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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턴 투 다크위저드-145화 (145/200)

145화

제갈세가는 도가의 정신적 지주인 장삼봉이 세운 무당파와 함께 허베이성의 대표적 상계 세력 중 하나이다.

과거 구파일방과 더불어 오대세가연합으로 정파의 큰 축 중 하나를 맡아왔다.

무공은 다른 무가나 문파에 비해 한 수 접어주는 형편이었지만, 기관과 관련된 지식과 진법에 대한 통찰력으로 부족한 무공의 힘을 메워 다른 상계의 세력들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하지만 종전 후에 상계는 야토가미에 대항하기 위한 절대 세력을 필요로 했고, 정사마를 초월한 대연합이 생기면서 과거 오대세가 때에 누리던 영광은 사그라든 상황이었다.

더구나 같은 성에 위치한 무당파가 강호맹의 태상 중 한자리를 차지하고 세력을 급속히 넓혀가면서 제갈세가는 허베이성의 서쪽 일부만을 지배하는 지역 담당관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홍화평은 그나마 제갈세가의 과거 위상을 보여주는 증거였다.

다른 문파들이 대륙 전체에 분파와 지부를 세울 때도 제갈세가는 오직 홍화평에 존재하는 장원에만 공을 들였다.

덕분에 거대한 홍화평은 하나의 작은 도시처럼 만들어졌고, 내부는 제갈세가와 그에 관계된 사람들을 위해 각종 편의시설이 위치해 있었다.

홍화평의 입구에는 천관문이라는 관문이 존재했고, 출신이 불분명한 자들은 이 관문을 넘을 수 없었다.

* * *

새벽이슬이 마르기도 전에 항시 굳게 닫혀있던 천관문의 문이 활짝 열렸다.

천관문에서는 버스와 픽업트럭이 줄지어 나왔다.

그렇게 한참을 달리던 차량의 무리는 두 개로 나뉘어 달리기 시작했다.

한 무리는 제갈사열과 남궁산, 황보현이 각자 탄 차량의 무리였고, 남은 한 무리는 소림사로 향하는 무리였다.

제갈사열 등이 소속된 무리는 다시 세 개로 나뉘어, 각자 황보세가, 공손세가, 백리세가 등으로 방향을 잡고 흩어졌다.

제갈청룡과 제갈적룡, 남궁청이 탄 차량에는 조용한 정적과 함께 코를 찌르는 주취가 가득했다.

제갈사열의 눈을 피해 차에 독주를 가득 실은 제갈청룡은 무리가 나뉘자마자 병마개를 따고 술을 들이켜기 시작했다.

“네놈은 이런 상황에서도 술이 들어가냐?”

남궁청이 볼멘소리를 하자 제갈청룡이 병에서 입을 떼면서 배시시 웃었다.

“형님도 좀 드시지요. 생의 마지막 술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게 무슨 소리냐?”

“한연맹의 맹주가 지옥관에 들어가지 않았다면 모를까, 이미 들어간 뒤라면, 그를 구출하는 건 쉽지 않을 거라는 이야기입니다.”

“…….”

“강호맹은 만약을 대비해 지옥관의 사관에 기다리고 있을 텐데. 우리가 그들과 맞붙을 수는 없고, 사관과 생관을 막고 있으면 우리고 들어갈 수 있는 곳은 지옥관의 입구뿐인데. 제가 함께 간다 해도 우리는 지옥관의 철기관을 넘지 못할 겁니다.”

남궁청은 얼이 빠진 얼굴로 술 마시는 제갈청룡을 바라봤다.

“그럼 대책을 세워야지!”

“형님, 만년한철과 티타늄 합금으로 마감된 내부에 각종 극독과 숨소리만 나도 시동되는 각종 기관은 물론 현대식 무기와 분사 레이저까지 설치된 완벽한 기관에 대해 어떻게 대책을 세웁니까?”

“레이저? 이런 미친! 그따위 것은 왜 설치한 거냐!”

“저야, 강호맹에서 예산을 정해두지 않았기에 그리 한 것이지요. 예산을 정해 줬다면 그리하진 않았을 것입니다.”

“그럼 그 철기관을 지나면 뭐가 나오느냐?”

“철기관 자체를 지날 수 없다고 말씀드리지 않았습니까.”

“만약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것이다.”

제갈청룡은 심드렁한 태도로 이야기했다.

“철기관을 지난다고 끝이 아닙니다. 그다음은 기문관이 나타납니다.”

“기문관? 기문둔갑을 이용한 기관이란 말이냐?”

“그렇게 간단하지가 않습니다. 모산파의 기문둔갑은 오래전에 그 명맥이 끊겼고, 역사적으로 기환술을 제대로 연구한 문파는 전무하지 않습니까.”

“그런데 왜 기문관이라는 이름을 붙였느냐?”

“처음에는 허와 실의 경계를 허물어 상대에게 혼란을 주고 진이 빠질 때까지 지치게 만드는 허상진을 생각했으나 삼화취정의 단계에 이르러 개안을 한 이들에게는 아무런 소용이 없다는 것을 깨닫고는 방향을 바꿨습니다. 형님께서도 저희 가문이 비밀리에 야토가미의 술을 연구해왔다는 것을 알고 계시지요?”

제갈청룡의 말에 남궁청은 고개를 끄덕이며 제갈적룡을 슬쩍 보았다.

“뱀 새끼처럼 흘겨보지 마라. 재수 없다.”

앞자리에 앉은 제갈적룡은 고개도 돌리지 않고 말했고, 남궁청은 짐짓 놀라는 모습을 숨기려 애썼다.

제갈청룡은 쓴웃음을 지었다.

“역시 형수님이 함께 동행했어야 했는데.”

“저건 어떻게 치료가 안 되는 것이냐?”

“제가 주독에 빠져 있는 거랑 비슷한 것이겠죠.”

제갈적룡은 본래 누군가에게 욕설이나 예의 없는 행동을 하는 이가 아니었다.

조금 차가운 면이 있기는 해도, 행동에선 언제나 배려가 묻어났고, 언행에선 기품이 자연스레 흘렀다.

하지만 야토가미의 술을 연구하는 팀을 맡고 있던 제갈적룡은 실험 도중 큰 사고로 팀원 대부분을 잃고 큰 부상을 입는 일이 있었다.

겨우 목숨만은 부지한 제갈적룡은 깨어난 이후에도 이상행동을 하기 시작했다. 때때로 이지를 상실한 채 아버지를 공격한 적도 있었고, 정신을 잃은 채 아귀처럼 음식을 탐하던 때도 있었다.

가문 내부에서도 비밀리에 야토가미의 술을 연구하고 있다는 것을 알 릴 수 없었기에 제갈적룡의 치료는 적극적이지 못했고, 제갈적룡의 상태는 점점 심해져 갔다.

그나마 다행이란 건 언제나 정신을 잃으면서도 황보현의 앞에서만큼은 이지를 상실하지 않았던 것.

그것을 계기로 황보현이 두 팔 걷고 나서 제갈적룡의 재활에 힘썼고, 이제는 평범한 생활을 할 수 있는 수준에 오게 되었다.

하지만 여전히 귀신으로부터 벗어날 수 없는 상황이었기에 제갈적룡에게 이전과 같은 총기는 바랄 수 없었다.

그나마도 어릴 적 기재 소리를 듣던 수준의 제갈적룡의 머리가 있었기에 지금도 제갈세가의 중추에서 가문을 지휘할 수 있었다.

“어쨌든 저희의 연구는 실패했지만, 한 가지는 구현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바로 허상을 실제로 만드는 것이었죠.”

“뭐?”

“야토가미의 술 중에 가장 위협적인 것이 무엇입니까? 귀령이라는 허상의 힘이 실제와 되어 실상의 존재를 위협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저희도 특정 조건에서는 그 힘을 발휘할 수 있게 되었지요.”

“…….”

“기문둔갑을 기초로 야토가미의 술과 조화되어 만들어진 만물변환무극진의 안에서는 시전자는 신과 같은 존재가 됩니다. 만약 그 시전자가 저희 같은 무인이 아니라 술법가일 경우에 진의 효과는 더욱 극대화되겠지요.”

남궁청은 할 말을 잃었다.

“……대체 네 머릿속엔 무엇이 들은 것이냐?”

“그 진은 상계의 정의를 위한 것이었습니다.”

“뭐?”

“강호맹은 야토가미와의 싸움 이후를 생각해서 그 진을 만든 겁니다. 애초에 그 진 안에 들어갈 것은 오오가미나 사천신이 아닌 천마의 재림이라 불리는 혁련무궁이었습니다.”

“…….”

“강호맹에 상계에 밝혀져 있지 않은 많은 연구기관이 있는 것은 알고 계시지요?”

“……그래, 생사신의도 그중 하나였지.”

“그 연구기관 중에 무인들의 무경을 예측하는 연구기관이 있습니다.”

“그걸 어찌 예측한단 말이냐?”

“형님, 그러니까 무공만 익히지 마시고, 세상에 대한 관심 좀 가지십쇼. 한 세가의 가주는 세상 만물에 관심을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썩을. 말이나 해 보거라.”

“그 연구기관에서 예측하기로 혁련무궁 교주는 탈마경에 오를 가능성이 높다고 했습니다. 물론 확률로 따지자면 말도 못 할 만큼 미약한 수치이지만, 그의 나이와 타고난 기질을 생각해보면 그가 자신의 극한까지 도달하지 못할 거라 생각하는 이는 없었지요.”

“탈마…….”

“그 위치가 얼마나 높은지는 알고 계시지요?”

남궁청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랬기에 강호맹은 탈마경에 오른 천마를 처리할 무덤이 필요했던 겁니다.”

남궁청이 침을 꿀꺽 삼켰다.

“형님이 보시기에, 그 한연맹의 맹주가 탈마경에 오른 천마보다 강할 거라 생각하십니까?”

“…….”

남궁청은 말이 없었다.

* * *

독각화망을 본 형원의 몸이 부들부들 떨렸다.

전설로 내려오는 신화 속의 영물에 불과하다고 생각했던 독각화망의 위압감은 엄청났고, 그 거대한 존재가 뿜어내는 공포감은 형원을 질리게 할 정도였다.

손에 쥔 돌멩이를 자신도 모르게 떨어뜨릴 정도로 형원은 두려워하고 있었다.

“어디서 재미난 걸 가져왔네. 여기서 덩치 싸움이라도 해보자는 건가?”

반면 시우의 얼굴은 여유만만이었다.

“독각화망의 뱃속에 들어가서도 그렇게 여유 부릴 수 있을까?”

계상학의 말에 시우의 손이 빠르게 움직였다.

“누가 소화될지는 두고 봐야겠지!”

[소환][아크 데몬]

뿔이 달린 거대한 크기의 아크 데몬은 마법진을 나오자마자 보이는 독각화망을 보며 자신의 적으로 인식하고 적개심을 감추지 않았다.

크아아아아아악!

아크 데몬은 비명과 함께 지체 없이 독각화망에게 달려들었다.

독각화망도 아크 데몬을 보고는 머리에 달린 거대한 뿔을 겨누며 물속에서 몸을 드러냈다.

독각화망의 머리에서 뛰어오른 계상학은 하늘 높이 떠올랐고, 두 괴물은 거대한 굉음을 내며 맞붙었다.

쿵!

독각화망의 뿔을 잡은 아크 데몬은 곧장 남은 두 손으로 독각화망의 입을 양쪽으로 찢듯 쫙 벌렸다.

독각화망의 송곳니에서 독이 뚝뚝 떨어지며 아크 데몬의 피부를 녹였지만, 아크 데몬은 아파하기는커녕 더욱 분노를 표출하며 독각화망의 입을 찢어 버릴 듯했다.

쯔즈즉.

살점이 벌어지는 소리와 함께 독각화망의 양쪽 입꼬리에서 초록색의 핏물이 흘러나왔다.

물에 닿은 초록 피는 사방에 독무를 흩날리기 시작했다.

시우는 곧장 형원이 허리에 찬 우빈이 벨트의 중심부를 눌렀다.

그러자 놀랍게도 얇은 막들이 차례로 펴지며 형원의 전신을 감싸기 시작했다.

“최대한 피해 있어라.”

시우의 말에 형원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사이 금세 끝날 것 같은 독각화망과 아크 데몬의 전투는 급격히 분위기가 달라졌다.

입이 찢어지던 독각화망은 그 거대한 몸체를 일으켜 아크 데몬의 온몸을 감기 시작했고, 순식간에 팔과 다리 몸통까지 모두 제압한 것이다.

“짓이겨라.”

계상학의 말과 함께 독각화망이 힘을 주자 아크 데몬의 뼈와 살이 부서지는 소리가 우레처럼 들려왔다.

크아아아아악!

아크 데몬은 좀 전과는 달리 고통스러운 듯 비명을 지르다가 축 늘어졌다.

“좀 더 강한 소환수는 없는가?”

계상학이 이죽거리며 말하자 시우가 마법진을 소환하여 하늘 높이 치켜세웠다.

“이게 끝이라고 생각하면 섭섭하지!”

[엘리멘탈 이펙트][라이트 세이버]

시우의 손에서 마법진이 사라지는 순간 하늘에는 두 개의 태양이 뜬 것처럼 빛이 점점 강렬해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계상학과 독각화망의 시선이 하늘로 향했을 때.

새로운 태양은 빛의 검이 되어 비처럼 쏟아졌다.

키이이이이아악!

독각화망의 온몸에는 커다란 빛의 검들이 박혀 들기 시작했고, 사방으로 독성분이 가득한 초록피를 뿌렸다.

독각화망의 시체가 아크 데몬의 시체 위로 떨어지자 시우는 지체 없이 계상학에게 마법을 흩뿌렸다.

[다크 자벨린][어더 라이즈 아이스]

수십 개의 검은 창이 생성되어 화살처럼 계상학에게 쏘아졌다.

냉기를 뚝뚝 흘리는 검은 창은 허공의 공기마저 얼릴 듯 냉기를 발산했다.

피할 틈을 주지 않고 사방을 점한 채 날아드는 검은 창은 금세라도 계상학을 고슴도치로 만들 지경이었다.

삼십 육방을 점한 채 날아드는 검은 창을 보면서도 계상학은 피할 기미는커녕 입가에 미소를 짓고 있었다.

“자네가 지금 뭘 착각하고 있는 것 같군.”

계상학은 품 안에 손을 넣어 한 뭉텅이의 괴항지를 하늘에 흩뿌렸다.

경면주사로 글씨가 써진 괴항지는 그 가벼움 때문에 꽃잎처럼 규칙 없이 날아다니다 계상학의 외침에 부르르 떨며 급격히 이동하기 시작했다.

“금강호신”

계상학의 외침과 동시에 부적들은 삼십 육방을 점하고, 얇은 막을 만들어 내어 구체를 형상화하여 검은 창과 격돌했다.

콰콰콰쾅!

냉기를 폭발시키며 굉음을 낸 검은 창은 허공에서 스러지며 날카로운 얼음들을 생성했다.

하지만 검은 창도 창 이후에 생성되는 날카로운 얼음도 계상학에게 피해를 주지 못했다.

후드득

마치 초봄의 날씨에 떨어지는 고드름처럼 얼음들은 바닥으로 떨어져 내렸고, 동시에 얇은 부적들도 찢긴 채 사방으로 날렸다.

시우의 공격을 간단히 막아낸 계상학은 다시금 두 손을 모아 수인을 맺으며 외쳤다.

“지옥열화!”

계상학이 사방으로 뿌려 흩날리던 부적들이 타오르며 작은 불꽃을 만들어 내었다.

금방이라도 스러질 것 같았던 작은 불꽃은 점점 더 크기를 키우더니 종국에는 사람 하나 정도는 쉽게 집어삼킬 만한 화구로 변했고, 계상학의 주변에는 그런 화구가 수십 개는 위치해 있었다.

“자네가 바깥에서의 손댈 수 없는 고수라면, 이곳에서의 나는 신이라네.”

시우의 얼굴이 긴장으로 딱딱하게 굳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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