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레벨업 머신-56화 (56/284)

레벨업 머신 056화

마신의 갑주(1)

북방경계선.

북부에서 내려오는 강력한 몬스터 들과 치열한 접전이 이어지는 최전 선을 일컫는 장소였다. 지구인들이 에르노어 대륙에 오기 전, 북방에서 내려오는 몬스터들은 가장 먼저 대 륙 중앙에 있던 잉그리움 제국을 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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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했다.

당시 사태의 심각성을 모르고 있었 던 다른 국가들은 오히려 몬스터의 침공을 반겼다. 대륙 최강의 세력을 가지고 있었던 잉그리움 제국의 힘 이 빠지는 것을 기대했던 것이다.

여기서 큰 문제가 발생했다. 당연 히 북방에서 몰려오는 몬스터들을 모조리 쓸어버릴 것이라 예상했던 잉그리움 제국이 몬스터의 침공으로 무너져 버린 것이다.

대륙 중앙 부분을 차지한 몬스터들 은 세 갈래로 나눠져 대륙 동부, 남 부, 서부를 동시에 공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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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력이 갈라진 만큼 몬스터들의 전 력이 많이 줄어들었다고는 하나 몬 스터들의 힘은 강력했다. ‘비정상적’ 이라고 생각될 정도로 강력한 몬스 터들의 무리는 파죽지세로 동부, 남 부, 서부를 점령해갔다.

아르난 제국이라는 강력한 힘이 있 는 남부는 그나마 몬스터들의 공격 을 잘 막아냈지만 동부, 서부는 얘 기가 달랐다. 특히 서부는 몬스터들 에 의해 궤멸 직전까지 몰렸을 정도 였다.

그런 최악의 상황에서 지구인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그들은 높은 레 벨을 바탕으로 대륙 각 지역을 습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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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는 몬스터들을 몰아냈다.

하지만 소환자들의 힘으로도 완전 히 몬스터들을 몰아내는 것은 불가 능했다. 소환자들은 각 국가의 힘을 빌려 거대한 장벽을 만들어냈다.

그렇게 해서 만들어진 것이 ‘북방 경계선.’

이미 대륙 중앙 부분을 점령한 몬 스터에게 저항하기 위한 인류 최후 의 방어선이었다.

그중에서도 대륙 동부는 3개의 국 가가 종렬로 늘어져 사선 형태로 형 성된 북방경계선을 막아내고 있었 다. 각각 위쪽은 익시스 왕국, 중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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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분은 엘노트 왕국, 아래쪽은 마르 시아 왕국의 병력들이 북방경계선을 유지했다.

엘노트 왕국이 막고 있는 대륙 동 부 북방경계선의 중앙.

3대 길드 중 하나인 레비아탄 길 드를 필두로 하여 모인 여러 길드와 엘노트 왕국군이 힘을 합쳐 북방경 계선을 넘으려고 하는 몬스터들과 치열한 싸움을 벌이고 있는 장소.

평소에도 몬스터와 치열한 접전이 빈번히 일어나는 그곳에 끔찍한 비 명 소리가 울려 퍼지고 있었다.

화르르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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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아아아악!!”

“이런 미친! 막아!”

엘노트 왕국군과 소환자들로 이루 어진 방어선에 겁화(幼火)가 타올랐 다. 끔찍할 정도의 열기가 소환자들 의 몸을 불태웠다.

“레비아탄 길드는 어디에 있는 거 야!”

붉은 장미 문양이 그려진 로브를 입고 있는 한 여인이 다급한 목소리 로 소리쳤다. 6강 길드 중 하나인 레드로즈 길드였다.

“지금 레비아탄의 핵심 멤버들은 모두 새로 발견한 던전으로 원정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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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났습니다!”

“제길! 왜 하필 이럴 때에!”

레드로즈의 길드마스터, 박설연의 입에서 거친 욕설이 흘러나왔다. 그 녀는 푸른빛이 감도는 머리칼을 손 으로 움켜쥐며 절망적인 표정을 지 었다.

“대체 왜 저런 괴물이……

그녀는 거칠게 타오르는 불길 너머 를 바라보며 공포에 전 목소리로 중 얼거렸다.

엘노트 왕국이 담당하고 있는 북방 경계선은 레비아탄 길드를 주축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하지만, 레비아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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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드가 잠시 자리를 비웠다고 해서 이렇게 처참하게 무너져 내릴 정도 로 으부하지 않았다.

북방경계선에는 원주민들로 이뤄진 왕국군 정예부대 안드라스 기사단도 있었고, 레드로즈 길드와 같은 6강 길드도 존재했다. 그밖에 소수 정예 로 이루어진 길드까지 포함한다면 엘노트 왕국의 북방경계선을 안정적 으로 유지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 니었다.

하지만 그것도 한 몬스터 무리의 등장으로 무너져 버리고 말았다.

“드레고니 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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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설연은 끔찍하다는 표정으로 불 길 너머로 보이는 존재를 입에 담았 다.

드래고니안.

용인족(龍人族)이라고도 불리는 매 우 강력한 몬스터였다. 리자드맨과 흡사하게 파충류와 인간을 섞은 것 같은 외형을 하고 있었지만 그 실상 은 전혀 다른 차원의 존재였다.

드래곤의 피가 흐르는 강력한 신 체. 마력이 깃들지 않은 무기로는 생채기도 낼 수 없는 단단한 비늘. 종족 하나하나가 무시무시할 정도의 육탄전과 강력한 마법을 동시에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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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하며 제한적이긴 하지만 드래곤 브레스까지 사용할 수 있는 고레벨 몬스터 였다.

최소 90레벨 이상의 소환자가 6명 이상의 파티를 만들어야 간신히 상 대할 수 있는 드래고니안이 무려 30마리가 동시에 나타난 것이다.

특히 그중 무리의 중앙에 서 있는 보스몬스터처럼 보이는 존재는 가공 할 정도의 힘을 가진 브레스로 한 번에 북방경계선을 무너트려 버렸 다.

북방경계선이 무너지자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이 수백에 달하는 몬스 터들이 성벽을 노리고 달려들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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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비아탄 길드라는 가장 강력한 전 력이 자리를 비운 북방경계선은 빠 른 속도로 붕괴하기 시작했다.

“한동안 보스몬스터는 나오지 않았 는데……

박설연은 초조한 표정으로 그렇게 중얼거렸다.

최근 몇 달간 거의 보스몬스터가 등장하지 않아 긴장이 풀린 소환자 들에게 있어서 드래고니안 보스몬스 터의 등장은 청천벽력 같은 일이었 다.

“기, 길드장님! 3차 방어선도 무너 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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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급한 표정으로 그녀에게 다가온 사내가 소리쳤다.

박설연은 거칠게 입술을 깨물며 입 을 열었다.

“후퇴 명령을 전파해.”

“예? 하, 하지만 그렇게 되면……

“지금 당장 전멸하고 싶은 거야?”

그녀는 날카로운 표정으로 사내를 쏘아붙였다. 사내는 딱딱하게 굳은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후우.”

깊은 한숨을 내쉰 박설연은 치열한 전투가 일어나고 있는 전장에서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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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 돌렸다.

* * *

끝없이 타오르는 불길 너머, 팔짱 을 낀 채 흉포한 눈빛으로 전장을 내려다보고 있는 드래고니안이 있었 다. 가슴을 가로지르는 큰 흉터가 인상적인 드래고니안의 이름은 레크 라스.

지금 이 참혹한 전장을 만들어낸 존재였다.

“레크라스 님, 인간들의 부대가 후 퇴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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곁에 다가온 드래고니안 하나가 무 릎을 꿇고 입을 열었다.

“좋군.”

당장에라도 타오를 것처럼 붉은색 으로 빛나는 비늘과 터질 듯이 부푼 근육을 가진 레크라스는 낮은 목소 리로 중얼거렸다.

“부대를 집결시켜라.”

“예!”

레크라스의 말에 깎듯이 대답한 드 래고니안은 거칠게 발을 구르며 포 효했다. 전장에 퍼져나간 흉포한 포 효가 미친 듯이 날뛰고 있는 몬스터 들의 귓가에 파고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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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스터들은 더 이상의 파괴행위를 멈추고는 재빠르게 레크라스의 밑으 로 모여들었다.

2미터 정도 되는, 몬스터 중에서는 그리 크지 않은 덩치를 가진 드래고 니안이었지만 그들의 명령에 저항할 수 있는 몬스터는 많지 않았다.

수백 마리에 달하는 몬스터들이 레 크라스의 앞에 머리를 조아렸다. 레 크라스는 날카로운 눈빛으로 그의 앞에 모인 몬스터들을 내려다보았 다.

“우리의 목적은 단 하나! 저 조잡 한 성벽 너머에 숨어서 바들바들 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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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있는 인간들을 모조리 죽여 버리 는 것이다!”

-크아아아아아!

-크르르르!

그의 강렬한 외침에 몬스터들은 괴 성을 지르며 환호했다. 몬스터에게 있어서 최고의 먹잇감인 인간을 마 음껏 사냥하면서 동시에 끝없는 파 괴욕구를 풀어낼 수 있다는 레크라 스의 말에 환호하지 않는 것이 이상 했다.

“가라! 가서 인간을 죽여라! 성을 무너트리고! 도시를 불태워라!”

_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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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크라스는 거칠게 발을 구르며 소 리쳤다. 그의 주변에 거대한 불꽃이 원형으로 퍼져나갔다. 몬스터들은 피부를 저릿하게 만들 정도로 강력 한 그의 기세에 다시 한번 환호성을 질렀다.

레크라스는 광기에 휩싸인 몬스터 들을 내려다보며 굳게 입을 다물었 다.

그때, 그의 머릿속에 한 가지 의문 점이 스쳐 지나갔다. 지금 상황에서 맞지 않는, 기묘한 의문이었다.

‘나는 왜 지금 인간들을 죽이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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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는 거지‘?’

“크윽?

레크라스는 머리에서 느껴지는 두 통에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왜 자신 은 인간들을 죽이려고 하는가. 그 대답은 간단했다.

인간들을 죽여야 했으니까. 인간들 을 죽이라고 ‘명령’했으니까.

‘?…”누가?’

레크라스는 복잡한 표정으로 얼굴 을 일그러뜨렸다. 그에게 ‘명령’을 내릴 수 있는 존재는 그의 영혼의 주인인 카르가스밖에 없었다.

하지만 카르가스는 인간들을 죽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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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 라는 의미 없는 명령을 내리지 않는다. 수천 년을 살아온 그 고룡 에게 인간이라는 존재는 아무런 가 치가 없었다.

그럼 카르가스가 아니라면 누가?

끝없는 의문이 꼬리를 물고 이어졌 다. 레크라스는 점점 더 끔찍해지는 두통에 자신의 머리를 움켜쥐었다. 짙은 안개로 둘러싸인 미로를 향해 걸어가고 있는 기분이었다.

그 안개 속에서 희미한 형체를 가 진 한 존재가 떠올랐다.

그의 가슴에 있는 흉터가 뜨거워지 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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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 으으.w

희미한 형체를 가진 존재에 대해서 떠올리자 레크라스의 몸이 거칠게 떨리기 시작했다. 숨 막히는 두려움 이, 영혼을 짓누르는 공포가 그를 압박했다.

과거 카르가스를 알현했을 때나 느 낄 수 있었던 공포였다. 아니, 그보 다 더 한 공포였다.

“크으으..”

레크라스는 거기서 생각을 멈췄다. 이대로 가다가는 자신이 ‘어긋날’ 것 같다는 예감이 그의 머릿속을 스 쳐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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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들을, 죽여라.”

레크라스의 눈빛이 광기로 일그러 졌다. 레크라스는 무언가에 홀린 듯 이 그 말을 중얼거리며 엘노트 왕국 쪽을 향해 걸어가기 시작했다.

* * *

“북방경계선이…… 무너졌다고요?”

티리아는 현실성이 전혀 느껴지지 않은 그 말을 입에 담았다.

통신용 수정구슬에서 한성의 말이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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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저도 지금 방금 긴급 전송으 로 전해들은 얘기입니다.

“……하지만 북방경계선에는 레비 아탄 길드가 있지 않나요?”

그녀는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그에게 물었다.

레비아탄 길드에는 총 3명의 랭커 가 있었다. ‘백검’ 강하린과 ‘워록’ 박상준, 그리고 ‘레비아탄’ 박시아. 그리고 백 명이 넘는 고레벨 소환자 들과 수백 명에 달하는 50레벨 대 소환자가 있는 괴물 같은 규모의 길 드였다.

그런 괴물 같은 길드가 있음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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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방경계선이 뚫렸다는 것은 믿기 힘든 일이었다.

-레비아탄 길드가 새로 발견된 던 전을 탐사하는 사이에 습격이 일어 났다고 합니다.

“그렇다고 해도……

북방경계선은 레비아탄 길드만 지 키는 것이 아니었다.

왕국 최강의 기사단인 안드라스 기 사단이나 레드로즈 길드, 온누리 길 드, 여우별 길드 등 동부에 이름을 날리고 있는 강력한 길드들이 집결 해 있었다.

-으급 이상으로 추정되는 보스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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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가 나타난 모양입니다.

“S 급……

그의 말에 살바토르 길드원들의 표 정이 딱딱하게 굳었다.

S급 보스몬스터라면 랭커들을 중심 으로 수백의 소환자들이 모여야 간 신히 상대할 수 있는 괴물이었다.

-그래서 지금 당장 긴급 대책회의 를 해야 할 것 같습니다. 그쪽 상황 은…… 정리되었습니까?

“예. 아직 완전히, 는 아니지만요.”

티리아는 아직 남아 있는 15명의 쥬다스 길드원을 힐끔 쳐다보며 그 렇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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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지금 바로 가서 대책회의를 하도록 하죠.”

그녀의 말에 살바토르 길드원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영식은 티리아의 뒤를 따라 걸으며 잠시 생각에 잠겼다.

‘S급 보스몬스터라면……

그의 입가에 짙은 미소가 지어졌 다. S급 보스몬스터 자체는 별 관심 이 가지 않았다. 다만, 그가 가지고 있을 ‘S급 메모리 큐브’에는 굉장히 흥미가 솟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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