의 입에서 절규와도 같은 신음이 흘러 나왔다. 그곳을 본 영식의 표정도 딱딱하게 굳었다.

악취를 풍기고 있던 것은 썩어가고 있는 세 구의 시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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