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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턴 투 다크위저드-198화 (198/200)

198화

오로치마루로 현신한 류신도 시우의 모습에 위기감을 느꼈는지, 사방으로 뿜어대던 기운들을 갈무리함과 동시에 9개의 머리를 한 곳으로 모았다.

쿠카카

온갖 것들이 마구 뒤엉킨 기운들이 시우를 집어삼켰다.

거대한 날개와 머리 위로 솟아날 뿔들은 회피에 불리한 조건처럼 보였지만, 시우는 류신을 향해 거침없이 날아갔다.

두 개의 기운이 맞부딪치는 찰나 시우의 기운은 철저하게 시우를 보호하고 있었다.

단 한 방울의 기운도 흘리지 않겠다는 듯 보이지 않는 막에 철저하게 보호받는 시우는 그대로 날아가 오로치마루의 목 하나를 잘라냈다.

끼에에에엑!

커다란 크기의 목이 잘려 나가며 사방으로 붉은 피를 쏟아내었다.

요괴의 형상을 가진 존재가 붉은 피를 쏟아낸다는 것이 이질적으로 느껴졌다.

시우의 손에서 검은색의 창이 형성되었다.

다크 자벨린에 비할 수 없이 크고 거대하며 확실하게 유형화 된 상태였다.

쐐애애액!

오로치마루는 쾌속하게 날아오는 창을 피하지 못 했다.

끼에에에엑!

용의 머리 하나가 시우를 향해 이매망량을 쏘았다.

동시에 다른 용의 머리 하나는 남산을 향해 불길을 내뿜었다.

첫 번째 이매망량을 무시한 채 두 번째 창을 쏘려던 시우는 오로치마루의 목적이 남산타워임을 알고는 순식간에 이동했다.

먼 하늘에서 일어나는 괴물과 인간의 일전은 그 어느 때보다 현실감 없게 느껴졌다.

영화나 게임에서나 볼 수 있는 장면이 눈앞에 구현화되는 모습에 우빈은 몇 번이나 자신의 볼을 꼬집어 보았을 정도였다.

그러다 우빈의 모습이 뒤로 주춤 물러났다.

“어, 어어어……!”

시우와 일전을 벌이고 있던 오로치마루가 갑자기 자신이 있는 곳을 향해 불길을 쏘아댄 것.

영화나 비디오의 2차원적 세상에 펼쳐지는 환상이라 해도 본능적으로 몸을 뒤로 빼는 것이 인간이었다.

하물며 몇 번이나 실제라고 인식하고 있던 상황에서 갑작스런 습격은 우빈을 몇 배나 더 당황스럽게 하였다.

푸카악!

당장 눈앞에 보이는 어설픈 엄폐물 뒤에 서서 호신강기를 극강으로 끌어올렸다.

하지만 예상보다 뜨거움은 느껴지지 않았고, 우빈은 슬쩍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검은 날개를 단 시우가 막은 불길이 남산타워 양옆으로 활짝 펴지는 비현실적인 장면을 목격했다.

“나 이거 영화에서 본 장면이야.”

그때, 시우가 고개를 돌리며 우빈에게 말했다.

“정신 차리고 있어! 신호하면 바로 깨부숴야 하니까!”

그렇게 말하는 시우의 머리 위로 무언가 난 것을 본 우빈이 정신을 놓은 채 어버버거렸다.

“너, 너…….”

그사이 시우는 다시금 오로치마루에게 날아가 버렸다.

“최시우 너 무슨 짓을 하고 있는 거야…….”

우빈은 처음으로 시우가 걱정되기 시작했다.

잠시 우빈이 남산타워를 보호하러 간 사이 오로치마루는 새로운 공격을 준비 중이었다.

어느새 검은 창이 뽑힌 상처에선 피가 줄줄 흐르고 있었고, 그 와중에 8개의 머리를 한곳으로 모은 오로치마루는 무슨 의식을 준비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가운데 위치한 용의 입에선 노란색의 여의주가 나왔고, 영롱한 빛을 뿜던 여의주는 다른 용들이 쏟아낸 이매망량의 기운과 마나의 기운을 모조리 흡수하기 시작했다.

붉은색의 이글이글 타오르는 거대한 여의주는 그 크기가 점점 커지기 시작하더니 종국에는 태양처럼 크게 부풀어 올랐다.

한참이나 멀리 떨어진 곳에서도 그 뜨거운 열기와 응축된 압력을 느낄 수 있었고, 그것이 떨어졌을 때 미칠 폭발의 범위는 쉽게 상상이 되지 않았다.

‘서울? 경기도? 아니…… 아니, 절반까지…….’

국토의 절반까지 날아갈 수도 있다는 끔찍한 상상을 하던 시우는 양손에 검은 기운을 모았다.

이 또한 인간 세상에서 펼쳐선 안 될 소멸의 힘.

하지만 지금 최후의 일전을 준비하는 오로치마루…… 아니 류신에 대항할 수 있는 것은 이것뿐이었다.

시우가 마법을 준비하는 것에 맞춰, 지상의 빌리언트도 무언가 마법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이전까지 보지 못했던 복잡한 문양이 빽빽하게 그려진 거대한 진이었다.

오로치마루의 여의주에서 뿜어져 나온 열기가 급기가 건물의 외피를 녹이고 철근을 녹아들게 했다.

그나마 근처에서 대전을 지켜보던 몬스터들도 그 열기에 화들짝 놀라 도망가기 일쑤였다.

열기를 뿜어내는 여의주는 이내 스스로 폭발을 일으켜 사방으로 열기의 띠를 형성했다.

애초에 다가갈 수 없었던 존재는 이제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눈이 멀어버릴 지경이었다.

“멍청한! 그따위 힘은 네놈 스스로도 견디지 못한다!”

시우의 일갈에 여의주에 힘을 모으던 오로치마루의 가운데 머리가 시우를 바라봤다.

― 그것 또한 제가 바라는 바입니다.

떵.

가벼운 충격음이었다.

사방으로 폭격이나 폭음을 쏟아내지도 않고, 마치 공을 튕기듯 가벼운 소리.

하지만 그 가벼운 소리는 시우와 남산타워를 넘어 서울 끝자락까지 퍼졌다.

이글거리는 여의주가 시우를 향해 움직였다.

느릿하게 움직이는 여의주는 마치 바람을 타고 움직이는 풍선처럼 보였다.

하지만 그만큼 위험하기 짝이 없는 존재였다.

가벼운 충격에도 쉽게 터질 만큼 위협적이었고, 감당하려 하거나 막으려 하면 그 거대한 폭발을 대한민국 전역에 퍼트릴 것이 분명했다.

시우의 손에선 아직 축구공만 한 크기의 기운밖에 모이지 않은 상태였다.

시우는 미련 없이 검은 기운을 여의주를 향해 던졌다.

시우의 검은 기운 또한 여의주처럼 느릿하게 날아갔다.

하지만 다른 점은 검은 기운은 마치 블랙홀처럼 여의주가 뿜어내는 열기와 불꽃을 흡수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열기의 띠를 흡수하던 블랙홀은 점차 여의주의 열기마저 흡수하기 시작했다.

처음엔 좁쌀같이 작은 불꽃만 흡수하더니 시간이 지날수록 시냇물 수준의 불꽃들을 흡수하기 시작한 것이다.

사방으로 퍼지던 열기들도 조금씩 가시기 시작했다.

녹아내리던 건물의 외벽 창문들이 녹은 채로 굳기 시작했다.

여의주의 기운이 블랙홀에 흡수되자 류신이 말했다.

― 시우 님과 상대하는 건 늘 오를 수 없는 벽을 마주하는 것 같군요.

블랙홀에서 손을 뗄 수 없었던 시우가 발악적으로 말했다.

“그래도 여기까지 올라온 거면 당신도 꽤 만만치 않아!”

― 감사합니다.

오로치마루의 몸이 둥실 떠올랐다.

불안한 마음에 시우가 버럭 소리를 질렀다.

“뭐하는 짓이야!”

이제는 더 이상의 여유 따윈 없었다. 오로치마루가 고개를 까딱이는 것만으로도 지옥과 천국을 오가는 중이었다.

― 제게 도전의식이나 결과성취에 대한 감정 같은 건 없었습니다만, 그래도 시우 님이란 벽은 한 번쯤 꼭 부숴보고 싶었습니다.

오로치마루의 몸이 빠르게 날기 시작했다.

그 몸의 목적지는 다름 아닌 여의주였다.

이매망량을 온몸에 두르고 달려드는 그는 하나의 폭약과도 같았다.

끓고 있는 분화구에 달려드는 폭약.

“안돼!”

시우는 물론이고 빌리언트도 어쩌지 못하는 사이 오로치마루와 여의주 부딪쳤다. 그 순간, 오로치마루의 몸은 한 톨의 재로 변해버렸다.

하지만 여의주는 그렇게 쉽게 끝날 생각이 없는 듯했다.

꿀렁거리며 몸을 부풀리기 시작하는 여의주.

여의주는 금방이라도 터지기 직전의 풍선처럼 사방을 향해 몸을 움찔거리다 결국 터져버리고 말았다.

펑.

여의주에 비하면 한참이나 작은 열화의 폭발과 함께, 관악구 절반과 서울대학교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열화가 지나간 자리엔 운석이 터진 것처럼 깊이 파였고, 땅속에 잠들었던 암반과 갈색의 흙들은 열기에 타버린 듯 시꺼멓게 변해 있었다.

“으아아아!”

시우의 이마의 뿔이 더욱 길어졌다.

블랙홀은 인간이 제어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무한의 존재들을 상대하기 위한 금기 마법이며, 섣부른 판단으로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가져다줄 수 있는 위험한 마법이다.

시우 또한 자기의 입맛대로 구현화할 수 있는 마법이 아니었다.

하지만 이대로 모든 것이 사라지는 것을 두고 볼 수는 없었다.

블랙홀의 크기가 사람만큼 커졌다.

물체를 끌어당기는 인력은 더더욱 강해지고, 단지 열기만을 흡수하던 블랙홀은 지상에 놓여 있던 자동차와 부서진 건물의 잔해, 폭발의 여파로 사방으로 퍼지려는 연기 등을 흡수하기 시작했다.

펑!

두 번째 열화의 폭발이 일어남과 동시에 블랙홀의 크기가 조금 더 커졌다.

사방의 모든 것을 재로 만들어 버리던 열기는 그 목적을 다하지 못하고 모두 블랙홀 속으로 빨려 들어가 버렸다.

펑! 펑! 펑! 퍼퍼퍼펑!

여의주는 결국 엄청난 폭발을 사방으로 흩뿌리기 시작했다.

폭발이 일어날 때마다 번쩍이는 불빛들이 몬스터의 눈을 멀게 하고, 열기는 그들의 피부를 녹였다.

거대한 폭발이 서울 상공에서 터져 나갔지만, 동시에 모든 것들이 블랙홀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류신이 만들어낸 여의주의 기운이 모두 갈무리되었다.

더 이상의 열기에 의한 피해도 없었고, 사방의 건물이 녹아 내리는 일도 없었다.

시우는 곧장 블랙홀을 닫으려 했다.

“으…… 으…….”

시우의 팔이 부들부들 떨리고, 입가에선 핏물이 흘러나온다.

처음 응축하려던 블랙홀은 잠시 기울였다가 팽창하며 몸을 조금씩 부풀리기 시작했다.

블랙홀의 크기가 커질수록, 딸려 들어가는 물건들의 크기도 점점 커졌다.

중력의 힘으로만 위치해 있던 물건들은 물론이고, 가로수나 소화전 가로등처럼 이미 땅속에 박혀 있는 물건들도 블랙홀로 휩쓸려 들어가기 시작했다.

“이런…… 젠장……!”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운다는 말이 이런 때 어울리려나.

시우는 제어되지 않는 블랙홀을 보며 등 뒤에 떠 있는 드래곤 하트 두 개를 보았다.

시우가 불온한 눈빛으로 드래곤 하트를 보자, 빌리언트가 그에게 다가왔다.

“이러실 필요까지 없습니다.”

“걱정 마, 요정의 비술도 알고 있고, 요양만 잘 한다면 크게 문제없을 거야.”

시우는 붉은색을 띠고 있는 드래곤 하트를 자신의 몸에 흡수시켰다.

그의 몸이 부들부들 떨리고, 이마 정중앙엔 세 번째 뿔이 생겨났다.

시우의 손에선 붉은색의 기운이 블랙홀을 향해 뻗어 나갔다.

형체가 없는 안개 같던 것은 이내 사람의 손 모양처럼 변하였고, 그렇게 수백 개의 붉은 손들이 블랙홀의 테두리를 어루만지기 시작하자 신기하게도 블랙홀들의 크기가 점점 줄어들기 시작했다.

“문이 닫히기 전에 쓰레기들 좀 처리하자.”

시우의 말에 빌리언트가 하늘로 치솟아 올라 마법진을 흩뿌렸다.

서울 곳곳에 숨어 있던 몬스터들의 몸이 붕 떠오르며 인력에 이끌려 자연스레 블랙홀 안으로 흡수되었다.

끼이이이익!

꽤애액!

사람의 몸을 잡고 버티던 몬스터들도 결국은 빌리언트에 의해 무력하게 블랙홀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

“이제 됐습니다.”

“그런가?”

시우의 기운이 끝내 블랙홀을 닫아버렸다.

사방은 아직 제대로 공사가 시작되지 않은 신도시에 있는 것처럼 썰렁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하아, 하아.”

“이제 그만 해제하시죠.”

“사람들은? 사람들을 구해야지.”

시우는 이미 한참이나 지친 상태였다.

“통로는 확보했습니다.”

“잘했어.”

시우가 류신과 일전을 벌이는 동안 빌리언트는 류신이 죽었을 때를 대비해 그가 연 차원의 틈을 빼앗아 왔다.

“하지만 이미 사람들이 흘러 들어가 버렸습니다. 이대로 통로를 막으면 가버린 사람들은 되돌 릴 수 없습니다.”

“숫자가 얼마나 되지?”

“2만 명 정도 됩니다.”

“여기서 감당할 수 있는 숫자가 아니군.”

시우의 손에선 이미 마법진들이 소환되기 시작했다.

“어쩌시려고 그럽니까?”

“여기서 당겨올 순 없지만, 그곳에 가서 밀어 넣을 순 있어. 차원의 통로는 한쪽에서 닫으면 내부의 이물질들을 다른 쪽으로 내뱉지.”

“그렇게 되면 되돌아오시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

시우는 서울의 전경을 내려다보았다.

사람이 텅 비어 버렸고, 건물과 도로는 엉망이었지만, 이곳은 언제봐도 정겨운 그의 고향이었다.

“어차피 20년밖에 살지 않은 곳이야. 그렇게 따지면 알게니하가 내겐 고향이 될 수도 있겠군.”

“…….”

“어차피 되돌아갈 수 있다면 되돌아가려 했어. 그곳에 내가 지어 놓은 궁궐이 얼마나 큰지 알잖아.”

시우의 시선은 여전히 서울을 향한 채였다.

“알겠습니다. 그럼 드래곤 하트를 넘겨주시겠습니까? 도시를 재건하고 사람들의 정신을 조종할 때 필요 할 것 같습니다.”

“아, 그런가?”

시우는 그의 후방에 남은 하나의 드래곤 하트를 건네주었다.

하지만 빌리언트는 고개를 젓더니 덜컥 그의 뱃속으로 손을 집어넣었다.

“커업…… 너, 지금 뭐…… 하는…….

“이것 두 개를 주십시오. 블루 드래곤의 하트보단 블랙과 레드 드래곤의 하트가 더 쓸모가 있습니다.”

시우의 몸은 급속도로 쪼그라들고 있었다. 그의 머릿속에 난 뿔도 점점 줄어들었고, 날개 또한 떨어져 내렸다.

“빌리언트…….”

빌리언트는 바닥으로 추락하려는 시우를 안아 들고 바닥으로 천천히 내려왔다.

“이번엔 제가 가겠습니다. 알고 보면 알게니하는 시우 님의 고향이 아닌 저의 고향이지 않겠습니까?”

“……대체 왜…….”

“그곳에서 저도 시우 님과 같은 존재가 되어 보려 합니다. 마침 이렇게 좋은 몸도 얻었고, 타이탄도 제게 있군요.”

“…….”

“저에게 자유를 주시겠습니까?”

“……고맙다 빌리언트, 네가 없이는 100년의 가까운 시간을 버티지 못했을 거야.”

“저의 주인이셔서 감사드립니다.”

빌리언트는 시우를 바닥에 곱게 눕혀놓고는 차원의 틈새를 열었다.

한발 틈새 사이로 넣은 빌리언트는 잠시 고개를 돌려 시우와 눈을 마주치곤 고개를 까딱였다.

“잘 가라.”

“예쓰 마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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