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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턴 투 다크위저드-153화 (153/200)

153화

인페르노는 지옥의 가장 깊숙한 곳에서 피어오르는 화마다.

화종(火種)이자, 지옥의 시작점이고, 헬 파이어의 화점이다.

그 자체로 지옥의 ‘좌’를 차지하고 있는 인페르노는 이지(理智)가 없는 악마다.

그런 인페르노가 존재도 남기지 않고 사라졌다.

“재밌네. 자신만만하게 중간을 건너뛴 이유가 이거였나?”

시우의 말에 장송계가 코웃음을 쳤다.

“어디까지 여유를 부릴 수 있는지 보겠다.”

장송계의 말 대로 시우는 겉으로 웃고 있지만, 속으로 놀람을 금치 못하고 있었다.

‘폭발도 아닌 소멸이라니….’

이 공간이 계상학이 사용하던 공간과 다른 공간인 건 확인 했다.

‘그렇다면 이 공간에도 뭔가 다른 힘이 숨겨져 있다는 건데.’

시우의 손에서 손바닥만 한 크기의 마법진이 비눗방울처럼 쏟아져 나왔다.

작은 크기의 마법진은 허공에 나타나며 점점 그 크기를 키워가고 종국엔 공간 일대를 가득 채울 정도로 증식해 나갔다.

“어디 이것도 막아 보시지!”

[매직미사일][타겟팅]

반투명한 손가락 크기의 매직미사일 수백 개가 공간을 가득 메웠다.

일반인들이라면 혼절하거나 심하면 죽을 수도 있는 수준의 파괴력이었다.

장송계와 혁련무궁의 몸이 팽이처럼 빙그르르 돌기 시작했다.

그들 각자가 뿜어내는 검기의 막이 펼쳐지고, 매직미사일은 검막에 부딪치는 순간 소멸되었다.

수백 개의 매직 미사일이 비처럼 쏟아지고 있음에도 그들의 막에 막혀 유효타를 만들어 내지 못하고 있었다.

“이런 건 밤새 만들 수도 있어.”

시우의 손에선 다시금 마법진이 생성되면서 끝인 것 같았던 매직미사일의 폭풍이 다시금 밀려 왔다.

검막이란 본디 막대한 진기를 소모하기에 오래가지 못한다.

그럼에도 장송계와 혁련무궁 또한 지친 기색 하나 없이 계속해서 검막을 유지해가고 있었다.

“이런 유치한 싸움 따위를 하려고 이곳까지 온 게 아니다.”

혁련무궁이 검막을 해제하며 앞으로 나서기 시작했다.

“교주!”

“장난은 그만 두지 최시우. 네놈의 진가는 이런 게 아니지 않느냐.”

혁련무궁의 말에도 불구하고 수백 개의 매직미사일은 두 사람을 덮치고 있었다.

파스스스스.

검막을 펼치지도 않았건만 혁련무궁의 근처로 가던 매직미사일들이 모두 사라져 버렸다.

그리고 그의 주변으로 은은하게 보이는 흑색의 반투명한 막.

“호신강기!”

그 막의 정체는 뒤에서 들려 왔다.

“이따위 잡기술로 뭘 하고 싶은 거지?”

혁련무궁의 호신강기에 매직미사일이 사라지는 것을 본 장송계가 자신도 검막을 만드는 것을 그만두고 호신강기로 매직미사일을 막기 시작했다.

“무인에게 무인의 전투방식이 있듯, 마법사에게도 마법사만의 전투 방식이 있지.”

시우의 말에 혁련무궁이 입가에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본래 이곳의 공간을 활용할 때부터 그가 바라던 일전은 없을 거라 생각했다.

그럼에도 자존심을 굽히고 장송계의 말에 따른 건, 시우가 두려워 서도 아니고, 정파 위선자들의 희생에 감동해서도 아니었다.

오직 무림. 그 하나만을 생각해서였다.

그렇기에 지금의 혁련무궁은 시우에게 자신이 원하는 방식의 일전을 주장할 권리조차 없었다.

‘애당초, 팔 하나로 값을 치르려 했던 게 잘못이겠지.’

달려 나가던 혁련무궁의 멈칫 하더니 자리에 잔상을 남기고 사라졌다.

“이형환위!”

다시금 시우의 뒤에서 탄성이 터져 나왔다.

시우는 아무것도 없는 허공에 손을 뻗었다.

[아머드 배리어]

거북 등껍질 같은 모양의 작은 배리어가 허공에 나타나고 그와 동시에 혁련무궁이 그 공간을 채우고 들어와 검을 휘둘렀다.

푸칵!

단단한 배리어가 단숨에 부서져 나갔다.

시우는 검은색 검을 소환하여 손에 쥐고 뒤로 물러나며 혁련무궁의 검을 받아 내었다.

“그 사이 검술도 익힌 것이냐!”

혁련무궁은 즐거운 듯 외쳤다.

“내가 좀 다재다능한 편이라!”

캉캉캉캉.

마치 담금질하듯 두 사람 사이에 검의 형체는 보이지 않고 쇳소리와 붉은 불꽃만이 폭죽처럼 쏟아져 내렸다.

그 사이 장송계는 형원을 노리고 달려들었다.

“히익!”

뒤에서 지켜보던 형원이 장송계가 혁련무궁과 똑같은 이형환위의 수법으로 사라지자 위험을 감지하고 뒤로 물러났다.

잔상을 남기고 이동한 장송계가 형원의 눈앞에 나타났다.

“이상한 것을 걸치고 있구나.”

“….”

“넌 그냥 그곳에 남아 있었어야 했다.”

장송계의 말에 형원이 입술을 지그시 물며 말했다.

“웃기지마, 당신들이 무슨 권리로 내 인생을 결정해!”

“그것이 ‘정의’기 때문이다.”

장송계의 말을 듣는 형원의 몸이 부들부들 떨렸다.

“정의?”

“그래, 너의 힘은 혼란을 가져온다. 사람을 삿되게 하고, 욕망을 불러일으킨다. 무림의 정의를 위해 너희 핏줄은 ‘관리’되어야 한다.”

“…시X 차라리 모두 죽이지 그래!”

“…어차피 네 여동생이 남아 있으니 넌 이제 필요가 없다.”

장송계가 검을 드는 순간.

블링크로 혁련무궁에게서 벗어난 시우가 허공에서 거인의 손을 펼쳤다.

[거인의 손]

쿵! 쿵! 쿵! 쿵!

거대한 주먹이 압착 프레스로 내려찍은 듯 연무장 바닥에 깔린 대리석을 가루로 만들었다.

장송계는 주먹들을 피하다 형원을 놓쳤고, 그 사이에 형원은 거인의 손에 끌려 허공을 날고 있었다.

“으아아아아!”

“아주 잘 했어!”

허공에 뜬 시우의 손에서 다시금 마법진이 생성되었다.

[윈드커터]

[프리즌 노바]

[다크 자벨린]

[헬 버스터]

중첩 마법진이 제거된 마법은 파괴력이 훨씬 약했다.

그럼에도 숫자에서 오는 압박감은 벗어날 수 없었다.

“교주!”

장송계의 모습이 사라지며, 혁련무궁 옆에 나타났다.

“주인 찾는 강아지 같네.”

“큭!”

인상을 찌푸리면서도 장송계는 검을 멈추지 않았다.

두 사람은 각자 자신의 검을 휘둘렀다. 합일된 동작이 아니었음에도 두 사람에게서 쏟아져 나온 흑과 백의 기는 다시금 소용돌이치며 하나로 뭉쳤다.

시우의 손이 두 사람을 가리켰다.

수백 개의 다양한 마법들이 공간을 내주지 않고 빽빽하게 쏟아져 내렸다.

흑과 백의 기 또한 장송계와 혁련무궁 앞에서 맹렬히 회전하다 시우의 마법을 향해 솟구쳐 올랐다.

거대한 스큐류 모양으로 솟아오르던 흑과 백의 기는 어느 순간 수백 개로 갈라져 나가 시우의 마법을 향해 돌진했다.

퍼퍼퍼퍼퍼퍼펑

작은 폭죽 소리와 함께 하늘을 수놓는 형형색색의 마법들이 차례로 소멸되었다.

마치 바늘에 찔린 비눗방울처럼 그 어떤 효과도 남아 있지 않았다.

장송계는 멈추지 않았다.

장송계의 움직임이 계속되자, 혁련무궁도 함께 했다.

장송계의 손에서 양의신장이 쏘아져 나갔다.

혁련무궁도 간발의 차로 손을 맞추어 파천수라장을 쏟아 냈다.

두 개의 기류는 다시금 합쳐져 시우에게 쇄도했다.

“조심해!”

시우는 형원을 바닥으로 던졌다.

간신히 바닥에 착지한 형원이 번뜩 고개를 들어 시우를 바라봤다.

장송계와 혁련무궁의 합공을 받은 시우의 눈앞으로 수십 개의 배리어가 사라졌다 생성되었다.

장송계와 혁련무궁의 합공은 멈출 생각을 하지 않았고, 배리어의 간격은 점점 시우에게 밀착되기 시작하더니 종국엔 시우의 몸에 작렬했다.

“맹주님!”

시우의 온몸이 두 사람의 장에 휘말렸다.

시우가 수십 미터나 밀려 나가 뒤로 떨어졌다.

장송계와 혁련무궁의 신위가 자리에서 사라지고 시우의 눈앞에 나타났다.

장송계는 그 틈을 놓치지 않고 시우의 목을 베려는 순간. 검은 검에 검은 형체를 띈 다크 나이트가 장송계의 검을 막아섰다.

“교주!”

장송계는 다크 나이트를 없애기 위해 검기를 태극혜검을 펼쳤다.

하지만 혁련무궁은 자리에서 꼼짝하지 않고 있었다.

혁련무궁에게 시선이 간 사이 장송계의 손이 엇갈리자 다크 나이트가 장송계의 팔뚝에 작은 검상을 입혔다.

“큭! 교주!”

혁련무궁은 여전히 대답하지 않은 채 시우가 쓰러진 곳을 바라보고 있었다.

작은 구덩이에서 시우가 기어오르고 있었다.

그의 몸을 보호하던 검은 코트는 짧게 줄어 있었다. 그마저도 이곳저곳에 구멍이 난 상태였다.

“다크 나이트 하나도 제대로 상대하지 못하는 이가 강호맹의 맹주라니. 참으로 짠하군.”

“네놈!”

시우의 말에 버럭 소리를 지른 장송계가 태극칠성검법을 휘둘러 순식간에 다크 나이트를 일곱 조각으로 나눠버렸다.

혁련무궁은 여전히 장송계를 흘겨 볼 뿐이었다.

“태극은 무당이 끝냈으니, 태극의 힘은 아니고, 건곤(乾坤)의 힘인가?”

“!!”

시우의 말에 장송계가 놀람을 금치 못했고, 혁련무궁은 혀를 찼다.

“허? 마법사라더니, 무림인 출신보다 더 해박하구나.”

“뭐든 빨리 배우는 편이지. 근데 궁금한 게 있어. 평생을 원수로 살아왔던 이들이 어떻게 하루아침에 건곤의 힘을 쓸 수 있는 거지?”

장송계가 이죽거리며 말했다.

“본래 빛과 어둠은 하나이다. 만 가지의 길도 결국에 가면 하나로 귀결되는 법이지.”

장송계의 말에 시우가 피식 웃었다.

“아무리 그래도 말이 안 되잖아. 한쪽은 천하제일인, 한쪽은 다크 나이트도 하나 상대 못 하는 도사 나부랭이.”

시우가 혁련무궁을 가리킨 다음 장송계를 가리켰다.

장송계의 얼굴이 종잇장처럼 일그러졌다.

“그래, 네놈이 죽기 직전까지 혀를 나불댄다는 것은 잘 알고 있다. 어디 마지막까지 지껄여 보거라.”

장송계의 검이 흰 궤적을 그리기 시작했다.

혁련무궁도 그에 늦지 않고 검을 휘두르기 시작했다.

두 사람에게서 시작된 기의 양은 종전보다 막대했다.

앞선 공격으로 시우에게 유효한 공격이란 걸 확신한 장송계가 힘을 쏟아붓기 시작했다.

혁련무궁은 장송계의 힘에 맞춰 자신의 내기를 조절했다.

이윽고 두 사람 앞엔 두 사람의 형체마저 가려버릴 거대한 건곤의 힘이 모이기 시작했다.

존재 자체만으로도 엄청난 압박감을 뿌리는 건곤에 힘에 장송계 스스로가 놀라울 정도였다.

건곤의 힘은 곧장 적을 향해 쏘아져 나갔다.

이 세상의 근원이자 시작의 힘이 자신이 만든 모든 것을 지울 기세로 시우에게 쏘아져 나갔다.

시우는 두 사람이 건곤의 기를 생성하고 있을 때부터 눈을 감고 있었다.

마치 명상을 하는 듯, 공간을 느끼는 것처럼 멍하니 서 있었다.

그리고 건곤의 힘이 막대하게 커져 쏘아지기 직전.

시우의 손에서 다섯 개의 마법진이 생성되었다.

[파이어 볼]

[아이언 피스트]

[윈드 커터]

[프리즌 노바]

[체인라이트닝]

저 서클의 파괴력이 약한 마법으로 이뤄진 마법들이 종전의 구체적인 형태는 잃어버린 채, 원소 형태로 쏘아져 나갔다.

쏘아져 나가던 다섯 개의 마법은 건곤과 부딪치기 직전 서로가 서로의 몸을 뒤엉키기 시작하며 하나의 원소로 모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건곤의 힘과 격돌하는 순간.

퍼퍼펑!

건곤의 힘과 시우의 마법이 동시에 소멸했다.

“어, 어떻게!”

장송계는 더할 나위 없이 놀란 표정이었다.

“마법사에게 이런 공간을 제공하고 이길 수 있을 거라 생각했어?”

시우가 그런 장송계를 향해 싱긋 웃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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