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레벨업 머신-55화 (55/284)

레벨업 머신 055화

배신자들(7)

“……하.”

유진은 다급한 상황에서도 헛웃음 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다른 것도 아니고 사람의 팔이 회전하면서 날 아오는 모습은 그의 상식으로는 도 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다.

퍼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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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르르르!”

맹렬하게 회전하고 있는 팔에 정확 하게 옆구리를 얻어맞은 정용찬의 몸이 옆으로 튕겨져 나갔다.

정용찬이 바닥에 나동그라지고 잠 시 후, 한 청년이 공중에서 내려왔 다. 부스트를 사용해 공중을 날아온 영식이 었다.

찰칵.

영식은 바닥에 나동그라진 자신의 오른팔을 주워들고 유진을 향해 고 개를 돌렸다.

“괜찮으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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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진은 굳게 입을 다문 채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고개를 돌려 바닥에 쓰러진 정용찬을 바라보았다.

“끄, 아아아……

바닥에 쓰러진 정용찬은 온몸을 비 틀며 고통스러운 침음을 삼켰다. 영 식의 공격이 치명적이었기 때문이 아니었다. 아무리 스탯상으로만 보 면 90레벨에 육박하는 영식이라고 하지만 단 한 번의 공격으로 ‘블러 드 문’을 사용한 정용태를 쓰러트릴 수는 없었다.

정용찬의 몸 주위에 끓어오르던 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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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색 기운이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블러드 문’의 지속시간이 끝난 것 이다.

순간적으로 폭발적인 스탯 상승을 불러일으키는 버프이니만큼 그 부작 용도 엄청났다. 정용찬은 전신이 뒤 틀리는 고통 속에서 비명을 내질렀 다.

“……대충 상황은 끝난 것 같군 요.”

영식은 전투를 시작한 지 채 30분 이 넘어가기 전에 서서히 끝을 보이 는 전장을 내려다보며 중얼거렸다.

그나마 살바토르 길드원들 상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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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전하고 있던 쥬다스 길드 간부진 들도 정용찬이 쓰러지는 모습을 보 고는 하나둘 항복하기 시작했다. 길 드장에 간부들까지 항복하고 있는 상황에서 일반 길드원들이 목숨을 걸고 싸움을 이어나갈 리가 없었다.

지뢰에 대한 공포 속에서 정신적으 로 엄청나게 고갈된 쥬다스 길드원 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무기를 내려 놓고 두 손을 들어 올렸다.

“끝났습니다. 길드장님.”

“네……

티리아를 지키고 있던 유진은 딱딱 한 목소리로 그녀에게 말했다. 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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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는 어두운 표정으로 그녀의 지시 를 기다리고 있는 길드원들을 바라 보았다.

“항복한 사람들을 모두 한 곳에 모 아주세요.”

그녀의 말에 길드원들은 일사불란 하게 움직여 항복한 쥬다스 길드원 들을 포박하기 시작했다.

그들은 공포에 질린 얼굴로 한 곳 에 끌려왔다. 전투에서 살아남은 쥬 다스 길드원들은 총 15명이었다.

“기, 길드장님! 제발 목숨만은 살 려주세요!”

“저희는 정용찬의 협박 때문에 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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쩔 수 없이 길드를 나온 겁니다!”

구속용 사슬에 몸이 묶인 소환자들 은 필사적인 표정으로 애원하기 시 작했다. 그런 그들의 뻔뻔한 모습에 발끈한 최유나가 앞으로 나서려고 했지만 박철태에게 저지당했다.

티리아는 그런 그들을 내려다보며 굳게 입을 다물었다. 그녀는 참담한 표정으로 입술을 깨물었다.

지금 포로로 잡힌 쥬다스 길드원들 은 모두 과거 살바토르 길드의 일원 이었던 소환자였다. 그들을 내려다 보는 티리아의 눈가가 젖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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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그녀의 입에서 쥐어짜내는 듯한 목 소리가 흘러나왔다. 왜, 그 말이 그 녀의 입 안에서 맴돌았다.

그녀도 그들이 왜 살바토르 길드를 배반한 건지 그 이유를 알고 있었 다. 그들이 배신이라는 극단적인 결 론에 도달하게 된 이유는 단순히 엘 노트 왕국의 수작 때문만은 아니었 다.

‘다, 내 탓이야.’

티리아는 서글픈 표정으로 고개를 숙였다.

그렇다. 그들이 자신을 배신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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된 이유.

그것은 그 어떤 선택도 하지 못한 채 자신이 흔들렸기 때문이었다.

가족과 길드원. 둘 중 하나를 선택 하는 것은 무척이나 가혹한 일이었 지만 그것이 변명이 될 수는 없었 다.

그녀는 한 길드를 책임지는 리더였 다. 리더는 어떤 상황에서도 흔들려 서는 안 됐다. 리드가 흔들리는 순 간, 리더가 이끄는 모든 사람들이 다 같이 흔들리게 되니까.

하지만 결국 그녀는 두 선택지 사 이에서 흔들렸고, 아무것도 하지 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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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채 혼란에 빠지고 말았다.

그런 상황에서 끝까지 등을 돌리지 말고 함께 있기를 바라는 것은 어리 광에 불과했다.

‘하지만……

티리아는 거칠게 주먹을 움켜쥐었 다.

“모두, 함께 웃었었는데. 다 같이 모여 즐겁게 생활했는데.”

티리아의 눈에 분노가 떠올랐다. 평소 그녀의 성격을 생각하면 무척 이나 놀라운 일이었다.

“어떻게, 어떻게 그럴 수가 있었나 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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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당장에라도 끊어질 듯이 희 미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그녀의 목소리에서 묻어나오는 애절함에 쥬 다스 길드원들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었다.

블러드 문의 후유증에서 간신히 벗 어난 정용찬이 거칠게 얼굴을 일그 러뜨리며 소리쳤다.

“그거야 네년이 머저리 같은 행동 을 했으니까! 살바토르 같은 거대한 세력이 있음에도 왕국에게 병신같이 휘둘리고! 대천사의 보은도 뺏겨서 힘도 잃어버리고! 그런 병신을 우리 가 왜 따라야 한다는 말이냐! 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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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찬은 악을 쓰듯이 티리아를 향 해 소리쳤다.

그의 말이 날카로운 비수가 되어 그녀의 가슴속을 휘저었다. 티리아 의 눈가에 투명한 눈물이 맺히기 시 작했다.

“이 개자식이!”

정용찬의 외침을 듣고 폭발한 최유 나가 쌍검을 빼들고 그에게 달려들 었다. 박철태도 이번에는 그녀를 말 리지 않았다.

퍼억

“커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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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최유나가 정용찬을 향해 달 려들기 전에, 그녀보다 먼저 그의 얼굴을 걷어찬 존재가 있었다.

“영식아……?”

정용찬의 얼굴을 걷어찬 사람은 다 른 아닌 영식이었다.

그녀는 설마 과거 살바토르의 내전 을 겪지도 않은 영식이 자신보다 먼 저 나설 것이라고는 상상하지도 못 했다는 듯이 그를 바라보았다.

퍼억! 퍽! 퍽!

“커헉! 컥! 너, 넌 뭐야 새, 커헉!”

정용찬의 머리를 걷어찬 영식은 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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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에 쓰러진 그의 얼굴을 쉬지 않고 짓밟았다.

늑대인간화가 풀린 그의 얼굴이 거 칠게 찢어지며 검붉은 피가 흘러나 왔다.

“자, 잠깐만요, 영식 씨!”

티리아 또한 갑작스럽게 영식이 나 선 것이 의외라는 듯이 그를 향해 손을 뻗었다.

뻐억!

“컥……

영식은 마치 공을 차듯이 정용찬의 턱을 있는 힘껏 후려쳤다. 정용찬은 눈자위가 돌아가며 의식을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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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살바토르 길드원들도 그런 영 식의 행동에 흥미롭다는 표정을 지 었다.

“사실 처음 살바토르 길드의 사정 을 들었을 때부터 하고 싶은 말이 있었습니다.”

영식은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태연한 표정으로 티리아를 향 해 몸을 돌렸다.

“그, 그게 뭔가요?”

티리아는 당황스럽다는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깊게 가라앉은 영 식의 눈빛과 그녀의 눈이 마주쳤다.

_ 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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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눈빛을 정면에서 받은 티리아 는 가슴속에 무언가 묵직한 충격이 울려 퍼지는 듯한 감각을 느꼈다. 감히 자신과는 비교할 수 없는 아득 한 존재감이 영식의 몸에서 흘러나 왔다.

그것은 그의 신체가 기계로 되어 있다는 사실이나, 그가 라이트 실드 길드의 정예 멤버를 단신으로 쓸어 버렸다는 것과는 하등 상관이 없는 종류의 기세였다.

거대한 제국을 다스리는 황제와도 같은 절대자의 기세가 그에게서 흘 러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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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리아 씨가 지금 이대로라면 남 은 살바토르 길드원들도 모조리 죽 게 될 것이란 말입니다.”

덤덤한 그의 말에 티리아는 굳게 입을 다물었다.

“가족 같은 분위기를 만드시려고 하는 것은 좋습니다. 신입인 저를 따듯하게 반겨주시는 모습에 마음이 놓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영식은 나지막한 말투로 말을 이었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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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순히 사람이 좋은 것만으로는 리더가 될 수는 없습니다.”

“그건…… 알고, 있어요.”

티리아는 고개를 푹 숙인 채 그의 말에 대답했다.

영식은 기절해 있는 정용찬의 머리 에 발을 올리며 말을 이었다.

“저는 정용찬의 배신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만약 저라도 리더가 결단 을 내리지 못하고 흔들리는 모습을 보였다면 배신을 꿈꿨을 거라고 생 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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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연하게 배신을 입에 담는 그의 말에 티리아는 말을 잇지 못했다. 파격적인 그의 말에 다른 살바토르 길드원들의 표정에도 동요가 생기기 시작했다.

“확실히 살바토르 길드에 일어난 재앙은 잔혹했습니다. 하지만 티리 아 씨가 빠른 결단을 내렸다면 이 정도로 상황이 심각해지진 않았겠 죠.”

“그건?

“피해갈 수 있는 재앙이었고, 막을 수도 있는 재앙이었습니다.”

영식은 고개를 숙이고 있는 그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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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덤덤한, 당연한 사실을 나열하는 것 같은 말투로 영식은 말했다.

“그것을 이토록 처참한 상황으로 만든 것은 모두 당신입니다.”

“읏……!”

무서울 정도로 침착한 그의 목소리 에 티리아는 몸을 떨었다. 아까 전 정용찬의 외침을 들었을 때와는 비 교할 수도 없을 정도로 날카로운 단 어의 편린이 그녀의 가슴속을 헤집 어 놓았다.

그녀는 지금 그의 말이 무척이나 ‘아프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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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어! 언니한테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네가 뭘 알아! 그때 언니가 얼마나 필사적으로 고민하고, 괴로 워했는지 네가 뭘 아냐고!”

유나는 영식의 멱살을 잡아 올리며 거친 목소리로 소리쳤다.

“모르니까 할 수 있는 말입니다. 얼마나 괴롭건, 망설여지건 티리아 씨는 선택해야 했습니다.”

“닥쳐! 아무것도 모르는 주제에! 우리가 오냐오냐 네 말을 들어주니 까 뭐라도 된 줄 아는 거야?! 너 는……

“그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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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리아의 외침이 유나의 말을 끊어 냈다. 그녀는 덜덜 떨리는 표정으로 입술을 깨물었다.

“제가, 어떻게 해야 했을까요?”

그녀는 울먹이는 목소리로 영식에 게 물었다.

“그걸 지금에 와서 생각하는 것은 아무 의미도 없는 일입니다. 이미 늦어버린 일이니까요.”

“그럼?

“지금 티리아 씨가 선택하셔야 할 것은 하나입니다.”

영식은 그렇게 말하며 사로잡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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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명의 쥬다스 길드원들을 내려다 보았다.

“이 사람들을 죽이시겠습니까? 아 니면 살려서 돌려보낼 겁니까?”

그의 물음에 티리아의 표정이 딱딱 하게 굳었다.

지금 당장에 그녀가 선택해야 할 일. 그것은 과거 살바토르를 배반한 쥬다스 길드에게 하소연을 하는 것 도, 왜 그랬냐고 따지는 것도 아니 었다.

그들을 여기서 죽일지, 아니면 살 려둘지 선택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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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선택을 하시더라도 전 티리 아 씨를 따르겠습니다. 지금만이 아 니라, 앞으로도 계속 살바토르 길드 의 일원으로서 살아가겠습니다. 하 지만……

영식의 눈빛이 날카롭게 빛났다.

“만약 선택을 하지 않으신다면, 전 더 이상 당신과 함께하지 않겠습니 다.”

그의 말에 무거운 침묵이 내려앉았 다. 숨조차 쉬어지지 않는 분위기 속에서 티리아는 고개를 들었다.

“저는?

티리아는 떨리는 목소리로, 쥐어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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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는 듯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그때 였다.

-우우우웅.

티리아의 품속에 있던 통신용 수정 구슬에서 진동소리가 홀러나왔다. 가장 긴급 사항을 전할 때 사용하는 수정구슬이 었다.

티리아는 그 수정구슬을 손에 들어 올렸다.

-길드장님. 긴급히 전달 드려야 할 사항이 있습니다.

수정구슬에서 흘러나온 것은 한성 의 목소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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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일이죠……?”

티리아는 조심스러운 목소리로 물 었다. 딱딱하게 굳은 한성의 목소리 가 이어졌다.

-북방경계선이 무너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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