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벨업 머신 046화
폭렙 (4)
“크흠.”
그녀의 중얼거림에 길수는 입을 가 린 채 터져 나오려는 웃음을 참았 다.
영식은 반론하기 힘든지 가볍게 눈 살을 찌푸리며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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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끄응, 어쨌든 이 지뢰랑 아라 네 마법으로 1차적인 공격을 퍼부을 거 야. 물론 그걸로 한 번에 죽지는 않 겠지. 하지만 지형이 지형이니만큼 위에서 공격을 퍼부으면 올라올 수 있는 놈들은 많지 않을 거야.”
“하아. 트롤들은 어떻게 몰게? 미 끼 역할을 하는 사람이 같이 범위 공격에 휩쓸릴 수도 있잖아. 너무 위험…… 너무 위험해 라고 말하려 했던 아 라는 머리를 스쳐가는 생각에 짧은 탄성을 홀렸다.
영식은 씨익 미소를 지으며 충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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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난 드론을 인벤토리에서 꺼냈다.
“몬스터는 이 녀석이 몰아줄 거 야.”
우우우웅.
드론의 프로펠러가 돌아가며 공중 으로 떠올랐다.
“하.”
아라의 입에서 허탈한 웃음소리가 홀러 나왔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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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베린 영지 근처에 위치한 트롤 서식지.
트롤들은 주식인 오크를 찾아 1?2 마리씩 숲을 배회하고 있었다. 사실 오크는 육질이 질기고 근육이 너무 많아 트롤들이 썩 좋아하는 먹잇감 은 아니었다. 트롤이 가장 좋아하는 고기는 인간과 사슴의 고기였다.
하지만 인간의 경우 서식지에 가끔 출몰하여 생태계 파괴를 일으키는 오우거 때문에 거의 보이지 않았고, 사슴은 상대적으로 개체수가 많은 오크들이 미리 잡아버리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에 거의 먹을 수가 없었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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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르르르
3미터에 달하는 장신에 짙은 녹색 의 피부. 광대뼈까지 솟아 있는 날 카로운 송곳니. 성인 남성의 허벅지 만한 나무 몽둥이를 든 트롤은 킁킁 거리며 오크의 냄새를 쫓고 있었다.
트롤의 경우 지능 자체는 조금이라 도 언어를 구사할 수 있는 오크에 비해서도 낮았다. 하지만 트롤에게 는 특유의 긴팔과 야생 동물 이상으 로 발달한 전투감각이 있었다.
트롤 한 마리가 오크 15마리는 가 볍게 압도한다는 것을 생각했을 때, 트롤은 오크의 천적이라고 불러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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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언이 아닌 몬스터였다.
?■크르르…….
숲을 배회하던 트롤은 생각보다 오 크가 잘 찾아지지 않는지 표정을 일 그러트렸다.
오크는 몬스터 중에 최하위에 속할 정도로 약한 몬스터였지만 엄청난 번식력을 가지고 있어 어지간하면 개체수가 줄어들지 않았다. 그렇기 때문에 딱히 먹잇감을 찾는 것에 곤 란했던 적이 없었는데, 오늘따라 사 냥감이 잘 보이지 않자 트롤은 신경 질적으로 몽둥이를 휘둘렀다.
콰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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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롤의 몽둥이에 맞은 나무가 형편 없이 박살났다.
그때 였다.
우우우웅.
-크르르?
난생처음 들어보는 묘한 소음과 함 께 감미로운 고기의 향기가 트롤의 코를 간질였다. 그가 가장 좋아하는 먹이인 사슴고기의 향기였다.
트롤은 고개를 돌려 고기 냄새가 풍기는 방향을 돌아보았다. 상공 20 미터 정도에 떠 있는 물체에서 사슴 고기의 냄새가 풍겨 나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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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르르!
?크르르르르!
고개를 들어 공중에 떠 있는 정체 불명의 물건을 바라보고 있자니 다 른 트롤 4마리가 수풀을 헤치고 달 려오는 것이 보였다. 다른 경쟁자들 을 발견한 트롤의 표정이 다급함으 로 물들었다.
사슴고기는 트롤에게 있어서 거부 하기 힘든 유혹이었다. 트롤의 눈이 홍분에 젖어들기 시작했다.
-크르르르!
하늘을 올려보던 트롤은 다른 트롤 들의 뒤를 따라 사슴고기를 쫓기 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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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 땅을 박찼다.
* * *
“좋아.”
영식은 오른쪽 눈을 통해 보이는 드론의 카메라 영상에 씨익 미소를 지었다. 10마리에 달하는 트롤들이 사슴고기에 눈이 팔려 쫓아오고 있 는 것이 보였다.
“준비하죠. 곧 트롤 무리가 이쪽으 로 옵니다.”
그의 말에 길수와 아라는 긴장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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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천천히 눈을 감고 마법을 캐스팅했 다.
그녀가 캐스팅하고 있는 마법의 이 름은 아이스 레인. 버려진 폐광 던 전을 탐사하며 새롭게 얻는 스킬이 었지만 던전 내에서는 도저히 쓸 만 한 스킬이 아니었기 때문에 봉인해 두고 있었던 마법이었다.
아이스 레인은 얼음 계열 범위 공 격 중에서 준수한 공격력과 슬로우 라는 디버프까지 같이 있는 좋은 스 킬이었지만 채널링 스킬이기 때문에 시전 도중에 움직일 수가 없고, 정 해진 지역만 공격할 수 있다는 단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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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있었다.
-우우우웅.
-크르르르!
?크아아아!
영식이 전투의 준비를 하라고 말한 지 1분. 10마리의 트롤이 괴성을 지 르며 드론의 뒤를 쫓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영식은 트롤들에게서 전해지는 강 력한 기세에 살짝 표정을 굳혔다. 왜 한 마리를 잡는데 40레벨 소환 자 3명 이상이 필요하다고 하는지 알 수 있을 정도로 트롤은 강렬한 기세를 뿌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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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영식의 눈이 날카롭게 빛났다. 그 에게는 보안 레벨 해방을 통해 새롭 게 얻은 무기와 지형적 이점이 있었 다.
공성전을 생각했을 때 수성을 하는 쪽이 얼마나 유리한지를 생각한다면 지형적 이점이라는 것은 결코 무시 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
끼릭. 끼릭. 끼릭.
트롤들이 신호에 잡히자 바닥에 박 혀 있던 다섯 개의 마인이 밖으로 튀어나왔다. 트롤들은 그런 마인을 신경 쓰지 않고 영식 쪽으로 날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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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있는 드론을 향해 달려들었다.
트롤들의 사이로 들어간 마인의 몸 이 바르르 떨리기 시작했다.
-콰아아아아아아앙!
-크어어어어!
-크르르르!
강렬한 폭발이 트롤들을 집어삼켰 다. 마인의 폭발에 휩쓸린 트롤들은 온몸을 비틀며 고통스러운 괴성을 내질렀다.
“아이스 레인!”
마인의 폭발에 이어 아라의 공격이 이어졌다. 트롤들이 모여 있는 협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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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로 얼음 조각이 비처럼 쏟아졌 다.
-크르르르!
하지만 마인과 아이스 레인의 공격 을 동시에 받았다고 해도 트롤들은 쉽게 죽지 않았다. 그들은 상식을 벗어난 재생력으로 몸을 치유하며 협곡의 벽을 어기적어기적 기어오르 기 시작했다.
아이스 레인의 효과 탓인지 이동 속도가 그리 빠르지는 않았지만 충 분히 위협적인 모습이었다.
“길수 아저씨!”
“알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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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식의 부름에 길수가 앞으로 달려 나갔다. 길수는 돌벽을 기어오르고 있는 트롤들을 향해 방패를 내질렀 다. 광휘의 방패에서 새하얀 빛이 흘러나오며 충격파가 뿜어져 나왔 다.
_쿵!
-크어어어!
돌벽을 기어오르고 있던 트롤의 몸 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영식은 혼란 에 빠져 있는 트롤들을 내려다보며 원거리 공격을 준비했다.
철컥.
그의 등에서 빠져나온 흉측한 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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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 발의 총탄이 쏟아지고 있는데 치 명적인 상처를 입지 않았다고 해서 버틸 재간이 있을 리가 없었다.
하늘에서 끝없이 떨어지는 얼음 파 편과 총탄. 처음 마인이 폭발하면서 얻은 치명적인 화상. 좁은 협곡의 지형 탓에 서로의 몸이 엉키는 최악 의 조건.
아무리 야생동물보다 뛰어난 전투 감각을 가진 트롤이라고 하더라도 이런 상황에서 침착하게 대처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크아아아아!
공격이 이어질수록 트롤들이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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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 발의 총탄이 쏟아지고 있는데 치 명적인 상처를 입지 않았다고 해서 버틸 재간이 있을 리가 없었다.
하늘에서 끝없이 떨어지는 얼음 파 편과 총탄. 처음 마인이 폭발하면서 얻은 치명적인 화상. 좁은 협곡의 지형 탓에 서로의 몸이 엉키는 최악 의 조건.
아무리 야생동물보다 뛰어난 전투 감각을 가진 트롤이라고 하더라도 이런 상황에서 침착하게 대처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크아아아아!
공격이 이어질수록 트롤들이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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씩 바닥으로 쓰러지기 시작했다.
영식은 벽을 타고 기어오르려는 트 롤들을 중점적으로 노려 공격을 이 어나갔다.
치익.
[개틀링 건의 총탄이 모두 소진되 었습니다. 재충전에 1시간이 소요됩 니다.]
영식의 귓가에 개틀링 건의 총탄이 모두 떨어졌다는 정보가 홀러들어왔 다. 이미 무기 정보를 익히 알고 있 었던 영식은 뜨겁게 달궈진 개틀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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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을 침착하게 등 안으로 집어넣었 다.
‘남은 건 5마리.’
영식은 날카롭게 빛나는 눈으로 살 아있는 트롤들의 숫자를 헤아렸다. 영식과 아라의 공격에서 살아남은 5 마리의 트롤들은 비틀거리는 몸으로 필사적으로 절벽을 기어오르고 있었 다.
공격 속에서 살아남았다고는 하나 트롤들의 상태는 정상이 아니었다. 영식은 블레이드를 꺼내들고는 입을 열었다.
“가죠, 길수 아저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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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았네.”
길수는 고개를 끄덕이며 방패를 치 켜들었다.
“하아, 하아……. 미안. 마력이 모 두 달아서 지원은 못할 것 같아.”
채널링 마법에 모든 마력을 쏟아부 은 아라는 거친 숨을 몰아쉬며 영식 에게 말했다. 영식은 고개를 끄덕이 며 대답했다.
“괜찮아. 빈사 상태의 트롤들을 처 리하는 건 어렵지 않으니까.”
영식은 그렇게 말하며 앞으로 달려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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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컥.
영식의 오른팔이 꺾이며 그 구멍을 통해 두 개의 총구가 나타났다. 영 식은 힘겹게 돌벽을 기어오르고 있 는 트롤의 머리에 총구를 가져다 대 었다.
-콰앙!
-크르르르륵!
근거리에서 쏘아진 샷건이 트롤의 머리를 박살냈다. 돌벽을 기어오르 던 트롤의 몸이 바닥에 떨어졌다.
-크아아아!
영식이 한 마리의 트롤을 처리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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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 돌벽을 다 올라온 트롤 하나가 광포한 흉성을 내질렀다. 몽둥이조 차 집어 던진 채 돌벽을 올라온 트 롤이 양손을 모아 망치처럼 내려찍 었다.
“카운터!”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길수가 다가와 방패를 내밀었다. 광휘의 방 패에 푸르스름한 빛이 빛나며 트롤 의 주먹을 튕겨냈다.
“크윽!”
길수는 방패를 타고 전해지는 어마 어마한 충격에 자기도 모르게 한쪽 무릎을 꿇고 주저앉았다. 상처를 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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었다고는 하나 트롤의 힘은 무식할 정도로 강력했다.
“하압!”
영식은 트롤이 재차 길수를 공하기 전에 그에게 달려들었다. 발에서 부 스트의 빛이 서리며 영식의 몸이 공 중으로 떠올랐다.
공중에서 반 바퀴 몸을 돌린 영식 은 트롤의 머리를 향해 정확하게 팔 을 내질렀다.
-푸욱!
-크어어어...
미간에 정확하게 블레이드가 꽂힌 트롤이 침음을 삼키며 바닥에 쓰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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졌다. 그 사이 돌벽을 모두 올라온 3마리의 트롤이 영식을 노리고 달려 들었다.
“윈드 스텔스.”
나지막한 말과 함께 영식의 몸이 순간적으로 사라졌다. 바람의 망토 에 담긴 스킬이었다. 1초도 되지 않 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부스트를 사 용하는 영식이 트롤의 시선을 벗어 나는 것에는 문제가 없었다.
-철컥.
트롤의 뒤로 이동한 영식은 샷건을 트롤의 머리 쪽에 겨눴다.
-콰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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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아아아!
샷건에 맞은 트롤 한 마리의 머리 가 터져나갔다.
‘이제 남은 트롤은 두 마리.’
영식은 날카로운 눈빛으로 남아 있 는 두 마리의 트롤을 바라보았다. 그때 바닥에 주저앉았던 길수가 튕 겨지듯이 몸을 일으켜 광휘의 방패 를 앞으로 내밀었다.
“차지!”
길수는 빠른 속도로 움직여 트롤의 몸을 후려쳤다. 트롤 한 마리가 다 시 돌벽 아래로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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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식은 씨익 미소를 지으며 남아 있는 한 마리의 트롤을 바라보았다.
“에너지 블라스트.”
나지막한 중얼거림과 함께 영식의 왼팔에 푸른색 에너지 탄이 맺히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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