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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업 머신-52화 (52/284)

레벨업 머신 052화

배신자들(4)

시렌치움 산맥.

가파른 산세와 생물이 살기 힘든 암반지대를 가지고 있는 산악이었 다.

등산에 익숙한 사람이라도 쉽게 오 르기 힘들 그 산을 백여 명에 달하 는 무리가 올라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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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더럽게 가파르네.”

백여 명에 달하는 무리의 선두. 눈 썹이 짙은 사내의 입에서 거친 욕설 이 흘러나왔다.

짙은 눈썹에 거칠게 풀어헤친 머리 칼. 마치 야생 짐승과도 같은 분위 기를 풍기고 있는 사내의 이름은 정 용찬.

쥬다스 길드의 길드장이었다.

“헤헤. 그래도 얼마 남지 않았습니 다, 길드장님.”

그의 옆에서 걸어가고 있는 염소수 염의 사내가 비굴해 보이는 표정으 로 입을 열었다. 그의 말에 정용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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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 고개를 돌려 뒤를 바라보았다.

백여 명에 달하는 쥬다스 길드원들 이 그의 뒤를 따라 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설마 낙오자는 없겠지?”

정용찬은 으르렁거리는 듯한 목소 리로 물었다. 그의 말에 염소수염 사내가 히죽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 다.

“설마요. 이 정도에 낙오한다면 그 건 소환자라고 할 수도 없죠.”

일반인에게는 30분만 올라도 탈진 해버릴 정도의 산세였지만 여기에 있는 모든 사람들은 ‘일반인’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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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 수 없는 존재들이었다.

근접 전투 클래스가 아닌 마법사, 힐러 클래스라고 하더라도 레벨이 오르면 어느 정도는 고르게 스탯이 올랐기 때문에 40레벨을 넘는 소환 자들에게 이 정도 산을 오르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 아니었다.

“제길……. 그건 그렇다 쳐도 진짜 높군.”

용찬은 하늘을 찌를 듯이 쏟아 있 는 시렌치움 산맥을 노려보며 그렇 게 중얼거렸다. 가파른 산을 오르는 것은 불가능한 일은 아니었지만 그 렇다고 마냥 쉬운 일도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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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이라는 시스템의 영향을 받으 면서 일반인과는 비교할 수 없게 강 해졌다고는 하나 그들은 어디까지나 인간이었으니까.

“그, 그렇습니다. 정말 높군요.”

염소수염의 사내, 김대규는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용찬을 힐끔 쳐다보 았다.

용찬은 힘들다, 힘들다 계속해서 중얼거렸다고는 생각할 수 없을 만 큼 땀 한 방울 홀리지 않은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당연하지.’

김대규는 정교한 조각사가 조각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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것처럼 매끄러운 용찬의 근육을 바 라보았다.

정용찬의 레벨은 99. 소위 ‘랭커’라 고 불리는, 일반적인 소환자들과는 격이 다른 힘을 가진 존재에 가장 근접해 있는 강력한 소환자였다. 게 다가 그의 클래스는 근접 전투에 특 화된 히든 클래스.

그런 그가 고작 산을 오르는 일로 지칠 리가 없었다. 아마 길드를 이 끌고 가는 것이 아니라면 혼자서 산 정상까지 전력질주를 하는 것도 가 능하리라.

그럼에도 용찬이 이런 불평을 툭툭 던지듯이 뱉어내는 것은 신경질적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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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성격 탓이었다.

‘그래도 길드장님이 없었으면 애초 에 이런 계획을 세울 수도 없었을 테니 얌전히 따라야지.’

김대규는 깊은 한숨을 내쉬며 정용 찬의 뒤를 따랐다. 정용찬은 반 티 리아 파벌의 소환자 중에 최상급의 실력을 가진 소환자였다. 그가 없다 면 유진, 박철태의 파티 같은 실력 있는 소환자들을 상대할 생각도 할 수 없었다.

“그건 그렇고, 이번에 티리아를 생 포하게 되면 어떻게 하실 생각이십 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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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김대규는 문득 머릿속을 스쳐 지나 가는 물음을 입에 담았다. 그의 말 에 정용찬은 씨익 미소를 지었다.

“어떻게든 ‘대천사의 보은’을 손에 넣어야지. 그것만 있으면 남은 평생 을 떵떵거리면서 살 수 있다고.”

정용찬은 당연한 질문을 왜 하냐는 듯한 표정으로 그렇게 말했다. 그의 말에 김대규는 살짝 표정을 굳히며 말을 이었다.

“하지만 엘노트 왕가 놈들이 대천 사의 보은을 순순히 내줄까요……?”

“낄낄. 그놈들이 미쳤다고 그걸 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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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히 내줄까? 당연히 속임수를 써야 지.”

“속임수요?”

정용찬은 입술을 핥으며 입을 열었 다.

“티리아, 그년을 왕국에 잠입시킬 거야. 그러고는 왕가의 충실한 개로 몇 개월 활동을 시키다가 대천사의 보은을 슬쩍하라고 명령해야지.”

“……그녀가 그 명령을 들을까요?”

“하하. 인질이 있으면 듣기 싫어도 듣게 되겠지.”

그의 말에 김대규는 고개를 끄덕였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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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리아에게 인질극이 효과 있다는 것은 예전 일로 충분히 증명되었다.

'.기구한 운명이긴 하네.’

김대규는 한때 자신의 길드장이었 던 티리아를 떠올리며 씁쓸한 표정 을 지었다.

처음 살바토르 길드에 들어왔을 때 부터 정용찬 라인에 있던 김대규였 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길드를 배 신하게 되었지만 그는 티아라에게 악감정은 없었다.

그녀는 천사가 강림한 것처럼 상냥 하고, 온화한 성격을 가지고 있었다. 모두를 이끌고 가는 리더로서의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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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은 조금 부족할지 몰라도 다른 사 람들을 편안하게, 가족처럼 대해주 는 착한 여인이었다.

그리고 다른 무엇보다도 그녀는 아 름다웠다.

“헤헤?

김대규는 동화 속에서 나온 것이 아닐까 의심이 될 정도로 찬란한 아 름다움을 가지고 있는 티리아를 머 릿속에 그리며 멍청한 미소를 지었 다.

그때 였다.

끼릭. 끼릭. 끼릭.

“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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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감한 청각을 가지고 있는 정용찬 의 귓가에 묘한 쇳소리가 흘러들어 왔다. 이제까지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는 소리였다.

끼릭. 끼릭. 끼릭.

“ 무슨?

콰아아아아아앙!

무슨 소리냐, 라고 정요찬이 말하 기도 전에 거대한 폭발이 쥬다스 길 드를 휩쓸었다.

“아아아아아악!”

“습격이다!”

쥬다스 길드원들은 모두 각자의 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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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를 꺼내며 다급한 목소리로 소리 쳤다. 그들의 외침에 김대규의 표정 이 거칠게 일그러졌다.

“기습이라니?! 무슨 개소리야! 마 력감지는 계속 사용하고 있었잖아!”

마력을 가진 존재를 찾아내는 마력 감지 마법. 기습을 방지하기 위해서 라도 대규모 인원이 이동할 때 필수 적인 마법이었다.

어떤 트렙 종류의 스킬, 마법이라 도 마력의 흔적이 남았다. 마력이 없는 함정 장치는 화살이 쏘아지거 나 돌덩어리가 굴러오는 등의 원시 적인 장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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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바토르 길드원들 중에 마력감지 에서 벗어나는 트랩 스킬을 쓸 수 있는 소환자는 없을 텐데!’

김대규는 남아 있는 친 티리아 파 벌에 관한 정보를 모두 알고 있었 다. 하지만 그중에서 마력감지에서 벗어날 수 있을 정도로 트렙 종류 스킬에 통달한 소환자는 한 명도 없 었다.

“조용!”

_쿵!

정용찬은 거칠게 발을 구르며 흉포 한 목소리로 소리쳤다. 갑작스러운 폭발의 영향에 혼란에 빠져 있던 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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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스 길드원들의 시선이 그에게 집 중됐다.

“피해 상황은?”

주변에서 적이 습격할 기미가 보이 지 않자 정용찬은 폭발에 횝쓸려 바 닥에 쓰러진 길드원들에게 다가갔 다.

“사망자 5명에 부상자 14명입니 다.”

빠르게 상황파악을 마친 쥬다스 길 드의 간부 하나가 정용찬의 물음에 대답했다. 정용찬은 피를 흘리며 쓰 러져 있는 자신의 부하들을 내려다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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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히 간부급은 죽지 않았군.’

이번 폭발에 휩쓸려 사망한 부하들 은 모두 레벨이 그리 높지 않은 길 드원들이 었다.

정용찬은 고개를 들며 입을 열었 다.

“힐러들은 빨리 부상자들을 치료해 라. 간부급 이상은 긴급회의를 한 다.”

정용찬의 말에 힐러들이 부상자들 에게 달라붙어 마법을 사용하기 시 작했다. 정용찬과 김대규의 주위에 간부들이 모여들었다.

“마력감지에는 아무것도 걸리지 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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았지?”

“그, 그렇습니다.”

날카로운 정요찬의 목소리에 마력 감지를 펼치는 역할을 맡고 있던 몇 몇 마법사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마력감지에 먹히지 않는 트렙이 라……. 재미있는 걸 준비했군.”

정용찬은 표정을 일그러뜨리며 중 얼거렸다. 그는 몸을 돌려 다시 선 두에 나서며 소리쳤다.

“부상자들의 치료가 끝나면 바로 다시 출발한다! 트렙이 더 있을 수 도 있으니까 긴장하며 움직여라!”

정용찬의 외침에 길드원들은 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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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 찬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부상자의 치료가 끝난 쥬다스 길드 원들이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 들은 언제 트렙이 나타날지 알 수 없는 압박감 속에서 천천히 이동했 다.

그렇게 한 시간쯤을 더 이동했을 때였다.

끼릭. 끼릭. 끼릭.

“트렙이다!”

선두에 나섰던 정용찬의 귓가에 익 숙한 기계음이 들렸다. 정용찬은 소 리가 들린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바닥에 숨겨져 있던 다섯 개의 트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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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그의 눈에 보였다.

‘……마인?’

굉장히 익숙한 형태의 지뢰였다. 정용찬의 머릿속에 과거 지구에 있 던 시절 즐겼던 게임 하나가 스쳐 지나갔다. 그의 상념을 끊어내듯 길 드원들의 틈에 파고든 다섯 개의 마 인이 폭발을 일으켰다.

콰아아앙!

“크윽!”

“아아악!”

두 번째 공격이었기 때문일까, 쥬 다스 길드원들은 재빠르게 방어 마 법과 스킬을 펼치며 폭발을 막아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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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피해는?”

“사망자 2명과 부상자 8명입니다.”

처음 습격에 비해서 확연히 줄어든 숫자였다. 하지만 보고를 듣는 정용 찬의 표정은 살짝 일그러져 있었다.

‘이대로 계속 맞기만 할 순 없지.’

정용찬은 그렇게 생각하며 선두에 나서며 입을 열었다.

“어차피 통하지도 않는 마력감지는 꺼버려. 이제부터는 직접 육안으로 수색하겠다. 주변 바닥을 유심히 살 피면서 따라와라. 사전에 발견하지 못하면 죽는 건 너희들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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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찬은 그렇게 말하며 몸을 낮게 낮췄다.

쥬다스 길드원들은 그의 말에 잔뜩 긴장한 표정을 지으며 주변 바닥을 살폈다.

“흐.”

한동안 날카로운 눈빛으로 주변을 살피던 정용찬은 낮은 침음을 삼켰 다. 멀리 떨어져 있는 바닥이 부자 연스럽게 봉긋 솟아올라 있는 것이 보였다.

그는 주변의 돌을 집어 들어 금속 냄새가 풍기는 바닥을 향해 집어던 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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콰아아앙!

돌에 얻어맞은 바닥이 폭발을 일으 켰다.

정용찬의 입가에 씨익 미소가 지어 졌다.

“막상 찾기 시작하니까 너무 눈에 띄잖아?”

그는 낄낄 웃음을 터트리며 그렇게 말했다. 살바토르 길드가 어떻게 저 런 현대식 무기를 만들었는지 알 수 없었지만 이렇게 겉으로 확 티가 날 정도로 트렙이 설치되어 있다면 걱 정할 것도 없었다.

“바닥이 이상하게 솟아오른 부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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찾아”

정용찬은 길드원에게 소리치며 앞 으로 나아갔다.

그때 였다.

? * ?

“지뢰를 해체하기 시작했네.”

쥬다스 길드의 진격을 드론을 통해 까마득한 상공에서 확인하고 있던 영식은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그의 옆에 있던 아라가 딱딱하게 표 정을 굳히며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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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계획이 실패한 거야?”

“아니. 걱정하지 마. 다 생각대로니 까.”

영식은 여유로운 표정으로 그렇게 말했다. 아라는 그의 말이 쉽게 이 해되지 않는지 눈살을 찌푸리며 입 을 열었다.

“쥬다스 길드원들이 지뢰를 해체하 는 게 생각대로라고?”

≪으 ≫

흐.

영식은 덤덤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 덕였다. 아라는 알 수 없다는 표정 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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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식은 피식 웃음을 홀리며 입을 열었다.

“오우거를 잡았을 때를 기억해?”

“……응. 그런데 그게 왜?”

“그때 오우거는 미친 듯이 날뛰면 서 드론을 쫓다가 체력을 소진했 지.”

“그렇…… 지.”

아라는 영식이 왜 이런 얘기를 하 는지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꼭 미친 듯이 달려야만 체력이 소 진되는 건 아니지. 어디에 숨어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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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지 모르는 지뢰에 대한 긴장 때문 에 잠시도 쉬지 못할 거야.”

“하지만 그건…… 쥬다스 길드원들 이 지뢰가 묻힌 곳 말고 다른 곳으 로 가면 어떻게 하는데?”

“가지 않을 거야.”

영식은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 아라는 더더욱 알 수 없다는 표정으 로 그를 바라보았다.

“어떻게…… 그렇게 확신할 수 있 는데?”

영식의 입가가 비틀어 올라갔다.

“보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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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말이 이어졌다.

“지뢰가 보일 테니까. 지뢰를 해체 하면서 나아갈 거야.”

지뢰가 매장된 곳을 따라서.

영식은 그렇게 말하며 웃음을 흘렸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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