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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턴 투 다크위저드-196화 (196/200)

196화

서울의 상공은 비구름이 몰려온 것도 아닌데 뿌옇게 회색빛으로 물들어 있었다.

이매망량(?魅??).

명계의 틈새로 귀신이 쏟아져 내린 것처럼, 하늘에는 수 없이 많은 귀신이 괴롭힐 대상을 찾아 부유하고 있었다.

지상에는 점점 많은 몬스터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처음 강력한 몬스터들은 피하거나 고수가 올 때까지 기다렸던 무인들도 더 이상 수동적으로만 움직일 수 없어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무인들이 나타나자 이매망량들이 괴이한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다.

꺄아아아악!

끼어어억!

환한 태양 빛을 가릴 듯 회색의 영혼체로 부유하던 귀신들이 자신들의 몸을 구현화 하기 시작했다.

조로구모, 규키, 누리카베, 다이다 라봇치, 바케나 누키, 스나가케바바, 스네코스리, 아야카시, 아오만돈, 오오가마, 오오무카데, 우미보즈, 이누호오.

일본의 전설로만 내려오던 백귀야행의 행사가 구현화 된 것처럼 다양한 종류의 귀신들이 벌 떼처럼 무인들에게 날아들었다.

“야, 야토가미다!”

“귀신이다! 모두 피해!”

쾅! 콰콰콰쾈!

구현화 된 귀신들은 물리적 타격을 입혔다.

단단한 아스팔트 바닥이 찢어발겨지고, 강철 프레임으로 만들어진 차들은 손쉽게 우그러졌다.

머리카락 모양의 칼날, 아스팔트에서 솟아나는 진흙벽, 비와 번개, 모래 폭풍과 염산 못지않은 두꺼비의 독, 기차를 가져다 놓은 듯 거대한 지네와 불을 뿜어내며 사방을 불태우는 지네까지.

다양한 공격이 무인들의 피해가 속출했다.

“모두 물러서! 대응하지 마! 놈들은 언제든 령체로 변화한다!”

과거 야토가미의 귀신들과 싸워본 적이 있었던 무인의 말에 한연맹의 인원들이 재빨리 물러섰다.

“사형! 뒤에 트롤 무리가!”

“모두 모여! 단숨에 밀고 나간다! 척살이 아니다! 그저 밀어내기만 해!”

무인들은 방추형의 모양으로 편성을 짜고 신법을 펼쳐 서로의 속도를 맞췄다.

그리고 단숨에 벽을 찢어발기듯 트롤 무리를 뚫고 지나가려 했다.

하지만 20개의 팀으로 나누어 열 명밖에 되지 않는 인원으로 낼 수 있는 파괴력엔 한계가 있었다.

그들의 날카로운 검기가 지나갈 때마다 금세 상처를 회복한 트롤들의 날카로운 발톱이 무인들의 목을 노리고 들어왔다.

“크아아악!”

한 무인이 목을 움켜쥐고 바닥에 쓰러졌다.

옆에서 등을 맡고 있던 무인이 바로 쓰러진 무인의 몸을 부축하였다.

“……가, 크헉…… 그냥…… 가!”

그는 목에서 분수 같은 피를 흘리며 자신을 부축한 무인에게 말을 했다.

“무슨 개 같은 소리야! 닥치고 있어!”

부축하는 무인은 당장에 품을 뒤져 포션을 찾았지만, 손에 잡히는 포션은 없었다.

“누구 포션 있는 사람 없어! 급해!”

“……크윽, 아까 다 썼어.”

한연맹을 출발할 때 최대한 많은 포션을 챙겨 나왔지만, 계속해서 몰려드는 몬스터들에 그 포션 마저 다 쓴 상태.

왜 이렇게 빨리 썼냐 책망할 수도 없는 것이, 그 포션들이 아니었다면 이미 팀원들 모두가 이곳에 뼈를 묻었을지도 모를 일이었기 때문이었다.

“젠장…… 야! 정신 차려!”

“가…… 제발…….”

방추형으로 치고 나가려던 다른 팀원들도 어느새 두 사람을 둘러싸고 트롤을 막고 있었다.

그사이 이매망량의 무리가 트롤과 대적하는 무인들을 덮치려 다가오고 있었다.

“시발…… 시발…… 시발……!”

무력한 상황에 욕지기만 내뱉고 있을 때, 공기의 떨림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그와 동시에 들리는 어눌한 한국말.

“모두 모이라! 방으로 밀어낸다!”

그 말에 무인들이 즉각 호신강기를 펼치며 쓰러진 두 무인을 덮쳤다.

트롤들은 날카로운 발톱으로 무자비하게 무인들의 등을 찢어발기려 했다.

드드드드드드.

그 순간, 하얀색의 커다란 종이 같은 것이 트롤과 무인들 사이를 갈랐다.

그리고 한순간에 트롤들을 수십 미터나 뒤로 밀어 버렸다.

캬오오오오!

캬아아악!

불도저처럼 밀고 나가는 하얀색의 면은 트롤들을 눈송이처럼 마구 뒤엉키게 해 밀어내고, 하얀색 커다란 방 안에 가둬 버렸다.

끼야아아악!

그와 동시에 이매망량의 무리들이 지근까지 다가왔다.

“귀방(鬼房)!”

제갈청룡의 수인과 함께 그의 앞엔 위가 뻥 뚫린 붉은 상자가 나타났다.

“멸귀(滅鬼)!”

상자 위로 작은 소용돌이가 몰아치기 시작했다. 작은 소용돌이는 거대한 흡기력을 가진 것처럼 주변의 비바람을 흡수하기 시작했고, 동시에 허공을 부유하며 무인들을 공격하려던 이매망량까지 빨아들였다.

꺄아아아악!

이상함을 느낀 것일까? 이매망량을 이루는 귀신들이 더욱 흉폭한 모습으로 변하여 제갈청룡의 주술을 필사적으로 거부했다.

제갈청룡의 얼굴이 붉게 달아오르고, 이마에선 송골송골 땀방울이 맺히기 시작했다.

“으아아아아악!”

제갈청룡의 우렁찬 외침과 함께, 이매망량들이 그의 상자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꺄아아아악!”

한참이나 귀신들을 빨아들였지만, 이매망량 무리들은 줄을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상자는 벌써 한계에 다다랐는지 덜덜 떨리기 시작했고, 제갈청룡의 안색은 붉은색을 넘어 하얗게 질려가고 있었다.

“봉귀(封鬼).”

제갈청룡의 수인을 따라 상자의 뚜껑이 닫혔다.

쿵! 쿵! 쿵! 쿵!

닫힌 상자 안에선 귀신들이 발악이라도 하는 듯 금방이라도 터질 것처럼 들썩거렸다.

하지만 곧이어 붉은 상자는 작게 변하여 사라졌다.

“하아, 하아, 하아.”

하지만 문제는 그것이 아니었다. 아직 하늘엔 수없이 많은 이매망량이 존재했고, 소란한 소리를 듣고 새로운 몬스터들이 다가오기 시작한 것이다.

“너무 많아! 스승님은 뭐 하고 계신 거야!”

제갈청룡이 원망하듯 말하자, 뒤편에서 우렁찬 기계음이 들려왔다.

― 지금 내 탓을 하는 거냐?

깜짝 놀란 제갈청룡이 고개를 돌렸다.

서울 상공엔 검은 빛깔의 우람한 덩치와 다르게 기민한 움직임으로 날아오는 타이탄이 보였던 것이다.

“아, 아니, 아닙니다! 제자는 스승님을 욕하지 않습니다.”

― 너 두고 보자, 일단 끝까지 살아있어라.

쐐애애애액!

번개처럼 제갈청룡의 머리 위를 지나간 타이탄은 푸른색 마나 소드를 길게 뿜어내며 사방으로 검날과 함께 회전하고 있었다.

팽이처럼 회전하며 날아다니는 타이탄의 거대한 위용에 귀신이건 이매망량이건 버틸 수 있는 존재는 없었다.

귀신들은 봄날의 꽃가루처럼 자신의 형체를 유지하지 못하고 흐트러뜨렸다.

그 놀라운 장관에 청룡이 멍하니 바라보며 나직이 말했다.

“진짜 사람이 아닌 거 같네…….”

그때, 부상자를 부축하던 무인이 다급하게 물었다.

“청룡 씨, 포션 가진 거 있어요?”

“네? 아! 네! 죄송합니다.”

“아니에요. 청룡 씨 아니었으면 다 죽을 뻔했는데.”

“하하, 별말씀을 일단 본부로 복귀하고 치료부터 받도록 하죠.”

“그래요.”

펑, 퍼퍼퍼펑, 퍼퍼퍼펑.

먼 하늘에서 폭죽이 터져 나가는 소리가 연신 울렸다.

회색의 이매망량은 검은색의 타이탄을 집어삼키기 충분할 정도로 숫자가 많았다.

회색의 구름과 같이 하늘을 가득 메운 이매망량은 자신의 몸을 일부만 구현화하여 타이탄을 구속하려 했다.

푸른색의 빛을 내뿜는 마나 소드는 황금색의 빛의 검으로 변했다.

20m의 타이탄 전장을 훌쩍 넘을 정도로 거대한 크기의 황금색 마나 소드에 닿은 이매망량은 곧장 먼지로 화해 지면으로 낙하했다.

팽이처럼 회전하는 황금색 검은 마치 암운 속의 번개처럼 번쩍거렸고, 그럴 때마다 회색의 구름의 농도가 점점 약해지기 시작했다.

― 이런 건 그냥 시간 끌기밖에 되지 않아!

타이탄의 기계음이 시우의 감정을 대변하듯 쩌렁쩌렁하게 울렸다.

회색 구름으로 이루어진 이매망량의 꼭대기 부분에서 구름들이 뭉쳐 사람의 형상을 구현화하기 시작했다.

“감정이 생긴 뒤엔 생각도 많이 달라지더군요. 애당초 목표했던 바와 달리 감정이란 도구는 목적을 효율적으로 이루지 못하게 하는 단점이 있었습니다.”

― 남들 사춘기 때 겪는 경험을 새로운 경험인 척 말하지 마!

또 한차례 황금색 빛이 번쩍이고, 서울 상공엔 폭우처럼 먼지들이 쏟아져 내렸다.

“인간의 근본이 변할 정도의 고통을 겪은 이에게 충분한 고통을 주자. 죽음으로서 끝내는 것은 용서할 수 없다. 그렇다면 그에게 줄 수 있는 고통이란 무엇일까?”

― 그거 아나! 사춘기에 마음의 병이 심하게 걸리면 그렇게 말이 많아져! 중2병이라고. 혹시 손에 붕대를 감거나 안대를 끼고 싶은 마음은 들지 않던가?

구름으로 만들어진 류신이 재밌다는 듯 쿡쿡 웃었다.

“제 사고의 끝에 나온 답은 하나였습니다. 바로 ‘고독’.”

― …….

타이탄의 움직임이 우뚝 멈췄다.

이매망량도 잠시 타이탄의 주변을 배회하며 비행하기만 할 뿐 타이탄을 공격하지 않았다.

“백 년의 시간을 누구에게도 이해받지 못하며 살아온 인간. 고독 속에서 사무치게 온 세상을 저주했던 인간. 그 기억을 잊기 위해 필사적으로 주변인들의 희생을 막으려 하는 인간. 그리고 고독이 두려워 다가오는 이들을 막아서는 인간. 그게 바로 최시우 님이시죠.”

― …….

“이제는 느낄 수 있습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시우 님이 속으로 얼마나 찢어질 듯 괴로운 감정을 느끼실지.

1,000만의 희생은 그저 숫자에 불과한 것이 아닙니다. 그것은 시우 님에게 또 다른 고독을 상기시키겠죠. 길거리에 다니는 행인들, 일상을 반복하는 사람들, 시우 님과 가까워 보이지만 멀고, 멀지만 가까운 사람들, 그 모든 것에 행복을 느끼던 분이셨으니. 그것이 사라진 후엔 한 번도 느껴보지 못했던 새로운 고통을 받으시겠죠.”

― …….

“전, 세계를 지울 겁니다. 시우 님과 싸웠던 사람도, 시우 님과 함께 했던 사람도, 시우 님을 아는 사람과, 시우 님이 봤던 사람들 모두. 그 대가가 지구인들의 소멸이라면, 제겐 충분히 메리트 있는 거래라 느껴지는군요.”

― ……진정으로 미쳤군.

“그런가요? 하지만 생각해 보십시오. 한 번에 천만의 인원. 단 한 번의 성공만으로도 시우 님은 돌이킬 수 없는 타격을 입을 겁니다. 저와 다르시니 말이죠.”

― 개소리는 잘 들었다. 더더욱이 실패하지 않아야 된다는 걸 확실히 알았어.

타이탄의 왼손에서도 황금색 마나 소드가 빛을 발했다.

눈으로 좇을 수 없을 정도로 빠른 진동까지 가미된 마나 소드는 빛의 검에 닿는 모든 것을 가루로 만들었다.

타이탄의 가슴에선 붉은색 빛이 하늘을 적시고 그때마다 회색 구름들은 먼지로 화해 바닥에 가라앉았다.

― 네놈이 원하는 대로 두지 않아!

타이탄의 기계음이 서울 전체에 울릴 정도로 쩌렁쩌렁하게 울렸다.

아니 울부짖었다.

그것은 분노처럼 들리기도 했고, 슬픔처럼 들리기도 했다.

중요한 것은 쩌렁쩌렁한 타이탄의 외침에도 이매망량의 숫자는 줄어들기는커녕 사방에서 몰려오는 구름들로 인해 그 숫자가 점점 더 많아지고 있었다는 것이다.

“이렇게 감정적인 시우 님은 처음이군요. 아마 이런 것이 감정의 단점이자 약점이겠지요?”

붕붕붕붕붕붕붕붕

황금빛과 마주치는 이매망량에겐 충격음이나 파괴음 따위는 들리지 않았다.

초고속으로 진동하는 빛의 검은 닿은 모든 것을 소멸시킨다.

구현화되는 귀신이든 비구현화로 달려드는 귀신이든. 빛의 검 앞에선 모두 먼지로 변화한다.

하지만 아무리 휘두르고, 자르고, 내리치고, 돌려 보아도, 이매망량의 숫자는 줄어들 생각을 하지 않았다.

이제는 하늘과 땅의 구분이 사라지고, 동서남북의 방향을 가늠할 수 있는 것도 보이지 않았다.

오직 끝없는 귀신의 무리.

끝없는 구름의 모양들.

타이탄의 움직임이 서서히 둔화되기 시작했다.

이대로 끝인가?

지구에 돌아온 뒤 단 한 번도 시우의 머릿속에서 들지 않았던 잡념이 슬그머니 고개를 들었다.

알게니하에서 살아남기 위해 꾹꾹 눌러 봉인시킨 ‘포기’라는 감정이 류신의 자극에 의해 슬쩍슬쩍 모습을 드러내기 위해 눈치를 보고 있는 중이었다.

타이탄을 조작하는 손에 힘이 잔뜩 들어가고, 몸은 점점 무겁게 느껴진다.

“마스터, 제가 좀 나서도 되겠습니까?”

시우의 머리를 내려치듯 청량한 목소리가 그의 정신을 일깨웠다.

― 뭐?

품속에 넣어 둔 통신구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시우가 고개를 돌려 주변을 돌아봤다.

주변은 여전히 회색의 구름으로 가득하여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권한을 내려 주시면 제가…….”

― 허가한다!

“예쓰 마스터.”

서울은 이미 태양이 진 것처럼 어둠이 가득했다.

그 어둠을 만들어 낸 것은 서울 상공의 이매망량.

그 이매망량의 위로 황금색의 마법진이 생성되었다.

동시에 서울을 가득 메울 듯 거대한 마법진이 바닥에서도 형성되었다.

드드드드드드드.

커다란 진동과 함께 허공을 자유로이 배회하던 이매망량들이 우뚝 모습을 멈추었다.

꼬리처럼 생긴 뒷부분을 파닥거리고 온몸을 비틀어 보았지만 그들의 몸은 움직이지 않았다.

팟!

하늘에서 땅으로, 땅에서 하늘로.

눈을 멀게 만들 법한 환한 빛이 세상을 가득 메웠다.

번쩍!

몬스터도, 무인들도, 타이탄 속에 자리한 시우까지 눈을 뜰 수가 없었다.

그렇게 세상을 가득 메웠던 빛이 사라지고, 이매망량들이 떨어져 내리기 시작했다.

회색의 거대한 구름은 대기의 공기에도 쉽게 부서져 내렸다.

한 줌의 모래가 지면으로 떨어지는 것처럼 이매망량은 서울 전체에 뿌연 먼지를 흩뿌리며 그렇게 떨어져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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