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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턴 투 다크위저드-166화 (166/200)

166화

서울에서 가장 많은 관광객이 오가는 곳을 고르자면 그중 하나가 명동이다.

중국의 보따리상부터 시작해 관광버스는 도로를 점거하고 많은 관광객을 물처럼 쏟아 낸다.

거기에 더불어 한류의 영향으로 한국에 놀러 온 일본 관광객들이 기념품을 사 가기 위해 들리는 곳이 바로 명동이었다.

동양의 많은 국가가 명동을 관광코스 중 하나로 생각해 오가는 일이 많고 서양에서 온 관광객들도 한 번쯤은 명동에 들리는 걸 당연하게 생각했다.

그렇게 많은 관광객에 힘입어 음식점과 술집이 즐비한 이곳은 한국인들에게도 인기였다.

20대 초반의 연인들이 데이트 코스로 삼는 곳이기도 했기에 시우도 지혜와 간만의 휴식을 즐기기 위해 명동에 나와 있었다.

하지만 시우의 표정은 그다지 좋지 않았다.

“오빠! 우리 저거 먹어요! 닭꼬치!”

“오빠! 나 저거 사줘! 응?! 나 이제 고 삼이잖아!”

“야, 저거 봐! 저기 새로운 오락기가 생겼는데?”

어찌 된 일인지 곁가지로 따라 나온 서연우는 가판에서 파는 먹을 것만 보면 정신을 차리지 못했고, 민서는 고 삼이라는 핑계가 무색하게 화장품이나 옷에 손가락이 가 있었다.

“……근데 넌 왜 나왔냐?”

“응? 민서가 오라고 해서 나온 건데?”

뻔뻔한 우빈의 말에 시우가 이를 갈았다.

“점수가 아직 발표되지도 않았는데. 여유만만이네? 아니면 내년 재수 전까지 남은 생을 최대한 즐겨 볼 셈인가?”

시우의 말에 잠시 안색이 파리해지던 우빈이 곧 감정을 다잡고 말했다.

“가채점에서 봤잖아? 아슬아슬하게 턱걸이로 들어갈 수 있다고.”

“수능을 망하는 이유 중에 하나가 마킹을 잘못해서인 건 잘 알고 있겠지?”

“…….”

시우의 말에 우빈이 금세 시무룩해졌다.

“일단 배고픈데 뭐 좀 먹으러 갈까?”

“레스토랑 예약해 놨어. 얘들 보내놓고 둘이서 가자.”

다 들으라는 듯 크게 이야기하자 원성이 자자했다.

“에? 진짜 치사하다! 같이 놀러 나와 놓고 두 사람만 놀러 간다고요?”

연우의 말에 시우가 삐딱하게 이야기했다.

“애초에 왜 남에 데이트를 방해하는 건데? 그리고 연말인데 안 바빠?”

“바쁘니까 나왔죠. 어제까지 하루 두 시간 자면서 스케줄 소화하고 나온 거라고요.”

“그럼 조용한데 가서 좀 쉬지 그래. 힘들 텐데.”

“괜찮아요. 아직 어려서 팔팔하거든요. 그리고 이런 번화가엔 오빠랑 같이 안 나오면 즐길 수 없으니까.”

“너 어째 점점 나를 편하게 대하는 거 같다? 난 아직 너한테 앙금이 다 풀리지 않았는데?”

“남자가 쪼잔하게 언제까지 그럴 건데요?”

“참나!”

시우가 어처구니없다면서 탄식을 터트리자 지혜는 재밌다는 듯 웃음을 터트렸다.

“그런데 그게 무슨 소리야 오빠 없이 번화가에선 즐길 수가 없다는 게?”

민서의 물음에 지혜와 우빈도 궁금하든 듯 물었다.

“아 그게 희한하게 시우 오빠랑 같이 나오면 사람들이 다가오지 않더라고.”

“에? 그러고 보니 진짜 그렇네.”

민서는 그제야 주변을 둘러보았다.

연우가 마스크나 모자를 쓰고 있지 않음에도 누구 하나 바라보거나 다가오는 이들이 없었다.

지금 데이지는 대한민국 최고의 걸그룹으로 최고의 전성기를 누리는 중이었다. 그런 데이지 안에서도 원픽으로 손꼽히는 연우에게 대중이 무관심하다는 것이 민서로 하여금 굉장히 놀랍게 다가왔다.

우빈은 그사이 도끼눈으로 시우를 바라보고 있었다.

“다른 데서는 안 그래?”

“응 요즘은 무대 할 때도 자꾸 사람들이 무대 위로 올라와서 굉장히 위험한 일들이 몇 번 있었거든. 그런데 시우 오빠랑 같이 있으면 이상하게 사람들이 안 다가오더라고?”

“……흠. 무섭게 생겨서 그런가?”

민서는 시우를 바라봤다.

이마의 상처는 지혜를 구하면서 생긴 상처라 들었다. 어찌나 크게 상처가 났는지 얼굴을 보면 상처가 뚜렷하게 보일 지경이었다.

처음엔 그런 상처를 생기게 한 지혜에게 원망도 많이 들었지만, 지혜와 친해지고 나선 그런 감정들은 깨끗하게 지워졌다.

어차피 성형 기술의 발달로 흉터쯤은 쉽게 가릴 수 있고 무엇보다 시우 본인이 흉터에 대해서 크게 개의치 않아 하고 있었기 때문에 별로 신경 쓰진 않았다.

“무섭게 생기긴…… 잘 생겼지.”

와중에 연우가 얼굴을 붉히며 말하자 민서는 억지로 구토를 하는 모습을 보였다.

“너 대체 연예계 생활하면서 뭘 보고 다니는 거야.”

“히히.”

두 사람의 투닥거리며 걷는 와중에 뒤에선 시우가 갑작스레 바닥에 주저앉았다.

“큭.”

시우는 심장을 움켜쥐고 있는 대로 인상을 쓰기 시작했다.

“시우야 왜 그래?”

지혜가 맨 처음 시우의 상태를 파악하고 물었지만 시우는 대답이 없었다.

옆에 서 있던 우빈 또한 시우에게 다가갔다.

“무슨 일이야?”

[부작용…… 마법 부작용이야…….]

그때 우빈의 머릿속이 천둥처럼 울렸다.

우빈은 뇌를 흔들 정도의 큰 소리에 정말 큰일이 났다고 생각했다.

통상 시우의 마법 음성은 적당한 크기로 선명하게 들렸다. 지금처럼 음량 조절도 음질 조절도 되지 않다는 건 시우의 상태가 심각하다는 걸 반증하는 것과 같았다.

-어떻게 해야 돼?

우빈이 전음으로 말했다.

[한연맹으로]

우빈이 고개를 끄덕인 후 말했다.

“체력이 많이 떨어져서 힘든가 봐. 이만 돌아가자.”

우빈의 말에 민서도 연우도 걱정스런 표정이 되었다.

막말로 수능이 끝난 지 얼마 되지 않은 시기였다. 그런 사람을 억지로 데려 나와 하루 종일 걸어 다녔으니 힘들만 했다.

두 사람과 지혜가 고개를 끄덕일 때.

사람들 사이에서 파란이 일었다.

“저거 서연우 아냐?”

“데이지의 서연우 말이야? 개가 여길 왜 와?”

“아냐 맞는 거 같은데?”

사람들의 웅성거림은 점차 커지고 수백의 인파는 물밀 듯이 시우 일행에게 다가오기 시작했다.

시우의 고통과 동시에 사람들의 부담스런 관심이 쏠리자 민서와 연우는 당황해 뒷걸음질 칠 뿐이었다.

그때 우빈의 옷자락이 살짝 부풀었다.

일순간에 우빈의 살기가 사람들을 향해 흩뿌려졌다.

소란이 일던 종로 거리 일대가 마치 스피커를 꺼 놓은 것처럼 조용해졌다.

“잠깐 비켜주시겠습니까? 환자가 있어서요.”

모세의 기적이 일어나듯 사람들은 시우를 부축한 우빈의 앞길을 터 주었다.

* * *

하얀 가운을 입은 형원이 차트를 들춰보며 말했다.

“특별히 이상 있는 곳은 없어요. 신체 능력도 평균 이상이고요.”

“내가 얘기했잖아. 괜찮다니까.”

상의를 벗은 시우의 멀끔한 근육 위로 심박수 측정기와 각종 의료기기 선들이 어지럽게 걸려 있었다.

시우의 주변으론 한세아를 비롯해 한연맹의 주요 인물들 모두가 모여서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시우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럼 왜 쓰러진 건데?”

“그냥 가벼운 부작용이라니까. 마법 부작용.”

남궁혜자가 걱정스레 물었다.

“마법 부작용이라니? 그럼 자넨 마법을 쓸 때마다 위험한 부담을 안고 있다는 말이냐?”

“그건 아닙니다. 전 간혹 적들에게 저주 마법을 쓰곤 하는데, 그 마법이 강제로 풀리면 그 반탄력을 제가 모두 받아야 합니다.”

시우에 대해서 잘 알고 있던 태백정가의 사람들은 그닥 놀라지 않았지만 혜광등은 꽤 놀란 눈치였다.

반탄력이라는 말에 남궁혜자가 더욱 심각한 얼굴이 되었다.

“그런 반탄력이라면 후유증이 꽤 가는 것 아니냐?”

“아주 낮은 단계의 저주 마법이었습니다. 그리고 이미 7서클에 오른 시점에서 그런 후유증 때문에 몸이 상할 정도는 아닙니다.”

“그렇다면 어찌 쓰러진 것이냐?”

“아…… 그게 너무 오랜만에 받는 충격이라 몸이 적응을 못 해서.”

머쓱하게 머리를 긁는 시우의 모습에 어른들은 모두 허탈한 웃음을 터트렸다.

그 모습을 가만히 보던 우빈이 던지듯 입을 열었다.

“근데, 네가 건 마법은 마법을 어떻게 풀 수 있는 거야?”

우빈의 말에 좋았던 분위기는 갑자기 찬물을 끼얹은 듯 차갑게 가라앉았다.

* * *

시우가 다크위저드로서 한국을 비롯해 일본과 중국에 대항하여 엄청난 힘을 가질 수 있었던 것에는 본인의 노력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마법이라는 힘의 의외성 덕분이었다.

“그래서 그동안 재미 많이 봤지.”

[정말 괜찮으십니까? 마스터.]

작은 구체의 빌리언트가 시우의 옆으로 날아와 말했다.

“너까지 왜 그래?”

[한연맹의 사람들이 많이 걱정했습니다.]

“그래서 범인은?”

[이자들입니다.]

한쪽 벽면을 가득 메운 스크린에는 지도를 비롯한 위성 사진과 더불어 병원 내부의 CCTV 화면 등이 모두 들어 있었다.

“신관? 신부? 뭐라고 하지?”

[자신들을 루체 시국의 신관이라 소개했습니다.]

“루체 시국도 상계인가?”

[확인할 수 없었습니다.]

“상계 세력들은 무슨 방화벽을 쓰고 있는 거지?”

[제가 쓰고 있는 것과 같은 종류의 방화벽입니다. 단순한 프로젝트 프로그램뿐만 아니라 마법적 제약과 계약적 허용까지 사용하고 있습니다.]

“지구 상계에도 마법을 전문적으로 사용하는 집단이 있는 거야?”

[네. 영국왕실마법학회가 그 대표적인 예입니다.]

빌리언트의 말과 함께 영국 상계의 자료들이 수십 수백 장이 떠올랐다.

“이건 뭐야?”

방금 전까지만 해도 루체 시국의 방화벽을 뚫지 못했던 빌리언트가 영국 상계의 자료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 놀라웠다.

[영국 상계의 방화벽은 무너져 있는 상태입니다.]

“뭔가 지들끼리도 내부적으로 싸움을 하고 있는 건가? 어쨌든. 저 신관들은 어디 있지?”

[병원을 나오는 즉시 자신들의 모습을 감췄습니다.]

“역시 쉽지 않은가?”

[오큘러스와 라, 스카이아이, 프로젝트 등이 실현된다면 쫓을 수 있습니다.]

“오라클만 쏘아 내는 데도 수백억이 들었어.”

현재 빌리언트는 고도 2만 200KM 상공에 위치한 전략 위성 [오라클]과 동기화되어 있는 상태였다. [오라클]은 빌리언트의 눈과 귀가 되어 전 세계를 조망하게 되었다.

“워프 마커는 얼마나 완성되었지?”

[전체 7%입니다.]

“바다 위나 해안은 차차 해도 돼. 지금 당장은 중국과 일본 삼 개국을 자유로이 오갈 수 있는 마커가 먼저 필요하니까.”

이번 중국 상계와의 전쟁에서도 워프의 이점을 하나도 써먹지 못했다.

[예쓰 마스터. 신관들은 어떻게 하실 생각이십니까?]

“구마의식을 행했던 것과는 차원이 달랐어. 아마도 한 번에 저주를 풀어냈겠지. 아무리 저 서클이라고 해도 백 명에 가까운 인원들을 한순간에 풀어낼 수 있다는 건 보통이 아니란 말이야.”

[그렇군요.]

빌리언트는 마법사 특유의 버릇 중 하나인 혼잣말에도 반응을 해주는 능력이 있다.

“그 정도의 능력이라면 그들의 마기를 뽑아내어 전송받고 있던 게 나라는 것쯤을 알고 있을 거야. 나라고 특정은 못 해도 한국이 그 목적지란 점은 알고 있겠지.”

[한국 내에 감시망을 발동할까요?]

청화대, 국정원, 태백그룹. 세 곳의 비호를 받는 한연맹이었기에 한연맹 내부 시스템을 담당하는 빌리언트는 대한민국 전체를 손바닥 보듯 감시할 수 있었다.

“어차피 상계의 인간들이야, 쉽지 않겠지.”

[다른 프로젝트에 영향이 가지 않는 정도로만 하겠습니다.]

“그래, 그리고 이것 좀 봐.”

시우는 품속에서 황금색의 구슬을 꺼내어 계기판 한 곳에 집어넣었다.

스크린에 띄워져 있던 창들이 모두 사라진 후에 새로운 창들이 나타났다.

[소림사의 무공이군요.]

새창에는 소림의 칠십이종절예를 익히는 인형의 모습이 나타났다.

“더 있어.”

뒤이어 시우는 몇 개의 구슬들을 더 넣었고 그때마다 새로운 인형들이 나타나 중국 상계의 무공을 사용하고 있었다.

“이 무공들을 분석한 후에 약점을 지우고 보강해.”

[무인들은 자신의 무공을 남이 보는 것조차 싫어한다고 하더군요. 원작의 모습 모두 지울까요?]

“아니, 그럴 필요 없어. 이제부터 한연맹의 무공이니까.”

[알겠습니다.]

“그리고 이것들로 새로운 무공을 만들 거야.”

[어떤 개념인지 알려 주시겠습니까?]

시우는 투명한 구슬 하나를 들어 자신의 관자놀이에 댔다.

투명한 구슬은 물 위에 잉크를 떨어뜨린 것처럼 색깔이 변하더니 곧 오색찬란한 구슬이 되었다.

[……이 개념을 완성하려면 프로세스의 대부분을 활용해야 합니다.]

“오라클 쪽과 감시망 쪽을 줄여.”

[급하신 겁니까?]

“새로운 적이 다가오고 있어. ‘빛’이라는 이름의 적.”

[예쓰 마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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