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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턴 투 다크위저드-189화 (189/200)

189화

네발로 걷는 키메라들은 마치 일생의 모든 에너지를 짜내는 것처럼 달렸다.

동족이 지체하면 동족을 밟고, 전차가 앞을 막으면 전차를 타고 넘었다.

캐시가 소환한 몬스터들은 최대한 키메라들을 피하려 했지만, 전력을 다해 움직이는 그들의 발톱을 피한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었다.

의기충천했던 한연맹의 무인들도 파도처럼 밀고 들어오는 키메라의 무리에 주춤주춤 뒤로 물러섰다.

인간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의 것이 아니었다.

“오행륜!”

김준상의 외침과 함께 거대한 수레바퀴 같은 륜이 빛을 뿜으며 키메라를 밟고 지나갔다. 륜이 지나간 곳은 시커먼 검댕이로 변한 키메라의 시체만이 남을 뿐이었다.

기이하게도 키메라들은 동료가 죽으면 달리던 것을 멈추고, 그 자리에서 키메라의 시체를 뜯어 먹었다.

그렇게 동료의 시체를 뜯어 먹는 와중에 다른 키메라들은 그 키메라의 머리를 밟고 앞으로 나아갔다.

도망치기 바쁜 건 한연맹의 무인들뿐만이 아니라 51area의 병사들도 매한가지였다. 그나마 전차에 타고 있던 51area의 병사들은 한연맹이 있는 곳으로 포를 날리곤 했지만, 그렇지 못한 이들은 그 자리에서 키메라의 먹이가 되곤 했다.

“대열을 정비하세요!”

전격의 늑대가 키메라 떼를 몇 번이나 오가며 키메라를 재로 만들어 버렸다.

키메라의 진격이 잠시 멈춰지긴 했지만, 그들의 이동 전체를 막는 건 요원한 일이었다.

우빈의 검이 횡으로 종으로 두 번 뻗어 나갔다.

화려한 초식이나 검격 같은 건 이미 잊은 지 오래다.

초식을 쓰면 초식과 초식 사이의 틈을 노리고 키메라의 이빨이 파고든다. 검격을 쓰기 위해 내공을 조금이라도 모으려 하면 알머스트 위로 둔탁한 키메라의 발톱이 내리꽂힌다.

우빈의 온몸에는 이미 푸른 핏물이 뒤덮여 있다 못해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고약한 냄새가 코를 마비시킬 정도로 괴로웠지만, 우빈은 그런 것에 불만을 품을 시간이 없었다.

오직 적을 베야 한다는 일념만으로 검을 휘두르고 또 휘둘렀다.

그 움직임에서 더 이상 무인의 고고함이나 도인의 현학적인 움직임 따위는 사라진 지 오래다.

오직 살기 위해 최단 거리로 검을 휘두를 뿐이었다.

제갈청룡이 만든 방 안에서 밖의 모습을 보고 있던 지혜는 말을 잃었다.

태산 같은 높이의 파도처럼 달려드는 키메라의 모습은 끔찍한 영화에서나 나오던 괴이하고 악랄한 장면의 일부 같았다.

평범한 좀비 영화를 보고도 며칠이나 악몽에 시달리곤 하는 그녀이니, 이 광경을 보고 말을 잃은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이게 무슨…….”

그녀는 아무 말 없이 방 밖의 전경을 바라보는 제갈청룡과 소빈을 바라보았다.

“이 세계에선 이런 게 일상적인 일인가요?”

지혜의 물음에 제갈청룡과 소빈이 동시에 고개를 돌렸다.

하지만 두 사람 다 아무런 대답을 하지 못했다.

“이런 게…… 이런 광경이 나의 세상이라면…… 너무 끔찍할 거 같아요.”

소빈이 지혜에게 다가와 그녀의 손을 잡았다.

“우리가 두 세계를 분리한 이유는 평범한 사람들에게 혼란을 주지 않기 위해서도 있지만, 이런 끔찍한 세계를 구현하고 싶지 않아서이기도 해. 그동안 이런 식으로 세상을 끔찍하게 만든 이들이 매번 나타나곤 했지만, 늘 누군가 나타나 그들이 현실 세계의 사람들에게 가지 못하도록 막곤 했어. 이번엔 우리가 그 일을 하게 된 것이고.”

“…….”

지혜는 자신의 손을 잡고 있는 굳은살 생긴 그녀의 손이 미세하게 떨리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언니도 두렵나요?”

“……응, 저런 끔찍한 것은 나도 처음 보니까. 하지만 저런 것으로부터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 강해진 거야. 그러니까 두렵기만 한 건 아니야.”

“저기에 싸우고 있는 사람들이 언니의 가족들이라고 했나요?”

“가족 같은 사람들이지. 진짜 가족도 있고.”

“……혹시 저와 지켜보기만 하는 게 언니에게 고통인가요?”

“……시우와 약속을 지키지 못하는 건 내게 더 큰 고통이야. 너를 위험에 빠뜨릴 수도 있고.”

“만약 괜찮다면 언니가 편한 대로 하셨으면 좋겠어요.”

“……아냐…….”

“만약 저에게도 언니처럼 힘이 있고, 시우가 저런 상황에 처해 있다면 위험하다고 그냥 두고 보지만은 않을 거예요. 언니도 같은 마음 아닌가요?”

소빈은 대답 없이 ‘방’ 밖의 전경을 바라봤다.

당장이라도 달려가 검을 휘두르고 싶다.

호승심에 의한 것이 아니다. 저기 죽어가는 이들이, 쓰러져 가는 이들이 모두 자신의 가족이고 동료이다. 그들이 위험한 모습을 그저 지켜볼 수만은 없었다.

“그렇게 하세요. 이 방 안에 있는 건 저 혼자로도 충분합니다.”

“그래도…….”

“저도 스승님께 몇 가지 마법을 배웠습니다. 만약을 위해서 공격용 스크롤도 몇 개 가져왔고요. 만약 위험에 처한다면 지혜 씨는 확실히 지킬 수 있을 겁니다.”

소빈은 지혜를 바라봤다.

지혜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여 줬다.

“부탁할게요.”

소빈이 검을 뽑고 검집을 발아래 떨궜다.

제갈청룡이 양손을 붙였다가 떼자 생긴 작은 공간을 향해 소빈은 천살지존검을 펼치며 몸을 날렸다.

콰콰콰쾅!

일순 섬뜩한 살기와 함께 거대한 검의 압력이 키메라 무리를 난도질했다.

쿠에에엑!

섬뜩한 살기에 놀란 키메라들이 주춤거리며 뒤로 물러섰다.

그러자 뒤에서 달려오던 키메라들은 그들을 밟고 앞으로 나아갔다.

“괜찮아?”

소빈이 키메라의 피를 흠뻑 뒤집어쓴 우빈을 보며 말했다.

“초식을 아껴! 이놈들, 초식과 초식 사이에도 파고 들어오니까!”

“너무 앞으로 왔어.”

“앞으로 온 게 아냐! 사람들이 뒤로 물러난 거지!”

우빈의 말마따나 평범한 무인은 제자리를 버티고 있는 것도 쉽지 않았다.

키메라의 공격은 단순했지만 쉼이 없었고, 또 위협적이었다.

인간이 공포를 느끼는 대상으로부터 물러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었다.

“천천히 뒤로 가자!”

“나도 가고 싶어!!”

우빈의 절규가 그 어느 때 보다 진실되게 느껴졌다.

한편 시우가 탑승한 타이탄의 가슴에서 흘러나온 불빛이 사막을 물들이자, 존이 탑승한 골렘은 이상함을 느끼고 타이탄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골렘의 몸에선 마법진과 재래식 병기가 함께 사출되어 타이탄을 공격했다.

열추적 미사일과 20mm 발칸포가 브레스와 함께 타이탄을 쫓았다.

가슴에서 붉은빛을 발산하는 타이탄은 더욱 빠른 속도로 비행하여 골렘의 공격을 피했다.

퍼퍼퍼퍼펑!

타이탄이 지나간 자리엔 미사일의 폭발음과 발칸포에서 발사된 탄약 자국이 깊게 남겨졌다.

타이탄은 골렘의 그 공격을 이용해 저공비행으로 키메라의 위를 쏘다니며 키메라를 줄이는 데 노력했다.

― 겨우 그 정도로 동료를 구할 수 있겠나!

존의 득의양양한 웃음소리가 사막 전체에 쩌렁쩌렁하게 울렸다.

한연맹의 무인들은 파도처럼 밀려드는 키메라의 엄청난 숫자에 벌써 한참이나 뒤로 밀리고 있었다.

시우가 타이탄으로 그들을 도울 낌새라도 보이면, 골렘은 어깨와 가슴 팔 등 온몸에서 뽑아낸 무기로 한연맹을 공격했다.

그들에게 추가적인 타격을 입히지 않기 위해서라도 시우는 섣불리 그들에게 접근할 수가 없었다.

― 이것들 나중에 수습할 자신은 있는 거냐?

시우는 키메라의 엄청난 숫자를 보며 말했다.

위험할 정도로 많은 숫자와 아군을 공격할 정도로 제어되지 않는 키메라들을 볼 때, 51area도 풀어 놓은 그들을 수습할 수 있는 마땅한 방법이 없는 듯 보였다.

― 앞으로의 세상은 이전의 세상과 다르겠지!

― 사람 새끼가 아니네. 감당도 안 되는 마물을 세상에 풀어?

― 네가 걱정할 것은 세상이 아니라 네 자신이다.

― 스스로를 위하는 것도 정도가 있는 거야!

[유형소환]

[마신의 창]

타이탄의 손짓에 사막 하늘을 가득 메울 정도로 거대한 마법진이 형성됐다.

검은색의 마법진은 환한 빛을 가리고 먹구름이라도 낀 듯 불온한 분위기를 만들었다.

마법진에서 수백 년은 되었을 거목으로 만든 투창이 머리를 보였다.

그리고 폭발하는 듯한 추진력을 가지고 바닥으로 쏘아져 내렸다.

쐐애애액!

골렘은 하늘을 향해 손을 뻗어 타이탄에게 쏟아붓던 화력을 이용해 투창을 공격했다.

두두두두두두두!

퍼퍼퍼퍼펑!

수없이 많은 발칸포와 미사일이 투창을 직격했지만 투창의 경로는 바뀌지 않았고, 골렘은 마지막까지 대응하다 몸을 피했다.

쾅!

거대한 크리에이터가 생기고 지축이 흔들릴 정도로 엄청난 파괴력과 함께 투창이 바닥에 꽂혔다.

골렘에 탑승한 존이 섬뜩함과 함께 한편으로 안도감을 느끼고 있을 때에, 별안간 귀에서 불온한 소리가 들려 왔다.

쐐애애애액!

급작스럽게 고개를 돌린 골렘은 그곳에서 이미 지근 거리까지 날아온 투창을 확인했다.

― 아, 안돼!

쾅!

본능적으로 뻗어 올린 왼팔을 부수며 투창이 바닥에 내리꽂혔다.

쐐애애애액!

뒤이어 내리꽂히는 세 번째 투창!

쾅!

쐐애애애액!

연달아 떨어지는 네 번째 투창!

쾅! 쾅! 쾅! 쾅!

― 캔슬…… 캔슬레이션!

골렘의 가슴에서 해치가 열리고 푸른 마법진이 소환되었다.

모든 허상뿐 아니라 마법으로 이루어진 조형물 모든 것을 마나의 상태로 돌릴 수 있는 강력한 마법이었다.

골렘 한정 상태 이상에 든 마법을 모두 해제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캔슬레이션 마법은 몇 번이나 골렘의 팔과 다리에 꽂힌 마신의 창을 향해 마법무효화를 시도했지만, 어찌 된 일인지 마신의 창은 사라지지 않았다.

― 캔슬레이션!

― 소용없어.

― 뭐?

― 마신의 창은 무형의 마나로 만든 유형의 창. 마나도열을 해체시키는 캔슬 마법으론 상대할 수 없어.

― 이게 실제라고?

그동안 시우가 소환한 다크 나이트나 아크 데몬 모두 유형의 모습을 가진 무형의 존재였다. 즉, 마나도열을 이용한 유형의 형태를 만들었지만, 결국 마나로 이루어진 한계를 가진 존재였던 것. 캐시가 소환하는 몬스터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무형의 존재를 유형의 존재로 만들었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유형화를 위해 필요한 마법적 지식과 마나량이 얼마인지 존은 가늠도 되지 않았다.

― 말도 안 돼! 그건 이론으로도 존재하지 않는 이야기다! 어떻게 인간 따위가…… 어떻게 인간 따위가……!

― 스스로를 비하하는 건가? 아니면, 너는 인간이 아닌 존재라는 건가?

― 어떻게 가능한 거지? 인간에겐 그 정도의 마나를 다룰 힘이 존재하지 않아! 그게 바로 인간의 한계다!

― 물론 인간이라면 힘든 일이지, 하지만 인간이 아닌 존재라면 썩 불가능한 것도 아니야.

타이탄은 가슴에 박힌 붉은 보석을 가리키며 말했다.

존은 허탈한 듯 웃었다.

― 허, 허허. 겨우 그따위 보석 하나로 인간의 한계를 돌파했다고?

― 당신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한 건, 당신 스스로가 한계를 지은 덕분이겠지.

― …….

골렘이 더 이상 말하지 않자. 타이탄이 몸을 돌렸다.

존은 시우를 붙잡듯 뒤통수에 대고 말했다.

― 네놈이 사람들을 구해 도망간다 해도! 그 병기로 한국을 방어한다 해도! 결국 세상은 이전의 세상으로 돌아갈 수 없다! 이렇게 된 건 모두 다 네놈 때문이야!

타이탄이 고개를 돌렸다.

― 그래도 나이스한 부분이 있다고 생각했는데, 결국 오랜 세월 살아온 쓰레기에 불과했던 건가?

― 저 키메라들이 얼마 만에 증식하는지 아나? 무려 이 주다. 이 주면 저 끔찍한 숫자가 두 배로 늘어나 있겠지! 조율선이 붕괴되고 우리마저 무너진 이상 세상의 멸망을 막을 존재들은 더 이상 없다! 이걸 어떻게 책임질 것이냐!

― 뻔뻔함도 이 정도면 무서울 지경이네.

― 이제라도 현실을 직시했다면 우리 명령에…….

― 저것들만 없으면 너희가 없어도 된다는 거지?

― 네놈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엔 한계가 있다.

― 그렇다는 이야기네.

타이탄이 손을 뻗었다.

하늘을 가득 메우고 있던 마법진이 빠르게 변하기 시작했다.

음울한 기운을 품고 있던 마법진은 푸른색의 환한 기운을 품기 시작했고, 뜨거운 태양의 빛줄기마저 시원하게 바꿔주는 듯했다.

타이탄의 부스터가 불을 내뿜고 타이탄이 마법진의 아래까지 날아올랐다.

[다크 자벨린][어더 라이즈 아이스]

마법진에서 검은 창이 하나둘 머리를 드러냈다.

하얀 김을 내뿜고 있는 창들이 마법진을 가득 메우며 나타났고, 그렇게 나타난 검은 창들은 중력에 이끌리듯 바닥으로 떨어지기 시작했다.

[타겟 : 키메라]

중력을 따라 자연스레 하강하던 검은 창들이 부들부들 떨기 시작하더니 궤도를 바꿔 떨어졌다. 첫 번째 검은 창은 우빈에게 다가가던 키메라의 머리를 꿰뚫었고, 머리를 꿰뚫린 이후에도 키메라가 버둥거리자 두 번째 창이 키메라의 꼬리를 세 번째 창과 네 번째 창이 키메라의 심장과 발을 꿰뚫었다.

피를 내뿜고 죽어가던 키메라는 검은 창의 냉기에 그대로 몸이 얼어붙고, 뒤이어 날아드는 창격에 얼음 조각이 산산이 부서지며 가루로 변하였다.

그것을 시작으로 하늘에선 검은 창이 내렸다.

마치 건조한 사막을 적시는 비처럼 하늘 가득 검은 창들이 사막의 모래 먼지 위를 가득 메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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