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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턴 투 다크위저드-192화 (192/200)

192화

한연맹의 무인들은 51area의 활주로에 도열해 있었다.

전투는 진즉에 끝났지만, 시우의 회복을 위해 한연맹 무인들 전부가 51area에 남아있었다.

그사이 한연맹의 무인들도 전사자를 수습하고 부상을 치료했다.

처음 며칠은 동료의 죽음으로 침울한 분위기였지만, 차츰 시간이 지나며 무거운 분위기는 풀렸다.

특히나 이제는 그들이 곧 세계 최강의 단체가 되었다는 자부심이, 그리고 희생자들의 죽음이 헛되지 않았다는 위안이 그들을 다시 일어서게 만들었다.

한편엔 활주로를 도화지 삼아 열개의 마법진을 그리고 있는 제갈청룡이 있었다.

다른 한연맹의 무인들이 며칠간의 휴식으로 혈색이 돌아오고 기운을 차리는 동안, 제갈청룡은 시우에게 넘겨받은 마법진을 구현화하기 위해 밤낮을 가리지 않고 마법진에 매달렸다.

당초 51area에 제갈청룡이 구현했던 마법진은 시우의 스크롤을 이용해 즉석에서 만든 대단위 텔레포트 마법진이었다.

한연맹의 작전은 시우의 스크롤로 만들어진 마법진의 좌표를 제갈청룡이 수정, 캐나다로 임시 대피한 뒤 한국으로 가는 워프를 시우가 다시 만드는 것이었다.

하지만 빌리언트가 친 워프 스파이더에 의해 작전은 물거품이 되어 버렸고, 제갈청룡은 자신이 만든 마법진이 제대로 구동되지 않았다는 불안감에 며칠이나 밤을 새워 마법진을 다시 살펴봤던 것이다.

그의 지친 몰골은 캐시와 크게 다를 바가 없었다.

시우가 제갈청룡에게 말했다.

“어떻게 되고 있어?”

시우가 불렀음에도 듣지 못했는지 제갈청룡은 혼자서 중얼거리고 있었다.

“청룡!”

“네? 에?! 넷!”

깜짝 놀란 제갈청룡이 결국 무게 중심을 잡지 못하고 뒤로 넘어졌고, 제갈청룡은 철판교의 수법을 이용해 자신의 몸이 마법진을 지우지 못하게 필사적으로 버텼다.

“다 된 거야?”

“……네, 다 했습니다……. 했습니다만…… 아니! 완벽합니다.”

제갈청룡은 마지막엔 스스로에게 최면을 걸듯 이야기했다.

“어려운 일에 매번 도전하는 정신은 마법사에게 아주 중요한 자질이지만, 끝까지 스스로가 한 연구에 대해 의심하지 않는 것은 못된 버릇 중에 하나야. 야토가미의 술을 연구할 때 조바심만 내지 않았다면 너와 너희 형도 그런 어려움을 겪진 않았을 거야.”

“……아…….”

부끄러운 과거에 제갈청룡은 얼굴을 붉히고 고개를 숙였다.

“공간이동 마법은 수십 가지의 마법 이론이 복합적으로 연계된 상위 마법 중에 하나야, 더구나 한국으로 가는 직행 워프를 만드는 것은 더더욱. 네가 지금 제대로 구현하지 못한다 해도 부끄러울 게 없어. 고개 들어.”

“그, 그렇습니까?”

시우는 대답 대신 ‘으흠.’ 하는 소리와 함께 마법진을 둘러 보았다.

“뭐, 나쁘지 않게 잘했네.”

“그럼 바로 시동할까요?”

“아니, 이대로 시동하면 무인들 절반은 아프리카 초원에서 발견되고, 절반은 태평양 바다 심해에서 압력 때문에 폭사할 거야.”

“네?”

“뭐, 그래도 거의 목적지까지 갔으니까. 너무 실망하진 말고.”

제갈청룡은 시우를 보면서 그의 스케일이 얼마나 크기에 태평양과 서울의 거리를 ‘거의’라는 말로 잴 수 있는 것인지 궁금해했다.

“빌리언트, 고칠 수 있겠어?”

시우가 뒤를 돌아보며 이야기하자, 은발의 조각 같은 얼굴의 미남자가 천천히 걸어 나왔다.

키까지 훤칠하게 큰 그는 마치 컴퓨터 그래픽으로 만들어낸 인류 최고의 아름다운 유전자를 가진 존재 같았다.

“누, 누굽니까?”

처음 보는 인물의 등장에 청룡이 놀라며 물었다.

“알잖아. 빌리언트.”

“비, 빌리언트요?”

한연맹에 처음 방문한 제갈청룡이 제일 먼저 기겁한 것은 바로 한연맹 전체를 관리하는 빌리언트의 존재였다.

마치 인간의 감정을 가지고 있는 듯한 그의 음성를 듣고 본부에 있는 어느 인물이 조종하고 있을 거라 생각했던 그의 예상은 시우의 연구소에 놓인 빌리언트의 본체를 보자 뒤집어졌다.

“전에 봤던 거랑 다르지? 이번에 스스로 업그레이드를 했더라고, 이제 인류의 멸망이 얼마 남지 않은 거 같지 않아?”

빌리언트는 기계적인 움직임으로 제갈청룡에게 다가갔다.

“반갑습니다. 휴먼. 당신의 머리는 인류의 재산 중 하나군요. 제가 이 세계를 지배하게 될 때, 당신의 뇌를 따로 떼어내어 연구를 마친 후 길이 보존하겠습니다.”

“뭣!”

빌리언트의 서늘한 말에 제갈청룡이 깜짝 놀라며 뒤로 물러섰다. 그는 당장이라도 출수할 듯 양손에 내기를 가득 모았다.

“스승님 물러나십시오! 저 녀석은…….”

제갈청룡의 결연한 대사에도 시우는 팔짱을 끼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호호호호.”

옆에서 지켜보던 한세아의 웃음소리가 들리고 제갈청룡은 영문을 알 수 없는 표정으로 시우를 바라봤다.

“뭐지? 두정은 분명 안 닫았는데, 귀신을 떼어내면서 아이큐도 좀 떨어진 건가? 왜 바로 못 알아차리지?”

“마스터, 제 연기가 뛰어났다는 생각은 하지 않으십니까?”

빌리언트는 예의 그 기계적인 어투와 음성으로 돌아왔다.

“놀라게 해드려 죄송합니다. 마스터께서 꼭 해 보고 싶다고 하셔서.”

“지, 진짜 그 빌리언트 맞습니까?”

“그래, 스스로 업그레이드하면서 이상한 유머 프로그램이 들어 갔나 봐. 그동안 어떻게 참았는지 몰라.”

“보, 본래, 빌리언트가 유머는 좀 있었지 않습니까. 이렇게 움직이기까지 하니까 더 놀랐습니다…….”

제갈청룡은 말을 얼버무리며 마무리했다.

“장난은 그만하고, 어때? 고칠 수 있어? 난 아직 피곤한데.”

시우의 말에 빌리언트가 앞으로 나서며 고개를 끄덕였다.

“아직 51area에 권한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조정할 수 있습니다.”

“그래? 그럼 워프까지 열어도 되지?”

시우가 캐시를 바라보며 물었다.

캐시는 말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의 태도엔 어떤 체념 같은 것이 가득했다.

“시행해.”

“예쓰 마스터.”

빌리언트가 앞으로 나서 두 손을 뻗자 그의 양 손바닥에서 룬어의 물결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푸른 불빛을 뿜어내는 그 룬어의 물결은 가까운 곳부터 시작해 차근차근 워프 마법진에 스며들어 마법진을 고치기 시작했다.

“마, 많이 고쳐야 하나, 하, 합니까?”

“말 편히 하셔도 됩니다. 제갈청룡 님. 전 이전과 달라진 것이 없습니다.”

“그, 그래?”

빌리언트와 가장 많은 대화를 나눈 것은 제갈청룡이었다. 오랜 세월을 물건에 깃들어 살았던 탓에 빌리언트는 각종 역사부터 시작해 세상의 모든 통찰에 대해 알고 있었고, 그런 그의 기능에 가장 관심을 가진 것은 누가 뭐래도 제갈청룡일 수밖에 없었다.

그랬기에 인간의 모습을 한 빌리언트가 더욱 어렵게 느껴졌는지도 몰랐다.

“어, 어때? 이 정도면 잘한 건가?”

제갈청룡은 분위기를 조금 풀어 보기 위해 농담을 건넸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인간형의 빌리언트에게는 이전에 봤던 구체형의 빌리언트보다 정감이 덜 가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시우 님의 말씀대로, 차근차근 익혀 나가시면 언젠가 이 세계의 대마법사가 될 수 있을 겁니다.”

“허헛! 그, 그래?”

그렇게 두 사람이 이야기하는 사이, 빌리언트의 손바닥에선 계속 룬어의 줄글이 워프 마법진 전체를 전식하였다.

“어? 근데 좀 이상한데?”

“뭐가 말이죠?”

“이거 뭔가 많이 지워지고 있는 것 같은데! 어어!”

빌리언트의 룬어는 제갈청룡의 모든 진을 수정하고 있었다.

“죄송합니다. 시우 님의 말씀대로, 이 마법 진은 바다 위나 인간이 살 수 없는 곳으로 설정되어 있습니다.”

“…….”

* * *

“더 높이 뛰어봐.”

“이렇게요!”

한 여인의 목소리에 아직은 앳된 얼굴의 청년이 하늘에서 떨어져 내려온다.

“더 높이 뛰어봐!”

그녀의 구령에 맞춰, 청년이 뛰는 높이는 점점 높아졌다. 처음엔 사람 머리만큼만 뛰던 청년은 이제는 4~5층 높이 정도까지 훌쩍 뛰곤 했다.

“하아, 하아, 누나 이제 고만해요. 멀미 날 거 같아요.”

여인에게 앓는 소리를 하는 건 다름 아닌 우빈이었다.

그나마 지혜가 이곳에서 편하게 대하고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은 우빈뿐이었고, 우빈 또한 그것을 잘 알고 있기에 최대한 그녀의 곁에 있어 주었다.

그렇게 지혜와 우빈은 조금 더 친해져 있었다.

“그럼 장풍 좀 보여줄래?.”

“네?”

“장풍 있잖아. 이렇게 탁 하면 부웅- 하고 나가는 거.”

우빈이 우물쭈물하는 때에, 사막의 모래 언덕 위에 올라갔던 소빈이 내려왔다.

“걔는 아직 부족해서 장풍을 못 써.”

“언니!”

지혜가 소빈을 반갑게 맞이했다.

“무인들이 주로 쓰는 건, 장력이야, 기운은 있는 데 형태가 잘 보이지 않아. 그런데 무협지에서 말하는 장풍은 실체화가 필요하거든. 근데 쟨 아직 그럴 단계는 아니야.”

“우빈이가 여기 모인 사람들 중에 손가락 안에 드는 인원이라고 했는데요? 무협지에서 나온 장풍이 그렇게 어려운 거예요?”

“아니 우빈이가 강한 건 맞는데, 우빈이의 내력은 특성상 가시화가 안 되거든. 나는 좀 되는 편이야 이렇게.”

소빈이 손에서 태백장의 기가 쏟아져 나왔다.

천산지존검의 진한 기를 품고 있는 장력은 곧장 지혜 일행이 있는 반대편으로 날아갔다.

펑!

당연히 스스로 소멸할 거라 생각했던 장풍은 허공에 거대한 폭발음을 내뿜으며 터졌다.

소빈과 지혜, 우빈이 깜짝 놀라 고개를 돌렸다.

그곳에는 태백장을 직격으로 맞은 시우가 얼굴을 부들부들 떨고 있었던 탓이다.

“하루 종일 방방 뛰고 장풍 쏘고, 기운이 넘치는 걸 보니 여기 남을 사람이 정해져 있네.”

“아하…… 무, 무슨 소리야, 내가 대학교에 남은 강의가 몇 갠데?”

“…….”

시우는 못마땅한 눈빛을 돌리며 지혜를 바라봤다.

지혜는 말없이 시우를 보며 생글 웃고 있었다.

시우는 소빈을 보며 물었다.

“어때요?”

“음…… 여전히 안 터져요. 단순히 이쪽 통신망 문제는 아닌 것 같아요.”

“오히려 중국 내륙 쪽과는 연락이 더 잘 되는 편이에요.”

“그렇다면 한국 쪽이 문제란 건가요?”

세아가 캐시 쪽을 바라보며 물었다.

캐시는 지친 듯 고개를 저었다.

“지난 열흘간 메인룸에 들어가서 위성을 조작할 여력도 없었어요. 저한테 물어보지 말아주세요.”

“일단 돌아가 보면 알겠지.”

시우의 말에 캐시는 혹시라도 그의 마음이 바뀔까 봐 수도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대로 가도 괜찮을까요? 영국에 대해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가는 일이 계속 마음에 걸리는데.”

“어떤 단체인지도 모른다면서?”

한세아는 캐시를 바라봤다.

캐시는 한숨을 작게 내쉬며 말했다.

“어떤 단체인지는 모르지만, 예상은 해 볼 수 있어요. 영국 왕실 마법 협회 검은 장미단일 가능성이 높아요.”

“예상이라, 왜지?”

“검은 장미단은 영국 상계의 상징적인 존재와 같은 곳이에요. 상계의 최강자들이 소속되어 있는 곳이고 우리 측의 요원들이 마지막으로 움직임을 파악한 것도 그들이었어요.”

“확신할 수 없는 것은 정보가 끊겼기 때문?”

“네. 이후에도 정보 라인이 살아난다면 정보를 바로 넘겨 드리도록 할게요.”

캐시는 제발 그만 돌아가 달라고 애원하는 듯한 모습이었다.

“여기서 뭘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그만 돌아가자.”

“알겠습니다.”

“모두 돌아간다!”

귀환 소식에 한연맹 인원들은 벌떡 일어나 환호를 질렀다.

누구에게나 집에 간다는 소식은 즐거운 일이었다.

* * *

제갈청룡이 똥 씹은 표정으로 지켜보는 와중에, 마법진이 완성되고 빌리언트는 10개의 워프를 가동시켰다.

워프 안으론 벌써 한연맹의 부지와 건물들이 보였다.

“돌아간다!”

김준상을 시작으로 한연맹의 무인들이 하나둘 워프 안으로 들어섰다.

이윽고 모든 인원이 워프를 빠져나오자 51area와 한연맹을 연결 지어 주던 워프는 임무를 다한 듯 사라져 버렸다.

“뭐야?”

한연맹에 도착한 무인들은 하나둘 당황하기 시작했다. 커다란 환송식까지는 바라지 않더라도 귀환하는 자신들을 위해 누군가 기다리고 있을 거라 예상했던 터였다.

하지만 한연맹에 도착했을 때 사람들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한연맹엔 아무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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