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레벨업 머신-43화 (43/284)

레벨업 머신 043화

폭렙 (1)

“A 급……

아이템의 등급을 확인한 영식의 눈 빛이 날카롭게 빛났다. 여기서 나오 는 등급의 개념이 레어 아이템이 가 진 등급과 같다면 A급이라는 것은 굉장한 수치였다.

지금 영식이 알고 있는 A급 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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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템은 두 개였다. 하나는 유나가 들고 있는 홍련의 쌍검과 지금 길수 가 이어받은 한철호의 광휘의 방패 였다.

두 아이템 모두 굉장히 가치가 높 은 아이템으로써 고레벨 소환자라도 함부로 얻을 수 없다고 들었다.

‘좋아.’

영식의 뒷목이 뜨끈해지며 짜릿한 쾌감이 전신을 뒤흔들었다. 저 블랙 큐브의 구조 파악에 성공한다면 다 른 무언가가 있을 것 같다는 직감이 그의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구조 파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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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식은 다시 한 번 블랙큐브를 향 해 구조 파악 스킬을 사용했다. 그 의 손에서 흘러나온 푸른빛이 블랙 큐브 안으로 흘러들어갔다.

-띠링.

[A급 메모리 큐브의 구조 파악에 실패하였습니다.]

[구조 파악 스킬 레벨이 부족합니다.]

‘역시 실패인가.’

영식은 살짝 아쉽다는 표정을 지으 며 침음을 삼켰다. A급 메모리 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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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를 해석하기 위해서 몇 레벨의 구 조 파악 스킬이 필요할지 감이 잡히 지 않았다.

‘하지만.’

영식은 고개를 돌려 아직 30여 개 가 남은 블랙큐브들을 바라보았다. 이 정도 양이라면 구조 파악 스킬의 레벨을 올리는 것은 어렵지 않을 것 이다.

영식은 일단 A급 블랙큐브를 내려 놓고 다른 블랙큐브들의 구조 파악 부터 시작했다. 중간에 C급 블랙큐 브가 2개 정도 있었지만 D급 블랙 큐브에 비하여 스탯을 조금 더 올려 준다는 것을 제외하고는 다른 점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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없었다.

띠링.

[구조 파악 스킬 레벨이 5로 상승 하였습니다.]

‘좋아.’

그렇게 오르지 않던 구조 파악 스 킬의 레벨이 블랙큐브들에 사용하는 것만으로 순식간에 2레벨이 올랐다. 그에게 있어 보안 코드를 해제할 수 있는 구조 파악의 레벨은 다른 무엇 보다 중요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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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식의 입가에 짙은 미소가 지어졌 다. 영식은 아직 남아 있는 10개 정 도의 블랙큐브를 향해 손을 뻗었다.

띠링.

[□급 메모리큐브의 구조 파악이 성공하였습니다.]

[구조 파악 스킬의 숙련도가 상승 하였습니다.

[메모리 큐브에 담긴 능력치 보정 이 계승됩니다.]

[지능 스탯이 +2 상승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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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 파악의 레벨이 오른다고 숙 련도가 대폭 상승하지는 않는군.’

영식은 아쉽다는 표정을 지으며 손 에 쥔 블랙큐브를 내려다보았다. 소 환자 레벨과 마찬가지로 스킬 레벨 도 레벨이 오를수록 획득할 수 있는 경험치가 줄어들었다.

‘6레벨을 찍을 수 있을까?’

이미 2레벨이 상승한 것만으로도 두 단계의 보안 레벨을 해방할 수 있지만 막상 이런 ‘대박’을 겪게 되 니 부족하다는 느낌이 드는 것도 사 실이었다.

‘사람 욕심은 끝이 없다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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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식은 순간적으로 떠오른 그 생각 에 피식 웃음을 홀렸다. 온몸이 기 계장치로 되어 있는 존재가 스스로 를 사람이라고 표현하는 것이 어쩐 지 희극적으로 느껴졌다.

“일단 A급은 마지막에 시험해볼 까.”

영식은 그렇게 중얼거리며 남아 있 는 블랙큐브에 구조 파악을 사용했 다. A급 블랙큐브에 구조 파악을 시험해보기 전까지 한 단계 더 구조 파악 스킬의 레벨을 올리고 싶었지 만, 아쉽게도 구조 파악 스킬의 레 벨은 오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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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영식은 살짝 긴장된 표정으로 마지 막으로 남은 한 개의 블랙큐브를 내 려다보았다. 구조 파악 스킬이 4레 벨이었을 때는 구조 파악에 실패했 던 블랙큐브. A급이라는, 고레벨 소 환자들도 쉽게 구하기 힘든 등급의 물건이 그의 앞에 놓여 있었다.

영식은 손을 뻗어 A급 블랙큐브를 만졌다. 손끝에서 느껴지는 딱딱한 감촉이 왠지 정겹게까지 느껴졌다.

“구조 파악.”

영식은 마지막 남은 한 개의 블랙 큐브를 향해 구조 파악 스킬을 사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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했다. 이제까지보다 훨씬 더 밝은 푸른빛이 그의 손에서 폭발적으로 빠져나갔다.

“크윽.”

영식은 빠르게 줄어드는 마력을 느 끼며 눈살을 찌푸렸다. 이제까지 구 조 파악 스킬을 사용하면서 이런 감 각을 느끼는 것은 처음이었다.

구조 파악 스킬 자체가 마력이 거 의 들지 않는 스킬이었기 때문에 마 력 회복속도가 구조 파악 스킬에 사 용되는 마력보다 더 빨랐다.

하지만 이번에는 전신의 마력이 바 닥을 보일 정도로 순식간에 빨려 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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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갔다. 영식은 남아 있는 마력을 쥐어짜내며 블랙큐브 안에 집어넣었 다.

띠링.

[A급 메모리 큐브의 구조 파악에 성공하였습니다.]

[구조 파악 스킬의 숙련도가 폭발 적으로 상승합니다.]

[구조 파악 스킬 레벨이 6레벨로 상승하였습니다.]

‘그렇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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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식은 눈앞에 떠오른 메시지 창을 바라보며 씨익 미소를 지었다. A급 메모리 큐브의 구조 파악에 성공했 다는 것과 구조 파악 스킬의 레벨이 상승했다는 메시지가 그의 가슴을 두근거리게 만들었다.

치 익.

희미한 잡음과 함께 그의 머릿속에 영상이 떠올랐다. 영식은 두 눈을 감고 그 영상에 정신을 집중했다.

황량한 사막, 대지가 죽어버린 것 처럼 메말라 비틀어져 있는 그 사막 위에 전신에 하얀색 갑주를 입고 있 는 골렘이 쓰러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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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 갑주를 입은 골렘은 고개를 들었다. 그의 시선 너머로 거대한 ‘기계장치의 산’이 보였다.

-꽤나 단단한 몸이네. 마음에 들었 어. 너로 하지.

그때 나지막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 다. 골렘은 고개를 들어 자신을 바 닥에 쓰러트린 존재를 바라보았다.

마치 안개가 낀 듯이 흐릿한 형체 를 가진 존재였다.

-그어어어어어어!

하얀 갑주의 골렘은 바닥을 박차고 몸을 띄웠다. 그의 손에는 새하얀 빛을 뿜어내는 방패가 쥐어져 있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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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쿵!

방패를 통해 무시무시한 충격파가 퍼져나갔다. 흐릿한 형체를 가진 존 재는 피식 웃음을 흘리며 손을 휘저 었다.

-콰앙!

방패에서 쏘아낸 충격파가 공간의 일그러짐에 닿으며 터져나갔다. 흐 릿한 형체를 가진 존재는 힘을 다하 고 바닥에 쓰러진 골렘을 향해 천천 히 걸어왔다.

-네가 분명 고대 유적의 가디언이 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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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릿한 형체를 가진 존재는 비릿한 미소를 지었다. 블랙큐브가 쥐어진 그의 손이 골렘을 향했다.

-이제까지 해왔던 일과 별로 다르 지 않을 거야.

그는 그렇게 말하며 블랙큐브를 골 렘의 머리에 가져다 대었다.

시야가 일그러지며 끔찍한 소음이 주변을 뒤흔들었다.

“크윽!”

영식의 머릿속에 떠올랐던 영상이 끊겼다. 영식은 머리가 뜨거워지는 감각에 이마에 손을 올리고 침음을 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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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A급 메모리 큐브이기 때문일까? 이번에 나온 영상은 이제까지의 영 상보다는 조금 더 많은 정보가 들어 있었다.

‘저 골렘이 든 방패가 광휘의 방패 인가?’

영식은 새하얀 갑주를 입은 골렘이 들었던 방패를 떠올렸다. 분명 라이 트 실드 길드를 상징하는 한철호의 광휘의 방패가 틀림없었다.

‘저 골렘에게서 얻은 아이템이 광 휘의 방패였나 보군.’

지금 생각할 수 있는 가능성 중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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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타당한 것은 한철호가 저 골렘 을 잡고 광휘의 방패를 얻었다는 것 이었다.

영식의 눈빛이 날카롭게 빛났다.

‘저 영상 속에 나오는 흐릿한 존 재.’

메모리 큐브에 담긴 영상에 빠짐없 이 등장하는 흐릿한 형체의 존재.

영식은 눈을 감고 40여 개의 달하 는 블랙큐브에서 얻은 영상들을 머 릿속에서 떠올려보았다.

“……한 명이 아니야.”

감겨졌던 두 눈이 천천히 떠졌다. 영식의 눈이 차갑게 빛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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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똑같이 형체를 알 수 없이 흐릿한 존재였지만 말투가 조금씩 달랐다.

‘그러고 보니 처음 루더렉의 메모 리 큐브에 구조 파악을 사용할 때도 서로 대화를 나누고 있었지.’

영식은 처음 블랙큐브에 구조 파악 을 사용했을 때를 떠올리며 딱딱하 게 표정을 굳혔다.

‘그럼 괴물들의 창조주가 하나가 아니라는 소리인가?’

지금 생각할 수 있는 가능성으로는 그것이 가장 타당했다.

영식은 짧은 침음을 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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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A급 메모리 큐브를 해석했을 때도 알 수 있었지만 이 ‘창조주’들 이 가진 힘은 상식을 벗어나 있었 다.

A급 보스몬스터가 손짓 한 번에 형편없이 바닥을 구를 정도로.

그런 창조주가 하나도 아니고 여럿 이 있다면 소환자들의 최종 목표인 북방 정벌은 더더욱 요원해질 것이 분명했다.

‘……지금 당장은 쓸데없는 고민이 지만.’

지금 살바토르 길드는 북방 정벌은 커녕 자신의 한 몸 건사하기도 힘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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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망자 신세였다. 당장 목에 칼이 드리워진 상황에서 북방 정벌이라는 말은 헛소리나 다름없었다.

‘하지만 언젠가!’

영식의 머리가 뜨거워졌다. 언젠가, 살바토르 길드를 3대 길드, 그 이상 으로 키워 북방으로 향하겠다는 강 렬한 의지가 그의 몸을 뒤흔들었다.

“음……T

영식은 자기도 모르게 끓어오르는 의지에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이전 에도 느꼈던 기시감이었다.

왜 자신은 더욱 큰 힘을 얻고 세 력을 키워, 북방으로 향하려고 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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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

영식은 다른 소환자들이랑은 달랐 다. 그에게는 지구로 돌아가겠다는, 소환자들이 북방을 정벌하려고 하는 가장 근본적인 생각조차 없었다. 지 구에 대한 일말의 그리움도 없다.

하지만, 북방 정벌에 대한 의지는 확고했다.

양립할 수 없는 두 가지 생각이 그의 머릿속을 복잡하게 만들었다. 영식은 잃어버린 기억 속 너머에 있 는 ‘자신’이라는 망령이 그의 몸에 달라붙는 감각을 느꼈다.

띠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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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불쾌한 감각은 맑은 방울소리와 함께 사라졌다. 영식은 고개를 들었 다.

[메모리 큐브에 담긴 능력치 보정 이 계승됩니다.]

[제한 레벨이 3상승합니다. ‘광명

Lv 1’ 스킬을 습득하였습니다.]

U..| ≫

어지간한 일로는 놀라지 않는 영식 의 두 눈이 부릅떠졌다. 그 정도로 눈앞에 떠오른 메시지에서 얻을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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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는 정보는 충격적이었다.

‘광명 스킬이라면……

영식은 강제 해방 당시의 기억을 떠올렸다. 강제 해방을 한 자신을 순간적이나마 막아냈을 정도로 강력 한 방어력을 가진 빛의 방패 3개를 소환할 수 있는 스킬이었다.

광휘의 방패라는 A급 레어 아이템 에 담긴 스킬이 그에게 직접 계승된 것이다. 게다가 단순히 스킬을 얻은 것만도 아니었다. 소환자들에게 있 어서 힘의 척도?이자, 모든 것이라고 표현해도 과언이 아닌 레벨 제한까 지 상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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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

영식의 입에서 허탈한 웃음소리가 홀러 나왔다.

수십 개에 달하는 블랙큐브를 발견 했을 때, 대박이라는 예감이 들기는 했다.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구 조 파악의 레벨을 많이 올려서 더 상위의 보안 레벨을 개방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만 생각했다.

하지만 막상 블랙큐브들을 해석하 고 나니 얻은 것은 단순하게 구조 파악 스킬의 레벨 상승만이 아니었 다. 괴물들의 창조주가 하나가 아니 라 어려 명이라는 정보. 레벨을 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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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지 않으면 얻을 수 없는 스탯. 레 벨 제한치의 상승과 스킬의 습득까 지.

블랙큐브는 어처구니없을 정도로 많은 것을 그에게 주었다.

영식의 입가가 비틀어 올라갔다.

‘답은 블랙큐브였어.’

영식은 자신의 성장을 위해서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이번에 확실 히 깨달았다.

제조스킬을 통한 구조 파악 스킬의 레벨 상승?

그것은 블랙큐브가 주는 막대한 보 상 앞에서 하찮을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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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보스몬스터 자체가 거

의 없으니.’

영식은 아쉽다는 표정을 지으며 쯧, 하고 혀를 찼다.

제조스킬을 통해서 구조 파악 스킬 을 올리는 것은 재료와 골드만 충분 하면 얼마든지 계속할 수 있다는 장 점이 있었다.

‘그리고 제조스킬이 이제 슬슬 쓸 모 있어졌으니까.’

생활의 달인이 되라는 것도 아니고 주구장창 가전제품만 만들어낼 수 있었던 제조스킬이 레벨이 오르면서 점차 쓸모 있는 것을 만들 수 있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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되었다.

이번에 영식이 만들려고 하는 드론 도 그중 하나였다.

‘그래도 얻을 방법이 있다면 무조 건 블랙큐브부터 얻어야 겠군.’

영식은 그렇게 생각하며 왼손을 오 른팔 위에 올렸다.

사실 이제까지 얻은 보상들은 그가 예상하지 못한 ‘부수입’에 불과했다. 그가 진정으로 바랐던 것은 스탯의 상승이나 새로운 스킬이 아니었다.

“구조 파악.”

영식은 자기의 몸을 향해 구조 파 악 스킬을 사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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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란한 푸른빛이 그의 전신에서 퍼 져나갔다.

- 찰칵.

톱니바퀴가 맞물리는 소리가 그의 몸속에서 울려 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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