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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턴 투 다크위저드-144화 (144/200)

144화

화면을 보는 세 사람의 표정은 썩 좋지 않았다.

시우가 생각보다 빠르게 기관의 초입을 벗어나고 있었던 탓이다.

계상학은 자리에서 일어나 말했다.

“먼저 가보겠소.”

혁련무궁은 그런 계상학에게 관심이 없었고, 장송계는 더욱 무거운 표정으로 그를 바라봤다.

“무운을 빌겠소.”

“걱정 마시오, 이곳은 놈의 무덤이 될 것이오.”

계상학의 말에 장송계가 고개를 끄덕였다.

계상학이 밀실을 나서자 술잔을 기울이던 혁련무궁이 나지막이 말했다.

“어리석은 짓이다. 저놈은 결국 나밖에 상대할 사람이 없어.”

장송계는 혁련무궁을 바라보다 입을 열었다.

“세상이 시작된 이래, 정과 마는 하나가 된 적이 없었소. 하지만 둘 중 하나가 사라진 적도 없었소. 정은 곧 빛이고 마는 그에 따라 생성되는 그림자이기 때문이오.”

“말코 도사, 그러니까 네놈이 매번 우리에게 지는 것이다. 상대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기 때문에, 태초의 시작은 어둠이며, 어둠의 잔여물이 빛이다. 잔여물이 모태를 삼키려 하니 항상 버거워 지치고 마는 것이다.”

장송계는 빈 잔을 들어 술을 채우며 말했다.

“나는 결단코 우리가 하나 되지 않을 거라 생각하오. 그건 우리 무당파의 문도가 단 한 명밖에 남지 않았을 때라도, 천마의 재림이라 불리는 당신이 천마를 뛰어넘어 천하를 지배한다고 하여도 다르지 않을 것이오. 허나, 그렇기에 우린 이런 선택을 할 수밖에 없는 것이오. 우리가 싸우는 곳에 우리만이 있어야 하니까. 그것이 바로 정의니까.”

장송계는 술잔의 술을 털어 넣었다.

혁련무궁은 말없이 그를 바라봤다.

* * *

무덤 내부는 일말의 빛 한점 들어오지 않았다.

시우 일행은 통로를 따라 걸으며 지하로 내려갔다가, 올라갔다를 반복하고, 굽이치는 코너를 돌기도 하다가 막다른 골목에 들어서서 왔던 길을 되돌아가기도 했다.

다행이라면 전파는 통하지 않았지만, 전력이 남아 있는 휴대폰이 시간을 알려 주었다는 것이었다.

긴장으로 인해 배고픔을 느끼지 못함에도 불구하고, 시간이 되자 시우는 자리를 펴고 아공간에서 식량을 꺼내어 형원과 나눠 먹었다.

“다 먹었냐?”

식사를 먼저 마친 시우는 물을 마시며 말했고, 형원은 반쯤 남은 도시락을 닫았다.

“다 먹어 두는 것이 좋을 거다. 앞에 또 어떤 일이 나타날지 모르니까.”

“괜찮아요. 별로 배고프지 않아요.”

“네 입맛 따라 결정하라는 게 아니야. 앞에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르니 미리 배를 채워두라는 거다. 절망적인 상황에선 정신력으로 버티는 건 한계가 있어, 체력이 따라주지 않으면 정신력이 아무리 강해도 절망적인 상황을 이겨낼 수 없어.”

시우의 말에 형원은 닫았던 도시락을 다시 열고 음식을 잘게 씹기 시작했다.

시우는 그런 형원을 보며 미소 지었고, 형원은 그런 시우를 보며 물었다.

“이런 상황에서도 긴장을 안 하시네요?”

“이런 던전쯤이야 긴장할 게 뭐가 있겠냐?”

형원은 시우의 몸 전체를 훑어보았다.

신기한 코트는 던전의 함정에 공격을 당해도 복구되었다.

하지만 그가 입고 있는 바지는 이미 칼날에 의해 이곳저곳이 찢어진 상태였고, 머리카락은 불에 그을려 탄내를 내고 있었다. 그가 만들어낸 라이트는 그의 얼굴 이곳저곳에 검댕이가 붙어 있는 것을 확인시켜 주었다.

하지만 시우는 그럼에도 전혀 긴장하거나 불안한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걱정 마라. 약속은 지켜질 것이고, 너의 미래는 네가 상상한 것과는 다르게 펼쳐질 것이다.”

형원은 고개를 숙이고 도시락 먹는 데 더욱 집중하였다.

형원의 도시락 위로 물방울이 하나둘 떨어져 내렸다.

“…지하실이라 습기 때문에 물이 떨어지나 봐요.”

시우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 * *

통로를 따라 걷던 두 사람은 통로가 점점 넓어지는 것을 느끼기 시작했다.

자유롭게 움직이기조차 힘들었던 통로는 일반적인 복도 크기에서 커다란 대합실 수준의 크기로 변하기 시작했다.

“강호맹의 수준이 이렇게 높았나?”

시우는 벽면에 새겨진 문양들을 손으로 쓸어보며 감탄하고 있었다.

“종전 후에 만들어진 강호맹은 야토가미를 상대하기 위해 외부적인 힘을 키우는 데 집중하고 있었어요. 이런 건축물은 만들기 힘들었을 거예요. 아마도 예전 누군가의 무덤이거나 창고였을 가능성이 높고요.”

“호오. 그럼 어딘가엔 보물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이야기네?”

“여긴 저희를 끌어들이기 위한 함정이잖아요. 보물들이라면 모두 가져갔겠죠.”

“후후, 모르는 소리. 이런 무덤을 만들 정도의 인간이라면 단순하게 자신의 무덤을 설계하지 않았을 거야. 후대에 들어올 침입자를 위해 함정을 파 놓았겠지. 이거 일 끝나고 조사해볼 가치가 있겠는데?”

긴장하지 않는 걸 넘어 놀러 나온 듯 행동하는 시우의 행동에 한숨을 쉬던 형원의 눈에 기이한 것이 보였다.

“저기… 출구 아닌가요?”

“벌써?”

벽면의 문양을 살펴보던 시우도 형원이 가리키는 곳으로 고개를 돌렸다.

복도의 끝에 작은 문 모양의 틈이 있었고, 그 안으로 눈이 부실 정도로 환한 빛이 새어 들어오고 있었다.

시우와 형원은 문을 향해 걷기 시작했다.

“이거 시시하네.”

문을 넘은 시우는 놀란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이거 안 시시하네. 내 상상을 뛰어넘네.”

문밖의 공간은 또 다른 세상이었다.

하늘에선 태양이 빛을 비추고, 사방엔 커다란 산과 강. 그리고 그 아래로 지어진 고대 양식의 건축물들이 즐비했다.

“저, 저희가 어디로 나온 거죠?”

형원은 과거에 시간이 멈춰 있는 듯 보이는 화려한 색상의 고대 건물들을 보며 입을 다물지 못했다.

“우린 어디로 나온 게 아니야. 아직 그 안에 있는 거다.”

“네?”

“여긴 아직 그 무덤 안이라고.”

형원은 주변을 둘러보았다.

산에는 푸르름이 가득하고, 주변으로 보이는 시냇물은 속이 비칠 정도로 투명하다. 시냇물 사이사이 물길을 따라 노니는 물고기들이 보이고, 볼을 스치는 바람은 실크에 맞닿은 것처럼 부드러웠다. 바람이 나부낄 때마다 흔들리는 수풀들은 싱그러운 향기를 형원의 코에 실어 보내었다.

마치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무릉도원 같은 아름다운 모습을 보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눈에 비치는 이 현실이 거짓이라고 믿기지 않았다.

“역시 자네의 눈은 속일 수 없군.”

목소리라 들리는 곳으로 고개를 돌리자 시냇물이 흘러가는 강 위에 한 인물이 서 있었다.

‘등평도수?’

신법의 최고 수준 중 하나라 불리는 등평도수는 물 위를 아무런 도구 없이 걷는 것을 말한다.

가속도를 이용해 물의 장력을 이용하는 것만으로도 절정의 신법의 절정에 올랐다고 칭해지는 것을 생각하면, 물에 떠 있는 것을 유지하는 인물의 무공이 얼마나 대단한지 알 수 있었다.

물 위에 서 있던 인물은 뒷짐을 쥔 채 천천히 시우 쪽으로 걸어왔다.

잔잔한 강물이 그의 보보마다 잔물결을 만들어 내었다.

천천히 다가오던 계상학은 형원의 얼굴을 보고 처음 입을 열었다.

“오랜만이구나.”

계상학의 말에 의문을 감추지 못했던 형원의 눈이 점점 커졌다.

“다, 당신은….”

형원의 손과 발은 자신도 모르게 부르르 떨렸다.

“돈황에 가기 전에 본 것이 마지막이었지?”

“계상학!”

꿈에서도 잊을 수 없는 얼굴.

부모를 죽이고, 동생을 괴롭히던 악마 같은 존재가 평안한 얼굴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형원은 피가 거꾸로 솟구치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바보 같은 선택을 했구나. 얌전히 맹의 명령을 따랐다면 좋았을 것을.”

“당신 입에서 어찌 그따위 말이….”

형원은 부들거리는 손을 자중하지 못하고 바닥의 돌을 집어 그에게 던졌다.

한 줌의 무공이라도 있었다면 죽음을 각오하더라도 그에게 일장이라도 날려 보겠건만 목숨을 걸고 익혔던 것은 모두 사람을 살리는 것밖에 없었다.

몇 개의 돌멩이가 날아갔지만, 계상학의 몸에 맞는 것은 없었다.

그나마 그의 몸 근처에라도 다가가던 것은 계상학이 흩뿌린 부적으로 이뤄진 막에 걸리며 강으로 떨어져 내렸다.

“일이 끝난 후에 그나마 너와 동생의 목숨을 살려 줄 사람이 나라는 것을 잊지 말거라.”

계상학의 주변에 떠 있던 네 개의 부적이 화르륵 타오르기 시작하더니 곧장 형원에게 날아갔다.

쏜살같이 날아오는 화살에 몸이 굳어 버린 형원은 옴짝달싹하지 못했다.

시우는 손가락을 튕겨 배리어를 만들고 계상학의 네 개의 불꽃을 막아내었다.

[배리어]

퍼퍼퍼펑!

배리어에 막힌 불꽃은 커다란 불의 장막을 만들다가 사라졌다.

시우는 계상학을 보며 담담히 말했다.

“모산의 제자가 이런 환술에 조예가 깊은 줄은 처음 알았군.”

“자네도 느끼다시피, 이건 환술이 아니네. 이것을 환술이라 폄하하는 건 자네가 만든 불꽃을 사술이라 평하는 것과 같네. 진리를 보지 못하는 이의 최후가 어떤지는 자네가 우리 강호맹에게 혹독하게 알려주지 않았나.”

“그럼 여긴 뭐지?”

“뭐라 설명해야 할까, 우리는 일단 천기해설법과 천기조화술을 이용한 기문둔갑이라고 하네. 예전에는 이쪽에 관한 연구가 활발했지. 지금은 모두 사라졌지만.”

“이 좋은 술법이 왜 사라졌지?”

“뭐 때문이겠는가? 사술이라 폄하 당해서지. 사실 야토가미의 득세가 아니었다면 우리 모산파는 부적이나 그리고 사주나 봐주는 집단으로 전락했을 거네. 어찌 보면 중국 상계의 대적이 우릴 살린 셈이지.”

“아이러니하군. 그런 야토가미를 끝장낸 나에 대한 분노도 크겠군?”

“그건 아니라네. 외도로 천대받던 천지조화의 술로 야토가미를 무너뜨리고 콧대 높은 무림의 고수들에게 본때를 보여줬으니, 어찌보면 자네는 우리 술법가들의 신화적 영웅이나 다름없지.”

시우가 피식 웃었다.

“영웅이라 하기엔 대우가 너무 형편없는 거 아닌가?”

“말하지 않았는가. 신화적 영웅이라고. 신화가 사라진 세상에 나타난 영웅은 악마와도 같은 존재 아니겠는가?”

시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난 사실 당신들이 부리는 술법에도 관심이 많아. 재밌더군. 자연의 기를 비틀거나 변형하는 것이 아닌 순수한 그대로를 사용하고. 자연의 기를 사용하니까 내공의 손실도 없고. 여러모로 교류하면서 많은 도움을 주고받을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아마도 그 교류에선 자네보다 우리가 얻는 것이 더 많겠지.”

“그거야 당연한 얘기지.”

계상학이 쓴웃음을 지어 보였다.

“그렇기에 안 되는 것이네.”

“끝까지 강자로 남아야 한다는 말인가?”

“야토가미의 술을 막을 수 있는 수단이 모산파의 주술이 유일하다는 것을 알게 된 이후로, 중국 상계는 어떻게든 모산파를 재건하기 위해 노력했다네. 그 당시만 해도 모산파의 제자들은 이미 뿔뿔이 흩어지고, 모산파의 정체성조차 사라진 후였지.

내 사부의 사부를 비롯한 사부의 사형제들도 먹고 살기 위해 다양한 일을 해야 했었으니. 지금의 모산파가 이토록 건재할 수 있는 건. 어디까지나 강호맹이 있기 때문이네.”

“그것참 안됐군. 남에게 의지해야만 살 수 있는 삶이란 게 결국은 비극으로 끝날 뿐이니까.”

“우리 모산파에겐 달리 선택할 수 있는 게 없었네.”

계상학의 말에 시우는 끅끅거리며 웃기 시작했다.

비웃는 듯한 그의 태도에 계상학의 아미가 잔뜩 찌푸려졌다.

“그래도 술법가로서의 최소한의 예의는 갖출 거라 생각했는데. 내가 착각한 건가?”

시우는 그제야 몸을 들어 손을 흔들었다.

“아니야, 그게 아니라. 내가 겪은바 누군가에게 의지하는 인간들 대부분이 당신과 같은 말을 해서 말이야. 자신의 운명으로부터 도망치는 인간들은 대부분 핑계가 좋거든.”

“우리가 도망쳤다는 말인가?”

“도망친 것뿐만 아니라, 강자에게 붙어 기생했지 그 좋은 지원을 받고도 겨우 강호맹의 눈치나 보고 앉아 있는 것을 보면 결국 당신들은 그 정도밖에 안 되는 인간이란 거고, 더구나 그런 주제에….”

시우의 시선이 잠시 형원에게 갔다.

형원은 증오스러운 시선으로 계상학에게서 한 시도 눈을 떼지 않고 있었다.

“약자에겐 더욱 잔혹하게 대한 것 같고 말이지.”

“외도는 내도를 이길 수 없네. 그것이 불문율이야.”

“그 불문율은 이미 깨졌는데?”

“그건 자네가 익힌 술법이 강력해서겠지. 우리 또한 그런 술법이 있었다면 검가의 자식이나 도가의 자식들에게 고개를 숙이지 않았을 걸세.”

“뭐 대부분 패배자들이 그런 이야기를 하지.”

시우가 알게니하 대륙을 지배할 수 있었던 것은 흑마법이 고금 최강의 마법이었기 때문이 아니다. 초반의 성장세만 강력할 뿐 높은 서클로 올라가면 갈수록 악마의 속삭임과 싸워야 하는 흑마법사들의 고충은 이루 말할 수 없다.

더구나 강력한 마법 보호구와 마법검을 가지로 마법사를 상대하는 나이트들을 상대로 한참의 캐스팅을 해야 하는 마법사가 전투에서 우위를 가진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그랬기에 알게니하 대륙에서도 마법사는 언제나 기사들의 보조 역할에 남을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것을 뒤엎고 마법으로 대륙을 정벌한 것이 시우였다.

그렇지만 시우는 그 일에 대해서까지 길게 말하고 싶지 않았다.

계상학과 같은 종류의 인간들은 자신이 하지 못하는 것에 대해서 이해하려 하지 않았다.

“자네의 오만함이 하늘을 찌르는군.”

계상학의 온몸에서 살기가 흘러나왔다.

“내도도 이길 수 없는 외도의 도사 따위가 혼자서 문파 하나를 지울 수 있는 마법사 앞에 나타나 뭘 할 생각이지?”

“밖에서라면 자네 앞에 앞서 나서는 일은 없었겠지. 하지만 이곳이라면 다르네.”

“…….”

“기문둔갑으로 만들어진 이 공간에서 모산파의 제자와 싸우는 것은 바다에서 인간이 상어와 싸우는 것과 다르지 않네.”

말이 끝남과 동시에 계상학의 발밑에서 부글거리는 거품과 함께 검고 거대한 물체가 솟아 나왔다.

끼이이이익!

그 형상을 본 형원의 입에서 비명이 튀어나왔다.

“독각화망!”

머리에 큰 뿔이 달린 거대한 크기의 구렁이가 계상학을 머리에 이고 독이 가득 포함된 점액질을 흘리며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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