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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턴 투 다크위저드-199화 (199/200)

199화

빌리언트가 차원의 틈으로 사라지고 시우는 한참이나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했다.

억지로 몸을 일으킬 때마다 근육이 비명을 질렀다.

최소 반년은 요양해야 할 정도의 극심한 후유증.

하지만 가만히 지켜 볼 수만은 없었다.

곧 차원이동을 했던 인원들이 돌아올 것이고, 그대로 방치했다가는 존이 말했던 조율선이 무너지는 수준으로 일이 끝나지 않을 것이다.

양 세계의 간섭은 새로운 혼란을 부르고, 혼란은 붕괴를 촉진한다.

“시우 님!”

미화문의 전투원과 함께 온 한세아가 시우를 부축했다.

“마침 잘 왔어.”

“어떻게 된 거죠? 그 괴물은?”

“류신이었어. 일을 이렇게까지 만든 녀석은.”

“야토가미의 류신이오?”

“그래.”

“그럼 사람들은…….”

“곧 돌아올 거야. 다 빌리언트 덕분이지.”

시우의 씁쓸한 표정에 세아는 더 이상 묻지 못했다.

“그러기 위해서 준비가 필요해.”

“무슨 준비요?”

“벌써 2만 명 정도의 사람들이 그쪽 세계에 다녀왔어. 서울 시내는 이 꼴이고 이 대로 손 놓고 있다간 붕괴가 가속화될 거야.”

“붕괴라뇨?”

“질문은 나중에. 사람들이 돌아온다.”

도로 곳곳에 사람들이 다시 나타나기 시작했다.

하나둘 나타난 사람들은 갑작스런 풍경에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거나 몬스터들의 사체를 보고 비명을 지르기도 했다.

“뭘 할까요?”

“한연맹에 인원이 몇이나 남아 있지?”

“최소 인원밖에 없어요.”

“위성을 조정할 수 있는 사람은?”

“미화문의 연구원들이 할 수 있을 거예요.”

“좋아. 미국에서 가져온 군사위성 궤도를 불러 줄게.”

한세아는 시우가 불러 주는 끝없이 긴 숫자들을 잊지 않으려 무진 애를 썼다.

“이봐요! 대체 이게 무슨 일입니까?”

양복을 입은 한 사내가 세아와 시우에게 다가오며 물었다.

“어쩌죠?”

“일단은 기절시켜놔. 그리고 한연맹의 사람들은 모두 본부로 돌아가라고 해. 기억이 덧씌워지면 미칠지도 모르니까.”

“괘, 괜찮은 거죠?”

“유일한 방법이야.”

인간이 뿜어내는 상념의 힘이란 생각 외로 강력하다.

허구의 것을 실제로 믿어 버리면 그 상념의 에너지가 모여 실존의 세계를 구현화 한다.

실존과 허구의 경계가 필요한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허구의 힘이 넘치면 실존의 붕괴가 가속화 된다.

일찍이 유럽의 마녀들이 이 힘을 이용해 세상을 지배하려 했고, 존은 이 붕괴를 막기 위해 상계이사국을 만들어 조율선을 지켜왔다.

차원이동을 경험한 사람들이 많을수록 이 벽의 두께는 점점 약해진다.

그들의 머릿속에 자신들이 경험한 것을 허구로 만들지 않으면 실제 세계에 어떤 것이 구현화될지 모른다.

시우는 지금 그것을 막아야 했다.

‘또다시 병신 같은 차원의 틈 같은 게 생겨선 안 돼!’

시우의 손안의 드래곤 하트가 작은 결정으로 산산이 나뉘었다.

흡사 안개처럼 잘게 부서진 드래곤 하트의 결정들은 또다시 하늘을 뒤덮는 거대한 마법진으로 변해갔다.

“저, 저게 뭐지!”

돌아온 곳에서 멍하니 있던 시민들은 눈에 하늘을 가득 메운 커다란 마법진이 들어왔다.

“저거 마법진 아니야?”

“마법진? 무슨 판타지 소설 이야기야?”

“아니아니, 나 아까 무슨 오크 같은 것도 본 것 같은데…….”

“어, 저도요. 저도 무슨 금발에 귀가 이렇게 뾰족한 도깨비 같은 사람을 본 거 같아요.”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거야.”

한세아는 그들 모두를 기절시키기 위해 나아가려다 시우가 고개를 젓는 모습을 보고 자리에 멈춰 섰다.

“괜찮아. 이걸로 끝날 거야.”

시우의 손에서 환한 빛이 쏘아져 나갔다.

일직선으로 쏘아져 나간 빛은 하늘에 띄운 거대한 마법진의 중심을 채우고, 시우의 빛으로 말미암아 마법진은 그 중심부터 밝게 빛나기 시작하더니 종국에는 마법진 전체를 가득 채웠다.

마법진은 환한 빛을 하늘로 쏘아냈다.

환한 하늘 너머, 태양 빛이 흡수되지 않는 성층권을 넘어 어둠만이 가득한 우주의 외로이 떠 있는 위성에 닿았고, 마법 전투용으로 만들어진 군사위성은 사전에 조정된 대로 흡수된 마법을 대한민국 전체에 쏘아 내었다.

“아, 아름다워…….”

마치 유성우가 떨어지듯, 하늘을 가득 메운 빛줄기가 대한민국 곳곳에 스며들었다.

서울에 소환되는 사람들은 물론이고, 서울 인근의 사람들과 대한민국 전역에 있는 사람들까지 빛을 온몸으로 받아들였다.

펑. 펑. 펑.

수만 개의 불빛이 지상에 꽂힐 때마다 빛을 맞은 사람들이 멍하니 서 있었다.

옆 사람이 움직이지 않자 불안해하며 흔들던 사람도 이내 빛을 맞고 멍하니 서 있었다.

기이한 광경에 세아가 시우를 돌아봤을 때, 시우는 더 이상 자리에 서 있지 못했다.

“시우 님?”

털썩 쓰러지는 시우를 가까스로 잡은 세아는 절박하게 시우를 불렀지만 시우는 답하지 않았다.

* * *

김윤성은 옷매무새를 정리하고 있었다.

유례없는 국가비상사태에 대해 대통령의 신속한 발표가 없으면 국민들은 더욱 혼란에 빠질 뿐이었다.

지난 몇 년간 믿을 수 없던 일의 연속이었고, 김윤성은 다른 대통령들이 단 한 번도 꿈꿔보지 못했던 순간들을 맞이해왔다.

일본이 고개를 숙이고, 중국이 먼저 연락을 하며 미국은 동맹을 더욱 탄탄히 하고자 애를 쓴다.

하지만 좋은 일이 너무 많았음인가, 결국 일이 터졌다.

영문을 모른 채 경호원들에게 끌려 지하로 대피한 김윤성은 처참한 서울 광경에 할 말을 잃었다.

순식간에 사라진 천만을 넘는 인원들.

과연 어떤 전쟁이 이런 처참한 결과를 낳을 수 있었던가.

거기에 더불어 사람 대신 채워지는 몬스터들과 기괴한 형태와 강력한 힘으로 서울을 쑥대밭으로 만들었던 오로치마루까지.

김윤성은 서울을 비추는 수 없이 많은 CCTV에서 부국강병의 대한민국이 아니라 지도상에서 사라지는 대한민국을 상상해 버리고 말았다.

‘천만다행이지.’

김윤성은 한숨을 내 쉬었다.

“대통령님, 괜찮으십니까?”

곽동원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물었다.

“괜찮네. 시우 군 싸울 때가 생각나서 말이야.”

“아아.”

그 광경을 함께 지켜봤던 곽동원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정말 이렇게 이야기하면 된다는 건가?”

김윤성은 곽동원이 써 준 원고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네, 이미 시우 군이 조작해 놓은 기억들이 있기 때문에 혼선을 주어선 안 된다고 합니다.”

“CCTV나 이런 것들은 어쩔 셈인가?”

“저희 팀 내부의 정보 조작이 가능한 팀이 있습니다. 또한 그 부분은 미국의 도움을 받기로 했으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좋습니다.”

“미국놈들이 애를 먹었다지?”

“한연맹 내부에서 무인들의 희생이 꽤 컸다고 합니다.”

“그 친구들을 국장으로 치러줄 수 있겠나?”

“아…… 대통령님께서 그렇게 말씀하신다면 저희 쪽에서 손 볼 수 있습니다.”

“그래, 죽음에 지불할 수 있는 대가란 없겠지만, 최소한 가족들과 동지들은 그들을 잊지 않을 수 있겠지.”

“시행하겠습니다.”

“어서 가세. 미국 대통령이 계속 내 전화를 기다리고 있다더군.”

“네.”

―……이에 따라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하는 바이며, 국제 기구와 동맹국들의 도움을 받아 피해 복구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이어 사고로 인한 피해를 입으신 국민들게…….

티비 속의 대통령은 단호하고 강인한 모습으로 연설문을 외웠다.

서울엔 급작스럽고 예상 불가했던 거대 지진으로 인해 국가 붕괴에 가까운 일이 터졌고, 지금 그로 인해 수백만의 서울 시민이 피해를 입었으며 그것을 복구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이야기였다.

재개된 방송과 인터넷에선 연신 피해자 집계를 수집하고 있었지만 이상한 것은 재산의 피해액에 비해 피해자의 수가 극단적으로 낮은 것이었다.

이에 대해 이상한 점을 느낀 몇몇 언론들이 의문을 제기했지만, 되려 ‘수천만의 피해가 나길 바란 것이냐’며 핀잔을 먹고는 입을 다물었다.

김윤상은 강력한 카리스마를 보이며 사고를 재빠르게 수습하기 시작했고, 이어 일본과 중국에선 대량의 인원들이 피해 복구에 매달리면서 사람들이 받는 피해는 점점 줄어들고 있었다.

한세아가 티비를 끄며 말했다.

“다행이네요. 잘 해결돼서.”

“잘 해결되긴, 피해가 어지간히 큰 게 아니거늘.”

남궁혜자가 혀 차는 소리를 내며 말했고, 한세아는 그 모습을 보며 소리 없이 웃었다.

“이 망할 녀석은 어째서 매번 그리 큰 짐을 혼자 짊어지는 것이냐.”

“그야, 시우 님밖에 질 수 없는 무거운 짐이기 때문이 아니겠어요.”

“쯧, 쫌 나눠지면 좋으련만. 너! 대체 치료는 하는 거냐 안 하고 있는 거냐?”

남궁혜자의 화살은 생사신의 조형원에게로 향했다.

시우의 상태를 지켜보고 있던 조형원은 깜짝 놀라 말을 더듬으며 말했다.

“최, 최선을 다하는 중입니다. 지금은 그저 회복력에 기대는 수밖에 없습니다.”

“생사심법에 인간의 힘으로 할 수 없는 기적의 치료 방법이 있다고 하던데…….”

“히익-! 시, 시우 님께서 그 힘을 쓰면 죽지도 못하게 좀비로 소생시켜 썩어가는 몸을 두고 보게끔 하신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절대 쓸 수 없습니다.”

“살 수 있긴 있는 거냐!”

“서양의학 쪽으론 문제가 없고, 동양의학 쪽으론 기력이 바닥 난 상태입니다. 이는 영약에서 추출한 용액을 주입하고 있기 때문에 시간이 지나면 회복될 텐데 문제는 그 외의 것입니다.”

“그 외의 것이라니?”

“그게, 아마도 마법적으로 인간이 손대선 안 되는 부분을 건드린 것 같습니다. 들은 이야기론 악마화까지 진행하셨다고.”

“…….”

“그 부분만 회복하면 금방 일어나실 겁니다.”

“휴…… 답답하구나. 뭔가 해줄 수 있는 게 없으니.”

“너무 걱정 마세요. 언제나 그렇듯 다시금 일어나실 겁니다.”

남궁혜자는 더 이상 보고 있지 못하겠다는 듯 자리에서 일어나 병실은 나가 버렸다.

그나마 말을 좀 하고 타박을 일삼던 남궁혜자가 나가고 나자 병실 안은 반복된 기계음밖에 들리지 않았다.

그때, 병실 한쪽에서 시우를 멍하니 보던 지혜가 나직이 물었다.

“일어날 수 있겠죠?”

소빈, 우빈, 세아, 청룡, 모두 하나 같이 형원만을 바라봤다.

시선이 쏠리자 형원이 말을 더듬으며 말했다.

“이, 일어나실 수 있을 겁니다. 네. 강한 분이시니까요.”

“……시우한테 해준 게 아무것도 없어요. 매번 받기만 하고, 나이도 내가 더 많은데…….”

지혜의 말에 소빈이 지혜에게 다가갔다.

“그건 나도 마찬가지야…….”

지혜가 눈물이 그렁한 눈으로 소빈을 바라봤다.

“난 목숨을 빚졌어.”

우빈이 말했다.

“전 좌절하고 있을 때, 희망을 보게 해줬어요.”

세아가 말했다.

“저희에겐 가야 할 길을 알려 주셨죠.”

하나같이 모두들 받은 이야기만 하자 지혜의 눈에선 한없이 눈물이 쏟아졌다.

그동안 해왔던 일들마저 더 잘해주지 못한 것에 대한 후회로 바뀌었다.

“전…… 전…….”

형원이 말하려는 그때, 쩍쩍 갈라지는 쉰 목소리가 들려왔다.

“넌…… 말하지마…… 오글거려서…… 일어난 척…… 못할 거 같으니까…….”

모든 이들이 시우를 바라봤다.

깊은 잠에 빠져있던 시우가 겨우 눈을 뜨고 있었다.

“시우야!”

“시우 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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