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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턴 투 다크위저드-157화 (157/200)

157화

천마강시 하나가 땅에 파고든 제갈적룡의 목을 잡아끌어 내었다.

제갈적룡은 짐승처럼 온몸을 버둥거렸고, 천마강시의 손톱이 제갈적룡의 목을 파고들었다.

금방 붉게 달아오른 얼굴은 금방이라도 터질 듯 보였고, 제갈적룡의 코에서 피가 터져 나왔다.

우빈의 몸이 기민하게 움직여 발을 뻗어 천마강시의 단전 부근을 때렸다.

“형님!”

제갈청룡의 외침과 함께, 제갈적룡의 몸이 반투명하게 변하며 천마강시의 손을 통과해 바닥으로 떨어졌다.

우빈은 즉시 제갈적룡의 뒷덜미를 잡고 뒤로 물러났다.

“흐으, 흐으, 크아아앙!”

부족한 숨을 몰아쉰 제갈적룡이 분한 듯 비명을 질렀지만, 몸은 천적을 만난 듯 뒤로 주춤거리며 물러섰다.

“참으로 보잘것없는 협의(俠義)구나.”

“맹주! 이게 무슨 짓이오! 천마강시가 정파에게 어떤 의미인지는 맹주인 당신이 잘 알지 않소!”

역천의 술로 탄생한 천마강시는 인의를 저버린 천년마교의 상징체 중 하나다.

더구나 그 가공할 무력과 그로 인해 발생한 무자비한 행위들은 정파를 위시하는 모든 문파들을 부정하는 현상 그 자체였다.

“정과 마의 경계가 사라졌듯, 선과 악의 경계도 무너졌다. 오직 힘만이 정의(情義)를 정의(定義)한다.”

장송계의 손짓과 함께, 천마강시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가공할 강기를 사방으로 내뿜는 강시들의 신위는 이미 무인의 경지가 아니었다.

대응할 수도 없고, 맞설 수도 없었다.

백리세가와 황보세가가 각자 자문의 검진을 이용해 대응해보려 했지만, 검진의 기파도 검기의 폭풍도 두려워하지 않고 피해를 입지 않는 천마강시에게 무력한 것이었다.

천마강시는 오대세가의 고수들을 찾아다니며 공격했다.

“끄아아악!”

전략도 고민도 없이 달려들어 학살을 자행하는 천마강시의 행위에 무인들은 두려움에 떨며 뒤로 물러서기 바빴다.

곧게 뻗은 수도가 휘둘러질 때, 인간의 팔이 두부처럼 잘려나가며 피분수를 뿌린다.

보기만 해도 아찔한 날카로운 검은 마치 단단한 바위를 때린 듯 부러지거나 휘어지기 바빴고, 그 단단한 신체를 가진 강시들은 거리낄 것 없이 무인에게 몸을 부딪쳐 뼈를 부수고 주먹을 휘둘러 머리를 터트렸다.

평생 두려움을 이겨내기 위해 수련했던 무인들의 수고가 무색할 만큼 본능적인 두려움이 그들 전체를 감쌌다.

‘허어.’

높은 곳에서 천마강시의 위용을 바라보는 장송계의 눈이 기이하게 빛났다.

오대세가를 가로지르는 천마강시의 행태는 마치 수풀을 잘라내는 낫과 같은 모습이었다.

날카로운 낫이 지나가는 곳에 수풀은 저항하지 못하고, 잘려나갈 뿐이었다.

한때는 한배를 탔다고 생각했던 오대세가의 무인들이 그렇게 죽어 나갔지만, 장송계의 마음속엔 슬픔이나 아쉬움보단 기이한 열기가 오르기 시작했다.

‘이것이 힘인가.’

장송계는 이런 압도적인 힘을 가진 적이 없었다.

무림의 최강자 중 한 사람이 된 후에도 그의 위엔 더욱 강한 이들이 있었다.

그랬기에 언제나 누군가를 경계하고 조심해야 했었다.

질서를 지키고 협의를 숭상한다.

그렇게 뜻을 모아 집단을 만들고, 그 집단은 그의 힘이 되어 더욱 큰 권력을 제공한다.

그것이 장송계가 힘을 가지고 누릴 수 있었던 방법이었다.

그런 그에게 혁련무궁의 행동은 사실 이해할 수 없는 부분 중 하나였다.

오만하고 무례하다. 질서를 생각하지 않고 안하무인으로 행동한다.

그런 그의 행동이 그를 세력에서 벗어나게 했다.

지옥관을 만들게 된 것은 그의 오만함 때문이었다.

‘그가 이래서 오만했던 것인가?’

하지만 지금은 그를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무자비한 힘이 거대한 뜻을 꺾는다.

숭고함으로 무장한 집단은 강한 힘에 저항하지 못하고 휩쓸린다.

자신들이 새로운 정의인 양 득의양양하게 나타났던 오대세가의 무인들이 꽁지가 빠지게 도망치고 있었다.

장송계는 그 모습을 보며, 지난날 정파의 세력을 유지하기 위해 온갖 고민과 괴로움 속에서 살아왔던 나날들이 어리석게 느껴졌다.

‘이제는 다를 것이다.’

장내를 둘러보던 장송계의 눈에 한 무리가 걸렸다.

다른 이들이 도망치는 와중에도 자리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이들.

‘저 놈들…….’

뿌드득.

장송계가 이를 갈았다.

태백정가의 인물.

최시우라는 호랑이에 등에 올라타 산 중 왕을 자처하던 이들.

본래라면 강호맹에 맹주급인 자신의 앞에서 눈도 제대로 뜨지 못했을 이들이 최시우를 등에 업고 오만하게 행동했었다.

더구나 두려움 없이 중국 상계에 발을 들여놓은 것을 보니 중국 상계에 대한 두려움도 없는 것처럼 보였다.

장송계가 고개를 돌렸다.

‘어차피 놈은 살아 돌아오지 못한다.’

지옥관을 돌아봤던 장송계가 태백정가를 향해 손을 가리켰다.

계상학이 개발한 맹약의 주술을 건 사자부의 영환술사가 묵색 피리를 불기 시작했다.

***

시우는 형원을 한쪽에 끼고 바람처럼 날아가고 있었다.

블링크로 이동하던 그는 패밀리어가 확보하지 못한 지옥관의 나머지 부분들을 직접 몸으로 부딪치며 나아가고 있었다.

슈슈슉

통로의 벽면에선 다시금 함정들이 발동해 칼날이 날아들고, 불길이 치솟았다.

코트와 배리어로는 모든 방어가 되지 않아 그의 몸엔 하나둘 생채기가 생기고 머리카락이 타들어갔다.

전신을 얇은 갑주로 뒤덮은 알머스트를 착용한 형원은 걱정스런 눈으로 시우를 올려다보았다.

하지만 딱딱하게 굳은 그의 표정 때문에 걱정 어린 말을 건네기도 어려웠다.

시우의 손에서 마법진이 생성되었다.

[매직미사일]

시우의 손에서 쏘아져 나가는 매직미사일이 벽면의 구멍을 파고들어 통로의 기관을 박살내었다.

몇 개의 칼날을 피하고, 앞으로 나아가는 상황에서 형원의 눈이 놀람으로 가득 찼다.

“어엇!”

형원의 입에선 자신도 모르게 비명이 새어 나왔고, 그와 동시에 거대한 철공이 통로를 가득 메우며 날아들고 있었다.

[거인의 손][오버 더 아머]

갑주를 덧씌운 거인의 손이 소환되어 철공을 때렸다.

쾅!

거대한 폭음과 함께 통로 전체엔 충격음이 울렸고, 형원은 고막이 찢어질 듯한 고통에 몸을 움찔거렸다.

“조금만 참아.”

“네.”

시우의 말에 형원은 알머스트 아래로 인상을 찡그리며 씩씩하게 대답했다.

형원 또한 자신들로 인해 시우의 일행이 다치는 것을 바라지 않았다.

어떤 이유를 대더라도, 이 싸움에서 자신들은 자유롭지 않았다.

쿠르르릉.

철공을 박살낸 덕분일까?

통로 전체가 흔들리며 돌가루들이 사방으로 날렸다.

쾌속하게 움직이던 시우의 몸이 우뚝 멈춰 섰다.

고개를 들어 통로를 말없이 바라보는 시우의 모습에 형원이 불안한 듯 물었다.

“왜, 왜 그러세요.”

쿠르르릉.

철공이 박살난 지 시간이 흘렀음에도 통로 전체를 울리는 충격음은 더욱 크게 들렸다.

쿠르르르릉.

마치 지옥관은 지진이 난 것처럼 들썩거렸고, 시우의 팔에 안겨 있던 형원도 그 커다란 진동에 금방이라도 떨어질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시우가 고개를 돌려 지나온 통로를 바라봤다.

그 순간.

쾅쾅쾅쾅쾅쾅.

귓전을 때리는 폭음과 함께 통로들이 부서져 내리고 있었다.

“이런 미친 새X.”

시우의 입에서 욕지기가 터져 나오고. 형원은 놀라 비명도 지르지 못했다.

시우의 몸이 다시금 움직였다.

종전보다 더욱 빠른 속도로 움직이는 그의 몸에 반응해 통로의 함정들이 발동했다.

칼날이 다시금 시우의 목을 노리고 날아들었지만, 더 이상 방어할 겨를조차 없었다.

코트의 방어력을 최대한 가동한 시우는 몸으로 칼날들을 막아내며 앞으로 나아가고 있었다.

“어, 어떻게 하죠!”

형원이 시우에게 물었지만, 시우에겐 그에 대답할 새조차 없었다.

콰콰콰콰콰쾅!

아무리 빨리 달려도 통로 전체가 무너지는 탓에 도망갈 곳조차 존재하지 않았다.

[뷰 마나 포스]

[뷰 에어 포스]

[뷰 워터 포스]

세 개의 작은 마법진이 사라지고, 시우의 몸을 중심으로 각기 다른 색깔의 마나의 파장이 사방으로 뻗어 나갔다.

마나의 파장은 통로의 벽면으로 파고 들어가 금방 사라졌다.

시우가 부리는 마법에 기대를 걸던 형원은 아무것도 변하지 않는 상황에 더욱 당황하고 있었다.

통로 앞쪽으로 거대한 바위가 떨어져 내리고 있었다.

“어어엇!”

길을 막는 거대한 바위의 모습에 형원이 자신도 모르게 탄성을 내질렀고, 시우는 거인의 손을 소환하여 무너지는 바위들을 받치게 했다.

[거인의 손]

소환된 거인의 손이 무언가를 부수는 것이 아니라 시우와 형원을 보호했고, 찰나의 시간 동안 바위들을 버텨낸 거인의 손은 시우가 지나가자마자 무너져 내리며 통로를 완전히 막아버렸다.

형원이 잠시 한숨을 돌리려는 사이.

귓가로 더욱 커다란 폭음이 울렸다.

콰콰콰콰콰콰 쾅!

그와 겨우 형체를 유지하던 통로가 동시에 무너지기 시작했다.

거대한 바위가 시우와 형원의 몸을 압살할 듯 떨어져 내렸다.

“으아아아아악!”

형원의 비명이 사방으로 울렸다.

도저히 피할 길 없는 거대한 크기에 형원이 질끈 눈을 감았다.

[블링크]

시우와 형원의 몸에서 빛이 나기 시작했다.

그와 동시에 통로가 주저앉으며 모든 것을 압살해 버렸다.

콰르르르릉.

통로는 빈 곳을 허용하지 않겠다는 듯 바위와 흙이 쏟아져 내리며 한 줌의 공기와 빛마저 모두 집어삼켰다.

***

“하아, 하아, 하아.”

시우가 숨을 몰아쉬었다.

아슬아슬한 순간이었다.

거대한 지면의 무게가 통로를 완전히 뒤덮어 버렸다.

얼마나 급박하게 이동했는지, 시우와 형원이 이동한 곳엔 통로에서 떨어졌던 작은 돌멩이들이 가득했다.

도박에 가까운 시도였다.

공간이동의 마법은 언제나 커다란 위험성을 가지고 있다.

이동할 곳에 물체가 존재한다면 그것과 뒤엉켜 재구성을 못 할 위험성이 너무 컸다.

마지막 순간에 공기와 물을 필사적으로 찾은 것은 바로 그 때문이었다.

최소한 공기와 물이 있는 공간으로 이동하면 위험성을 줄일 수 있었다.

시우가 형원을 바라봤다.

방금의 충격으로 기절한 듯 형원은 꼼짝도 하지 않고 있었다.

“형원아.”

시우가 형원을 흔들어 깨우자 형원이 비명을 지르듯 숨을 몰아쉬며 일어났다.

“저, 저희 산 거예요?”

형원이 자신의 몸 구석구석을 살피며 다친 곳이 없는지 확인했다.

그렇게 손과 발이 다 붙어 있는 모습을 본 후에야 시우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시우의 얼굴과 손 위론 붉은 핏물이 줄줄 흐르고 있었다.

“매, 맹주님.”

형원이 급하게 품에서 침구와 금창약을 꺼내었다.

시우가 형원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괜찮다.”

시우의 품에서 색색의 포션병이 나왔다.

시우에게 포션병 하나를 받아든 형원은 시우처럼 포션을 들이켰다.

뜨끈한 기운이 온몸을 감싸며 빠르게 뛰던 심장이 조금씩 나아지고 있었다.

시우는 자신의 상처에 다른 포션들을 조금씩 부었고, 상처는 하얀 거품을 일으키며 빠르게 회복되었다.

신기한 포션의 효능에 대한 호기심이 생겼지만, 지금은 그런 여유를 부릴 때가 아니었다.

“여긴 어디죠?”

“글쎄, 여기가 어디든 빨리 나가야 할 텐데.”

[라이트]

시우는 손안에 작은 빛을 만들어 내었다.

빛무리는 공기를 타고 천천히 공간을 유영하며 어둠을 지워나가고 있었다.

꽤 커다란 공동.

빛무리가 이곳저곳을 향해 날아갔다.

“맹주님……. 저기…….”

빛무리가 비춘 한쪽으로 통로처럼 보이는 곳이 있었다.

하지만 형원의 말을 끝까지 이어지지 않았다.

통로를 가득 메운 돌멩이와 흙들.

이 커다란 공간엔 나갈 곳이 존재하지 않았다.

“살긴 살았는데. 또 갇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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