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벨업 머신 026화
예상치 못한 대박(3)
‘여긴…… 어디?’
3미터는 될 법한 거대한 크기를 가진 리자드맨이 눈을 떴다.
그의 이름은 루더렉.
용맹한 리자드맨 전사였다. 그는 약에 취한 듯이 멍한 눈빛으로 허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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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 응시했다. 그의 입에서 끊어질 듯이 희미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준비 끝났어?
-응. 이제 넣기만 하면 돼.
-하아. 고작 이런 놈 하나 만드는 데도 이렇게 힘들다니.
-어쩔 수 없잖아. 지금 우린…….
희미한 시선 너머로 누군가의 대화 소리가 홀러 들어왔다.
루더렉은 몽롱한 정신 속에서 주변 을 둘러보았다. 그는 자신의 몸이 단단한 금속 장치에 묶여 있는 것을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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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이제부터 이게 네가 할 일이 다.
대화를 나누고 있던 두 존재 중 하나가 그에게 다가왔다. 그 존재는 그의 주먹의 반에 반도 되지 않은 작은 크기의 검은색 정육각형 물체 를 그의 머리에 가져다 대었다.
-인간들을 죽여라, 루더렉.
그 말과 함께, 무시무시한 고통이 그의 전신을 뒤흔들었다.
“크윽!”
영식의 머릿속에서 이어지던 영상 이 끊어졌다. 찌릿한 두통이 그의 머리를 스쳐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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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걸어가던 그의 일행이 그를 향해 몸을 돌렸다.
“영식 군. 어디 몸이라도 안 좋은 가‘?”
“괜찮아?”
길수와 아라가 걱정에 찬 표정으로 영식에게 다가왔다.
영식은 한 손으로 이마를 움켜쥐며 대답했다.
“괜찮습니다. 잠시 두통이 와 서……
“음. 피로가 쌓인 걸 수도 있겠네 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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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식에게 다가온 배한성이 그에게 손을 내밀었다.
“큐어.”
그의 입에서 짧은 스킬명이 흘러나 오며 새하얀 빛이 영식의 머릿속으 로 홀러 들어갔다.
순간 영식은 희미하게 남아 있던 두통이 사라지며 머리가 청량해지는 감각을 느꼈다.
“일단 회복 마법을 걸어두었습니 다. 돌아가면서 만나는 리자드맨들 은 제가 다 처리할 테니 들어가서 쉬시죠.”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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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식은 배한성을 향해 깊게 고개를 숙였다. 그는 진심으로 한성에게 고 마움을 느꼈다.
살바토르 길드가 지금 상황이 어쨌 든 간에, 그들은 과거 대륙 동부에 서 한 획을 그었던 거대한 길드였 다. 그런 길드의 길드원이 레벨 제 한의 평균조차 되지 않는 25레벨에, 기계공학자라는 알 수 없는 생산직 클래스를 가진 자신에게 이렇게 잘 해 준다는 것은 쉽게 이해할 수 없 는 일이었다.
이것은 단순히 이해관계를 떠나서 배한성이 그를 길드원, 가족이라고 생각한다는 의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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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식은 한성과 같은 성격이 아니었 다. 그는 냉철했고, 계산적이었다. 자신의 이득을 위해서라면 가차 없 이 아군을 배신하는 쓰레기는 아니 었지만, 감정에 얽매여 이득을 포기 하는 성격도 아니었다.
그런 그에게 있어 한성과 같은 사 람은 찬란하게까지 느껴졌다.
“하하. 아닙니다. 앞으로…… 함께 헤쳐 나가야 할 일이 많을 테니까 요.”
한성은 그렇게 말하며 씁쓸한 미소 를 지었다.
그는 몸을 돌려 루베린으로 향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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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길드에 돌아온 영식은 티리아의 환 영을 받으며 갖은 질문공세를 당했 다.
밥은 부족함 없이 먹었느냐, 어디 다친 곳은 없느냐, 피곤하진 않느냐.
길드장이라기보다는 자식 걱정을 하는 어머니(?)와 같은 느낌으로 그 녀의 질문이 이어졌다.
“아무 일 없었습니다. 걱정하지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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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요.”
“흐음. 그래도 아직 레벨이 낮으시 니 걱정되네요. 갑작스럽게 이 세계 에 오셔서 많이 혼란스러우실 텐 데…… 티리아는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영 식 일행을 바라보았다.
영식은 자기 일도 아닌 것에 안절 부절못하는 표정을 짓고 있는 티리 아를 바라보며 피식 웃음을 홀렸다.
그는 왜 살바토르 길드원들이 지구 인도 아닌 원주민인 티리아를 길드 장으로 모시고 있는지 그 이유를 알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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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걱정되기는 하지만.’
그녀의 친절함은 지금 같은 상황에 서는 아주 고마웠다.
하지만 살바토르 길드가 몰락을 겪 었을 때처럼, 그녀가 자신의 착한 성격 탓에 선택을 망설이는 순간 큰 재앙이 닥쳐올 수도 있었다.
영식은 그런 생각을 하며 티리아를 향해 입을 열었다.
“그런데 길드장님은……
“편하게 티리아라고 불러주세요.”
“음. 알겠습니다. 티리아 님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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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님’ 자를 붙이시지 않아도 돼요.”
그녀의 말에 영식은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그가 살바토르 길드에 온 지는 고 작 하루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너 무 과도한 친절은 오히려 부담스러 웠다.
“나중에 그러도록 하겠습니다.”
“으음. 알겠어요.”
티리아는 거리를 두는 영식을 바라 보며 어딘가 풀이 죽은 표정을 지었 다. 영식은 그런 그녀를 보고 깊은 한숨을 내쉬며 말을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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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곳에 살고 있던 원주민 들은 처음 소환자들이 왔을 때 큰 혼란을 겪지 않으셨나요?”
“아무래도 그랬죠. 왕국 전체가 그 일로 굉장히 떠들썩했어요.”
그녀는 씁쓸한 표정으로 말을 이었 다.
“그리고…… 좋지 않은 마음을 품 은 사람도 많았고요.”
그녀의 말에 영식은 고개를 끄덕였 다.
어느 날 갑자기 수천 명의 사람들 이 나타난 것이다. 그런 그들을 이 용하려고 드는 사람이 없을 수가 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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었다.
“그래도 소환자 여러분 덕분에 북 방의 괴물들의 진격을 막을 수가 있 었어요. 그 점에 대해서는 아무리 감사의 인사를 해도 부족하지 않다 고 생각합니다.”
그녀는 상냥한 미소를 머금은 채 그렇게 말했다.
영식은 피식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저희도 이렇게 머물 장소와 지원 을 아끼지 않아주셔서 감사합니다.”
“후훗. 아니에요. 오늘은 많이 지치 셨을 테니 이만 들어가서 편히 쉬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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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
티리아는 그렇게 말하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영식은 그녀에게 몇 가지 질문을 더 하고 싶었지만 나중에 물어보자 고 생각하며 어제 배정된 방으로 향 했다.
“그럼 내일도 바로 사냥을 나갈 생 각이니 아침에 준비를 마쳐주세요.”
“알았네. 편히 쉬게.”
“내일 봐.”
길수와 아라는 영식에게 인사를 건 네며 그들의 방으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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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남은 영식도 자신의 방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후우.”
드디어 혼자 있게 된 영식은 바로 품속에서 블랙큐브를 꺼내들었다.
“이건?
영식은 복잡한 표정으로 손에 쥔 블랙큐브를 내려다보았다. 그는 블 랙큐브에 구조 파악 스킬을 사용했 을 때 머릿속에 떠오른 영상들을 생 각했다.
‘분명 루더렉의 기억이었어.’
거대한 금속장치에 묶여 있던 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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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맨. 그것은 분명 천태황이 처치한 보스몬스터 였다.
영식은 왜 블랙큐브를 통해 그의 기억이 흘러 들어왔는지 이해할 수 가 없었다.
‘일종의 블랙박스 같은 건가?’
영식은 손에 쥔 블랙큐브를 돌려보 며 그렇게 생각했다.
확실히 대상의 기억이 저장되어 있 다는 점에서 블랙큐브와 블랙박스의 역할은 비슷해 보였다.
한동안 생각을 이어가던 영식은 천 천히 고개를 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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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히 기록의 기능밖에 없는 블랙 박스라고 하기에는 정체를 알 수 없 는 존재들이 루더렉 안에 블랙큐브 를 집어넣으며 했던 말들이 거슬렸 다.
“차라리 제어장치에 가까운데
영식은 그렇게 중얼거리며 가늘게 눈을 떴다.
마법이 존재하는 세계에서 대상을 꼭두각시로 만들어 버리는 물건이 있다는 것은 그리 놀랍지 않았다. 다만 문제는, 이 장치가 ‘기계’라는 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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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째서?’
영식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눈살을 찌푸렸다.
이 세계에 기계라고는 존재하지 않 았다. 그 역할을 대신하는 마도구만 이 존재할 뿐이었다. 그런데 기계가 다른 곳도 아니고 보스몬스터의 안 에서 발견됐다?
영식은 두 눈을 지그시 감으며 생 각에 잠겼다.
아무리 생각을 이어나가도 왜 보스 몬스터의 안에서 발견된 블랙큐브가 ‘기계’인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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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음. 일단 그 문제는 제쳐두
영식은 그렇게 중얼거리며 자신의 상태창을 열어 보았다.
구조 파악 스킬이 레벨2로 표시된 것이 그의 눈에 들어왔다.
영식의 입가에 짙은 미소가 지어졌 다.
“좋아.”
영식은 오른팔에 왼손을 올린 채 ‘구조 파악’ 스킬을 사용했다. 푸른 색 빛이 그의 몸 안으로 스며들며 기이한 열기가 전신을 감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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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귓가에 딱딱한 기계음이 흘러 들어왔다.
치익.
[보안 코드에 대한 간섭이 감지되 었습니다.]
[외부 간섭이 보안 코드의 해석을 시도하였습니다.]
[외부 간섭이 보안 코드 3단계의 해석에 성공하였습니다.]
[개방 가능한 최대 보안 레벨이 3 단계로 상승하였습니다. 보안 레벨 을 해방하시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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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식은 예상했던 기계음이 귓가에 들리자 씨익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찰칵.
톱니바퀴가 맞물리는 듯한 소리가 그의 귓가에 들려왔다. 잊혀진 기억 의 파편 중 하나가 그의 머릿속에 떠올랐다.
자신은 차가운 금속으로 이뤄진 통 로를 걸어가고 있었다.
피곤한 표정으로, 지친 표정으로, 질린 표정으로 끝없이 이어진 통로 를 걸어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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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그의 발에 무언가 부딪혔다. 고개를 내리니 그곳에는 검은색 정 육각형의 물체가 굴러다니고 있었 다.
“이제…… 잘못을 바로잡을 때지.”
자신은 그런 말을 중얼거리며 검은 색 정육각형의 물건을 발로 짓밟았 다.
콰직.
흑요석처럼 생긴 검은색 파편이 복 도에 흩뿌려졌다.
그렇게 그의 머릿속에 떠오른 기억 은 끊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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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윽!”
영식은 찌릿한 두통에 머리를 움켜 쥐었다. 그는 자신의 머릿속에 떠오 른 영상을 생각하며 딱딱하게 표정 을 굳혔다.
‘블랙큐브?’
그때 복도에 굴러다니던 물건은 지 금 그가 손에 쥐고 있는 것과 같은 블랙큐브였다.
영식은 왜 자신이 블랙큐브를 보고 ‘어디선가 본 것 같은’ 느낌이 들었 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그는, 실제 과거에 블랙큐브를 본 경험이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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띠링.
[보안 레벨 3단계가 해방되었습니다.]
[부스트를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부스트?”
이어지던 영식의 생각이 귓가에 들 리는 기계음에 끊겼다.
영식은 홍미롭다는 표정으로 자신 의 몸을 내려다보았다.
특별히 외형적으로 바뀐 것은 눈에 띄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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띠링.
[구조 파악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졌 습니다.]
[구조 파악 스킬의 숙련도가 상승 합니다.]
[새로운 경지에 발을 딛으셨습니 다. 레벨 제한치가 상승합니다.]
기계음에 이어 맑은 방울소리가 귓 가에 들리며 푸른색 메시지창이 떠 올랐다.
영식은 눈을 반짝이며 ‘레벨 제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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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가 상승했다’라는 부분을 바라보 았다.
‘35로 상승했어.’
영식은 상태창을 열어 자신의 스텟 과 제한 레벨을 확인했다. 제한 레 벨은 전과 같이 10이 올랐지만 스 텟의 경우 전보다 더욱 큰 폭으로 상승한 것을 알 수 있었다.
상태창을 확인한 영식의 입가에 짙 은 미소가 지어졌다. 자신이 강해지 기 위해서 선택한 방법이 틀리지 않 았다는 확신이 들었다.
영식은 주먹을 움켜쥐었다.
자신과 비교조차 할 수 없는, 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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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일 정도로 강했던 천태황의 모습 이 떠올랐다.
그를 따라잡을 수도, 아니 뛰어넘 을 수도 있다는 근거 없는 직감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부스트라……
영식은 새롭게 얻었다는 능력에 대 해서 생각했다.
“시험부터 해볼까”
영식은 기대감에 찬 눈빛으로 일단 한 번 새로 얻은 능력을 시험해 보 기로 했다.
“부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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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우우욱!
그의 말과 함께 영식의 양 날개뼈 쪽에서 제트 분사와도 같은 불꽃이 뿜어져 나왔다.
영식의 몸이 튕겨지듯 앞으로 쏘아 졌다.
“어, 어?”
엄청난 속도로 앞으로 쏘아지는 자 신의 몸을 제어할 수 없던 영식은 다급한 표정으로 팔을 휘저었다.
하지만 그런 그의 노력에도 불구하 고 한 번 붙은 가속도를 멈출 수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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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웅!
영식의 몸이 벽에 출동했다. 포탄 처럼 쏘아진 그의 몸은 그대로 벽을 뚫고 들어가 버렸다.
그의 옆방에는 때마침 진흙이 묻은 옷을 갈아입고 있던 아라가 있었다. 벽을 뚫고 들어온 영식과 반라 상태 의 아라의 시선이 허공에서 얽혔다.
죽음과도 같은 침묵이 내려앉았다.
영식은 무척이나, 무척이나 불길한 예감을 느끼며 어색한 미소를 지었 다. 그는 이 상황을 어떻게든 해결 해야겠다는 생각에 머릿속에 떠오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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는 말을 아무렇게나 지껄였다.
“역시 모델답게 몸매가 좋……
“꺄아아아아아악!”
퍼억
아라의 주먹이 영식의 명치에 정확 하게 틀어박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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