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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턴 투 다크위저드-146화 (146/200)

146화

천년마교는 한 때 스스로 명교라 부르기도 했고, 정과 마가 서로 대립할 시절엔 신교라 칭했다.

하지만 정과 마의 구분이 불분명해진 이후부턴 자신들의 정체성을 찾고 드러내기 위해서 스스로 천년마교라 부르는 것을 서슴지 않았다.

오랜 시간 동안 정과 마는 수천 번의 격돌이 있었고, 그 격돌 때마다 스스로 정파라 칭하는 무림의 구파일방과 오대세가는 천년마교의 거대한 무력에 몇 번이나 봉문을 반복하거나 터전을 잃은 적이 많았다.

그럴 때마다 무림에 기적적인 영웅들이 등장했기에 정의를 숭상하는 정파의 명맥은 끊어지지 않았다.

하지만 탕마멸사를 외치는 정파는 단 한 번도 십만대산에 발을 디뎌본 적이 없었다.

천하제일인이나 천하제일검이라는 칭호의 주인 대부분이 정파의 소속이었던 것을 감안해도 단일 세력으로 거대한 정파의 무력을 막아냈다는 것은 마교의 저력이 얕지 않음을 증명하는 것이기도 했다.

그런 천년마교의 내부에서도 최강으로 칭해지는 두 개의 무력집단이 존재한다.

천마위룡대.

천마교룡대.

대내외적으로는 많이 알려졌지만 이들의 저력을 직접 알고 있는 이들은 드물었다.

천마위룡대는 천년마교 최강의 자리라는 교주의 지위에 오른 자를 보호하는 친위대로서 항상 무림 정벌 최전방에 선다.

이들에 대한 저력이 잘 알려지지 않은 이유는 지나가는 자리엔 개 한 마리조차도 남기지 않는 철저함과 이들에 대항해 실력을 제대로 끌어낼 수 있는 집단이 없었기 때문이기도 하였다.

술자리마다 항상 나오는 이야기 중 하나가 바로 백팔나한진과 천마위룡대가 맞붙는다면 누가 이기느냐였지만, 이 대결이 성사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소림의 백팔나한진은 정파의 태산북두이자 마지막 자존심으로 남는 존재였기에 백팔나한진이 시동될 때면 정파의 기지를 꺾기 위해 천마가 직접 나섰었고, 백팔나한진은 언제나 수신을 위해서만 발동되었으므로 천마위룡대를 공격한 적이 없었다.

그리고 천년마교 내부에서도 최고의 기재들로만 이뤄진 천마위룡대에 필적하는 무력을 가진 집단이 바로 천마교룡대였다.

천마교룡대는 천년마교의 최후의 수호자로서 존재하는 집단이었다.

십만대산을 관장하는 수호장이며 마교 구성원들을 보호하는 최강의 방패였다.

천마교룡대는 무림 정벌을 도모할 때에도 마교 내부에 자리하고 있었기에 이들의 내력에 대해서 아는 이들이 없었다.

* * *

천마교룡대의 대주 흑월신마 사금적은 묘한 눈으로 계곡을 둘러보고 있었다.

그들이 와 있는 곳은 정파 내부에서도 성지라 불리는 숭산의 근처 누군가의 무덤 출구였다.

무림정벌이라는 마교의 대업에 있어서도 언제나 자신들의 자리를 지키는 것이 그들의 숙명이었기에 지금 이곳에 와 있는 것은 그에게 묘한 이질감과 동시에 흥분을 느끼게 하였다.

“신기한가 보지?”

천마위룡대의 대주인 적혈야차 구양필이 이죽거리며 다가왔다.

사금석은 피식 웃으며 말했다.

“신기하지, 천마교룡대를 숭산으로 끌어들일 정도의 적이 있다는 것이.”

“정파 애송이들은 원래 호들갑을 떨지 않나?”

“크큭, 천마위룡대가 미덥지 못해서 그런 거 아니겠는가?”

사금석의 말에 구양필이 발끈했다.

“뭐야!”

“평소처럼 굴지 말게, 교주님께서 이곳을 보고 계실 테니 말이야.”

천마위룡대와 천마교룡대는 만나기만 하면 신경전을 벌이는 라이벌이기도 했다. 두 집단 모두 최고의 기재들 중에 무력의 성취가 높고 무림행의 성과가 높은 엘리트들만으로 이뤄졌기에 더욱더 그랬다.

무력이 곧 신분의 높고 낮음을 결정하는 마교 내부에서도 두 집단은 언제나 우위를 가리지 못할 정도로 비등한 실력을 갖추고 있었다.

“흥! 정파 위선자들과 친분이라도 쌓고 싶은가 보군.”

구양필의 비아냥에 사금적의 눈썹이 들썩거렸다.

“자네는 어떻게 그 머리로 대주를 하고 있는 거지?”

“뭐야!”

구양필의 태도(太刀)가 은은하게 붉은빛을 뿜으며 태도 위에 붙은 고리들이 절그럭거렸다.

한 번의 공격에 극심한 부작용까지 남긴다는 적혈태도가 금방이라도 사금적의 가슴을 할퀼 듯했다.

“우리 천마교룡대가 이곳까지 온 이유를 모르겠는가?”

“흥! 또 얼굴에 금칠이라도 할 셈이냐?”

“쉽게 설명해 주겠네. 만약 어떤 자가 자네 집에 쳐들어가 처, 자식을 죽이고 집안을 불바다로 만들겠다고 선언한다면 자네의 심정이 어떨 것 같나!”

“감히! 어떤 놈이 이 태도(太刀)의 희생양이 되고 싶어 그따위 망발을 하고 다닌단 거냐!”

사금적은 머리가 아픈 듯했다.

그가 천마교룡대가 아닌 천마위룡대로 들어가서 대주까지 할 수 있었던 것은 단순하게 생각하고 시킨 대로의 일만 잘했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하는 그였다.

“그러니까 어떻게 할 거냐 이 말일세.”

“집안에 들어오길 기다렸다가 발가락부터 시작해 온몸을 조각조각 내줘야지!”

“그가 언제 들어올 줄도 모르고 말인가?”

“이 몸은 24시간 자지 않고 한 달 내내 버틸 수 있다!”

제아무리 내공을 익힌 무인이라 해도 잠을 자지 않고는 한 달이나 버틸 수 없었다.

이놈은 오만함을 넘어 무식함으로 똘똘 무장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만약 그자가 어디 있는지 안다면 어떻겠는가?”

“당장에 가서 처죽여야지!”

사금적의 표정이 밝아지며 맞장구쳤다.

“그래! 바로 그거네!”

“그게 뭐 어떻다는 거야!!”

구양필은 더욱 언성을 높이며 버럭버럭 소리를 질렀다.

주변에 대기하고 있던 천마교룡대의 대원과 천마위룡대의 대원들이 하나둘 고개를 돌려 그들을 바라봤다.

처음 나오는 외부 출타에 대화 상대가 될 만한 사람이 구양필 밖에 없다는 사실이 사금적을 힘들게 하고 있었다.

“천마교룡대는 절대 십만대산을 나갈 수 없지, 설사 현대 교주께서 멸도하신다 해도 천마교룡대는 절대로 무림에 나설 수 없는 것이 불문율일세. 그런 우리가 이곳까지 왔다는 것이 무엇을 뜻하겠는가?”

“그냥 얘기하라고!”

구양필의 모습에 사금적이 작게 한숨을 쉬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이 안의 존재가 십만대산을 위험하게 할 수 있는 존재라는 것이네. 그 존재의 위치를 알고 있으니 그를 잡으러 온 것이지!”

“이런 빌어먹을 자식! 진작에 그렇게 이야기할 것이지!”

“후우……. 지치는군.”

사금적이 더 이상 대화하고 싶지 않다는 듯 주변을 둘러보고 있었다.

“그럼 왜 우리는 저 계집을 지키라는 명령을 받은 거냐?”

사금적이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으로 구양필을 바라봤다.

“정파 놈들은 저 안으로 들어가 버리고 굳이 우리를 이곳에 남겨서 계집이나 지키고 있으라고 하는 건 우릴 들러리로 세우겠다는 뜻 아니냐!”

“후우……. 내 듣기로 우리의 적이 저 아이를 찾고 있다고 하더군.”

사금적이 고개를 돌려 근처에 주차된 수송 차량을 바라봤다.

차량 뒤편에 강철로 만들어진 박스는 감옥처럼 창살이 붙어 있었고, 그 안에는 이제 막 사춘기가 지난 것처럼 보이는 소녀가 불안한 듯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저 아이를 통해 우리 적을 이곳으로 유인한 것이겠지.”

“젠장! 결국 우린 그냥 들러리 신세 아니냐! 그런데 왜 네놈까지 이곳에 온 것이냐?”

“아직도 모르겠는가? 그 한연맹의 맹주 최시우라는 작자가 이곳까지 올 것이라 예상했기 때문이네. 정파의 위선자들이 먼저 그를 상대하는 건 최대한 힘을 빼놓고 우리가 상대해야 겨우 가망성이 있다는 것이겠지.”

사금적의 말에 구양필의 미간이 잔뜩 찌푸려졌다.

“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냐? 모산파 도사 놈들이 그렇다 치더라도 무당파 태극전의 노인네들이 모두 들어갔다. 이건…….”

교주님도 당해낼 수 없을 거다. 라는 말을 끝까지 내뱉지 못했지만, 사금적은 그가 무슨 말을 할지 잘 알고 있는 듯 고개를 주억거렸다.

“일전에 교주님께서 한국에 가실 때, 동행하지 않았었지?”

“그때는 명을 받고 일본에 가 있었다.”

“교주님께서 한국에 다녀오신 후에 곧장 천마동에 들어가셨다.”

“천마동?”

천마동은 신교 역사상 가장 강력한 거마였던 천마가 직접 만든 수련동이었다.

교주에 도전하거나 교주 된 자만이 들어갈 수 있는 이곳은 천마의 깨달음이 전승되는 곳이라고 전해진다.

그런 천마동에 들어갔다는 것은 현 교주가 더욱 강력한 힘을 필요로 했다는 말과 다르지 않았다.

“모두에게 아무 말도 하지 않으셨지만, 한국에서 누군가를 만난 적이 있으셨던 거겠지.”

“그 누군가가 저 안에 있다는 말이냐?”

“오호! 이제야 조금 말이 통하는군.”

사금적이 즐겁다는 듯 박수를 치며 호응했지만 구양필은 여전히 진지한 표정으로 말을 이어나갔다.

“난 최근에 교주님이 더욱 강해지셨다는 것을 느꼈다. 네놈은 느끼지 못했느냐?”

“……아니. 아마 교룡대와 위룡대가 덤벼도 그분을 어찌하지 못할 것이다.”

“걱정해야 하는 거냐?”

구양필의 질문에 사금적이 즐겁다는 듯 웃음을 터트렸다.

“푸하하, 바보 같은 말을 하는구나. 네놈은 교주님을 믿지 못하는 것이냐! 이거 당장에 대주의 목을 쳐야겠구나!”

그제야 놀림당한 것을 깨달은 구양필의 얼굴이 시뻘겋게 달아올랐다.

“썩을! 내 네놈의 목을 치지 않으면 사람이 아니다. 이리 와라!”

사금적은 재빨리 천마행공을 펼치며 달아났다.

* * *

이 장면을 꽤 먼 곳에서 바라보고 있는 일단의 무리가 있었다.

사금적을 쫓는 구양필이 적혈마공을 일으키자 무리 모두 깜짝 놀라며 주춤거렸다.

“대, 대단한 마공이네요.”

시우와 헤어져 산 두 개를 넘어온 소빈 일행은 멀리서도 뚜렷하게 느껴지는 마공에 발걸음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기의 여파가 느껴진다는 것은 그들의 감지 거리 또한 그만큼은 된다는 것.

그나마 천살지존검을 익힌 두 사람이 있었기에 일행은 그들의 인식 거리 밖에서 발걸음을 멈출 수 있었다.

인간이 개미만큼 작게 보이는 거리에서 안력을 돋우며 보고 있음에도 모여 있는 개개인의 무력이 심상치 않게 느껴졌다.

“저기 있는 저 수송차가 아마도 형란이 있는 곳이겠지요?”

“혹시 저 안으로 들어가실 생각이십니까?”

김준상의 질문에 소빈이 답하지 못했다.

소빈은 옆에서 심각한 표정이 된 정현민을 보며 물었다.

“작은아버지, 어떻게 보세요.”

“…….”

정현민은 작은 침음성을 흘렸다.

태백정가의 브레인이자 대내외 일을 총괄하는 그였기에 한국 상계를 구성하는 구성원들의 정보뿐 아니라, 중국 상계의 전반에 대한 정보도 가지고 있었다.

그럼에도 지금 보고 있는 이들에 대해 확언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이미 절정의 경지에 오른 소빈과 천살지존검을 대성한 듯 보이는 우빈이 있었기에 인질을 발견하기만 하면 구하는 건 어렵지 않을 거라 생각하던 그였지만 상대를 확정할 수 없으니 고민이 많아지고 있었다.

“……흠, 설마…….”

거기다 생각의 한편에서 스멀스멀 기어 올라오는 불안감이 저들의 정체에 대해서 힌트를 주는 것 같았다.

“저들이 누군지 아시겠어요?”

“잘 모르겠다만, 예상되는 단체가 있기는 하다.”

“그게 누구죠?”

“그런데 내 예상이 맞다면 우린 생사신의의 동생을 구출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그게 누군데요?”

“……천년마교의 천마위룡대와 천마교룡대다.”

주저하는 정현민의 말에 우빈이 자신도 모르게 기함을 내뱉었다.

“헙!”

우빈은 자신이 말을 내뱉고도 놀라 자신의 입을 다시 막았다.

그런 모습을 보며 김준상의 팀원들도 불안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천마교룡대라면…… 십만대산을 지키는 단체 아닌가요?”

소빈의 질문에 정현민이 탄식하며 말했다.

“그러니까, 하는 말이다. 천마위룡대야 강호에 나설 수 있다지만 저들은……. 나설 수 없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천마위룡대가 이곳에 와 있는 것만으로도 이미 절망적이건만, 천마교룡대까지 왔다는 것은 인질 구출 작전을 넘어서 시우와 자신들의 생사조차도 확신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말과 같았다.

소빈이 다시금 물었다.

“천마위룡대에 비할 때, 천마교룡대는 어느 정도의 수준으로 볼 수 있을까요?”

“천마교룡대에 대해서는 세간에 알려진 것이 없어 잘 알 수는 없다만, 알려진 정보로는 천마교룡대의 경우 천마가 강호에서 죽어도 마교를 나서지 않는다고 하더구나. 결국 마교 자체를 지키는 최후의 보루인 셈이지.”

“그렇다면, 천마교룡대 역시 천마위룡대의 아래가 아니라고 생각해야겠네요.”

“저 새끼들이 무슨 소리를 하는 거냐?”

소빈 일행은 갑작스레 들린 목소리에 깜짝 놀라며 뒤를 돌아보았다.

“글쎄, 자세히는 모르겠지만, 천마교룡대가 천마위룡대보다 강하다고 하는 거 같은데?”

“무슨 개소리냐! 천년마교의 최강 단체는 다름 아닌 천마위룡대다!”

계곡 아래 까마득히 먼 곳에 있어야 할 구양필이 적혈태도를 흔들며 버럭버럭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한국말을 하는 거 보니, 한연맹의 맹주 일행인 거 같은데. 맞나?”

사금적의 말에 소빈 일행은 아무 말 하지 못했다.

김준상만이 꿀꺽 침을 삼킬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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