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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턴 투 다크위저드-150화 (150/200)

150화

“하아, 하아, 하아.”

소빈은 부족한 숨을 채우려 급하게 몰아쉬었다.

하지만 구양패는 그런 소빈을 기다려 줄 마음이 없는 듯 적혈태도를 마구 휘둘렀다.

퍼퍼퍼펑!

붉은색 강기가 소빈의 머리 위를 아슬아슬하게 지나갔다.

나풀거리는 그녀의 머리카락이 강기에 잘려 사방에 날렸다.

“죽어라!”

구양패는 승리를 확신하며 말했다.

쐐애애액!

뒤이어 따라오는 잔혈오조수가 소빈의 퇴로를 막으며 날아들었다.

천살지존검에는 방어가 없다.

오직 공격 일변도.

강기를 막기보단 잘라냈다.

공간을 적시는 살기가 폭풍우처럼 구양패에게 몰아쳤다.

캉! 캉! 카카캉!

강기가 서로 부딪치자 귀가 찢어질 듯한 쇳소리가 사방에 퍼졌다.

작은 바람이 불어와 모래 먼지가 사그라들었다. 드러난 소빈의 몰골은 처참했다.

왼팔엔 잔상처가 가득했고, 오른쪽 옆구리는 깊게 팼다.

소빈은 피가 줄줄 흐르는 상태에서도 검을 고쳐 잡지 못해 피가 흐르는 것을 그냥 두고 봐야 했다.

“하아, 하아, 하아.”

소빈의 안색이 하얗게 질려 있었다.

구양패는 꽤 놀란 기색이었다. 이제 막 약관이 지난 듯 보이는 젊은이. 그것도 여자가 자신의 검을 맞받아쳤다는 것이 놀라웠다.

“괜찮은 검을 가졌구나, 태백정가의 것은 아닐 테고, 누구의 것이냐?”

소빈은 대답하지 않았다.

떠오르는 인물, 보고 싶은 인물, 하지만 매번 그의 등장을 기다리는 사람이 되고 싶지 않았다.

“상계 최강자. 하아, 하아.”

소빈의 대답에 구양패의 얼굴이 씰룩거렸다.

“…교주님에게 그런 무공 따윈 없다.”

“그가 새로운 최강자예요.”

소빈의 말에 구양패가 비웃음을 지었다.

“그놈에게 빠진 모양이로구나. 계집들이 그렇지. 네가 아는 그놈은 네가 아는 것보다 훨씬 약하다. 너만 봐도 그렇지 않느냐?”

“그는… 어떤 적이 앞을 막아서도 돌아서지 않아요.”

“큭흐흐. 쓸 만하여 살려 줄까 했다만, 그럴 필요 없겠구나. 우상숭배에 빠진 계집은 쓸데가 없지.”

츠츠츠츠츠츠츠

구양필의 태도(太刀)에 붉은 기운이 모이며 고리들이 부산하게 몸을 떨어댔다.

소빈도 남은 내력을 모아 검에 집중시켰다.

마지막이다.

소빈의 어깨에서 연한 수증기가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미안해요. 끝까지 그대 옆에 있고 싶었는데.’

맘을 다잡은 소빈의 어깨에서 진한 수증기가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마치 다 꺼져가는 불꽃이 다시금 화력을 보충받은 듯 사방으로 운무를 뿜어내었다.

“큭. 멍청한 계집이.”

구양패가 처음으로 느끼는 살기에 이맛살을 찌푸렸다. 저 계집은 아마도 진신내력을 쓰고 있는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다 죽어가던 이가 이렇게 진한 살기는 뿌릴 수는 없었다.

“이 구양패를 상대로 양패구상이 가능할 성싶으냐!!”

구양패도 구성의 내력을 끌어올렸다.

그의 압도적인 내력에 구양패의 주변의 모래와 돌멩이들이 사방으로 흩어졌다.

쿵! 퍼퍼퍼펑!

사람과 사람의 격돌이라 느낄 수 없을 정도의 커다란 충격음과 함께 폭발음이 흩날렸다.

소빈과의 격돌로 구양패는 다섯 걸음이나 물러났다.

자신이 이만치나 뒤로 물러섰다는 것이 믿기지 않는 표정이었다.

“커흑!”

소빈은 입가에 핏물을 줄줄 흘리며 끈 떨어진 연처럼 반대 방향으로 날아갔다.

더 이상 끌어 올릴 내력도 진기도 없었던 그녀는 그대로 절벽에 몸을 부딪쳐 죽기 일보 직전이었다.

그 순간, 황금색의 신형이 절벽을 이리저리 뛰어오르기 시작했다.

기민한 움직임과 이동 경로로 보았을 때, 도저히 인간이라 생각되지 않았다.

금색의 신형은 소빈을 따라잡아 그녀를 낚아채고, 바닥으로 사뿐히 내려앉았다.

“크르르르르.”

구양패는 새로 등장한 인물에게서 눈을 떼지 못했다.

“네놈은 누구냐!”

두 발과 두 손을 땅에 둔 채, 마치 짐승처럼 고개를 갸웃거렸다.

“누구냐 물었다!”

검은 눈동자 대신 짐승처럼 노란 눈동자를 번들거리던 인물이 짐승의 울음소리와 함께 입을 열었다.

“크르르. 제갈적룡.”

“제갈적룡?”

짐승 같은 사내의 대답에 구양패는 놀란 표정을 숨기지 못했다.

그의 행색은 마공을 익히는 마교에서도 쉽사리 보지 못한 괴랄한 모습이었던 탓이다.

* * *

그 시간 사금적도 놀람을 금치 못하고 있었다.

우빈을 몰아치던 그가 마지막으로 그의 숨통을 끊으려던 그 순간.

사방의 공간들이 분리되며 정체를 알 수 없는 장소로 끌려왔기 때문이다.

사금적이 주먹을 날렸다.

암흑수라일천권의 내력이 담긴 강대한 힘이었다.

쉬이익.

공기를 가르고 날아가는 권강의 바람 소리는 들렸지만, 어딘 가에 부딪혀 터지는 파공음이 나지 않았다.

“나와라. 공명의 후예여.”

공명의 후예라는 명칭은 마교가 제갈세가를 부르는 별칭이었다.

하얀색으로 가득한 공간에 제갈청룡의 얼굴이 불쑥 튀어 나왔다.

“아! 저란 걸 어떻게 아셨습니까?”

“이 공간에도 그 끔찍한 주향이 가득하더군.”

물론 거짓말이었다. 지금 사금적이 있는 공간은 냄새는커녕 지면의 촉감도 느껴지지 않고 있었다.

“하하, 오는 길에 좋은 술을 마셔서.”

“당장 이것을 걷어내라. 이는 맹의 공무다.”

“아아, 저도 그렇게 하고 싶은데. 아시다시피 지금 상황이 조금 애매하지 않습니까?”

“맹의 공무를 방해할 셈인가?”

“방해할 생각이 아니라 막을 생각이라고 하는 게 맞겠군요.”

사금적의 제갈청룡의 말을 비웃었다.

“겨우 팔진도의 방으로 나를 묶어 두겠다고? 진정 죽고 싶나?”

“아, 제 생각은 조금 다른데요. 아마 이곳에 뼈를 묻으실 분은 아마 대주이실 겁니다.”

제갈청룡이 말과 함께 하얀 공간 안으로 사라졌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코에서 비릿하고 짭짤한 냄새가 풍기기 시작했다.

‘바다 냄새?’

자신이 있는 곳에선 절대 느껴지지 말아야 할 냄새가 풍기기 시작하더니 커다란 파도 소리가 사방에서 울렸다.

소리의 근원지로 고개를 돌린 사금적은 경악했다.

빌딩만큼 거대한 파도가 그를 향해 몰아치고 있었다.

* * *

시우는 손을 들어 공간을 들어냈다.

처음엔 무릉도원 같았고, 그다음엔 지옥 같았던 공간이 사라지자 복잡한 기관 진식의 속살이 나타났다.

갑자기 땅이 푹 꺼지며 시우와 형원의 몸이 아래로 떨어졌다.

“어어어!”

깜짝 놀란 형원이 손을 허우적거리다가 이내 자신이 몸이 붕 뜨는 느낌을 받고는 시우를 바라봤다.

시우는 주변을 응시하고 있었다.

“뭘 보고 계세요?”

“공부가 될 만한 것들은 머릿속에 익혀 두어야지.”

“이걸요?”

형원은 무릉도원에 나타났던 평야만큼 커다란 공간에 펼쳐진 복잡한 진식들을 바라봤다.

자신들이 원래 밟고 있었던 땅은 실재 땅에서 10m나 올라와 있었다. 땅에는 수백 개의 거대한 기둥들이 박혀 있었고, 각 기둥엔 형원이 알 수 없는 문자가 각인 되어 있었다.

“저기.”

형원이 한쪽을 가리키자 시우도 슬쩍 시선을 주었다.

“모산파의 주술사들이다. 이 진은 진 자체의 힘뿐 아니라 주술사의 심력도 함께 구동되어 움직이는 구조다. 저 들은 아마, 독각화망이나 천년지주의 실체였을 거다.”

시우의 몸이 천천히 아래로 하강했다.

“벌써 다 익히신 건가요?”

“응.”

아무렇지 않게 말하며 가는 시우의 뒷모습을 보며 형원은 혀를 내둘렀다.

바닥에 꽂힌 기둥들만으로도 이미 수백 개가 넘고, 벽과 천정에도 법칙을 알 수 없는 주술 도구들이 산재해 있었다.

단지 얼마 지나지 않는 시간 동안 그 모든 것을 머릿속에 넣었다는 것이 믿기지 않았다.

형원의 그런 속내도 모르고 시우는 죽은 독각화망과 천년지주에게 다가갔다.

“뭐, 하시게요?”

불길한 예감에 미간을 찌푸리며 말하자, 그 예상이 맞는 듯 시우가 두 팔을 걷어붙였다.

“이 공간은 이미 내 지배하에 있어. 근데, 이것들은 아직 사라지지 않았다는 거지. 그게 뭘 의미하는 거라고 생각하느냐?”

“글쎄요.”

이 거대한 공간에 걸린 술법은 허상을 실재하게 만드는 것이다.

단순히 허상을 실재하도록 만드는 것은 어렵지 않으나, 그것을 실체화하는 것은 차원이 다른 이야기다.

가령, 시우는 마나를 모아 불을 만든다.

허상에서 실체화시키는 것이지만, 허상의 존재인 마나는 기존에 실재하던 것이다.

원소의 집합으로 기존에 존재를 가지지 못했던 불이라는 요소가, 실재하게 된 것이다.

그렇기에 마법은 복잡한 수식과 배열이 필요하다.

마법사가 머리가 좋은 이유가 단순히 몸을 움직이는 것보다 가만히 앉아 마법을 쓰기 때문이 아니다.

미세한 배열에도 틀어져 버리는 마나의 배열을 밀리미터 단위의 조정으로 불안전함을 극복하기 위해 수식을 쉬지 않고 계산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고서클 승급이 쉽지 않다.

대인급 수준의 마법이 인간의 노력으로 가능한 수준이라면 재앙급 수준의 마법은 인간의 노력을 초월하는 수준이 된다.

실체화된 존재는 실존의 공간에 머문다.

불을 일으켜 매개체에 불이 붙으면 마나의 불이 꺼져도 불은 남는다.

하지만 꺼진 마나의 불은 사라진다.

“근데, 실체가 남았단 말이지.”

독각화망을 바라보는 시우의 심경이 복잡한 이유는 바로 그것이었다.

마나가 끊겼는데, 마나의 불의 사라지지 않았다.

실체를 구성하는 것은 실재하도록 하는 것보다 어렵다.

마법으로 실재하도록 만드는 것이 마나의 그물로 만든 풍선 인형이라면, 마법으로 실체화하는 것은 시멘트 가루로 거대한 성을 만드는 것과 같았다.

시우가 사용하는 소환술에서 비롯되는 것들은 대부분 실재한다.

그 예로 아크 데몬은 독각화망과 천년지주들에게 당한 뒤 사라졌다.

그 반면에 독각화망과 천년지주의 시체는 사라지기는커녕 계속해서 피를 흘리고 있었다.

시우의 손에서 검은 장검이 솟아났다.

스걱

단칼에 천년지주의 머리 부분을 세로로 길게 잘라낸 시우는 단단한 갑주 같은 천년지주의 껍데기를 벌리고 사방으로 튀는 점액질 사이로 손을 집어넣었다.

“으으.”

형원이 멀리서 인상을 찌푸리며 눈을 감았다.

한참이나 천년지주의 시체 안에서 손을 허우적거리던 시우는 손끝에 닿는 감각과 함께 움직임을 멈추고 몸을 빼냈다.

“역시….”

시우의 손에 달린 초록색의 구슬을 보는 시우의 눈은 놀라움으로 가득했다.

“그게 뭔가요?”

고개를 돌렸던 형원도 영롱한 빛깔을 뿜어내는 구슬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네가 더 잘 알지 않냐?”

시우는 휙 하니 구슬을 던졌고, 형원은 아슬아슬하게 구슬을 받았고, 손에 느껴지는 점액질에 인상을 찌푸리다 이내, 눈을 화등잔만 하게 떴다.

“이건… 천년지주의 영단?”

“영물이니까, 영단이 있는 건 당연하겠지.”

“하, 하지만 이 공간은 가짜가 아니었나요?”

그 예로, 시우와 형원이 있는 곳은 아까의 무릉도원이 있던 강바닥보다 더 아래였다.

“그러니까, 놀랍다는 거야. 대체 누가 이런 공간을 만들 수 있는 건지 말이야.”

허상을 실체로 바꾼다.

이 공간은 단순히 신 놀음이나 할 공간이 아니었다.

“그 모산파의 사람들은 이것들에 대해서 몰랐을까요?”

“몰랐을 거야. 알았다면 이런 식으로 쓰진 않았겠지.”

공간의 설계자가 자신이었다면 이 공간을 모산파의 머저리들처럼 쓰지 않았을 것이다.

이 공간의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실제로 시우의 머릿속을 스쳐 가는 몇몇 아이디어만으로도 강호맹은 어렵지 않게 시우를 죽일 수 있었을 것이다.

다행이라면 이 공간을 만드는 것 자체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어렵다는 것. 언뜻 봐도 자재부터 설계까지 국가 수준의 지원이 없었다면 만들지 못했을 것이다.

“다행이라 해야 하나?”

하지만 그렇기에 앞으로가 걱정되기도 했다.

“그나저나 누가 만든 건지 궁금하네.”

시우의 혼잣말을 들은 형원이 물었다.

“어쩌시게요?”

형원이 불안한 듯 물었다.

“글쎄, 일단은 만나보면 답이 나오겠지.”

시우는 남은 영물들의 영단을 챙겨 다음 통로로 이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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