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벨업 머신 059화
마신의 갑주(4)
“여기가 왕성 보고……?”
왕성 보고 안으로 이동한 영식은 고개를 두리번거리며 주변을 살펴보 았다. 마치 던전 안에라도 들어온 것 같은 기분이 드는 넓은 공동이었 다.
은은한 푸른빛 조명으로 비춰진 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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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 너머에는 복잡한 문양이 새겨진 푸른색 문이 있었다. 높이가 20미터 는 넘을 것 같은 엄청난 크기를 가 진 문이었다.
“허억, 허억! 쿨럭!”
공간 동결 결계를 넘어 공간이동 마법을 사용한 유진은 거친 숨을 몰 아쉬며 가슴을 움켜쥐었다. 전신의 마력이 끓어 넘쳐 몸이 타오르는 것 같은 고통이 그의 표정을 일그러뜨 렸다.
“괜찮으십니까?”
영식은 유진에게 다가가 물었다. 유진은 표정을 일그러뜨린 채 힘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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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 고개를 끄덕였다.
“괜찮다. 결계를 강제로 뚫은 대가 일 뿐이야.”
유진은 그렇게 말하며 자신의 왼쪽 가슴을 한 손으로 쓸어내렸다. 그의 말에 영식은 고개를 끄덕였다. 한 왕국의 보물이 모여 있는 장소를 뚫 은 대가치고는 사실 가소로울 수준 의 대가였다.
“그나저나…… 지금 봐서는 딱히 보물창고라는 느낌은 안 드네요.”
영식은 고개를 두리번거리며 그렇 게 말했다. 보물창고라기 보다는 던 전에 가까운 느낌이 드는 장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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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철호의 창고랑은 좀 다르군.’
일개 길드의 창고와 한 왕국의 보 고를 비교하는 것은 미련한 짓이었 지만 막상 안으로 들어오고 보니 비 교가 될 수밖에 없었다. 들어가자마 자 번쩍번쩍한 재화들이 사방에 진 열되어 있던 한철호의 창고와는 느 낌부터가 차원이 다른 장소였다.
“사실 저도 왕성 보고의 위치는 단 면도로 알아냈지만 이 안의 구조나 어디에 대천사의 보은이 있는지는 잘 알지 못합니다.”
한성은 쓴웃음을 지으며 그렇게 말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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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진은 날카로운 눈으로 거대한 문 을 살피며 입을 열었다.
“여긴 공간 동결 결계가 없어서 쉽 게 넘어갈 수 있을 것 같다. 그런 데…… 문제는 이 안에 뭐가 있는지 알 수가 없다는 점이군.”
그는 자신의 턱 끝을 손가락으로 두들기며 고민에 잠겼다. 뭔가 특정 한 표식이라도 되어 있으면 추론이 라도 해볼 만하지만 거대한 문에는 그 어떤 표식도 되어 있지 않았다.
“일단 들어가 보죠.”
어차피 여기에 가만히 서서 고민한 다고 해도 답이 나오지 않는 일이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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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영식은 공동 너머에 있는 거대한 문을 향해 걸어가며 그렇게 말했다.
“예. 그렇게 하죠.”
“내 주위에 모여라. 문 너머로 블 링크를 사용할 테니까.”
한성과 영식이 유진의 옆에 섰다. 유진의 몸에서 푸른빛이 흘러나오며 셋의 몸이 허공으로 녹아들 듯이 사 라졌다.
“흐..”
문 너머로 이동한 영식의 입에서 침음이 삼켜졌다. 솔직히 이 문 너 머에는 번쩍거리는 재화들이 가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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쌓여 있을 것이라 기대했다.
하지만 문 너머에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는 통로일 뿐이었다.
“여기 정말 왕성 보고 맞나요?”
“예. 그건 확실합니다. 안 그러면 유진 씨가 힘들어 할 만한 결계를 설치해 둘리도 없으니까요.”
“음. 제가 생각했던 모습하고는 좀 많이 다르네요.”
영식은 아쉽다는 표정으로 통로를 두리번거렸다. 아직 완전히 보고 안 의 탐사가 끝난 것은 아니었지만 그 가 기대한 것처럼 산처럼 쌓인 골드 는 어딜 찾아봐도 보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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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하. 아무래도 한철호의 개인 창 고랑은 다르죠. 여기는 정말로 ‘가 치 있는’ 물건들만 보관해두는 장소 니까요.”
“가치 있는 물건이라……
한성의 말에 영식의 눈이 반짝였 다. 한성은 덤덤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사실 대천사의 보은 같은 S급 레 어 아이템은 골드로는 구할 수조차 없는 값진 물건이죠. 그런 귀중품이 보관된 장소에 골드가 쌓여 있는 것 은…… 사실 격이 좀 떨어지긴 합니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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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그들이 잠입해 있는 왕성 보 고는 단순한 보물 창고가 아니었다. 국가에서 극비리에 관리하고 있는 보물을 숨겨두고 있는 장소였다. 수 천억이 넘는 귀중품을 보관해둔 장 소에 현금 다발이 쌓여 있지 않는 것과 비슷한 이치였다.
한성의 말대로 확실히 그것은 ‘격’ 이 떨어지는 일이었다.
“끄응. 격이고 나발이고 골드가 좀 쌓여 있길 바랐는데 말이죠.”
영식은 아쉽다는 표정으로 그렇게 말했다. 골드가 없는 이유에 대해서 는 짐작이 갔지만 그래도 아쉬운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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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 었다.
‘아이템은 무리일지라도 골드는 꽤 나 가져갈 수 있었을 텐데.’
레어 아이템의 경우 인벤토리의 용 량을 초과하는 분량이 있다면 가져 가기 힘들었지만 골드는 인벤토리의 용량과 상관없이 개인당 최대 5만 골드를 보유할 수 있었다. 5만 골드 에다가 잡다한 레어 아이템들을 몇 개 집어가기만 해도 한화로 계산했 을 때 천억에 달하는 거금을 얻을 수 있었다.
‘그렇다면 미스릴을 마음껏 사서 제조 스킬 레벨을 확 올릴 수 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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텐데 말이야.’
영식은 그렇게 생각하며 통로를 걸 었다.
‘뭐든 일이 다 잘 풀릴 수는 없으 니까.’
사실 왕국 공안이나 근위대가 몬스 터 토벌로 빠져나간 사이에 마치 빈 집을 털 듯 왕성 안에 들어올 수 있다는 것만으로 엄청난 행운이었 다. 그리고 애초에 이 왕성 보고에 들어온 목적은 대천사의 보은을 회 수하기 위해서였다. 그 이상을 바라 며 욕심을 부리는 것은 영식이 혐오 하는 인간 부류들이 하는 짓과 똑같 은 짓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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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천사의 보은을 회수하는 것에만 집중하자.’
영식은 다른 보물에 대한 미련을 애써 지우며 앞으로 나아갔다.
“?잠깐.”
통로를 걸어가고 있던 도중, 유진 이 한 손을 들어 올리며 말했다. 한 성은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
“무슨 일이죠?”
“……앞에 마력을 가진 존재가 있 다.”
유진은 가늘게 눈을 뜨며 정면을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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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아무것도 없는 통로의 벽이 열리며 5미터에 달하는 거대한 골렘 이 걸어 나왔다.
전신을 뒤덮은 은백색의 갑주와 그 갑주에 수놓아진 마법진. 풀 플레이 트로 무장한 거인이 움직이는 것 같 은 묵직한 압박감이 느껴졌다.
헬름 사이의 푸른빛이 반짝였다. 거대한 골렘은 손에 쥔 대검을 바닥 에 꽂으며 물었다.
-이 너머로 지나가고 싶다면 왕가 의 인장을 보여라.
“젠장. 역시 가디언이 있었군.”
유진은 눈앞의 골렘을 바라보며 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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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을 찌푸렸다. 그는 골렘이 적대적 으로 달려들기 전에 마법을 캐스팅 하며 한 손을 앞으로 뻗었다.
“균열.”
나지막한 스킬 명과 함께 골렘의 머리 쪽에 공간의 균열이 발생했다. 허공에 만들어진 공간의 균열이 헬 름을 쓴 골렘의 머리를 집어삼켰다.
파직! 파지지직!
-적대 행위가 감지되었다. 침입자 로 간주하고 처단한다.
유진의 기습적인 공격은 골렘이 쓴 헬름을 조금 우그러트리는데 그쳤 다. 유진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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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가디언이 아닌 것 같은데.”
“……지금 이 인원으로 상대할 수 있겠습니까?”
영식은 예상치 못한 가디언의 출현 에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살바토르 길드 전원이 왔다면 몰라도 지금 고 작 3명에 불과한 인원으로는 가디언 을 상대할 수 있을지 확신이 서지 않았다.
영식의 물음에 유진은 고개를 저으 며 말했다.
“지금 인원으로는 절대 불가능하 다. 저 정도 가디언이라면 철태 형 님 파티가 와도 아슬아슬할 것 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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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
유진은 침착한 표정으로 그렇게 말 했다. 그의 주력 공격 스킬인 균열 은 어느 정도 대상의 방어력을 무력 화시키면서 피해를 주는 특성을 가 지고 있었다.
그런 특성을 지닌 공격에도 불구하 고 고작 헬름을 우그러트리는데 그 쳤다는 것은 그만큼 저 가디언의 힘 이 강력하다는 의미였다.
“……일단 후퇴할까요?”
한성은 강렬한 기세를 풍기는 가디 언을 바라보며 그렇게 물었다. 그의 말에 유진은 고개를 저으며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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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차피 후퇴한다고 해도 이 안에 들여보낼 수 있는 인원은 많지 않 아.”
“그러면 어떻게……
“내가 시간을 벌게. 그사이에 대천 사의 보은을 회수해줘.”
유진은 그렇게 말하며 다시금 가디 언을 향해 손을 내밀었다.
“균얼!”
파지직!
-침입자, 처단한다.
가디언의 시선이 유진을 향했다. 유진은 블링크를 사용해 영식, 한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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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는 떨어진 자리에 나타났다.
“빨리!”
“크읏. 조금만 버텨주세요!”
영식과 한성은 유진이 가디언의 시 신을 끄는 사이 앞으로 달려 나갔 다. 영식은 힐러 클래스라 그런지 그다지 움직임이 빠르지 않은 한성 을 끌어안고는 말했다.
“꽉 잡으세요.”
“예? 무, 무슨……
갑작스러운 영식과의 포옹(?)에 당 황한 한성이 뭐라고 말하기도 전에 영식의 등에서 강렬한 제트 분사의 불꽃이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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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우우우우우!
“으아아아아아아악!”
영식의 몸이 빠른 속도로 앞으로 쏘아졌다.
영식에게 안긴 순간, 한성은 비명 을 내질렀다.
부스트를 사용해 앞으로 질주하던 영식은 통로의 끝에 도착했다. 통로 에 끝에는 각각 투명한 케이스 안에 보관된 세 개의 물건이 있었다.
신비로운 기운을 풍기는 은백색 펜 던트와 찬란한 황금빛을 뿜어내는 검신을 가진 롱소드, 그리고 황금색 방패 모양이 표지에 그려져 있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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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었다.
“하아, 하아. 바, 방금 뭐였습니 까?”
“부스트를 사용한 겁니다. 그보다 지금 저기 있는 물건들 중 뭐가 대 천사의 보은입니까?”
영식은 지금 상황에서도 가디언을 상대로 간신히 시간을 벌고 있을 유 진을 떠올리며 다급하게 물었다.
“……저게 대천사의 보은입니다.”
유진은 신비로운 기운을 풍기는 은 백색 펜던트를 가리키며 대답했다. 영식은 고개를 끄덕인 후 투명한 케 이스를 향해 블레이드를 휘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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쨍그랑!
그가 휘두른 블레이드에 투명한 케 이스가 박살났다. 영식은 손을 뻗어 대천사의 보은을 손에 집어 들었다.
-왕가의 인장을 지니지 않은 존재 가 보물을 탈취하였습니다.
-1분 후 자동으로 왕성 보고가 폭 발합니다.
쿠구구구궁!
영식이 대천사의 보은을 손에 넣자 마자 땅이 거칠게 흔들리며 맑은 목 소리가 통로 안에 울려 퍼졌다. 통 로의 벽에 금이 가며 무너져 내렸 다. 영식과 한성의 표정에 다급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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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올랐다.
‘1분!’
아슬아슬한 시간이었다.
한성은 재빠르게 몸을 돌리며 입을 열었다.
“빨리 유진 씨가 있는 곳으로 도망 치죠!”
“잠시만요.”
영식은 바로 도망치자고 말하는 한 성에게 그렇게 말하며 날카롭게 눈 빛을 빛냈다.
‘1분이라.’
영식의 머리가 빠른 속도로 회전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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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그의 눈에 황금색 검신을 가진 검과 방패 문양이 그려진 책이 보였 다.
“그 정도 시간이라면……!”
영식은 그렇게 외치며 부스트까지 사용해 방패 문양이 그려진 책이 담 긴 케이스를 향해 달려갔다. 엄청난 속도로 휘둘러진 블레이드가 투명한 케이스를 박살 냈다.
쨍그랑!
영식은 손을 뻗어 방패 문양이 그 려진 책을 움켜쥐었다. 그는 인벤토 리를 열어 책과 펜던트를 집어넣었 다. 영식의 시선이 정중앙에 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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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스에 보관된 검으로 향했다.
‘마지막!’
도망치는 시간까지 생각하면 그에 게 남아 있는 시간은 고작 10여 초 정도. 영식은 그 정도 시간이면 아 슬아슬하게 검까지 얻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때 였다.
‘저건 뭐지……?’
황금색 검신을 가진 검이 보관된 투명 케이스의 반대편에 칙칙한 빛 을 내는 흑색의 갑옷이 보였다. 자 동 폭발 장치가 가동되면서 벽이 무 너지게 되어 드러난 갑옷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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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벽 안에 ‘숨겨놓듯’ 놓여 있 는 흑색 갑옷을 바라보며 영식의 표 정에 망설임이 생겼다.
그 흑색 갑옷에는 다른 물건과 달 리 그 어떤 마력도 느껴지지 않았 다. 그냥 칙칙한 색을 가진 갑옷일 뿐이었다.
두 가지 모두 다 가지기에는 시간 이 부족했다. 그렇다면 보기만 해도 강렬한 마력을 풀풀 풍겨내는 황금 색 검을 가져가는 것이 더 이득일 것이다.
하지만 저 흑색 갑옷에서 느껴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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묘한 ‘친숙함’에 영식이 발걸음을 돌렸다. 영식은 딱 봐도 S급 레어 아이템인 검에서 시선을 돌리며 아 쉽다는 표정을 지었다.
쿠구구구궁!
“영식 씨! 빨리요! 시간이 없습니 다!”
한성이 다급한 목소리로 그를 불렀 다. 통로는 당장에라도 무너질 것처 럼 흔들리고 있었다.
영식은 흑색 갑옷이 있는 곳에 도 착했다. 가까이에서 흑색 갑옷을 본 그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었다.
“이게…… 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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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시가 바쁜 상황임에도 영식의 입 에서 당혹스러운 중얼거림이 흘러나 왔다. 그가 갑옷이라고 생각했던 것 은 갑옷이 아니었다.
그것은……, 유명한 히어로 영화에 등장할 법한, 기계로 만들어진 ‘슈 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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