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벨업 머신 019화
길드에 가입하다(3)
“어……. 음. 알았어.”
유나는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영식 에게 미니 선풍기를 돌려주었다.
영식은 그녀에게 받은 미니 선풍기 를 다시 인벤토리 안에 집어넣었다.
그런 영식의 모습을 본 유나는 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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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하다는 듯이 물었다.
“그럼 리자드맨 사냥은 어떻게 한 거야?”
“아까 전에 보셨던 무기로 했습니 다.”
“……스킬도 없이?”
유나는 놀랍다는 표정으로 그를 바 라보았다.
스킬도 없이 리자드맨을 잡다니?
어지간히 기술이 좋거나 높은 레벨 로 찍어 누르지 않으면 절대 불가능 한 일이었다.
‘별로 레벨이 높아보이지는 않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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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
그렇다면 순수한 실력만으로 리자 드맨을 잡았다는 말이 되었다.
유나는 흥미롭다는 표정으로 영식 의 왼쪽 손등을 바라보았다.
그녀의 시선에 영식은 태연한 목소 리로 대답했다.
“아라의 스킬이 냉기 계열 마법들 이라 쉽게 잡을 수 있었습니다. 리 자드맨들은 추위에 약하니까요.”
“음……. 그렇긴 하지만.”
유나는 탐탁지 않다는 눈빛으로 영 식을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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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같은 저레벨 소환자인데 냉기 마법이 그렇게까지 엄청난 효과를 발휘할 리가 없었다.
“혹시 예전에 무술이라도 배운 거 야?”
“네. 몸을 지킬 정도는요.”
영식은 자신이 기억을 잃었다는 사 실까지도 그녀에게 숨겼다.
그에 대해서 알려주는 것은 나중이 라도 늦지 않았다.
“음. 알았어. 일단 이동하자.”
유나는 몸을 돌려 늪지대를 걸어갔다.
영식 일행은 그녀의 뒤를 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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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늪지대를 걷던 유나는 무언 가 생각났다는 듯이 영식을 향해 고 개를 돌렸다.
“아, 맞아. 하나 얘기해 주지 않은 게 있어.”
“말씀하세요.”
영식 일행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유 나의 말에 집중했다.
유나는 어딘가 씁쓸하게 느껴지는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우리 길드장…… 티리아 언니는 지구인이 아니라 원주민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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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말에 영식 일행은 모두 놀 랍다는 표정을 지었다.
듣기로는 길드란 것 자체가 기존에 견고한 세력을 이루고 있는 원주민 들에게 대항하기 위해 지구인들이 만든 것이라 했다.
그런데 그 길드의 장이 원주민이라 니?
쉽게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다.
비유를 하자면 흑인 인권 단체의 수장이 백인인 셈이었다.
물론, 현재 지구인들은 과거 흑인이 당했던 차별과는 달리 견제를 받고 있지만 느낌 자체는 그와 비슷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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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드장이 원주민이라니……. 좀 특이하네요.”
지난 2주간 이 세계에 대한 정보 를 모으면서 원주민이 길드장으로 있는 길드에 대해서는 들어보지 못 했던 영식은 흥미롭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착하고 좋은 사람이야. 너무, 사람 이 너무 좋아서 문제일 뿐이지.”
그녀는 씹어 삼키는 듯한 말투로 그렇게 말했다. 유나의 눈빛에 명백 한 분노의 감정이 서렸다.
영식은 그에 대해 굳이 물어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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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차피 그녀의 길드로 들어가 함께 생활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알게 될 일이었다.
‘지금은 라이트 실드 길드에게서 지켜줄 수 있는 힘만 있으면 돼.’
영식은 앞에 걸어가는 유나의 뒷모 습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지금 그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힘 을 쌓을 때까지 최소한의 안전이었 다.
더 빨리 강해져야 해.
영식은 깊게 가라앉은 눈빛으로 자 신의 손을 내려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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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습격을 겪으면서 이 세계에서 살아가기 위해서는 반드시 힘이 필 요하다는 사실을 다시금 깨달을 수 있었다.
그리고 그에게 있어서 힘을 쌓는다 는 것은 단순히 이 세계에 더 잘 적응하기 위함이 아니었다.
자신의 기억을 되찾는 일과도 맞물 리는 일이었다.
영식은 유나의 뒤를 따라 걸으며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서 생각을 이 어나갔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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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바토르 길드는 영식 일행이 머무 르고 있던 항구도시 벨렌의 옆 도시 인 루베린에 위치해 있었다.
루베린은 딱 보기에도 벨렌에 비해 서 훨씬 낙후된 도시였다.
어설프게 포장된 도로는 곳곳이 파 여 있었고, 길을 따라 들어서 있는 건물들은 하나 같이 낡아 있었다.
도시 전체에 활기가 느껴지던 벨렌 과는 차이가 심한 도시였다.
“벨렌 밖으로 나온 건 이번이 처음 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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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걸어가고 있던 유나가 뒤를 돌아보며 물었다.
영식은 고개를 끄덕였다.
“예. 처음입니다.”
“벨렌이랑 좀 느낌이 다르지?”
그녀의 물음에 영식은 고개를 끄덕 여 긍정했다.
주변의 건물들은 그가 묵었던 값싼 여관보다 낡아보였다.
유나는 쓴웃음을 지으며 말을 이었다.
“원래는 수도에 있었는데……. 길 드 사정이 좋지 않게 돼서 이곳으로 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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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어딘가 아련하게 느껴지는 눈빛으로 루베린의 거리를 바라보았 다.
한동안 거리를 바라보던 그녀는 가 라앉은 분위기를 바꾸듯 활기찬 목 소리로 말했다.
“아, 여기도 살다 보면 나쁘지 않 은 도시니까 그렇게 실망하지 마.”
“하하……. 애초에 실망할 처지가 아닌 걸요.”
영식은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그녀 의 말에 대답했다.
유나가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몸을 돌리려고 할 때, 영식의 머릿속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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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가지 의문이 스쳐 지나갔다.
“그러고 보니 유나 씨는 왜 리자드 맨의 서식지를 지나고 계셨던 거 죠?”
리자드맨이 살고 있는 늪지대는 길 로써 사용하기에는 쓰레기란 표현이 부족하지 않는 장소였다.
그녀 정도의 강자가 사냥을 하러 늪지대에 올 일도 없을 테니 그곳을 굳이 지나칠 이유가 없었다.
“아, 보스 몬스터를 찾고 있었어. 얼마 전에 리자드맨의 서식지에서 목격됐다는 정보가 있었거든.”
“보스 몬스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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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가끔 초보 사냥터 쪽에서도 등장하곤 해.”
그녀의 말에 영식은 의아한 표정으 로 물었다.
“그런데 유나 씨가 굳이 저렙 보스 몬스터를 잡으실 필요가 있으신가 요?”
“반쯤은 호기심에 간 거야. 최근 들어 갑자기 보스 몬스터가 엄청 뜸 하게 나타나거든. 그리고 저렙 보스 몬스터라도 꽤 돈이 되기도 하고.”
그녀는 그렇게 말하며 다시 발걸음 을 옮겼다.
보스 몬스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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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식은 그녀의 뒤를 따르며 보스 몬스터에 대해서 떠올렸다.
그가 아는 보스 몬스터는 튜토리얼 때 나타났던 오크 족장 크롤밖에 없 었다.
심지어 그것도 직접 싸우거나 본 것도 아니라 메시지를 통해 들은 것 뿐이었다.
영식은 나중에 보스 몬스터에 대해 자세하게 설명을 듣자고 생각하며 그녀의 뒤를 따랐다.
“여기야.”
10여 분 정도를 더 걸어서 도착한 곳은 조금 허름해 보이는 2층짜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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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택이었다.
유나는 저택의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유나 언니이이이이이이이!”
“……시끄러.”
그녀가 문을 열고 들어가자 갈색 트윈 테일 머리를 한 소녀가 유나를 향해 달려들었다.
유나는 질린다는 표정을 지으면서 자신을 향해 달려드는 소녀의 이마 를 향해 가볍게 손가락을 튕겼다.
-따악!
“꺄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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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 소리와 함께 그녀를 향해 달 려오던 소녀가 바닥에 벌러덩 뒤로 넘어졌다.
그녀는 자신의 이마를 쓰다듬으며 찔끔 눈물을 흘렸다.
“우우. 너무해, 유나 언니.”
“하아. 소개해 줄게. 이 꼬맹이는 이채린. 길드의 화력 담당이야.”
“……화력 담당이요?”
영식은 그녀의 설명과는 전혀 맞지 않는 이채린의 이미지에 고개를 갸 웃거렸다.
그의 말에 피식 웃음을 흘린 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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는 어깨를 으쓱이며 대답했다.
“나중에 알게 될 거야.”
그녀는 그렇게 말하며 안으로 들어 갔다.
거실처럼 보이는 넓은 공간(그래봤 자 얼마 되지 않았지만)에는 두 명 의 남자가 있었다.
한 명은 가는 눈매에 날카로워 보 이는 인상을 가진 청년이었다.
한 손으로 묵묵히 책을 보고 있던 그는 유나의 등장에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도자기로 만들기라도 한 것처럼 표 정 변화가 거의 없는 사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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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유나 씨.”
그에 비해 다른 한 명의 청년은 꽤나 서글서글한 분위기를 가지고 있었다.
두꺼운 뿔테 안경에 단정한 검은 머리칼 그리고 입고 있는 펑퍼짐한 로브까지 모두 그의 따스한 분위기 를 나타내주고 있었다.
“이쪽 착해 보이는 놈이 배한성. 그리고 저기에 분위기 잡고 있는 놈 이 유진이야.”
“……분위기를 잡고 있는 게 아니 다.”
유진은 눈살을 살짝 찌푸리며 낮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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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소리로 말했다.
유나는 배한성에게 고개를 돌리며 물었다.
“다른 사람들은?”
“지금은 원정에 나가 있습니다.”
“음……. 알았어. 그럼 너희에게만 일단 소개시켜 줄게. 앞으로 같은 가족이 될 수도 있을 영식, 김길수, 서아라라고 해.”
“……신입 길드원이라고요?”
배한성이 가늘게 눈을 뜨며 그녀에 게 고개를 돌렸다. ‘진심이냐?’라고 묻는 듯한 눈빛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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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눈빛에 유나는 무거운 표정으 로 고개를 끄덕였다.
“모든 결정은 티리아 언니가 하시 는 거니까.”
그녀는 단호한 목소리로 그렇게 말 했다.
그녀의 말에 배한성은 깊은 한숨을 내쉬며 대답했다.
“나중에 지금 저희 길드가 처한 상 황을 제대로 설명해 주셔야 합니 다?”
“알았어.”
“아! 유나 언니! 나 궁금한 거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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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그녀의 뒤를 따라 쫓아왔던 채린이 한손을 번쩍 들며 물었다.
유나는 그녀를 향해 고개를 돌렸 다.
“뭔데?”
“다들 클래스가 어떻게 돼?”
그녀는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영식 과 길수, 아라를 바라보았다. 유나는 끄응, 하고 침음을 삼키며 채린에게 말했다.
“그건 나중에 설명……
“에에?! 지금 알고 싶어! 알려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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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떼를 쓰듯 그렇게 소리쳤다. 유나의 이마에 굵은 힘줄이 돋아났다. 그녀는 채린의 이마를 때려주기 위 해 손을 움직였다.
그때, 그녀의 손보다 빨리 길수의
입이 열렸다.
“나는 전사 클래스란다.”
길수는 채린이 귀엽다는 듯이 따스 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 다.
그의 말에 채린은 꺄르르 웃음을 터뜨렸다.
“헤에? 별로 전사처럼 보이지 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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는 아저씨인데 전사가 됐구나! 성직 자가 더 어울릴 것 같은데!”
“하하하. 내가 선택할 수 있는 게 아니다 보니 말이다.”
길수는 특유의 사람 좋은 웃음으로 껄껄 웃으며 말했다.
그의 말에 채린은 밝은 미소를 지 으며 고개를 돌렸다.
“다른 사람은?”
“……프로스트 메이지야.”
아라는 짧은 한숨을 내쉬며 채린의 물음에 대답했다.
메이지라는 일반적인 클래스 앞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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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성이 붙을 것을 들은 채린의 눈이 반짝 빛났다.
“와아! 히든 클래스야? 대단해!”
호들갑을 떠는 채린의 반응에 아라 는 부담스럽다는 눈빛으로 시선을 피했다. 채린의 눈빛이 마지막 하나 남은 영식을 향했다.
영식은 어깨를 으쓱이며 입을 열었 다.
“기계공학자라는 클래스를 가지고 있습니다.”
영식은 정중한 말투로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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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말에 채린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기계공학자? 그런 건 들어본 적도 없는데……
그녀는 무척이나 흥미롭다는 둣이 영식에게 다가왔다.
그녀는 영식의 몸을 위아래로 훑으 며 물었다.
“대장장이들은 망치로 싸우던데 오 빠는 뭐로 싸워?”
“음……. 이런 걸로 싸웁니다.”
영식은 자신의 왼팔을 앞으로 내밀 며 나지막이 ‘블레이드’라고 중얼거 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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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왼쪽 손등이 벌어지며 날카로 운 칼날이 솟아나왔다.
“와아!”
“기계공학자 클래스만 얻을 수 있 는 특수한 무기입니다.”
영식은 기왕 정체를 숨길 생각이면 확실하게 숨겨둘 생각에 기계공학자 클래스의 무기라고 미리 말해두었 다.
그의 말에 채린은 연신 감탄사를 홀리며 그의 손등을 바라보았다.
그러던 중, 그녀는 무엇이 생각났 는지 손뼉을 치며 소리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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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보니까 그거 같네! 질멋!”
“푸훕
그녀의 입에서 나온 모 유명 게임 캐릭터의 이름에 유나와 아라의 입 에서 동시에 웃음소리가 터져 나왔 다.
자신에 대한 기억은 하나도 남아 있 지 않아도 지구에 대한 기억은 남아 있던 영식은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아이어를 위해서라고 한 번만 소 리쳐 주면 안 돼?!”
“……그건 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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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식은 상상하는 것만으로 오글거 리는 그녀의 부탁에 난처한 표정으 로 고개를 저었다.
그의 말에 채린은 실망한 표정을 지으며 말을 이었다.
“……엔타로 아둔은?”
“싫습니다.”
“푸하하하하!”
영식은 다소 단호한 목소리로 그녀 에게 말했다.
둘의 대화를 듣고 있던 유나가 배 를 잡고 폭소를 터뜨리기 시작했다.
?끼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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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님이 오셨나요?”
그때, 밑의 소란을 들었는지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리며 2층에서 누군 가 걸어 나왔다.
영식은 소리가 들리는 쪽으로 고개 를 돌렸다.
그곳에는 한 여인의 모습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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