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벨업 머신 042화
블랙큐브의 힘(5)
라이트 실드 길드 습격이 성공적으 로 끝난 후, 영식 일행은 따로 떨어 져 나와 루베린으로 향했다. 루베린 근처에 다음 사냥 목표로 삼고 있는 트롤 서식지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당연하지만, 이전에 있던 길드 하 우스를 사용할 수는 없었던 영식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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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로 길드 하우스에서 떨어진 곳 에 여관을 잡았다.
왕국 공안이 조사를 한다면 가장 먼저 루베린부터 시작할 것이기 때 문에 조금 위험하다는 생각도 했지 만 어차피 영식, 길수, 아라의 경우 얼굴이 전혀 알려지지 않았다. 엘노 트 왕국 공안이 아무리 날고 기는 조직이라고 하더라도 그들에 대한 것은 알기 쉽지 않을 것이다.
“후우. 이렇게 3명이서 함께 다니 는 건 또 오랜만인 것 같군.”
길수는 여관방 안에 짐을 풀며 그 렇게 말했다. 그의 등에는 라이트 실드 길드장인 한철호가 사용하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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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휘의 방패가 매여 있었다.
그 말에 영식은 피식 웃음을 홀리 며 고개를 끄덕였다.
“예. 길드에 들어간 이후에는 3명 이서 다닐 일이 없었으니까요.”
“껄껄. 처음 튜토리얼 때가 떠오르 는구만.”
길수는 어딘가 아련함이 느껴지는 목소리로 웃음을 홀렸다. 그의 말에 아라가 희미한 미소를 지으며 장난 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뭘 그렇게 세상 다 산 것 같은 말 을 하고 계세요, 아저씨?”
“으음. 이래 보여도 아직 팔팔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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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대라네. 너무 늙은이 취급하면 곤 란해.”
길수는 그녀의 농에 살며시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처음 튜토리얼 때 에는 쉽게 상상하기 힘든 편안한 분 위기의 대화였다.
“그래서, 바로 그 트롤이란 몬스터 를 잡으러 갈 생각이야?”
아라가 영식에게 고개를 돌리며 물 었다. 영식은 천천히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
“아니. 일단 좀 준비가 필요할 것 같아.”
“무슨 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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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라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영식은 씨익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 다.
“이번에는 한 번 폭렙이라는 걸 해 볼 생각이거든.”
“폭렙?”
아라는 눈살을 찌푸렸다. 폭렙이라 는 단어가 무엇을 뜻하는지 모르는 것은 아니었다. 다만 폭렙이라는 것 이 그렇게 쉽지 않은 일이라는 것을 알고 있을 뿐이었다.
영식은 인벤토리에서 검은색 정육 각형의 물건을 꺼냈다. 한철호의 창 고에서 얻은 블랙큐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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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레벨이랑은 조금 다르지만.”
영식은 손에 쥔 블랙큐브를 바라보 며 중얼거렸다.
확실히 보안 레벨을 해방하는 것은 일반적인 레벨업과는 다른 의미였 다. 하지만 그 효과만큼은 일반 레 벨업과 비교할 수 없었다.
‘이번에는 꼭 좋은 무기가 나왔으 면 좋겠는데.’
영식은 부스트에 이어 얻은 4번째 능력을 떠올렸다. 그가 얻은 능력은 ‘슬로우 모션’. 3초간 시간이 느리게 가는 것처럼 동체시력을 극대화시킬 수 있는 능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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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히 능력만 따진다면 사기적인 능력이었다. 1초, 1초가 중요한 급 박한 전투 상황에서 3초라는 시간 동안 주변이 정지한 것 같은 모습으 로 볼 수 있다는 것은 전투에 있어 서 압도적인 우위를 점할 수 있다는 의미였다.
하지만 이 ‘슬로우 모션’은 재사용 시간이 무려 24시간이 되었다. 결정 적인 순간 이외에는 마음껏 사용할 수 없는 것이다.
자신보다 강한 소환자나 몬스터를 상대로는 전투 상황을 역전시킬 수 있는 히든카드 같은 능력이 되겠지 만, 레벨을 올리기 위한 사냥에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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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활용성이 낮은 것은 사실이었다.
영식이 원하는 것은 블레이드처럼 일상적으로 사용이 가능한 강력한 힘을 가진 무기였다.
“그럼 오늘은 푹 쉬어.”
영식은 그렇게 말하며 자신의 방 안으로 들어가 블랙큐브들을 꺼냈 다. 한철호의 창고에서 얻은 블랙큐 브의 숫자는 총 42개.
영식은 침대 위에 블랙큐브를 늘어 놓으며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그럼, 시작해볼까.”
영식은 한 손을 뻗어 블랙큐브에 가져다 대며 바로 구조 파악 스킬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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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했다.
띠링.
[D급 메모리 큐브의 구조 파악에 성공하였습니다.]
[구조 파악 스킬의 숙련도가 대폭 상승했습니다.]
맑은 방울소리와 함께 영식의 머릿 속으로 한 가지 영상이 떠올랐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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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흑 같은 피부를 가진 라칸이 거 친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날카로운 이빨 사이로 끈적끈적한 침이 질질 흘러내렸다. 그의 주변에는 수많은 라칸들의 시체가 쓰러져 있었다.
검은색 라칸은 이글거리는 눈빛으 로 자신들을 이렇게 만든 존재를 노 려보았다. 마치 안개가 낀 것 같은 희뿌연 형체. 영상의 노이즈가 끼기 라도 한 듯 일그러지는 기억.
이번에도 그 정체를 알 수 없는 존재의 모습은 선명하게 보이지 않 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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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로 남은 검은색 라칸은 흉포한 괴성을 내지르며 흐릿한 형체의 존 재에게 다가갔다. 흐릿한 존재는 가 볍게 손가락을 튕겼다.
어마어마한 압력과 함께 검은색 라 칸의 몸이 바닥에 처박혔다. ‘압도 적’이라는 표현 이외에 다른 것을 생각할 수 없는 모습이었다.
바닥에 쓰러진 검은색 라칸에게 다 가온 흐릿한 형체의 존재는 짧은 한 숨을 내쉬었다.
-아니, 왜 고작 이 따위 놈들에게 큐브를 심으라는 건지 이해할 수가 없네. 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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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야.
그는 불평을 쏟아내며 검은색 라칸 의 머리에 블랙 큐브를 가져다 대었 다.
-인간을 죽여라.
그 목소리와 함께 블랙큐브가 라칸 의 머릿속으로 파고들었다.
라칸은 온몸을 비틀며 비명을 질렀 다.
“크윽!”
영식은 머리를 움켜쥔 채 자리에 주저앉았다. 라칸이 느꼈던 생생한 공포와 고통이 그의 머릿속으로 들 어왔다. 영식의 숨이 거칠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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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도 똑같아.’
영식은 전에 루더렉의 블랙큐브에 구조 파악 스킬을 사용했을 때를 떠 올렸다. 그때와 똑같았다. 그때처럼 누군가 인위적으로 몬스터의 몸 안 에 블랙큐브를 집어넣고, ‘인간을 죽이라’는 명령을 내렸다.
‘누구지?’
영식은 영상 속의 목소리를 떠올리 며 눈살을 찌푸렸다. 형체는 뿌옇게 보여 잘 알 수 없었지만 목소리는 왠지 익숙하게 느껴졌다.
‘……저게 그 창조주라는 놈인가.’
영식은 튜토리얼이 끝나고 거대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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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의 구체에게서 들었던 말을 떠올 렸다. 빛의 구체는 분명 소환자들에 게 ‘북방에서 괴물을 만들고 있는 창조주를 죽여라’라고 말했다.
블랙큐브를 사용해 몬스터를 지배 하는 것이 괴물을 만들고 있다는 의 미라면, 지금 이 영상 속에 보인 정 체불명의 존재는 소환자들의 최종 목적인 괴물들의 ‘창조주’라는 의미 였다.
영식이 괴물들의 창조주에 대한 사 고를 이어나기 전, 그의 사고를 끊 어내듯이 맑은 방울 소리가 다시금 울려 퍼졌다.
띠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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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모리 큐브에 담긴 능력치 보정 이 계승됩니다.]
[민첩 스탯이 +3 상승합니다.]
“……뭐야 이건?”
영식은 전에는 떠오르지 않았던 메 시지 창을 바라보며 살짝 당황스럽 다는 표정을 지었다. 재빠르게 스탯 창을 열어 보니 민첩 스탯이 상승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D급 메모리 큐브이기 때문인가?’
이전 메모리 큐브와 지금 메모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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큐브의 차이점이라면 그 정도밖에 없었다.
영식의 눈이 반짝 빛났다.
‘만약 그렇다면……
예상보다 더 대박일 수 있다는 생 각이 영식의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 다.
영식은 손을 뻗어 다른 메모리 큐 브를 집어 들고 구조 파악 스킬을 사용했다.
띠링.
[E급 메모리 큐브의 구조 파악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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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하였습니다.]
[구조 파악 스킬의 숙련도가 상승 했습니다.]
익숙한 방울소리와 함께 푸른색 메 시지 창이 떠올랐다. 전과같이 금속 장치에 묶여 있는 몬스터의 기억이 영식의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찌릿한 고통과 함께 영상이 끊겼 다. 딱히 이제까지와 다른 점을 느 낄 수 없는 영상이었다.
“……역시 E급은 스탯이 오르지 않는 건가.”
영식은 한동안 기다려도 눈앞에 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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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지창이 떠오르지 않자 아쉽다는 표정을 지었다. 영식의 시선이 남아 있는 블랙큐브 쪽으로 향했다.
지금 남은 블랙큐브의 숫자는 40. 저 모든 것이 E급일 리는 없으니 아직 실험을 해볼 수 있는 기회는 많이 남아 있었다.
영식은 바로 다음 블랙큐브를 향해 손을 뻗었다.
띠링.
[D급 메모리 큐브의 구조 파악에 성공하였습니다.]
[구조 파악 스킬의 숙련도가 대폭 상승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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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 파악 스킬의 레벨이 4로 상 승하였습니다.]
‘벌써!’
눈앞에 떠오른 메시지를 본 영식의 눈이 반짝 빛났다. 고작 3개의 메모 리 큐브에 구조 파악을 사용했을 뿐 이었는데 구조 파악의 레벨이 올라 있었다.
띠링.
[메모리 큐브에 담긴 능력치 보정 이 계승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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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 스탯이 +2 상승합니다.]
‘역시 D급 메모리 큐브부터는 스 탯이 상승했다. 영식은 곧장 자신의 스탯창을 열어 능력치를 확인했다.
[소환자 정보]
이름: 영식
레벨: 30/40
클래스: 기계공학자(히든)
체력: 732 마력: 5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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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탯〉
힘: 44
민첩: 47
강인함: 38
기량: 51
지력: 21
지혜: 20
운: 21
카리스마: 42
〈보유 스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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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 파악: Lv 4]
[분해: Lv 2]
[추출: Lv 3]
[제조: Lv 4]
[강화: Lv 1]
‘쯔..’
우、 ?
영식은 과부하를 겪지 않았다면 45가 되었을 제한 레벨을 생각하며 아쉽다는 표정을 지었다.
원래 그는 과부하를 겪기 전 33레 벨까지 레벨을 올렸지만 레벨 제한 치가 떨어지면서 자연스럽게 레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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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 스탯도 낮아졌다.
‘힘이 44, 민첩이 47, 강인함이 38 이라……
배한성에게 들은 정보에 의하면 현 재 자신의 레벨 +15 정도의 스탯이 가장 평균적인 스탯이라고 했다. 즉 레벨이 30이라면 45 정도 스탯 수 치를 가지고 있는 것이 일반적이라 는 의미였다.
물론 여기서 일반적이라는 것은 주 요 스킬을 대상으로 한 것이었다. 전사 클래스의 소환자가 자신의 레 벨 +15의 지능 수치를 가질 수 있 을 리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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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식의 경우 단순히 클래스만 놓고 보았을 때 가장 중요한 ‘기량’ 스탯 은 평균 이상이었다. 이전에 아이언 골렘의 시체를 활용하여 대량으로 제조 스킬을 사용했기 때문이었다.
기량 스탯이 부족하면 제조를 실패 하거나 아예 시도조차 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었기 때문에 기량 스탯이 높다는 것은 반가워할 만한 일이었 지만, 아쉽게도 기량 스탯은 직접적 인 전투에는 큰 영향을 주지 못했 다.
‘힘이랑 민첩은 평균 정도는 가지 만 강인함은 평균보다도 낮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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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거의 암살자에 가까운 영식의 전투 스타일을 생각해봤을 때 가장 필요한 스탯은 민첩과 힘 그리고 강 인함이 었다.
레벨과 스탯 차이가 났을 때 얼마 나 절망적인 격차가 나는지는 그동 안 수차례 봐왔다.
아무리 레벨이 높다고 하나 사람 수에 당할 수 없다고 하지만 이번에 살바토르 길드와 라이트 실드 길드 간의 싸움을 생각한다면 꼭 그런 것 만도 아니었다.
고레벨 소환자가 모여 집단을 이루 게 된다면 그것은 어중간한 숫자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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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레벨 소환자들로서는 감히 상대할 수 없는 아득한 벽이 되었다.
‘레벨을 올리지 않아도 스탯이 오 른다는 의미는?’
영식의 눈이 날카롭게 빛났다.
결국 소환자들이 레벨에 그렇게 집 착하는 이유도 단순하게 레벨업을 하면 체력과 마력, 스탯이 고르게 상승하기 때문이었다. 아무리 고레 벨이라도 스탯이 형편없다면 그것은 단순히 체력, 마력만 많은 빈껍데기 에 불과했다.
‘이거라면 레벨 이상의 힘을 얻을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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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식은 그렇게 생각하며 씨익 미소 를 지었다.
불현듯 그의 눈앞에 천태황의 모습 이 떠올랐다. 압도적이라는 표현이 가소롭게 느껴질 정도로 무시무시한 재능을 가진 소환자. 절대 닿을 수 없을 것 같았던 그의 뒷모습이 마치 손에 잡힐 정도로 가까워진 것 같은 기분이었다.
영식은 손을 뻗어 차근차근 블랙큐 브에 구조 파악을 사용했다.
그때 였다.
?띠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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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급 메모리 큐브의 구조 파악에 실패하였습니다.]
[구조 파악 스킬 레벨이 부족합니다.]
무려 A급에 달하는 메모리 큐브가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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