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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턴 투 다크위저드-174화 (174/200)

174화

“아름답네요.”

한세아의 짧은 감상이었다.

미화관을 운영하면서 그녀는 수없이 아름다운 사람들을 보았다.

대개 일을 하는 직원들 중에 그런 이들이 많았지만, 때때로 손님들 중에서도 출중한 외모를 가진 경우도 있었다.

아름다움에 무딘 감각을 지닌 그녀였지만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녀의 건조한 감상과는 달리 한연맹 내부의 인원들은 정신을 제대로 차리지 못하는 수준이었다.

“저들이 단일 무력으로 상계 세력 하나와 필적한 힘을 낸다는 천사들이군요.”

제갈청룡의 말에 넋을 잃고 있던 이들이 소름 끼치는 듯 몸을 부르르 떨었다.

“다들 정신 차려. 나와 함께 있다는 것만으로 저들에게는 충분히 제거 대상이 될 수 있으니까.”

“…….”

다섯 명의 남녀가 시우 일행 앞에 섰다.

맨 앞의 훤칠한 키의 사내는 말 없이 시우를 바라보고 있었다.

시우 또한 아무 말 없이 입가에 미소를 지은 채 사내를 보고 있었다.

사내는 천천히 시선을 돌려 남궁혜자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고개를 숙여 인사를 건넸다.

“안녕하십니까. 루체 시국의 미카엘입니다.”

“!!”

“!!”

단지 자기소개만을 했을 뿐이지만, 그 파장은 꽤 컸다.

“내가 알던 미카엘님과는 좀 다른 모습이군.”

“전대 미카엘님을 아십니까?”

“과거에 야토가미들에 대항해 함께 싸워 달라 부탁한 적이 있었지.”

“그렇군요.”

미카엘이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거절당했네.”

“…….”

“자신들의 싸움이 아니라는 말을 들었지. 헌데 오늘 이곳에 온 건 그대들의 싸움인가 보지?”

남궁혜자의 말에 미카엘이 씁쓸하게 웃었다.

애써 최시우를 무시하고 남궁혜자에게 먼저 인사를 한 건, 일을 원만하게 해결하기 위함이었다.

천사들의 방문은 어떤 상계든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그런 천사들을 다섯이나 이끌고 나타난 건 유치하지만 노골적인 의도를 밝히기 위함이었고, 상대를 압박하기 위함이었다.

인간은 모두 제 몸뚱이 하나만 생각하기 바쁘다.

자연스레 한국 상계와 최시우를 쉽사리 분리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쉽지 않겠군.’

남궁혜자 뿐만이 아니었다. 최시우를 위시한 그를 둘러싼 인원들 모두 자신들을 적대시하고 있었다.

“저희는 싸움하러 온 것이 아닙니다. 세상의 질서를 바로잡고 드리워질 어둠을 걷어 내기 위해서 이 자리에 온 것입니다.”

“전대 미카엘에게 그리 말한 적이 있었네. 야토가미의 인원들이 반인륜적인 술법을 이용해 사람들을 괴롭히고 핍박한다. 그 전운이 세상으로 크게 번져 많은 백성이 고통 속에 살고 있으니 마땅히 나서야 하지 않겠는가?”

“뭐라 하셨는지는 듣지 않아도 알겠군요.”

“그대들이 이곳에 온 것은 선을 위해서도, 세상을 위해서도 아니네, 이미 악은 지워졌고, 새로운 질서가 확립되고 있으니 그대들이 나설 일은 없네.”

남궁혜자의 말에 미카엘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었다.

“위험한 이야기를 하시는군요.”

“단지 마기를 쓴다는 이유만으로 저 녀석의 행동이 악으로 규정되는가?”

“악의 씨앗은 처음부터 인간을 타락시키지 않습니다. 오히려 달콤한 과실로 나타나는 법이죠.”

“그렇다면 그 대가 또한 치르겠네. 책임을 진 인간의 자유의지를 거부하지 않겠지?”

“새끼 양이 낭떠러지로 간다면 미리 막는 것이 저희들의 일입니다.”

“무슨 일이 있어도 관철하겠다는 말인가?”

“그저 큰 뜻을 따르는 것뿐입니다.”

말이 통하지 않자, 남궁혜자는 고개를 홱 돌려 버렸다.

혜광이 그녀의 어깨를 두드리며 그녀를 다독였다.

시우는 웃으며 그 상황을 관전하고 있었다.

미카엘이 그제야 시우를 바라봤다.

“듣던 거와는 다르군.”

“무슨 이야기를 들었지?”

“마기를 풀풀 흘리고 사악한 혓바닥을 가졌다고.”

“그 겉멋만 잔뜩 든 녀석이 말한 건가?”

시우가 크큭 거리며 말했다.

“그래, 직접 본 감상은?”

“생각한 바와는 많이 다르군.”

“그런가?”

“아니, 그 이상이야, 마치…… 지금은 성자의 모습을 하고 있군.”

“알다시피 인간을 현혹하는 악마라서 말이야. 모습을 바꾸는 것쯤이야 쉬운 일이지.”

노골적인 비아냥에 미카엘이 속으로 신음을 삼켰다.

루체 시국의 천사들이 눈앞에 있음에도 노골적으로 행동하는 그의 대범함에 놀람을 금치 못했다.

“우리는 무고한 피해를 만들고 싶지 않다.”

“그건 나 또한 마찬가지야.”

“우리와 함께 간다면, 아무런 피해가 없을 것이다.”

시우는 고개를 돌려 자신을 바라보는 한연맹의 인원들을 둘러보았다.

“보다시피, 내가 가지 않길 원하는 사람들이 워낙 많아서.”

“무고한 자들을 싸움에 끌어들이다니, 역시 악마답군.”

“아까부터 묻고 싶은 게 있었는데……. 그 악마라는 말. 확인된 건가?”

“지고한 6천사가 직접 겪고 느낀 바를 전해 들었다.”

“혹시 잘 못 된 건 아니고?”

“간악한 세 치 혀로 벗어날 수 없을 거다.”

미카엘이 빠드득 이를 갈았다.

“증거를 보여주면 되려나?”

시우는 아공간에서 라구엘에게 빼앗았던 신성검 바스타드 소드를 꺼내었다.

날이 부서지고 휘어진 처참한 모습이었다.

“잘 보라고.”

시우의 손에 쥐어 졌던 바스타드 소드가 하얀빛을 발산하며 성스럽게 빛났다.

눈이 부실 듯 빛나는 모습에 천사들은 패닉에 빠진 표정이 되었다.

* * *

한연맹의 인원들 또한 마찬가지였다.

남궁혜자가 재빨리 한세아에게 전음을 보내었다.

-저게 혹시 성력이더냐?

한세아가 남궁혜자와 눈을 맞추고 미세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시우가 언제부터 성력을 쓸 수 있었던 것이냐?

-저도 모르고 있었어요.

-그럼 본래부터 쓸 수 있었다는 게냐?

-빛 마법은 원래 쓸 수 있었지만, 성력과는 다르다고 하셨어요. 아마도 초월의 단계에 다다른 게 아닐까 예상해 봅니다. 초월의 단계에 닿으면 성력 또한 쓸 수 있다 말하셨거든요.

-초, 초월의 단계? 인간으로서 가능한 것이냐?

시우는 7서클이라는 지고한 경지에 닿은 지 얼마 되지도 않았다.

그 힘으로 중국 상계를 지배했고, 한국에 온 지도 얼마 되지 않았다. 그사이에 또 한 번의 커다란 진척이 있었다는 건, 상식적으로 말이 되지 않았다.

-제갈청룡이 만든 특별한 진 중에 시간을 조절할 수 있는 진이 있다고 해요. 두 사람이 며칠이나 밤을 새워 진을 연구하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시간을 조절한다고?

-네, 시간이 흐르지 않는 진 속에서 초월의 단계를 개방하신 듯하네요.

남궁혜자는 고개를 돌려 시우를 바라봤다.

초월의 단계, 시간의 진, 뭐 하나 현실적으로 와 닿는 일들이 하나 없었다.

하지만 딱 하나, 저 여유를 부리고 있는 시우가 자신으로서는 상상할 수 없는 고통을 견뎌냈다는 것 하나만은 알 것 같았다.

초월의 단계다. 무인의 입장에서 보았을 때, 하늘이 내린 자라도 쉽사리 그 근처에 갈 수 없고, 초월의 단계를 닿는다는 건 하늘이 내린 재능 뿐 아니라 스스로의 노력과 모든 인세의 고통을 겪어내야 하는 치열함이 있어야 가능할 일이었다.

시간의 진이라는 낯선 단어를 듣는 순간, 남궁혜자는 시우가 얼마나 오랜 시간을 그 안에서 홀로 고독을 씹으며 보냈을지 상상도 할 수 없었다.

누군가에게 찰나의 시간 동안, 시우는 그 찰나 안에서 영원처럼 긴 시간을 보냈을 것이다.

‘실로 대단한 정신력이구나.’

그럼에도 누구에게 힘들다거나 기대려 하지 않는다.

남궁혜자에 비하면 찰나와도 같은 짧은 인생을 산 아이였지만, 필히 존경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 * *

빛이 가시자 바스타드 소드는 이전의 반듯하고 날카로운 모습으로 돌아왔다.

이것은 성물고에서 만들어진 성유물에만 부여되는 무기특성이었다.

아무리 심하게 부서져도 성력을 머금은 성유물은 본래의 모습을 되찾는다.

그리고 시우는 자신이 성력을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을 천사들의 앞에서 당당하게 증명하였다.

“이건 본래 루체 시국의 것이었으니 돌려주도록 하지.”

커다란 바스타드 소드가 맹렬하게 회전하며 미카엘에게 날아갔다. 공간을 베며 날아가는 섬뜩한 모습에 사람들은 자신들도 본능적으로 눈을 질끈 감았다.

텁.

하지만 미카엘은 싱겁게 바스타드 소드를 잡아내었다.

바스타드 소드를 잡은 미카엘은 신기하게 검을 둘러보았다.

검에서는 시우가 부여한 듯한 성력이 넘실거리며 느껴졌다.

그의 성력에는 하나의 삿된 감정도 실려 있지 않았다.

“미카엘.”

뒤에 섰던 레미엘이 작게 말했다.

성력을 내뿜는 사내다.

그것도 그냥 망가진 성유물을 고쳐낼 정도로 엄청난 성력을 가진 대신관급 사내였다.

레미엘 뿐만이 아니었다. 가브리엘 사리엘 모두 혼란스러운 눈빛으로 미카엘을 바라볼 뿐이었다.

다만, 한 사람, 아니 천사의 직위를 가진 우리엘만은 천천히 허리에 찬 검으로 손을 뻗어 갔다.

“변하는 것은 없다.”

“……미카엘.”

레미엘이 우려스럽다는 듯 다시금 말했다.

“악마는 언제든 자신의 모습을 가릴 수 있다. 가장 성자와 같은 자가 가장 위험한 자일 수 있다는 걸 아직 모르는가.”

미카엘의 이야기를 듣던 시우가 비아냥거렸다.

“이쯤 대면 궁금해지네. 내가 악마라서 잡아가려는 거야? 나를 잡고 싶어서 나를 악마로 만드는 거야? 아! 그러고 보니, 과거 마녀사냥이 한창이던 시절도 이와 비슷한 일이 많았지?”

“네놈이!”

가브리엘이 검을 뽑으며 분노를 표출했다.

그가 뿜어내는 기운이 얼마나 강한지 한연맹의 건물들이 흔들리고, 강력한 바람이 한연맹의 사람들을 두세 걸음이나 뒤로 물러나게 했다.

“우릴 그저 종교를 이용하는 자들로 보는가?”

미카엘의 품에서 투명한 구슬이 튀어 나왔다.

“성령의 눈물이라는 것이다. 생물이 가진 에너지의 파장을 구현화 하지.”

“그러니까 이단 심문관이 쓰는 물건 같은 건가?”

미카엘이 시우에게서 시선을 떼지 않은 채, 구슬에 성력을 부어 넣었다.

구슬이 빛을 발하면서 주변인들의 몸들이 하나둘 밝아지기 시작했다.

천사들의 몸은 당연히 순수한 하얀 광채로 가득했다.

한세아의 몸은 마치 전기가 흐르고 있는 것처럼 시퍼런 전류가 그녀를 감싸고 있었고, 혜광의 몸에선 예의 소림에서 보았던 금빛 광채가 흘러나왔다.

마치 세상에 현신한 부처 같은 모습이었다.

한쪽에 모여 선 태백정가의 사람들의 몸은 대체로 초록색으로 동일했다.

다만 소빈의 주변에만 짙은 핏빛 광채가 초록색 광채와 조화를 이루고 있었고.

미화문의 무인들의 몸은 각각의 색깔들이 조화롭게 어울려 있었다.

“허…….”

“세상에…….”

시우의 몸에서 흘러나오는 광채에 사람들은 놀람을 금치 못했다.

그의 몸에선 가지각색의 빛들이 향현을 일으키고 있었다.

마치 RGB에 구현화 되는 모든 색상을 모아 놓은 듯, 영롱하고 아름답게 빛나고 있었다.

그때, 미카엘이 시우를 가리켰다.

“보아라. 악의 색상이다.”

미카엘의 손이 가리킨 곳은 여러 색 중의 하나일 뿐이었다. 오히려 다양한 색상 중엔 무지개 색상들의 면적이 더욱 컸다.

성력을 형상화하는 하얀 빛마저 있음에도 미카엘의 손가락은 짙은 어둠을 가리키고 있었다.

천사들이 떨떠름한 표정으로 하나둘 무기를 고쳐 잡았다.

“아, 어쩐지 억울하게 마녀사냥에 희생된 사람들의 심정을 알겠네.”

한 번도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던 일들이 막상 닥치니 그를 분노하게 했다.

“그렇게 원한다면 보여주지. 이게 바로 진짜 악마다.”

시우의 주변을 감싸고 있던 광채들이 순식간에 짙은 어둠으로 바뀌었다.

그의 온몸에서 씁쓸하고 매캐한 공기가 사방으로 진동을 했다.

마치 악마가 드디어 가면을 벗은 것처럼 극단적인 그의 모습에, 천사들 모두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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