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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턴 투 다크위저드-136화 (136/200)

136화

“대충 일본은 이렇게 정리되는군요.”

곽동원이 작게 한숨을 쉬며, 말했다.

곽동원의 몰골은 말이 아니었다.

덥수룩하게 자라난 턱수염, 퀭하니 들어간 볼과 과장 좀 보태서 턱까지 늘어진 다크서클은 그가 그동안 얼마나 고생스러웠는지를 말해주었다.

“아무리 공무원이라고 해도 이건 너무해요. 팀장님.”

전혜성이 옆에서 투덜거렸다. 그녀의 모습 또한 곽동원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녀는 지친 기색으로 소파에 몸을 묻었다.

“휴가 준다고 했잖아. 한 달짜리 유급 휴가 줄 테니까. 갔다 와.”

“일본 왔다 갔다 한다고 남자친구랑 헤어졌다고요. 그건 어떻게 책임지실 건데요.”

곽동원도 서류로 얼굴을 묻으며 말했다.

“여기서 새로 찾아봐. 다들 혜성 씨한테 관심 있는 거 같던데.”

“누가 관심 있는 데요? 데려 오세요. 확 결혼해 버리게.”

“….”

전혜성의 말에 곽동원이 입을 다물었다.

“문주님. 우리 미팅이나 할까요?”

전혜성은 툴툴 거리며 몸을 돌려 한세아를 바라봤다.

그녀는 자신들과 똑같이, 아니 정확히 말하면 두 배나 많은 일을 처리하면서도 흐트러짐이 없었다.

하루 10시간은 잔 듯한 생생한 눈빛에 기름기 하나 없는 촉촉한 피부, 흐트러짐 없는 자세와 몸매까지. 전혜성은 어느새 볼록 튀어나온 자신의 아랫배를 슬쩍 만지며 그녀의 몸을 훔쳐봤다.

“누구랑 하려고요?”

한세아는 여전히 서류에 시선을 떼지 않은 채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전혜성은 이야기를 하면서도 새삼 그녀의 능력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곽동원 팀장과 국정원 팀은 한연맹의 한세아와 함께 일본 상계를 접수하기 위해 밤낮을 가리지 않고 일을 처리하기 바빴다.

그들이 가지고 있던 수익 구조부터 시작해 오랜 기간 동안 일본 상계를 지배해온 야토가미의 뿌리를 뽑고, 새로운 지배자가 왔음을 알리기 위한 일들이 많았다.

호랑이 없는 산은 무주공산이 될 뻔했고, 실제로 몇 번이나 일본 상계의 지배권을 잃을 뻔했다.

그때마다 일을 깔끔하게 처리한 것은 한세아 덕분이었다.

“그냥, 상계인인 거 숨기고, 공기업이나 대기업 직원들하고 하죠 뭐.”

전혜성이 툴툴 거리며 이야기 하자 한세아가 웃음지었고, 가는 그녀의 웃음소리에 전혜성은 설레는 기분이었다.

“저는 이미 좋아하는 분이 있는걸요.”

“에, 그거 농담 아니었어요? 그리고 경쟁이 너무 심하지 않아요? 현 여자친구에 좋아한다고 공표한 정가의 가주에….”

“저도 어디서 밀리지 않잖아요?”

한세아의 자신만만한 말에 전혜성은 아쉽게 입맛을 다셨다.

그녀는 일본 상계의 일뿐만 아니라 한연맹의 실무 처리 또한 모두 깔끔하게 처리한 능력자였다.

급작스레 만들어진 한연맹이 큰 잡음 없이 자리를 잡게 된 것도 시우의 무력뿐 아니라 한세아의 확실한 일 처리 덕분이었다.

무공 또한 만만치 않다는 것까지 생각하면 한세아는 전혜성이 가장 닮고 싶은 사람이었다.

한세아가 고개를 들어 전혜성과 눈을 맞췄다. 한세아는 정말 기쁜 듯이 환한 미소를 지었고, 전혜성은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뭐… 그렇긴 하죠.”

* * *

띠리리리리.

한세아의 업무실에서 커다란 벨소리가 울렸다.

한세아는 하던 업무를 내려놓고 벌떡 자리에서 일어났다.

한쪽 벽면에 걸린 이름 모를 작가의 그림이 스르르 움직이곤 그 안에서 스크린이 나타났다.

스크린이 켜지며 얼굴을 드러낸 것은 시우였다.

“시우 님!”

한세아가 기쁜 표정으로 손을 흔들었다.

스크린 속의 시우 또한 그런 세아를 보며 기분 좋게 웃고 있었다.

-문주는 여전하군. 마친 팀장님도 계셨군요.

시우가 곽동원과 전혜성을 바라보며 아는 척을 했다.

“일은 잘 해결되셨나요?”

-응, 우빈이의 단전을 고쳤어.

“오! 잘됐습니다!”

곽동원이 기뻐하며 말했다.

-근데 문제가 좀 생겼어.

“어떤 문제요?”

시우는 차근하게 그동안 있었던 일을 이야기했다.

이야기를 듣던 곽동원의 얼굴은 점점 검게 물들어 갔다. 그 이야기를 함께 듣던 전혜성 또한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래서 부탁할 게 있어.

시우는 이야기를 끝으로 이동해야 한다는 이유로 통화를 급히 끊었다.

한세아는 아쉬운 표정으로 집무실을 나갔고, 한세아의 집무실에는 곽동원과 전혜성만이 남았다.

“…혜성 씨, 그만 두겠다는 말 하지마.”

“저, 그만 둘게요.”

“…지금 혜성 씨 없으면 나 죽을지도 몰라.”

“저도 이러다 시집도 못 가고 죽게 생겼다고요! 팀장님이 책임지실 거예요!”

“이번 일 끝나면 두 달 유급 휴가 줄게, 우리 와이프한테 이야기해서, 남편감도 알아봐 줄게.”

“으아아악!”

전혜성이 비명을 내질렀다.

* * *

한세아는 곧장 남궁혜자의 집무실로 향했다.

같은 건물을 사용하고 있었기 때문에 남궁혜자의 집무실까지는 얼마 걸리지 않았다.

남궁혜자는 집무실 한쪽 벽면에 넓게 보이는 한연맹의 풍경을 조용히 감상하고 있었다.

“부맹주님.”

“한 문주 왔는가?”

남궁혜자가 돌아서며 한세아를 맞았다.

“시우 님께 연락을 받았습니다.”

“그래, 뭐라 하던가?”

“우빈 군의 단전을 완전히 고쳤다고 합니다.”

“그래!”

남궁혜자의 얼굴에 환한 미소가 지어졌다.

그동안 우빈으로 인한 근심이 작지 않았던 그녀였다.

“허허허, 결국 해냈구나. 해냈어. 역시 우리 맹주는 우리를 실망시키지 않는구나.”

남궁혜자가 잠시간 기쁨을 만끽하는 동안 한세아는 기다렸다.

“근데 문제가 생겼습니다.”

“…무엇이냐?”

한세아는 시우에게 들은 이야기를 차근차근 설명해 주었다.

이야기를 듣던 남궁혜자의 얼굴이 점점 딱딱하게 굳어갔다.

“허어.”

이야기를 다 들은 남궁혜자의 입에서 작은 탄식이 흘러나왔다.

“정말이지 우리 맹주는 쉽지 않은 길만을 걷는 것 같구나.”

“당초 소수 인원으로 출발한 것 또한 이 일을 예상하셨던 게 아닌가 싶습니다.”

“그럴 수도 있겠군.”

남궁혜자의 얼굴에 근심이 가득 어렸다.

또 한 번 한연맹의 기로가 걸린 일.

한세아는 남궁혜자의 근심을 덜어주고 싶었다.

“만약 어렵다 생각하신다면, 미화문이 나서겠습니다.”

한세아의 말에 근심하던 남궁혜자가 너털웃음을 터트렸다.

“너희는 언제나 가시밭길을 스스로 걸으려 하는구나.”

“시우 님께 그렇게 배웠습니다.”

한세아의 말에 만면에 미소를 지은 남궁혜자가 고개를 저었다.

“우리가 그 아이를 맹주로 추대한 것은 단순히 그 아이를 이용하기 위함이 아니다. 그 아이의 행동이 우리를 움직였기에 그 아이를 맹주로 추대한 것이지.”

남궁혜자의 말에 한세아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연맹 사람들을 모아라. 내가 직접 이야기 하겠다.”

* * *

화산파와의 일전 이후 시우 일행은 끝없는 공격을 받아야 했다.

대단위 병력이 움직이던 이전 공격과는 달리 화산파와의 일전 이후엔 주로 기습과 암살이 주된 공격이었다.

중간에 미니버스가 파괴되고, 새로운 차를 구하느라 시간이 지체되었다.

그 사이에도 기습과 암살 공격은 계속 되었고, 시우 일행들은 위협적이진 않았지만 긴장을 놓을 수 없는 상황에 지치기 시작했다.

미니버스가 파괴된 뒤에도 두 번의 차량 파괴 사건으로 일정은 더욱 지체되었다.

당초 연속으로 달리면 3일 만에 도착할 수 있었던 목적지는 보름이 다 돼서야 간쑤성 주취안시에 위치한 둔황시까지 도착했다.

기원전 117년 한 무제가 건설했으며, 한나라와 당나라 시절에 중국과 서역을 연결하는 실크로드의 중요한 거점 지역이었던 오아시스 도시는 현재에도 다른 도시에 비해서는 비교적 잘 개발되어 있었다.

몇 세기 동안 서역으로 불교 경전을 구하는 불교 승려들이나 많은 순례자가 이곳을 지나갔고, 그 과정에서 막고굴이라는 수천의 불상으로 이루어진 동굴 불교 유적을 이룩했다.

역사적으로도 의미 있는 도시였지만, 시우 일행들이 들어선 도시는 조금 다른 의미였다.

강호맹의 공격은 사람이 없는 곳에서만 이루어졌다.

비교적 사람이 많은 곳에선 공격이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사람이 많은 도시에 들어선다는 것은 그들에게 조금의 휴식을 가질 수 있는 시간이 되기도 했다.

“이런 순간을 조심해야해.”

미니버스에 탄 시우가 일행들에게 말했다.

“‘이제 좀 쉴 수 있겠다.’ ‘여기부턴 안전하겠지.’ 라는 생각이 머릿속에 드는 순간부터 가장 주의해야해. 그 생각은 적이 내 머릿속에 새겨놓은 생각인지도 모르니까.”

시우의 말에 일행들은 간담이 서늘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생사신의와 시우의 마법으로 부상이나 상처는 없었지만, 피로는 두 사람도 어쩔 수 없었다.

보이지 않는 피로가 쌓이고 쌓여 휴식이 간절한 순간에 시우의 이야기를 듣자 지금이 적이 가장 원하는 기습 시간이라는 것이 느껴졌던 탓이다.

“곧장 목적지로 향할까요?”

운전대를 잡은 김준상이 말했다.

“아니, 일단 호텔로 가.”

“….”

김준상이 슬쩍 시우를 바라보고 형원의 눈치를 살폈다.

목적지는 한 시간도 남지 않았다. 현재 여동생의 상태를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지금의 휴식은 형원에게 지옥 같은 시간과 다르지 않았다.

그것을 알기에 김준상은 대답 대신 눈치를 보고 있었던 것.

형원은 간절한 눈빛으로 시우를 바라보고 있었다.

형원의 간절함을 알고 있던 시우가 말했다.

“어떤 상황이던 여유를 잃지 마라. 오히려 여유를 잃을 것 같은 상황에선 더욱 여유를 부리도록 해. 조급함과 긴장은 언제나 생각을 단절시킨다. 생각이 단절되면 적은 너를 마음대로 요리할 수 있어.”

“….”

“네 동생을 구하기 위해 다른 이의 희생 따윈 바라지 않겠지?”

시우의 말에 형원은 한참이나 고민한 후에 대답했다.

“…네.”

형원의 마음을 아는 시우 또한 무겁게 이야기했다.

“네 동생을 구하기 위해서라면 온 세상을 지옥으로 만들어 주마. 걱정 마라.”

시우의 말에 형원은 굳은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 * *

둔황시 호텔에서 하룻밤을 묵은 시우 일행은 짧게나마 피로를 풀고 곧장 목적지로 향했다.

둔황시 외곽 백마산 중턱에 위치한 이곳은 겉으로는 엘리트 학생들을 위한 기숙사가 딸린 사립 학교로 알려져 있으나 실상은 강호맹의 관련된 상계 아이들의 교육을 위한 특수 목적 학교였다.

형원의 동생인 형란은 이곳에서 강호맹의 무인들의 감시를 받으며 지내고 있었다고 한다.

시우 일행이 형란의 학교에 도착했을 때 마주한 학교의 풍경은 예상과 많이 달랐다.

“비웠군.”

을씨년스러운 분위기가 감도는 학교에는 인적이 없었다.

연구소와 마찬가지로 학교도 급작스레 인원을 비운 것 같았다.

형원과 시우 일행이 허탈한 마음을 가질 때 시우가 작게 말했다.

“아니야.”

“네?”

“누군가 이쪽으로 오고 있어.”

시우의 말에 시우 일행들은 일제히 검을 뽑아 들었다.

학교에 들어서면서 아무런 인기척을 느끼지 못했던 그들이었다.

소빈과 우빈마저 긴장을 풀고 있었기에 당연히 아무도 없을 거라 예상했건만, 또다시 자신들이 상대의 기척을 인지하지 못했다는 것에 그들은 간담이 서늘해졌다.

“그렇게 실망할 필요 없어. 무서운 상대니까.”

시우가 위로하듯 이야기했지만, 시우의 말에 일행은 더욱 크게 긴장했다.

학교 건물 내부에서 일단의 인원들이 하나둘 나타나기 시작했다.

회색의 승복을 입고 깔끔하게 민머리를 가진 사람들에게선 아주 작은 기척도 느껴지지 않았다.

김준상의 팀원 하나가 긴장하며 침을 꿀꺽 삼켰다.

“무공의 고수일수록 기척이 느껴지지 않는다고 하던데 사실입니까?”

팀원의 말에 일행은 시우의 대답을 기다렸다.

“난 무인이 아니라 모르겠는데?”

팀원들의 시선이 정현민에게 향했다.

“절정에 이르면, 일반인과 구분 할 수 없다네. 내 조모를 생각해보면 되겠지. 그리고 초절정에 이르면, 기본적으로 인간이 뿜어내는 에너지 자체가 차단된다고 하더군.”

정현민의 말에 시우가 말을 덧붙였다.

“그럼 저기 나오는 사람들은 모두 초절정이겠군요.”

김준상을 비롯한 팀원들이 아연실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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