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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턴 투 다크위저드-173화 (173/200)

173화

인천공항.

수만 명의 인파가 매일 들고 나는 특별한 장소이자, 다양한 인종의 집합지가 되는 곳.

수없이 많은 외국인이 오가는 곳이지만, 그들에게 특별한 시선을 주지 않는 곳이기도 했다.

되레 사람들의 시선이 집중되는 건, 외국을 오가는 연예인들.

평소라면 잘 볼 수 없고 접근하기도 힘든 연예인들 또한 공항을 이용해야 했기에 그들이 모습을 드러내는 것은 피할 수 없었다.

공항패션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평소의 모습보다 더욱 도드라지게 집중을 받는 시선 탓에 연예인들도 공항에 갈 때만큼은 튀지 않게 더욱 신경을 쓰곤 했다.

데이지의 리더 서연우도 다르지 않았다.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데이지의 원탑픽인 그녀는 홀로 스케쥴을 위해 공항으로 향하고 있었다.

“해외 스케쥴은 갑자기 잡지 말라고 했잖아. 이번 주에 시우 오빠랑 놀이동산 놀러 가기로 했는데. 이게 뭐야.”

그녀의 투덜거림에 매니저가 앓는 소리를 했다.

“미안해. 어쩔 수 없잖아. 동남아판 보그 메인표지모델이라는 데. 이런 기회가 언제 또 있다고. 그 시우라는 사람도 네가 메인표지모델이 된 거 알면 깜짝 놀랄걸?”

아이돌에게 연애는 절대 해선 안 될 일이지만, 계약 만료가 다가오는 시점에서 회사는 그녀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었다.

더불어 조절할 수 없는 인간의 감정을 무작정 막아두는 것보단 회사 안에서 미리 알고 최대한 대비하는 것이 더욱 현명한 방법이기도 했다. 그렇기에 매니저도 그녀의 연애를 지지하는 모습을 보였고, 연우도 편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하곤 했다.

“시우 오빠는 그런 거 관심도 없거든. 내가 음방 1위 하는 것도 모르는 사람인데.”

“가만 이야기 들어 보면 그 사람은 너한테 관심도 없는 거 같은데. 남자 맞아?”

신호등 앞에서 매니저가 연우를 바라보며 물었다.

오밀조밀 이쁘게 위치한 이목구비, 비율 좋은 건강해 보이는 몸매, 이미지에 어울리는 목소리와 밝은 성격까지. 여자인 자신이 보기에도 반할 수밖에 없는 그녀를 마다한다는 것이 그녀로서도 이해가 가질 않았다.

“완전 상남자 맞거든! 애인도 있어.”

연우의 말에 매니저가 기겁했다.

“너 임자 있는 남자 좋아하는 거야?!”

“좋아하는 건 내 맘이잖아.”

“헐이다. 헐. 근데 그 남자도 웃긴다. 아무리 애인이 있어도 연우 네가 좋아하는 티를 내는데…….”

연우는 씁쓸한 어투로 말했다.

“그 언니가 엄청 이쁘거든. 거기다 머리도 똑똑하고, 마음씨도 너무 곱고.”

“그 애인도 아는 사이야? 너 대체…… 누구랑 만나고 다니는 거야?”

“암튼 앞으로 해외 스케쥴은 미리 알려줘 아니면 소화 안 할 거야. 실장님한테도 이야기 해주고.”

“야…… 그래도 일은 해야지.”

“그 오빠 내년이면 군대 간단 말이야.”

“…….”

아무리 소녀의 마음은 이해하기 어렵다지만, 연우의 마음은 매니저인 그녀로서도 이해하기 힘들었다.

모든 걸 가진 소녀가 유일하게 가지지 못한 남자인 시우라는 존재에 대해서도 궁금증이 일어날 정도였다.

“거의 다 도착했어. 메이크업 손 안 봐도 돼?”

“응. 취재진들 몰려 있겠지?”

“팬클럽들도 모여 있을 거야. 경호원 미리 대기 시켜놨어.”

대중에 사랑받는 것은 인간이 누릴 수 있는 최고의 고양감을 주기도 하지만 매번 위태한 상황을 연출하기도 한다.

차가 고가 도로를 타고 오르자 연우는 곧장 간소한 짐들을 챙겼다.

차를 세운 매니저가 먼저 내려 문을 열어주자, 경호원들이 연우가 갈 길을 만들어 주었다.

찰칵. 찰칵. 찰칵.

플래시 터지는 소리와 함께 환한 미소를 짓는 그녀.

수없이 많은 셔터음과 플래시 소리가 들렸지만, 이네 그녀의 손이 차츰 내려가기 시작했다.

당황한 매니저가 말을 더듬었다.

“무, 무슨 일이지?”

공항 안으로 들어갈 때까지 몇몇 기자들이 그녀의 주위에 서 있기는 했지만, 그리 혼란하진 않았다.

팬들도 모여들긴 했지만 예상보다 훨씬 적은 수였고, 덕분에 연우를 보호하기 위해 미리 대기 시켜 놓은 경호원들의 수가 과했다는 느낌이 물씬 들었다.

“언니, 혹시 누가 큰 사고 쳤어?”

“아니, 그런 소식 없었는데.”

“그럼 이건…….”

그때, 로비를 가로지르는 무리가 있었다.

10대에서 20대로 보이는 여성들과 기자들의 무리가 우르르 한쪽으로 천천히 걷고 있었다.

연우의 사진을 찍는 기자들도 하나둘 그 무리로 슬그머니 빠지고 있었다.

“누구야?”

“글쎄…….”

연우의 시선도 그 무리로 향할 수밖에 없었다.

무리의 중심엔 다섯 명쯤 되어 보이는 외국인이 있었다.

그리고 그 외국인들의 외모는 하나같이 놀랍도록 아름다웠다.

몰려든 팬들을 내려다볼 정도로 훤칠한 키, 그리스 신화에서나 나올 것 같은 윤기 있는 아름다운 금발. 최고급 대리석을 깎아 만든 듯한 완벽한 이목구비와 세련된 패션 센스까지. 현대판 천사가 있다면 그들의 모습이 아닐까 싶을 정도였다.

“……유, 유명한 사람들인가?”

연우가 놀람을 숨기지 못하고 말했다.

한국 연예계는 물론 전 세계의 유명 연예인들을 빠삭하게 외고 있는 매니저도 어안이 벙벙한 얼굴이었다.

“처음 보는데…….”

연우는 계속해서 그들의 모습을 쫓았다.

그리고 나직히 말했다.

“정말 아름답다.”

“……그러게.”

* * *

세 명의 남자와 두 명의 여자로 구성된 오인은 공항 밖으로까지 인파가 계속되자 걸음을 멈췄다.

맨 앞에 섰던 남자가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돌아섰다.

여성들은 아픈 듯, 놀란 듯 미묘한 앓는 소리를 내며 그의 푸르른 눈을 보기에 여념이 없었다.

“귀찮군. 우리엘.”

그의 말에 기자들 앞에서 소소하게 포즈를 취해 보여주던 여성이 말했다.

“왜, 조물주의 아름다움을 설파하는 것도 우리의 일이잖아요.”

“우리엘.”

“나 참, 진짜 즐길 줄 모르는 답답한 성격이라니까.”

우리엘이라 불린 여성이 가볍게 손을 흔들자, 그들에게 시선을 떼지 못했던 이들이 일순간 넋이 나간 상태가 되었다.

이윽고 한두 사람 정신을 차리기 시작했다.

“어? 지금 연우 공항 올 시간 지나지 않았어?”

“우리 여기서 뭐 하고 있는 거지?”

“야! 김 기자! 너 왜 여기 있어?”

“그러는 선배는 왜 여깄어요!”

무리들은 순식간에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우리엘이 입맛을 다시며 아쉬워하는 사이 미카엘이 말했다.

“라파엘은?”

“인도에서 가루다가 나타났다고 좀 늦을 거래요.”

“최대한 빠르게 돌아오라고 해.”

“이미 얘기했어요.”

“다시 한번 이야기해.”

“이미 다시 한번 이야기했어요.”

“…….”

“우리가 누굴 상대하는지 확실히 알아 두라고 이야기하려고 했죠?”

“…….”

미카엘은 고개를 돌려 다른 천사들을 바라봤다.

이토록 많은 천사가 루체 시국이 아닌 다른 곳에서 한자리에 모인 적은 없었다.

역사상으로도 18세기 이후엔 천사들이 한자리에 모인 기록은 없었다.

그만큼 큰일이기도 하고, 위험한 일이기도 하다는 반증이었다.

“유례없이 거대한 악이 나타났다. 이미 일본과 중국이 그 악에 의해 무너졌고, 이후엔 어디까지 퍼져 나갈지 알 수 없다.”

“갑자기 그런 세력이 나타났다니, 어째서 미리 알아차리지 못한 거지?”

차가운 인상의 가브리엘이 물었다.

“세력이 아니기 때문이다.”

“……내가 잘못 들었나?”

“상대는 세력이 아니다, 장차 세력으로 번질 가능성이 높지만, 아직은 확정할 수 없다.”

“그럼, 일본과 중국이 무너진 이유가 소수의 인원들 때문이라는 건가?”

“한 사람이에요.”

우리엘이 말했다.

천사들은 놀란 듯 그녀를 바라봤다.

“실질적으로 한 사람이 두 세력을 무너뜨린 거나 마찬가지예요.”

“말도 안 되는 소리…… 마왕의 현신이라도 된단 말이야?”

상계의 세력.

그것도 상계 이사국에 들 정도로 강력한 힘을 가진 세력을 단일 인원으로 상대할 수 있는 건, 상계 내부에서도 손가락에 꼽힐 정도의 사람들뿐이다.

그리고 그 정도의 힘을 가졌다는 건, 그의 힘이 천사인 자신들 못지않다는 반증이기도 했다.

“상황이 어떤 상황인지 알 수 있겠지? 오직 단일의 힘으로 그 정도라면 그 악이 확장했을 때의 상황을 짐작할 수 있다. 우리가 이곳에 모인 것도 모두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

“겁은 그만 줘요. 다들 방심하지 않을 거예요.”

우리엘의 말에 미카엘이 고개를 끄덕였다.

천사들의 표정과 자세는 사뭇 다른 모습으로 바뀌었다.

좀 전까지만 해도 긴장감 없던 그들의 모습은 성전을 향해 출정을 나서는 성기사의 숭고함이 어려 있었다.

그 모습에 만족한 미카엘이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가자.”

* * *

“가라.”

“왜 이러십니까. 맹주님.”

“가라니까.”

“그렇게 되면 협정 위반입니다.”

“협정은 이행할 거야. 지금은 위험하니까 가라고.”

시우의 싫은 소리에도 축객령을 들은 제갈청룡은 고개를 저었다.

“새로운 강호맹은 동맹국의 위험을 간과하지 않습니다.”

제갈청룡은 시우가 돌아온 뒤 얼마 되지 않아 한국으로 들어왔다.

시우를 비롯한 한연맹은 그런 제갈청룡을 반갑게 맞이했고, 시우는 약속대로 제갈청룡에게 마법을 가르쳤다.

제갈청룡에게 마법은 신세계였다.

매우 뛰어난 머리를 가지고 태어난 그가 야토가미의 술로 인해 부작용으로 두정이 열리고 뇌기능이 일반인에 몇 배로 치솟으면서 예기치 못한 부작용을 겪게 되었다. 세상만사에 대한 욕망이 사라지고, 신경 쓰지 않아도 흡수되는 갖가지 정보에 일상생활이 어려웠던 것.

그런 제갈청룡에게 마법은 자신의 머리를 정리할 수 있게 하는 훌륭한 도구였다.

시우 또한 제대로 마법적 지식을 교류할 만한 훌륭한 마법사를 만난 것에 즐거워했다.

하지만 문제는 문화적 차이에서 발생했다.

크게 고민하지 않고 마법을 가르쳤던 시우와 달리 제갈청룡이 받아들이는 시우에 대한 감정은 스승 이상의 감정이었다.

마법의 이론 하나하나는 제갈청룡이 보기에 천고의 보물과 다를 바 없어서 그런 귀한 마법을 대가 없이 가르쳐주는 시우에게 특별한 감정을 품지 않을 수 없었던 것.

첫 번째 서클을 완성한 날 제갈청룡은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시우에게 세 번 절을 올렸다.

아무 생각 없이 멍하니 제갈청룡의 절을 받던 시우는 남궁혜자의 전음으로 그 절의 뜻을 알고 대경실색하며 그를 말렸지만, 그는 끝내 절을 마치고 이후부턴 시우를 스승으로 대하기를 거리낌이 없었다.

“또한 스승님의 목숨을 노리는 간악한 자들이 있는데 어찌 제자가 외면할 수 있단 말입니까.”

“맹주님이라고 부르라니까. 그리고 간악한 자는 나야. 내가 바로 악의 화신이라고.”

“아무리 그렇게 말씀하셔도 가슴 깊은 곳에 협의를 품고 계신 걸 알고 있습니다.”

시우는 머리를 부여잡았다.

“그냥 두세요. 그의 진법은 꽤 도움이 되니까요.”

한세아가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다가왔다.

“내가 겪어 본 바로, 그들의 힘은 야토가미의 술보다 위험해. 거기다 미국까지 나설 가능성이 높아. 이 일은 최대한 개인적으로 해결해야 하는 일이라고.”

“하지만 저들의 마음은 맹주님과 같지 않은걸요.”

시우는 며칠 전 한연맹의 맹도들을 모두 대피시켰다.

대규모의 전쟁이 다시금 한국에서 발생할 위험성이 있는 상황에서 이제 막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중·소형의 문파들의 개입은 되려 시우에게 불리하게 적용될 여지가 많았다.

더구나 역사적으로 루체 시국이 개입된 전쟁에서 항상 소수의 인원이 대규모의 화력을 가지고 있었던 것을 생각하면 단지 숫자로 이뤄진 전투는 의미가 없었다.

그렇게 말했음에도 불구하고 한연맹의 중추를 이루는 대부분의 인원들이 한연맹 내부에 남아 있었다.

“내가 그렇게 못 미더운가.”

한세아가 귀엽다는 듯 웃었다.

“후훗. 맹주님을 혼자 싸우게 두고 싶지 않은 거죠.”

한세아의 말에 멍하니 그녀를 바라보던 제갈청룡이 고개를 끄덕였다.

“저 또한 사부가 죽는 그 순간까지 사부를 떠나지 않을 겁니다.”

“맹주님이라 부르라고, 저보다 나이도 많으신 분이 대체 왜 그러세요.”

시우가 소스라치며 온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저기 오는구나.”

가만히 이야기를 듣고 있던 남궁혜자가 손짓을 했다.

한연맹의 입구로 다섯 명의 외국인 미남 미녀가 천천히 걸어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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