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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턴 투 다크위저드-161화 (161/200)

161화

겨우 북경으로 들어선 장송계는 사람들의 눈초리에 시달려야 했다.

‘이놈들, 내 미리 연락을 했건만.’

허난성을 벗어나자마자 장송계는 곧장 강호맹에 연락을 하곤 마중을 나오도록 지시했다.

하지만 허베이성에 들어설 때쯤 나올 거라 생각했던 강호맹의 인원들은 베이징에 도착할 때까지 만나지 못했고, 급기야 연락이 두절되는 사태까지 벌어지고 말았다.

결국 거지꼴을 한 장송계는 사람들의 시선을 받으며 베이징 한복판을 걷는 신세가 되어 버리고 말았다.

선풍도골의 이미지는 탄 자국과 흙먼지로 인해 노숙자의 그것인 양 온데간데없었고, 시우와의 일전을 위해 입은 편한 무복은 사람들에게 이질감을 주기에 충분했다.

겨우 강호맹의 건물에 도착한 장송계는 또다시 당황스런 상황을 마주했다.

“지금은 들어갈 수 없습니다.”

“뭣?”

“이 건물은 폐쇄되었습니다. 들어갈 수 없습니다.”

무인으로 보이는 두 명의 무인의 행동에 장송계는 화를 꾹꾹 눌렀다.

“내가 누군지 모르느냐?”

워낙 말단이라 자신을 모를 수도 있다는 생각에 참을성을 발휘하며 말했다.

“내가 강호맹의 맹주 장송계다.”

“……!”

장송계의 말에 두 무인이 서로를 바라보며 놀란 표정을 숨기지 못했다.

그리고 장송계 또한 두 무인의 행동에 번뜩 떠오르는 생각이 있었다.

‘강호맹에 문지기가 있었던가?’

강호맹의 건물은 베이징시의 한복판에 위치해 있다.

일반 사무건물로 위장해 있지만 건물 내부는 무인들과 맹도들로 가득한 곳이었다.

안내 데스크는 존재해도 출입을 관리하는 문지기는 존재하지 않았다.

내공을 일으키는 두 무인의 행동에 장송계의 손이 빠르게 움직였다.

“네놈들, 강호맹의 인원이 아니었구나.”

강호맹의 건물 앞을 지나는 민간인들이 많았기에 살수는 쓸 수 없었지만, 번개같이 움직인 장송계의 손속에 두 무인이 정신을 잃으며 쓰러졌다.

건물 내부로 들어가자 보이는 광경은 더욱 충격적이었다.

수십의 인원들이 바닥에 누워 있었고, 한쪽에는 맹도로 보이는 무인들이 무릎을 꿇은 채, 머리 뒤로 깍지를 끼고 있었다.

“이게 무슨 짓이냐!”

장송계의 목소리가 쩌렁하게 울렸다.

강호맹의 맹도들을 제압하고 있던 낯선 무인들이 장송계를 바라봤다.

“웬 놈들이냐! 감히 이곳이 어딘 줄 알고 이따위 짓거리를 저지르는 것이냐!”

장내를 점하고 있던 무인들은 장송계의 몸에서 퍼져 나오는 기운에 선뜻 나서지 못하고 있었다.

“의외네요. 이곳에 혼자 돌아오실 거라 생각하지 못했는데.”

그때, 무인들을 가르고 나타나는 일단의 무리들이 있었다.

“누구냐.”

“한국 상계 연맹의 한세아라고 합니다.”

한세아의 말에 장송계가 눈가를 씰룩거렸다.

“감히……. 중국 상계를 적으로 돌리고도 무사할 것이라 생각하느냐?”

장송계의 몸에서 살기가 흘러나왔다.

강력한 살기가 사방으로 퍼지며, 건장한 사내들도 두려움에 몇 발자국이나 뒤로 물러섰다.

하지만 한세아는 되려 한걸음 나서며 말했다.

“당신은 한연맹을 적으로 돌리고도 무사할 거라 생각했나요?”

“감히……!”

“그만두게.”

한세아의 뒤에서 남궁혜자가 앞으로 나섰다.

“이미 싸움은 끝났네.”

남궁혜자의 말에도 장송계는 분노를 감추지 않았다.

“그대의 행동이 곧 남궁세가의 행동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겠지?”

남궁혜자의 뒤에서 남궁혜자와 비슷하게 생긴 중년의 여인이 앞으로 나섰다.

“나 남궁혜선의 이름을 걸고 이야기 하지. 남궁세가도 이 사태에 대해 확실하게 알고 있다.”

남궁혜선을 비롯해 뒤에선 이들은 대부분 남궁세가의 무인들이었다.

“개인의 사익을 위해 이따위 짓을 벌이다니 하늘이 두렵지도 않더냐!”

“나야말로 묻고 싶군. 상계 무인들이 희생한 대가로 이런 짓을 벌이고도 무사히 넘어갈 거라 생각했던가!”

“말이 통하지 않는군. 모두 돌아가라. 이 일에 대한 대가는 확실하게 받을 것이다.”

“그 전에 한연맹에 대한 대가를 확실하게 치르셔야 할 거예요.”

한세아가 정령을 소환하며 앞으로 나섰다.

“너도 그자에게 잡술 몇 개를 익혔나 보구나. 겨우 그런 걸로 강호맹을 어찌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더냐?”

“그렇게 당하고도 아직도 잡술이라는 말을 하시다니. 강호맹이 이리도 썩은 이유가 있었군요.”

“감히!”

장송계의 손에서 양의무극기가 요동을 쳤다.

한세아의 어깨에서 작은 모양을 유지하던 정령이 자신의 몸을 부풀리며 호랑이만 한 크기로 커졌다.

장송계의 움직임과 동시에 번개처럼 뛰쳐나간 한세아의 전호는 공간을 가르며 장송계를 정면으로 뚫고 지나갔다.

“크어억.”

큰 고통은 아니었기에 참고 계속 나아가려던 장송계의 뒤에서 전호가 다시금 장송계에게 달려들었다.

붕. 붕. 붕.

번개처럼 움직이는 전호는 멈춘 다음에나 그 모습이 잠깐씩 보일 뿐, 인간의 눈으론 도저히 따라갈 수 없는 정도였다.

그렇게 몇 번의 움직임 이후에 전호가 더 이상 장송계를 향해 달려들지 않고 주위를 뱅뱅 돌고 있었다.

“이럴 수가…….”

털썩 무릎을 꿇는 장송계의 전신은 검은 화상으로 가득했다.

뜨거운 고열로 인해 타버린 한쪽 눈에선 진물과 핏물이 함께 흘러나왔다.

남은 한 눈으로 한세아와 남궁세가의 무인들을 보는 장송계의 눈엔 한탄이 가득했다.

“이렇게 끝나는 것인가……. 통탄할 일이다.”

뒤에서 상황을 지켜보던 남궁혜선이 믿을 수 없다는 눈으로 한세아를 바라보며 말했다.

“저런 아이가, 한연맹의 팀장급이란 말인가? 대체 그동안 한국에선 어떤 일이 있었던 것이냐.”

“아마 맹주라는 아이를 보시면 더욱 놀라실 겁니다.”

남궁혜자의 말에 남궁혜선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어서 그 아이를 보고 싶구나.”

장송계를 건조하게 보던 한세아가 한연맹의 무인들과 남궁세가의 무인들에게 외쳤다.

“죄인들을 감옥에 넣고, 정리하세요. 맹주님을 맞을 준비를 할 겁니다.”

한세아의 신위를 보고 멍해있던 무인들이 일순간 정신을 차리고 동시에 대답했다.

“네!”

그들의 움직임은 대답만큼이나 빨랐다.

* * *

시우와 형원은 오대세가를 두루 돌아다니며 응급처치를 시행했다.

형원의 치료 방법과 제갈청룡의 치료 방법이야 익숙한 것이었기에 그것을 거부하는 이는 없었지만, 시우의 치료 방법은 꽤 당황스러웠기에 처음엔 시우의 치료를 거부하는 이들도 있었다.

하지만, 쩍 벌어진 상처 위로 색깔이 진한 포션이 뿌려지고, 상처가 말끔하게 회복되는 모습을 보면서 오대세가의 무인들은 나서서 시우에게 치료받으려 모이기 시작했다.

정리가 되어 가는 와중에 조금 난항을 겪는 곳도 있었다.

바로 제갈세가.

전투가 끝난 후에도, 열기가 식지 않은 제갈적룡이 난동을 피우는 바람에 제갈세가의 무인들은 제대로 쉬지도 못하고 그를 제압하느라 애를 먹고 있었다.

“형님! 이제 그만 싸워도 됩니다.”

“아직…… 끝나지…… 않았어…….”

제갈적룡은 계속 시우를 향해 이를 드러내고 있었다.

그런 상황을 지켜보던 시우가 사람들 쪽으로 다가왔다.

제갈세가의 무인들은 시우가 뭔가 일을 벌여주길 기대하는 반면, 제갈청룡은 시우를 경계하고 있었다.

“제가 좀 봐도 되겠습니까?”

“형님께서 흥분하신 이유가 맹주님 때문인 것 같으니, 물러서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흠……. 하지만 이렇게 해선 끝이 안 날 텐데요?”

느긋한 시우의 행동과는 달리, 제갈적룡은 시우가 다가서자 더욱 광분하며 금방이라도 시우의 목을 물어뜯으려 했다.

“마법이란 것이 대단하다고 생각됩니다만 전 아직 그것에 대해서 잘 모르겠습니다.”

“…….”

시우는 제갈청룡과 제갈적룡 두 사람을 번갈아 보다가 입을 열었다.

“두 분은 야토가미의 술을 연구하다 부작용을 얻으신 거 같군요. 맞나요?”

“……네.”

“전 야토가미의 술을 이미 익혔습니다. 아마도 제가 부작용을 제거해 드릴 수 있을 겁니다.”

“그게 정말인가?”

오대세가의 가주들과 이야기를 나누던 제갈사열이 뒤에서 다가오며 물었다.

제갈사열은 그 옆에 황보현과 황보철을 함께 대동한 상태였다.

세 사람 다 간절한 표정으로 시우를 바라보고 있었다.

“네. 하지만…… 이분의 동의가 없인 안 될 거 같군요.”

시우가 제갈청룡의 불신 어린 자세에 대해 이야기했고, 제갈사열이 입을 열었다.

“한연맹의 맹주가 도움을 줄 수 있다고 하지 않느냐? 너는 무얼 망설이는 것이냐?”

“……저희 형제의 일은 저희 형제가 해결할 수 있습니다.”

“그것 때문에 얼마나 많은 세월을 잃었더냐.”

“그리 쉬운 것이 아닙니다. 야토가미의 술은 근본적으로 주술과는 차원이 다릅니다. 마법을 익히고 대단한 실력을 가졌다고 하나, 저는 확실치 않은 것에 저의 형의 목숨을 맡길 수는 없습니다.”

두 형제는 오랜 세월 동안 야토가미를 상대하기 위해 연구를 멈추지 않았다.

강호맹의 눈을 피해 연구를 하기 위해 타인의 손을 빌릴 수도 없었고, 함부로 외부에 드러낼 수도 없었다.

오직 야토가미를 상대하겠다는 일념이 없었다면 진즉에 포기하고도 남았을 일이었다. 그런 와중에 큰 사고로 제갈적룡의 상태가 저리되어 버렸고, 그마저도 밖에 드러내어 쉽게 치료할 수 없었다.

그 고된 길을 걸어온 것은 오직 제갈청룡 하나뿐이었다.

“도련님, 도련님의 노고에 대해선 잘 알아요. 하지만, 언제까지 적랑을 저런 상태로 둘 순 없어요.”

신혼의 단꿈을 이어가기도 전에 사고를 당했고, 황보현은 가장 근거리에서 가장 고통스런 시간을 보낸 사람이었다.

결혼이 꽤 지났음에도 두 사람에게 자식이 없는 것에 대해 사람들이 물을 때마다 얼버무리는 것도 그녀에게 고된 일이었다.

제갈청룡이 사지를 고정당한 채 입가에서 침을 흘리고 있는 제갈적룡을 바라봤다.

깔끔한 성격에 하루에 두 번씩이나 옷을 갈아입던 형의 모습이라곤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엉망인 모습이었다.

“알겠습니다.”

제갈청룡은 고개를 끄덕이곤, 시우에게서 한시도 눈을 떼지 않았다.

시우의 지시에 제갈세가의 무인들이 제갈적룡을 잡고 있던 손을 놓아 버렸다.

제갈적룡은 기다렸다는 듯이 바닥을 박차고 시우에게 날아 들었다.

시우의 손에서 뻗어 나간 마법진이 바닥에 검은 그림자를 만들고, 검은 촉수를 뻗어 내어 제갈적룡의 사지를 속박했다.

“혀를 깨물 수도 있으니, 입도 좀 막겠습니다.”

마지막 촉수가 입안으로 들어가 몸을 부풀리자 제갈적룡은 마치 외계의 생명체에게 생기를 빼앗기는 것처럼 그로테스크한 모습이 되었다.

제갈청룡이 끼어들려 나섰지만, 어느새 다가온 소빈과 우빈에 의해 멈출 수밖에 없었다.

“마법을 사용하고 있는 동안은 절대 건드려선 안돼요.”

“…….”

제갈적룡의 몸 앞뒤론 그의 몸체만 한 커다란 마법진이 생성되었다.

마법진이 구동되기 시작하자 제갈적룡의 몸은 마치 진공청소기에 흡입되는 것처럼 앞뒤로 불어오는 흡입력에 양쪽으로 찢기는 듯했다.

이윽고 그의 몸에선 반투명한 기체들이 조금씩 딸려 오기 시작했다.

“으아아아아아악!”

제갈적룡은 고통스러운지 막힌 입으로 비명을 질렀고, 이윽고 그의 몸 앞뒤로 야토가미의 귀신들이 뜯겨 나오기 시작했다.

“크아아아악!”

반투명한 상태로 뜯겨 나온 각각의 귀신들.

무려 십여 체나 되는 귀신들이 제갈적룡의 몸 안을 점거하고 있었다.

크라라라라라.

마법진으로 끌려 들어가는 귀신들이 발버둥을 치다 결국 마법진 안으로 사라지고, 한참을 시달린 후에야 마법진의 흡입은 서서히 잦아들기 시작했다.

마법진이 사라지고, 촉수가 제갈적룡의 몸에서 풀려났다.

송곳니가 돋아났던 제갈적룡의 이빨은 평범한 이의 그것과 다르지 않았고, 살기 가득하게 올라섰던 눈꼬리는 어느새 유순하게 제자리를 잡고 있었다.

“아아……!”

제갈적룡의 몸에서 뜯겨져 나오는 귀신들을 보며 눈물을 흘리던 황보현이 재빨리 달려가 제갈적룡을 품에 안았다.

“적랑…… 적랑 괜찮아요?”

“……아, 현매. 그 동안 미안했어…….”

제갈적룡의 목소리는 지난 몇 년간 들어보지 못했던 부드러운 음성으로 들려왔다.

황보현은 흐르는 눈물을 닦지도 못한 채, 제갈적룡을 당겨 안았다.

“윽, 현매, 나 숨…… 좀.”

“참아요! 당신 때문에 얼마나 고생했는데…….”

황보현이 시우를 바라봤다.

“감사합니다. 맹주님. 정말, 정말, 감사합니다. 맹주님.”

자신보다 몇 살이나 어린 시우를 향해 황보현은 그렇게 거듭 고개를 숙였다.

그 동안 마음고생이 많았는지, 제갈사열도 돌아서서 눈물을 닦았고, 황보철도 그의 어깨를 두들겨 주었다.

“자 그럼 이제 그쪽을 좀 볼까요?”

“뭐?”

시우가 제갈청룡을 바라보며 말하자, 제갈청룡이 날카롭게 답했다.

“제가 아까 ‘두 분’이라고 말씀드리지 않았습니까?”

“…….”

시우의 말에 눈물을 흘기던 제갈사열 또한 고개를 돌려 시우를 바라봤다.

“맹주, 그게 무슨 말인가?”

“사실 저 사람 보다 더 위험한 사람은 바로 저 사람입니다.”

시우의 손가락이 제갈청룡을 가리켰다.

“이리 오시죠. 제가 도와드리겠습니다.”

시우의 말에 제갈적룡이 내공을 끌어 올리며 말했다.

“경고한다. 다가오지 마라!”

제갈청룡이 살기마저 내뿜자 작금의 사태에 사람들 모두 당황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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