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벨업 머신 051화
배신자들(3)
“일전에 사용하셨던 강제 해방이란 걸 쓰실 생각입니까?”
배한성은 딱딱하게 표정을 굳히며 그에게 물었다.
이전에 영식은 라이트 실드 길드의 정예 병력을 한 번에 쓸어버린 경력 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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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건 영식이 말한 것처럼 그가 스스로 제어할 수도 없는 힘일 뿐더러 리스크가 터무니없었다.
그렇게 생각한 한성은 짧은 한숨을 내쉬며 말을 이었다.
“만약 강제 해방이란 걸 사용하실 생각이라면 그럴 필요까지는 없습니 다. 지금 저희의 전력만으로도 쥬다 스 길드와는 충분히 싸워볼 수 있습 니다.”
지금 그의 ‘계획’을 지지해주는 다 른 길드의 세력이 합세한다면 쥬다 스 길드를 상대로 일전을 벌이는 것 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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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 내전 때 대부분이 죽었 으니까.’
과거 살바토르 길드 내부에 일어났 던 전쟁으로 인해 멸망한 것은 살바 토르 길드만이 아니었다. 길드에 반 기를 들었던 반대파도 마찬가지로 몰락의 길을 걸었다.
숫자는 반 티리아파 쪽이, 소환자 들의 질로 따지면 친 티리아파 쪽이 우월했으니 어느 쪽으로도 쉽게 결 착이 지어지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지원 세력으로 인해 머릿수만 비슷하게 된다면 오히려 유리한 쪽은 살바토르 길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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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이런 일에 전력이 소모된 다면 계획을 실행하기 어렵다는 점 인데……
한성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그가 계획하고 있는 것은 던전의 탐사나 몬스터 사냥이 아니었다.
한 왕국의 왕성을 습격하는 것이 다. 그때에 필요한 전력들을 차근차 근 모아가고 있었는데 쥬다스 길드 와의 싸움에서 그 전력을 소모해 버 린다면 결국 제자리걸음이 될 뿐이 었다.
‘또 그때처럼……
한성은 거칠게 주먹을 움켜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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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드장의 가족이 협박당하고, 왕국 의 계략에 빠져 모두가 분노하고 있 었을 때, 정작 중요한 복수에 대해 서는 실행하지도 못하고 서로 싸움 만 반복하며 다 같이 몰락을 길을 걸었을 때의 기억을 떠올렸다.
그때 그가 느꼈던 처절한 절망감이 다시금 그의 등골을 타고 전해졌다.
“아뇨. 전에도 말씀드렸다시피 강 제 해방은 제가 마음대로 사용할 수 있는 힘이 아닙니다. 그렇기 때문에, 다른 방법을 사용할 생각입니다.”
그런 그의 절망을 잘라내듯이 덤덤 한 표정으로 영식이 말했다. 그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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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당당한 말을 들은 한성은 어처 구니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저희들에게는 지금 전력을 소모시 키지 않고 배신자들과 싸워야 하는 상황입니다. 극단적인 전략을 취할 수는 없습니다.”
“어느 정도 전력을 유지한 채 이겨 야 하는 겁니까?”
“……못해도 80% 이상은 남겨야 계획에 차질이 없습니다.”
한성은 그렇게 말하면서도 깊은 한 숨을 내쉬었다.
비등비등한 전력이 싸우는 전투에 서 80% 이상의 전력을 남기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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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이 얼마나 허황된 일인지 잘 알 고 있기 때문이었다.
단순히 숫자로만 따져도 20명 정 도의 손해로 100명을 모두 몰살해 야 하는 터무니없는 수치인 것이다,
“그 정도라면 해볼 만하겠군요.”
80%의 전력을 남겨야 한다는 말 에 경악을 할 것이라는 한성의 예상 과 달리 영식은 침착한 표정으로 고 개를 끄덕였다.
“그 정도면 해볼 만하겠다니……. 그들을 결코 만만한 상대가 아닙니 다, 영식 씨. 특히 유진 씨나 철태 씨 등 저희 주요 전력에 대해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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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정도 대비를 하고 왔을 겁니 다.”
쥬다스 길드도 머리가 있는 이상 다른 길드의 지원을 받고 있는 살바 토르 길드를 이기는 것은 어렵다는 것을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그들이 망설이지 않고 진 격해온다는 것은 충분히 승산이 있 다고 판단했기 때문일 것이다.
“예. 하지만 그들은 저에 대한 정 보를 가지고 있지는 않겠죠. 그걸로 충분합니다.”
영식은 덤덤한 목소리로 그렇게 말 했다. 딱히 오만함에 절어 있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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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 상대를 무시하는 것도 아니었다. 그는 냉정하게 생각해본 결과 그런 결과에 도달했다는 것처럼 한없이 차분하고, 냉철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런 그를 바라보는 한성의 눈살이 찌푸려졌다.
‘대체 저 자신감은 어디서 나오는 거지?’
강제 해방이라는 것을 사용하지 않 았을 때 영식의 힘은 그가 가장 잘 알고 있었다. 확실히 전투 센스가 워낙 뛰어나 일반적인 소환자들에 비해서는 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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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딱히 전투 관련 스킬도 없이 싸우는 것에는 한 계가 있었다.
아니, 스킬이나 전투 센스 문제를 떠나 영식의 레벨은 너무 낮았다.
‘설마 고작 한 달 사이에 레벨이 그리 높아졌을 리도 없고…… 요새 도시 탈리온에서 헤어진 지 고작 한 달이 지났을 뿐이었다.
그사이 아무리 사냥을 열심히 했다 고 하더라도 50레벨을 넘기 힘들 것이라고 한성은 생각했다. 사실 50 레벨만 되더라도 엄청난 속도라고 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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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식 씨 지금 레벨이 어떻게 되시 죠?”
한성은 그의 자신감의 이유를 알 수 없다는 듯이 물었다.
“68레벨입니다.”
“6, 68레벨이라고요?”
한성은 당황스럽다는 표정으로 되 물었다. 그의 말에 놀란 것은 한성 만이 아니었다. 둘의 대화를 가만히 듣고 있던 유나와 철태, 심지어 유 진까지 놀랍다는 표정으로 영식을 바라보았다.
“어떻게 서포터도 없이 한 달 만에 그 정도 레벨업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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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성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영식을 바라보았다.
“그건 나중에 설명 드리겠습니다. 지금 중요한 것은 그게 아니잖아 요‘?”
영식은 침착한 말투로 말했다. 그 의 말에 막사 안의 사람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말대로 지금 중요한 것은 그 가 어떻게 비상식적인 속도로 레벨 업을 했는지가 아니었다. 당장 눈앞 에 다가온 쥬다스 길드와의 일전이 었다.
“혹시 이쪽 지형이 그려진 지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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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습니까?”
“아, 예. 여기 있습니다.”
한성은 얼떨떨한 표정으로 영식에 게 지도를 내밀었다. 지도를 받아 든 영식의 눈빛이 날카롭게 빛났다.
‘가파른 산악지형에 암석 지대 라……
지도를 본 영식의 머리가 빠른 속 도로 회전하기 시작했다. 그런 그에 게 박철태가 입을 열었다.
“혹여나 산사태를 일으키려는 작전 을 생각한다면 추천하지 않는다. 그 방법은 지금 준비하고 있는 왕성 습 격 계획에 심각한 방해가 될뿐더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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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국 공안의 이목을 끌 수 있어.”
지금 그들이 있는 장소는 수도에서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이었다.
일망타진을 위해 산사태를 일으키 기라도 했다가는 왕국 공안의 눈에 띄기 딱 좋았다.
팔짱을 낀 채 가만히 대화를 듣고 있던 유진이 특유의 차가운 목소리 로 입을 열었다.
“그리고 산사태를 일으키는 건 큰 의미가 없는 일이야. 이건 지구에서 의 전쟁과는 다르니까.”
유진은 냉철한 말투로 그렇게 말했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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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상 군대와 군대와의 싸움에서 압도적인 승리를 이뤄내기 위해서는 몇 가지 공통점이 있었다.
그중 한 가지가 바로 지형지물을 이용한 승리였다.
움직일 수 없는 곳으로 몰아넣고 불을 지른다거나, 산사태를 일으켜 적을 매장시킨다거나 하는 전략은 역사에 남는 대승에서는 흔히 언급 되는 전략 중 하나였다.
하지만 유진의 말대로, 에르노어 대륙에서의 전쟁은 지구와는 개념이 아예 달랐다. 소환자들 하나하나가 과거 지구의 인간들에 비해서는 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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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이라고 불러도 할 말이 없을 정도 로 강력한 존재였기 때문이었다.
불을 지르거나 산사태를 일으키는 등의 지형지물에 기댄 전략은 아예 의미가 없다고는 말할 수 없으나 지 구에서 일어났던 전쟁처럼 압도적인 성과를 일으키기는 힘든 전략이었다.
“그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딱히 산사태를 일으키거나 그럴 생 각은 없으니까요.”
영식은 덤덤한 말투로 그렇게 말했 다. 그의 말에 길드원들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그럼 무슨 방법을 사용하실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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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 겁니까?”
한성은 상상도 가지 않는다는 듯한 표정으로 영식을 바라보았다.
그런 그들의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 고 있던 김찬형은 침음을 삼켰다.
그는 영식에게 시선을 집중하고 있 는 살바토르 길드원들 바라보며 눈 살을 찌푸렸다.
‘대체 무슨 일이지?’
그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는 표 정으로 살바토르 길드원들을 바라보 았다. 그가 알고 있기로 저 영식이 란 청년은 길드에 들어온 지 몇 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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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도 되지 않은 신입이었다.
과거 살바토르 길드가 몰락할 때의 처절한 절망을 경험하지도 않은, 61 회차 햇병아리 소환자.
그런 그가 마치 길드 내에서 직위 가 높은 간부처럼, 아니 길드장이라 고 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화제 를 이끌어나가고 있는 모습을 보니 김찬형이 의아함을 느끼는 것도 당 연했다.
‘왜……?’
김찬형은 가늘게 눈을 뜨며 영식을 바라보았다 딱히 강해보이지도, 특 별한 힘이 있을 것 같지도 않은 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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년이었다.
좌증을 압도하는 묘한 카리스마가 있긴 했지만 아직 신입이라는 그의 입장을 생각해봤을 때 저 정도로 길 드 내에서 발언권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다.
W「”
“……정말 신입 맞아?”
유태식과 박은영도 똑같은 생각을 했는지 의심스럽다는 눈빛으로 영식 을 바라보았다. 상식적인 선에서는 도저히 납득할 수 없을 정도의 발언 권과 분위기였다.
하지만 그런 그들의 시선과는 상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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없이 살바토르 길드원들, 특히 그중 한성과 유나는 신뢰가 담긴 눈빛을 영식에게 보내고 있었다.
그런 그들의 신뢰의 근간이 되는 것은 단 한 가지 사실이었다.
영식이 단신으로 6강 길드 중 하 나를 쓸어버릴 수도 있는 ‘가능성’ 을 지니고 있다는 것.
그 경이로운 광경을 두 눈으로 목 격한 그들은 영식이라는 소환자를 단순한 신입으로 대할 수 없었다. 그런 대우를 받기에 영식은 너무나 도 ‘이질적’인 존재였다.
다른 길드원들도 마찬가지였다.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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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은 유나와 한성을 통해 영식이 어 떤 존재이며, 무슨 일을 해냈는지 전해 들었다.
정신이 나갔다고밖에 생각이 되지 않은 말들이었지만 직접 영식이 오 른팔을 분리해서 증거를 보여주자 그를 믿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한 영식의 특이성 때문에 길드 내에서 그는 도저히 신입이라고 생 각할 수 없을 정도로 발언권이 강해 진 것이다.
그리고 영식의 침착한 말투와 날카 로운 눈빛에서 느껴지는 기이한 카 리스마가 막사 안의 소환자들을 자 극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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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남들 위에서 지배하는 것이, 군림하는 것이 너무나 당연하다는 듯한 그의 분위기.
그런 기이한 카리스마에 김찬형과 유태식, 박은영은 의문을 품으면서 도 영식에게 직접적으로 의문을 표 하지는 못했다.
“우선.”
영식의 입이 열렸다.
주변의 시선이 그의 입에 집중되었 다. 무거운 침묵이 막사 안에 내려 앉았다.
영식은 손을 뻗어 지도의 한 부분 을 가리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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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루트에 지뢰를 설치합니다. 처 음에 굉장히 혼란에 빠지겠죠. 그리 고 드론으로 그들이 이동하는 위치 를 파악해서 그 길을 따라 계속해서 지뢰를 설치할 겁니다.”
영식은 고개를 들어 올리며 씨익 미소를 지었다.
“그러면, 재미있는 모습을 보실 수 있게 될 겁니다.”
너무나 당연하다는 듯이 말하는 영 식의 말투에 짙은 침묵이 내려앉았 다.
“적당한 때가 되면 개틀링 건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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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격해서 한 번 더 크게 혼란을 줄 겁니다. 그때, 기습 공격을 하면 됩 니다.”
김찬영, 유태식, 박은영은 황당한 표정으로 영식을 바라보았다.
그들의 표정에 떠오른 생각을 읽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지뢰?
드론?
개틀링 건?
‘대체 이 새끼가 무슨 헛소리를 하 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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