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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턴 투 다크위저드-181화 (181/200)

181화

존은 예의 그 안드로이드로 인형의 몸으로 나타났다.

일반인들은 쉽사리 구분할 수 없었지만, 시우는 그의 몸에서 느껴지는 무기질적인 엔진음과 이질적인 마나의 형태로 인해 금방 파악할 수 있었다.

“그렇게 참견하고 싶으면 직접 올 일이지 왜 또 인형만 보냈지?”

“자네는 모르겠지만, 내가 이 세계에서 굉장히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거든?”

“분명 약속했을 텐데, 은색 구슬 하나로 저들을 팔아먹지 않았나?”

시우의 말에 마첼리노가 눈썹을 씰룩거렸다. 시우는 전혀 개의치 않았다.

“그거야, 한국을 치지 않는 대가였지. 실제로 약속도 지켰네. 약속대로 한국으로 향하던 항모전단은 방향을 바꿨고.”

“어불성설이란 말 알아? 미국을 대표하는 상계의 지도자라는 인간이 하는 말 치곤 너무 가벼워.”

“흐허허 역시나 자네는 말로는 당해낼 수가 없네.”

“뭐 어쨌든 상관없어. 당신이 얼마나 강하든 만들다 만 인형 하나로 날 상대할 수 없을 테니까.”

“아! 그 말을 안 했군. 이번엔 혼자 오지 않았네. 이 몸이 또 부서지면 캐시가 싫어하거든.”

존의 말을 끝으로 어두컴컴한 밤하늘을 가로지르는 수백 개의 불꽃이 사방에서 나타났다.

작은 불꽃으로 보였던 것들은 이내 하나둘 루체 시국으로 천천히 내려오기 시작했다.

중세 중기사의 모습에서 현대적인 각도와 디자인을 섞은 듯한 단단한 갑옷을 온몸에 두른 이들이 불꽃을 천천히 꺼트리며 바닥에 내려앉았다.

쿵. 쿵. 쿵. 쿵. 쿵. 쿵.

흡사 영화에서나 볼 법한 아이언맨의 모습과도 비슷한 이들은 바닥에 내려앉을 때마다 사방으로 진동을 흩뿌렸다.

“미국이 자랑하는 마법병사네.”

“……네이밍 센스가 최악이군.”

바닥에 내려앉은 이들은 일제히 자신들의 무기를 꺼내 들었다. 여덟 개의 팔을 가진 이들도 있었고, 인간은 들 수 없을 것 같은 거대한 태도를 두 개나 든 이도 있었다.

그 육중하고 거대한 모습에 한연맹의 무인들은 놀라는 한편, 그들이 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신기한 모습을 한 것에 대해 눈을 떼지 못하고 있었다.

“기술은 좋은 것 같은데, 상상력은 그리 뛰어나지 않나 봐? 겨우 가져다 쓴 게 아이언맨인가?”

“돈 쓸 때가 많아 괜찮은 디자이너 월급을 맞춰주기가 쉽지 않거든. 저렴한 디자이너가 있으면 좀 추천해주게.”

“생김새가 구리면 어때. 어차피 박살 나 고철로 변해 버릴 거. 앞으로 색상은 입히지 말도록 해. 고철 처분할 때 색상이 진하면 고물상들이 한마디씩 꼭 하거든.”

“참고하도록 하지.”

두 사람은 잡담을 나누는 와중에 손은 재빠르게 움직이고 있었다.

그들이 움직일 때마다 마법진들이 쏟아졌다가 사라지길 반복했다.

“이런 내가 좀 빠른 거 같네! 루체 시국의 와이파이 신호가 별로 안 좋은가 봐!”

시우의 손에서 마법진이 발현되고, 시뻘건 헬 버스터를 머금은 다크 자벨린이 총알처럼 마법병사들에게 날아갔다.

쐐애애액!

턱!

여덟 개의 팔을 가진 기계 전사는 빠르게 날아오던 다크 자벨린을 두 팔로 잡았지만, 다크 자벨린은 시뻘겋게 달아오르다 순식간에 폭발해 버렸다.

쾅! 펑!

마법병사가 폭격을 맞은 것처럼 다리 부분을 빼고는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마법병사의 달아오른 파편은 사방으로 흩어져 성기사들을 공격했다.

물론 한연맹의 무인들도 파편의 공격을 받았지만, 무공을 익힌 이들의 반사신경은 성기사보다 뛰어났다.

쐐애애액!

뒤이어 다크 자벨린 수십 개가 사방으로 쏘아졌다.

마법병사들은 재빠르게 뒤로 피하기 바빴고, 그때마다 날아가던 다크 자벨린이 마치 기폭장치를 달고 있었던 듯 절묘한 타이밍에 폭발하여 피해를 키웠다.

“크어어어.”

전신을 덮는 갑옷 덕분에 비명소리가 갑옷 내부에서 울렸다.

“빠르다고 전부는 아니지!”

존의 손에선 두 개의 마법진이 나타났다. 그리고는 매끈한 피부로 보였던 팔에 선명한 금이 생겨나더니 뚜껑이 열리듯 피부가 일어났다. 그 안에서는 손 안의 마법진과는 다른 마법진이 생성되고 있었다.

존의 마법은 전방위적으로 퍼진 다크 자벨린을 소멸시키는 한편, 거대한 가시들을 소환해 시우와 한연맹의 무인들을 공격했다.

그렇게 공격을 주고받는 지루한 승부가 계속되었다.

두 사람에겐 지루한 일이었지만 그 사이에 낀 성기사, 무인, 마법병사에겐 전혀 지루한 일이 아니었다. 처음에 마법병사 하나가 마법을 부려 시우를 공격하려 하자, 하늘에서 뇌전이 떨어지며 마법병사를 시꺼먼 불덩이로 만들어 버렸다.

마찬가지로 한연맹의 무인이 신법을 이용해 존에게 다가가려는 순간, 바닥에서 나타난 송곳에 온몸이 꿰뚫려 즉사하였다. 이렇게 되자 되려 마법진 하나하나가 생성되고 사라질 때마다 긴장으로 몸을 옴짝달싹도 할 수 없었다.

“이런, 이러다 날 새겠군. 근데 괜찮나? 여기 있는 인원들은 그저 선발대에 불과하네. 지금 지중해에 정박한 항모전단에선 루체 시국으로 향하는 갖가지 마법병사들이 수도 없이 많거든.”

“지금 날 걱정해 주는 건가? 이런, 이런, 괜찮아. 난 사실 자네가 이곳에서 더 시간을 끌면 좋거든.”

“통 모를 말이군.”

“지금 시간이 얼마나 지났지?”

시우가 묻자 한연맹 무인 하나가 말했다.

“2시간 30분 지났습니다.”

“그렇다는군.”

“……?”

존은 영문을 알 수 없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아, 혹시 빌리언트 작동을 안 시킨 건가? 어? 그럼 내가 미안한데.”

“무슨 소리지?”

“빌리언트 내부에 설치된 각종 마법 유틸들 못 봤나? 거기에 예언자의 눈이라고 있지 않았어?”

“……!”

“당신이 제대로 된 마법사라면 당연히 그걸 보자마자 실행했을 거라 생각하고 한 행동인데.”

“그게 무슨 소리지?”

“지금 그 인형은 직접 운전해야 하는 건가? 본체가 따른 일을 할 수는 없는 거야?”

시우의 말이 이어질 때마다 존의 불안감이 점점 높아졌다.

그때부터 존의 마법이 서서히 느려지기 시작했다.

한 박자씩 느려진 마법은 계속해서 마법병사들의 피해를 키우기 시작했다.

그와 동시에 조금씩 움직임에 자유가 생긴 무인들도 하나둘 움직여 성기사와 마법병사를 상대하기 시작했다.

“이 무슨.”

존은 자신의 연결이 점점 희미해지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본체에서 부르는 거 아냐? 다녀와. 기다리고 있을게.”

시우가 손짓하는 것과 동시에 존의 연결이 뚝 하고 끊겼다.

* * *

“대체 무슨 일이야!”

캡슐에서 튀어나온 존이 버럭 소리를 지르며 뛰쳐나왔다.

조금만 더 했으면 루체 시국에서 최시우를 없앨 수 있었다. 그런 절호의 찬스가 있었음에도 강제해제 때문에 그 기회를 놓친 것이다. 이건 절대 있어서는 안 될 일이었다.

하지만 분노를 표출할 사이도 없이 그의 귓가에 시끄러운 사이렌 소리가 들렸다.

“비상, 비상, 비상, 모든 인원은 긴급 상황에 대비하시길 바랍니다.”

방 전체를 가득 메운 붉은 불빛, 쉼 없이 울려 퍼지는 사이렌과 경고 음성.

51area에서는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하계에서는 세계 최강인 미국을 건들 수 없듯.

상계에서도 세계 최강인 51area를 건들 수 없었다.

캐시가 문을 열고 들어왔다.

평소 그녀에게선 절대 볼 수 없었던 긴장감 가득한 표정이었다.

“빨리 메인 룸으로 가보셔야 할 것 같습니다.”

메인룸에 위치한 극장 스크린 크기의 패널에선 기이한 장면이 보여지고 있었다.

“저게 뭐야?”

“보다시피 운석……입니다.”

존은 믿을 수 없다는 듯 눈을 비비며 다시 패널을 바라봤다.

“혜성도 아니고, 갑자기 운석이 나타난다고?”

“저…….”

캐시가 평소와 달리 말을 얼버무렸다.

“똑바로 얘기해!”

“빌리언트가 경고를 보내왔었습니다. 말도 안 되는 이야기라 무시했구요.”

존이 고개를 돌려 빌리언트를 바라봤다.

“저거 뭐야?”

[지구를 향하고 있는 우주적 물체 운석입니다.]

“나사에서도 몰랐던 걸 넌 어떻게 알았지?”

[마법에 의해 발생된 현상은 감지 가능합니다.]

“저게 마법이라고?”

[정식명칭 미티어 스트라이크. 미티어 스웜과 비슷한 수준의 마법이지만 파괴력은 차원이 다릅니다.]

“운석을 소환하는 마법이 진짜 있단 말이야?”

[소환이 아닙니다. 지구를 둘러싼 수 없이 많은 불특정 물체를 대기권 안으로 끌고 들어오는 마법입니다.]

“그거나 그거나! 그럼 목표물도 정할 수 있나?”

[네.]

“저 운석의 목표는?”

[미국 네바다주 정확한 좌표는 접근 명령이 필요합니다]

“네바다주라면 여기겠네. shit! 왜 우리는 진작 저 마법을 생각하지 못 한 거야!”

“생각할 필요가 없었으니까요. 연구비 대비 효용성이 떨어지는 마법이라고 이미 판단이 끝난 뒤였습니다.”

“그러니까 이렇게 뒤통수 맞는 거야! 마법전단 모두 소집하고, 기지를 방어형으로 전환해.”

“알겠습니다.”

상황 파악이 끝나면 그에 대응하는 일만 남는 것이다.

운석이 떨어진다고 하지만, 51area에겐 크게 위험한 일이 아니었다. 수십 개의 핵미사일이 떨어져도 살아남을 수 있는 방공호 시스템과 마법 방어체의 조합은 51area를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곳으로 만들어 주었다.

메인룸 전체가 덜컥거리면서 움직이기 시작했다. 연구자들과 병사들이 기민하게 움직이며 운석의 충격에 대비하고 있었다.

[다른 하나의 마법은 대응하지 않으십니까?]

“……?”

“……뭐?”

[지구로 향하고 있는 미티어 스트라이크의 마법은 두 개입니다. 하나는 네바다. 하나는 접근 명령이 필요합니다.]

“접근 금지를 해제한다!”

존의 말에 캐시가 깜짝 놀랐다.

“안 돼요!”

“정신 안 차려? 지금 운석이 떨어지고 있다고!”

[메인 시스템 접속. 접근 권한을 격상합니다. 접근 권한 격상 완료. 미티어 스트라이크의 위치를 파악합니다.”

패널에는 미티어 스트라이크가 목표로 하는 정확한 위치가 떠 올랐다.

하나는 네바다에 있는 51area.

다른 하나는 태평양의 바다 한가운데.

“아주 예상각을 제대로 잡고 쐈네. 미티어 스트라이크는 중간에 경로를 바꿀 수 있나?”

[직접적인 변경은 불가합니다. 다만, 시전된 마법에 혼선을 빚는 건 가능합니다.]

“바로 할 수 있나?”

[막대한 에너지가 사용됩니다. 에너지 사용 권한이 필요합니다.]

“허용한다.”

“존!”

“지금 저거 안 보여? 이대로 가면 제우스 함대가 그냥 증발한다고!”

[미티어 스트라이크 경로 방해를 시작합니다.]

빌리언트의 구체에서 밝은 빛이 쏟아져 나왔다.

동시에 51area 또한 육중한 몸을 계속 움직여 기지의 모양을 변형시키고 있었다.

바닥에서 튀어나온 커다란 반원의 막이 51area 전체를 가리기 시작했다.

동시에 마법전단의 마법사들이 기지에 설치된 방어 마법진에 마나를 불어 넣어 시동하고, 수백 명의 마법사들의 마나로 만들어진 마법진은 절대적인 방어력을 자랑했다.

51area의 구조가 변할 때쯤. 패널에 적힌 태평양을 향하는 운석의 경로가 조금씩 변하기 시작했다.

“제우스 함대에 연락해서 최대한 크게 방향을 틀라고 해.”

“네.”

패널 한쪽에 예상 충돌 시간이 빠르게 줄어들기 시작했다.

대기권에 가까워질수록 중력의 힘을 강하게 받은 운석은 점점 속도를 높여 갔다.

[충돌 경보 충돌 경보 충격에 대비하시기 바랍니다.]

메인 시스템 스피커에선 빌리언트의 음성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모두 주변의 손잡이나 책상 등을 꾹 잡기 시작했다.

[충돌까지 10, 9, 8, ……4,3,2,1]

쿵 하는 소리와 함께 사람들의 몸이 붕 떠올랐다.

무거운 책상은 물론이고, 바닥에 단단히 고정되어있던 냉장고와 서버까지 들썩거렸다.

그 뒤로 무서운 여진이 한바탕 몰아치면서 51ara는 완전 전쟁터와 다름없는 모습이 됐다….

물건이 사방으로 날아다니며 사람을 치고, 사람 또한 날아다니며 물건과 부딪쳤다.

한참이 지나 여진이 끝났을 때, 메인룸을 비롯한 51area의 전체는 기존의 모습을 유지하고 있는 곳은 없었다.

“빌리언트. 제우스 함대는 어떻게 됐지?”

[피해 사항 보고]

[이지스함 2대 실종, 잠수함 1대 실종, 해일의 여파로 항모전단 일부 실종 항모에는 큰 피해 없습니다.]

“알았어.”

존이 곧장 메인룸을 빠져나가 커넥팅룸으로 향했다.

무거운 물건에 깔려 죽어가는 직원도 있었지만, 존은 보이지 않는 듯 빠르게 스쳐 지나갔다.

인형의 몸으로 들어온 존은 재빨리 고개를 돌려 주변을 둘러보려 했다.

하지만 아무리 해도 주변을 볼 수가 없었다.

“뭐지? 고장인가?”

“어! 왔어?”

그때 시야에 시우가 나타났다.

시우는 얼굴 이곳저곳에 핏물을 뭍이고 있었다.

“난 또 혹시나 죽은 줄 알았네. 이번 내 선물은 잘 받았나 모르겠어.”

“……결정했다. 네놈을 절대 살려 두지 않겠다고.”

“이제 좀 머리에 열이 받나 보네. 난 그동안 계속 나만 열이 받아서 약올랐거든.”

“대가는 혹독하게 받을 것이다.”

“어떻게? 루체 시국으로? 아니면 아까 네가 자랑하던 장난감으로?”

“뭐?”

“아, 얘기 안 했구나, 봐 봐.”

시우는 마치 카메라를 드는 듯한 제스처로 존을 들어 주위를 구경시켜주었다.

주변을 둘러 보던 존의 인형은 한계까지 눈과 입을 벌린 채 다물 생각을 하지 못했다.

“내가 얘기했지. 재미없을 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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