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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턴 투 다크위저드-149화 (149/200)

149화

목적지에 다다른 남궁청과 제갈세가의 사람들은 전투 흔적이 남은 지옥관 입구를 보고 있었다.

“이미 들어가 버린 것인가?”

남궁청이 안타까운 표정을 숨기지 못했다.

제갈청룡이 자신하며 만든 기관진식이었다.

제갈청룡의 영특함을 어려서부터 보고 자랐던 남궁청은 그가 자신하는 기관진식이 얼마나 무서울지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너무 늦게 움직인 자신에 대한 죄책감과 쓸데없이 이런 위험한 기관진식을 만든 제갈청룡에 대한 원망이 물밀 듯 쏟아졌다.

“이제 어떻게 할 셈이냐!”

남궁청의 신경질적인 목소리가 제갈청룡을 향했지만, 제갈청룡은 흙먼지가 일어나는 바닥만을 살피고 있을 뿐 대답이 없었다.

“청룡아!”

남궁청이 제갈청룡의 어깨를 당겼지만, 제갈청룡의 시선은 여전히 주변 바닥과 계곡을 둘러볼 뿐이었다.

“놀랍네요.”

제갈청룡의 입에선 독한 주향이 가득 풍겼다.

그 냄새가 남궁청의 이마를 더욱 찌푸리게 했다.

“뭐가 말이냐.”

“한연맹의 맹주와 그의 일행들 말이에요.”

“그건 또 무슨 소리야?”

제갈청룡이 남궁청의 손을 내리며 말했다.

“그렇게 낙담할 필요는 없다는 이야기죠.”

“뭐?”

“소림의 금강나한을 흔적도 없이 사라지게 할 수 있다면, 적어도 우리가 목숨을 걱정해줘야 할 정도는 아니란 말입니다.”

“금강나한?”

처음 듣는 이상한 단어에 남궁청이 되물었고, 제갈세가는 손가락으로 사람들의 발자국을 가리키며 말했다.

“소림의 최강 단체가 원로원과 나한전이라는 건 알고 계시죠?”

소림사의 원로원은 전대 방장과 같은 대의 무승들이 함께 일선에서 퇴임하며 머물게 되는 곳이다. 방장과 같은 대의 무승들 모두가 들어갈 수 있는 곳은 아니다. 일개의 단체를 이끌었거나 소림사의 전·각·단 중 하나를 지휘한 경력이 있어야만 들어갈 수 있었다.

방장과 같은 대의 최강 고수들만 머물 수 있는 원로원은 어찌 보면 중국 상계의 최강 무력 단체라 볼 수 있었다.

그와 동시에 나한전은 백팔나한을 이루는 소림의 나한들과 그 후보들이 모이는 곳이었다.

“그래. 하지만 금강나한이란 이야기는 처음 듣는다.”

“금강나한은 그 두 개를 합쳐 놓은 거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소림 최고 수준의 고수들을 모아 백팔나한진을 펼치게 하죠. 실상 지금 중국 상계에선 혁련무궁 말고는 그 진을 깨부술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겁니다.”

“그들이 이곳에 있었다는 이야기냐?”

“네. 그리고 흔적도 없이 사라졌네요.”

“그럼 이미 당한 것일 수도 있지 않느냐!”

제갈청룡은 고개를 저었다.

“아뇨. 이곳까지 걸어 들어오면서 누군가 나간 흔적은 전혀 없었습니다. 그리고 사방에 흩어진 핏자국을 봤을 때, 최소 백 명 이상의 인원이 죽거나 다쳤을 겁니다.”

“그렇다면?”

“네. 믿기 어렵겠지만, 금강나한은 이곳에서 끝을 본 거죠.”

“그럼 한연맹의 사람들은 지옥관에 들어가지 않았을 가능성도 있는 것이냐?”

작은 희망의 불씨를 본 남궁청이 물었지만 제갈청룡은 고개를 저었다.

“저 안쪽으로 두 사람의 발자국이 있는 걸로 봐서, 두 사람 중 하나는 한연맹의 맹주였을 겁니다.”

남궁청은 복잡한 눈으로 제갈청룡을 바라봤다.

“……아무튼 금강나한을 상대할 수 있는 정도라면, 저곳에 들어가도 살아날 가능성이 있는 것 아니냐?”

제갈청룡은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아니요. 금강나한을 상대할 수 있는 혁련무궁이 들어가도 살아남을 수 없게끔 설계한 겁니다. 살아날 가능성은 없다고 봐야죠.”

남궁청은 주먹이 부들부들 떨리는 것을 느꼈다.

“이 자식이…….”

“우린 최대한 빨리 생사관으로 들어가야 합니다. 그것만이 이 안으로 들어간 이들을 살릴 유일한 기회입니다.”

그제야 제갈청룡은 남궁청을 보며 말했고, 남궁청도 고개를 끄덕이려는 그때.

쿠웅!

멀리서 충격음이 들렸다.

충격음과 함께 뻗어 나온 기운에 세 사람은 동시에 몸을 부르르 떨었다.

“느꼈느냐?”

“이런 것도 못 느낀다면 나가 죽어야지.”

제갈적룡이 날이 선 목소리로 말했다.

“혁련무궁이 교 내부의 사람들을 끌고 왔나 보군요.”

“가보자.”

남궁청의 말에 세 사람의 신형이 동시에 사라졌다.

제갈세가의 무인들이 곧장 뒤따르려 했지만, 제갈적룡의 전음에 움찔거리며 앞으로 더 나아갈 수 없었다.

-무의미하게 뒈지고 싶은 놈만 따라오고, 나머지는 주변을 지키고 있어.

세 사람은 날듯이 계곡을 달려 올랐다.

세 마리의 학이 승천하는 것처럼 아름다운 모습이었다.

하지만 세 사람의 표정은 그리 좋지 못했다.

특히, 그들 중 가장 정상인의 범주에 가까운 남궁청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방금 그거, 마기 맞지?”

제갈청룡이 답했다.

“네.”

“난 처음이다. 그런 진득한 마기라니.”

“전 이전에 느낀 적 있습니다.”

“어디서?”

남궁청의 얼굴은 놀라움으로 가득했다. 마기의 무력은 밀도로 결정된다. 삼류 사파의 마기는 마기보단 악기에 가깝다. 악기는 살기 앞에선 정기보다 빠르게 사라진다.

그러나 마기는 때때로 살기를 확연히 넘어선다.

“예전에 아버지와 함께 참여한 강호대회합 때, 강호맹 본부에서.”

“강호맹이라면…….”

남궁청이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

“네. 혁련무궁과 그의 친위대인 천마위룡대.”

“이곳에 그들이 와 있단 말이냐?”

그때, 제갈적룡이 끼어들었다.

“쫑알쫑알 무슨 말이 그렇게 많냐! 가서 확인해 보면 되는 거지!”

“…….”

남궁청이 악귀 같은 얼굴을 한 제갈적룡을 말없이 바라보자, 제갈청룡이 작게 한숨을 쉬며 말했다.

“이해하십쇼. 귀기가 마기에 반응해서 그런 걸 겁니다.”

“……약이라도 먹여야 하는 거 아니냐?”

“나 안 미쳤어 이 새끼야!!”

“…….”

남궁청이 간절하게 제갈청룡을 바라봤다.

“지금 상황에선 저게 더 좋을지도 모릅니다. 상대가 천마위룡대라면 말이죠.”

제갈청룡의 말에 남궁청은 제갈적룡과 거리를 벌리기 위해 더욱 빠르게 앞으로 치고 나갔다.

* * *

한참을 달리던 세 사람은 다시 한번 폭사 되는 마기에 걸음을 멈춰야 했다.

“여기서 멈춰야겠네요.”

가장 먼저 제갈청룡이 바닥에 납작 엎드렸다.

평소 여유만만하던 제갈청룡의 행동에 남궁청도 따라 엎드렸고, 제갈청룡이 계속 서 있으려 했던 제갈적룡을 끌어당겨 억지로 주저앉게 했다.

“휴우, 대단하군요. 저 사람들은 한연맹이 새로 키운 사람들인가요?”

남궁청이 안력을 돋우며 상황을 바라봤다.

계곡 한편에서 네 사람이 서로의 상대와 대적하고 있었다.

“저 어린 두 친구는 태백 정가의 사람들이다. 한연맹에 소속되어 있지.”

남궁청의 말에 제갈청룡이 처음으로 놀란 표정을 지어 보였다.

“태백 정가의 소가주와 그의 동생인 정우빈 말입니까? 확실합니까?”

“멀긴 하지만 그래도 혈육이다.”

“태백 정가가 언제부터 천년마교의 천마위룡대 대주와 맞붙을 정도의 신위를 가지게 된 겁니까? 그것도 약관이 조금 넘어 보이는 여자가?”

“뭐! 천마위룡대 대주?”

“네.”

“이러고 있을 시간이 없잖아.”

남궁청이 벌떡 일어나려는 것을 제갈청룡이 붙잡아 앉혔다.

“안됩니다.”

“왜!”

“저곳에 천마교룡대의 대주도 있거든요.”

“천마 교룡대까지? 그럼 어떻게 해야 하냐?”

“…….”

제갈청룡이 고개를 돌려 제갈적룡을 바라봤다.

제갈적룡의 시선은 네 사람의 대결에서 떨어질 줄 몰랐고, 몸은 금방이라도 튀어 나가고 싶은 듯 움찔움찔했다.

“죄송합니다. 형님.”

“…….”

제갈적룡은 듣고 있지 않은 듯 대답이 없었다.

* * *

무릉도원처럼 아름다웠던 공간은 어느새 지옥으로 변해 있었다.

사방에 불꽃이 일어나고, 헤엄치는 물고기가 보일 정도로 투명했던 강물엔 살점 조각이 둥둥 떠다녔다.

초록빛이 가득한 들판에는 모산파의 무복을 입은 주술사와 무인들의 시체가 작은 동산을 만들 지경이었다.

끊임없이 나타나던 영물들은 모두 시체로 변해 있었고, 새로 나타난 영물들은 계상학을 향해 독물이 흐르는 이빨을 드러내고 있었다.

더 이상 이 공간은 계상학의 것만이 아니었다.

“어떻게 알았지?”

처한 몰골의 계상학의 물음에 검은 코트가 아닌 모산파의 주술사 복을 입고 있는 시우가 천년지주의 옆으로 날아가며 말했다.

“이 녀석 때문이지.”

“…….”

계상학이 대답이 없자 시우는 계속 말을 이어 갔다.

“내가 얼음송곳으로 녀석을 공격할 때, 녀석은 마치 ‘인간’처럼 공격을 피하더군.”

거대한 방추형의 얼음송곳이 화살처럼 날아갈 때, 천년지주는 움찔거리며 피하던 것을 기억해 내었다.

“그 위급한 순간에 그 모습을 봤단 말인가?”

당시 시우는 형원을 구하기 위해 필사적으로 움직이고 있었다.

계상학은 탄성을 금치 못했다.

“애초에 주술사를 드러내지 않았던 것이 당신 실수야.”

“그들이 죽으면 이 공간은 유지될 수가 없네.”

“그래도 그들의 모습이 드러나면 내가 그들을 죽이려 필사적으로 되지 않을 수도 있지.”

계상학은 고개를 끄덕였다.

어쩌면 그의 말이 맞았다. 이 공간 안에서라면 충분히 그들을 보호하면서 싸울 수도 있었다.

그러지 않았던 것은 만약을 대비한 최악의 수를 염두에 두었기 때문이었다.

너무 조심스러운 행동이 약점을 드러낸 것이었다.

“역시 힘의 ‘차이’가 이런 결과를 만들어 낸 것인가?”

시우가 고개를 저었다.

“당신이 스스로의 힘을 자신하고, 상대의 힘을 믿지 않기 때문이지.”

“후후훗, 죽음 직전의 상대에게도 절망을 안겨 준다는 것이 사실이었군.”

“난 사실만을 말할 뿐이야.”

“어떤 핑계를 대도 우리의 힘이 자네보다 약하다는 건 부정할 수 없지.”

“그렇다면 왜 이 온 세상을 이런 공간으로 만들지 않은 것이지?”

“뭐?”

“이 세상이 이 공간과 같다면, 그 세상에선 당신들이 신 아닌가?”

허무맹랑한 소리에 계상학은 대답조차 잊었다.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생각한 순간부터 당신들은 이미 진 거야.”

계상학의 얼굴이 붉게 타올랐다.

“끝까지 나를 농락하려 드는구나. 허나 쉽지 않을 것이다!”

계상학의 외침과 함께, 괴항지들이 커다란 불공으로 변화하기 시작했다.

마지막까지 결코 시우를 놓아줄 생각이 없는 그였다.

“말은 잘하는군.”

시우의 손짓에 허공엔 마나로 만들어진 부적들이 생성되기 시작했다.

수백 수천 개, 셀 수도 없는 막대한 숫자의 마나부적들이 천천히 방추형의 얼음송곳으로 변화했다.

쒜에에엑

화살처럼 쏘아진 얼음송곳이 불공, 그리고 계상학과 격돌했다.

얼음송곳은 충격과 함께 터지며 공기마저 얼음으로 얼려 버렸고, 그 안에서 계상학은 만년설에 갇힌 화석처럼 꽁꽁 얼어붙었다.

“지옥까지 절망을 안고 가라!”

거인의 손이 꽁꽁 얼어붙은 계상학을 조각조각 부숴버렸다.

얼어붙은 살점과 핏물이 사방으로 흩어지며 계상학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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