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벨업 머신 007화
강제해 방(4)
개틀링 건.
일반 소총에 비해 말도 안 되는 파괴력과 연사 속도를 가진 화기다.
다만 무게가 너무 무겁기 때문에 전투기나 벙커에 달아서 사용하는 것이 일반적이었고 직접 들고 다니 지는 않는 무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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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한국에서는 군대를 간다하 여도 쉽사리 볼 수 있는 무기가 아 니었기 때문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영화를 통해서 본 적 있는 무기.
그것이 영식의 등을 뚫고 나타난 것이다.
“저, 저게 뭐야?”
아라를 잡고 있었던 남기태의 부하 들 또한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영식 을 바라보았다.
사람 등짝이 열린 것만 하더라도 기겁할 만한 사실인데 거기서 개틀 링 건이 나오다니?
그들은 지금 상황을 이해할 수 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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는지 멍청한 표정으로 영식을 바라 보았다.
그런 그들이 정신을 차리기도 전 에, 영식의 등을 뚫고나온 무기가 불을 뿜었다.
-두두두두두두두!
“아아악!”
“미, 미친! 뭐야 이거!!”
검은색 총구가 불을 뿜자 재앙과도 같은 혼란이 숲속에 내려앉았다.
거대한 나무가 순식간에 벌집이 되 어 쓰러질 정도로 엄청난 화력이 주 변을 휩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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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압도적인 화력 속에서 사내들 은 비명을 지르며 몸을 피했지만 총 탄의 비를 고작 그런 행동으로 피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피가 사방에 낭자하며 사내들의 팔 다리가 몸에서 찢겨 나갔다.
3초도 지나지 않아 아라를 둘러싸 고 있던 남기태의 부하들이 모조리 죽었다.
놀랍게도 수백, 수천발의 총알이 주변을 휩쓰는 와중에도 아라와 길 수는 털끝 하나 다치지 않았다.
“끄아, 으.”
남기태는 그의 등에서 솟아오른 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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틀링 건이 불을 뿜자마자 몸을 넙죽 엎드려 공격을 피했다.
그의 부하들이 죽어가며 내지른 끔 찍한 비명소리가 그의 귓가에 울려 퍼졌다.
“뭐, 뭐야?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거야?”
남기태는 공포에 질린 표정으로 몸 을 떨었다.
그는 재앙과도 같은 이 상황에서 도망친다는 생각조차 할 수가 없을 정도로 혼란에 빠졌다.
그는 왜 자신이 영식의 오른팔이 ‘발사’된 순간부터 도망치지 않았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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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 후회했다.
분명 그것만으로도 영식이라는 인 간이 비상식적인 존재라는 것을 알 수 있었을 텐데.
예측할 수 없는 변수를 가지고 있 는 존재라는 것을 예상할 수 있었을 텐데.
그런데도 도망치지 않았다.
그의 부하들에게 두들겨 맞은 후 무력하게 쓰러진 그를 보며 마음을 놓아버렸다.
-슈우우우욱.
개틀링 건에서 뿜어지는 불꽃이 멈 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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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구에는 새하얀 연기가 피어오르 고 있었다.
바닥에 웅크린 채 몸을 떨고 있던 남기태는 조심스럽게 머리를 들어 영식을 올려다보았다.
붉은 빛이 홀러나오는 영식의 눈이 남기태를 향했다.
그 눈빛을 본 남기태는 흠칫 몸을 굳히며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사, 살려줘……
비참하기까지 한 목소리가 그의 입 에서 홀러나왔다.
영식은 그의 말에 대답하지 않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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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빛이 반짝이는 눈으로 그를 가 만히 바라보았다.
?지이이이잉.
불길한 소리와 함께 영식의 눈에서 뿜어져 나오는 붉은빛이 강렬해지기 시작했다.
남기태는 다급한 표정으로 그 모습 을 바라보았다.
그의 머릿속에 불길한 예감이 스쳐 지나갔다.
“설마..?”
그는 어처구니없는 예감이 들었다.
터무니없는 생각이라고 무시하기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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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까지 영식이 보여준 모습이 너 무나 괴랄하기 짝이 없었다.
남기태는 떨리는 눈빛으로 점점 더 강렬한 빛을 뿜어내는 영식의 눈을 바라보았다.
“아니, 아무리 그래도……
그는 자신의 머릿속에 떠오른 생각 을 부정하며 창백하게 질린 표정으 로 몸을 돌렸다.
그는 고개를 뒤로 돌려 영식의 상 태를 살피며 전력으로 도망치기 시 작했다.
도망치는 그를 쫓듯 영식의 시선이 남기태의 등을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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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저는 말이 안……!”
-퓨웅
영식의 눈에서 발사된 레이저가 남 기태의 등을 향했다.
초고열의 빛에 남기태의 몸이 반으 로 갈라졌다.
살이 타들어가는 메케한 냄새가 숲 속에 퍼져 나갔다.
- 찰칵.
영식의 몸에서 다시 톱니바퀴가 맞 물리는 소리가 흘러나왔다.
그의 등에서 튀어나왔던 개틀링 건 이 다시 그의 몸 안쪽으로 들어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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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붉은빛이 사그라들며 원래 영식 의 눈빛으로 되돌아 왔다.
무거운 침묵이 장막처럼 내려앉았다.
길수와 아라는 벙찐 표정으로 영식 을 바라보았다.
그의 오른팔이 발사되었을 때보다 더한 어색한 공기가 그들의 사이를 채웠다.
“하아, 하아……
영식은 거친 숨을 내뱉으며 자신의 몸을 내려다보았다.
경악에 빠진 것은 그도 마찬가지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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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그는 자기 자신이 너무나도 낯 설게 느껴졌다.
로켓펀치를 사용했을 때만하더라도 그는 자신의 전신이 기계가 아닌 의 수처럼 오른팔만이 기계로 되어 있 다고 생각했다.
그는 기계라고 하기엔 너무나 인간 같았으니까.
하지만 지금 모습을 보고 그를 인 간이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 도 없을 것이다.
“대체 이게……
영식의 머릿속이 혼란스러워졌다.
바닥에서 일어선 길수가 조심스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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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 발걸음으로 그에게 다가가려고 했다.
그때 였다.
-파지 직!
“크윽! 으, 으아아아아아아!”
“영식 군!”
“영식 씨!”
영식의 몸에서 푸른색 전기가 뿜어 져 나오며 끔찍한 고통을 그를 덮쳤 다.
영식은 머리를 움켜잡은 채 미칠 듯한 고통에 필사적으로 버텼다.
그의 귓가에 딱딱한 기계음이 흘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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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왔다.
-오버로드로 인하여 신체의 기능 이 일시적으로 급격히 저하됩니다. 복구에는 4분 57초가 소요됩니다.
“아아아아아아악!”
영식은 머릿속이 새하얗게 타들어 가는 듯한 끔찍한 고통에 비명을 내 질렀다.
바닥에 쓰러진 그는 온몸을 비틀었다.
숨을 옥죄는 고통이 그의 몸을 잠 식해 들어갔다.
혈관에 전류를 직접 흘려 넣는 고 통이 이러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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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식은 바들바들 몸을 떨며 바닥을 기었다.
그런 그에게 다급한 표정을 한 일 수와 아라가 달려갔다.
“영식 군! 괜찮나?!”
그는 손을 뻗어 영식의 몸을 만지 려고 했다.
영식은 고통에 몸부림치는 와중에 도 그가 지금 자신의 몸에 손을 대 면 피부 위를 흐르는 막대한 전류에 목숨을 잃을 것이라는 사실을 깨달 았다.
영식은 몸을 굴러 그의 손을 피하 며 끊어질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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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지, 면. 안, 됩니다.”
영식은 쥐어짜내듯이 말했다.
그의 말을 들은 길수의 손이 멈췄다.
길수는 안타깝다는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짙은 무력 감이 그의 어깨를 짓눌렀다.
“아으. 아.”
영식은 몸을 웅크린 채 전신을 타 고 흐르는 끔찍한 고통을 견뎌냈다.
과부하가 풀리기까지 걸리는 5분의 시간이 영원처럼 느껴졌다.
영식은 두 눈을 감은 채 거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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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술을 깨물었다.
잊었던 기억의 한 조각이, 그의 머 릿속을 스쳐지나갔다.
거대한 왕좌 위에 앉아 있는 자신 의 모습이 보였다.
왕좌의 주변에는 수많은 기계 장치 들이 복잡하게 엉켜 있었다.
기억 속의 자신은 깊게 가라앉은 눈빛으로 무언가를 응시하고 있었 다.
흐릿한 형체의 ‘무언가’는 자신을 올려다보며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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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그런 짓을 한 겁니까?
무언가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는 듯이 그에게 물었다.
왕좌에 앉아 있던 자신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실패했으니까.
칼로 내려 긋는 듯한, 차갑고도 날 카로운 목소리였다.
그의 말에 ‘무언가’는 굳게 입을 다물었다.
둘 사이에 침묵이 내려앉았다.
한동안 침묵을 이어나가던 ‘무언 가’가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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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지지 지직.
고장 난 라디오에서 홀러나올 것 같은 잡음이 그의 귓가에 들려왔다.
섬광처럼 영식의 머릿속을 스쳐지 나갔던 기억의 파편이 다시 흩어져 버렸다.
‘이건?
영식은 머릿속을 스쳐지나간 기억 에 고통도 잊은 채 생각에 잠겼다.
거대한 왕좌.
주변에 가득한 기계 장치. 그를 향 해 말을 건네는 ‘무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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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나 단편적인 기억에 불과했기 에 그것을 통해서 자신이 누구인지, 대체 왜 이런 신체를 가지고 있는 것인지는 알 수가 없었다.
‘대체 나는, 뭐지?’
영식은 타들어가는 듯한 갈증을 느 꼈다.
끝없는 망망대해 속에 홀로 버려진 것처럼 아득한 감각이었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고, 아무것도 만져지지 않았다. 끝없는 공허함만 이 그의 가슴을 채웠다.
-슈우우우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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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식의 몸에서 뿜어지던 푸른 전기 가 가라앉았다. 그의 몸에서 잿빛 연기가 흘러나왔다.
영식은 전신을 뒤흔들던 고통이 사 라진 것을 느꼈다.
그는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섰다.
“영식 씨? 괜찮으신가요?”
아라는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그에 게 물었다.
영식은 지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 였다.
“예. 뭐가 뭔지 알 수 없지만…… 괜찮은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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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자기 자신의 손을 바라보며 가늘게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자신의 손임에도 불구하고 무척이 나 낯설게 느껴졌다.
길수는 주변을 둘러보며 입을 열었다.
“우선 이곳에서 벗어나세. 오늘 있 었던 일에 대한 얘기는 나중에 천천 히 해도 괜찮으니까.”
그는 혼란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는 영식을 배려하듯이 그렇게 말했다.
그런 그의 말에 영식은 희미한 미 소를 입가에 머금었다.
사람 좋아 보이는 길수의 미소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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걱정 어린 시선으로 자신을 바라보 고 있는 아라의 모습을 보니 공허했 던 마음이 조금 채워지는 기분이 들 었다.
“예. 지금은…… 좀 쉬면서 생각을 정리하고 싶네요.”
오늘 그에게는 너무나 많은 일이 있었다.
단편적이지만 떠오른 기억도 있었다.
그에게는 생각을 정리할 시간이 필 요했다.
“그러도록 하게. 빨리 동굴로 돌아 가지.”
길수는 그래도 영식이 무사해 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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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안도의 미소를 지으며 그렇게 말 했다.
영식은 고개를 끄덕이며 천천히 발 걸음을 옮기려고 했다.
그때, 무언가 고민에 잠겨 있던 아 라가 영식을 불렀다.
“영식 씨.”
“네?”
“……구해 주셔서 고마워요. 그리 고 아까…… 오해해서 죄송해요.”
그녀는 눈을 살짝 내리깔며 그렇게 말했다.
아까 전 그의 본심을 눈치채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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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하고 그에게 거친 욕설을 내뱉었 던 자신이 부끄럽게 느껴졌다.
그녀의 말에 영식은 피식 웃음을 흘렸다.
“아닙니다. 아까 전에는 오히려 아 라 씨가 그렇게 나와 주셨기 때문에 더 빈틈을 노리기가 편했습니다. 저 야 말로 함부로 아라 씨의 배를 쳐 서 죄송합니다.”
영식은 산뜻하게까지 느껴질 정도 로 정중한 말투로 그렇게 말했다.
그런 그의 말을 들은 아라는 어딘 가 안타깝다는 표정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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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놓으셔도 괜찮아요.”
“예?”
“말, 놓으라고요.”
아라는 한 번에 그녀의 말을 알아 듣지 못한 영식을 살짝 노려보며 낮 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녀의 말에 영식은 살짝 난처한 표정을 짓다가 이내 고개를 끄덕였 다.
“알았어. 아라도 편하게 말해.”
“..으 99
O ?
아라는 쑥스럽다는 듯이 고개를 숙이 며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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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수는 그런 영식과 아라를 어딘가 흐뭇하다는 듯이 바라보고 있었다.
“자, 이제 돌아가죠.”
영식은 헛기침을 하며 다시 몸을 돌렸다. 그때였다.
?띠링.
[소환자 천태황 님이 오크 족장 크 롤을 처치하였습니다.]
[튜토리얼이 종료됩니다.]
푸른색 메시지창과 함께, 주변 풍 경이 뒤바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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