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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턴 투 다크위저드-128화 (128/200)

128화

“놈들이 연구소를 출발했다는 정보가 왔소.”

장송계의 말에 계상학이 입을 열었다.

“어디서부터 시작할 거요? 공항은 사람들이 너무 많소.”

“어차피 놈들은 공항을 이용하지 못할 거요.”

“그게 무슨 소리요?”

계상학의 말에 장송계는 빙그레 웃었다.

“놈들은 무거운 추를 달고 이동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는 말이오.”

* * *

미니버스의 운전대는 김준상이 잡았다.

버스 내부의 인원들은 모두 말이 없었다.

전투에 대한 긴장감이나 두려움 때문만은 아니었다.

“그러니까, 왜 우리가 이 버스를 타고 가는 거지?”

“…….”

시우의 물음에 답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진보한 현대 기술의 산물인 비행기를 타지 못하는 이유가 뭐라고?”

조형원은 더욱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그 거대한 기체가 하늘을 나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아서….”

“…….”

다시 한번 형원의 답변을 들었지만, 시우는 기가 막힌 듯 헛웃음을 내뱉었다.

“핫핫! 하! 하!”

“…….”

“돈황까지 얼마나 걸리지?”

운전대를 잡은 김준상이 네비게이션을 한번 보고는 말했다.

“34시간 정도 걸립니다.”

“삼, 사일 정도는 걸리겠네.”

시우가 골치가 아픈지 고개를 저었다.

그때, 우빈이 옛 기억을 떠올리며 말했다.

“워프나 그때 텔레포트처럼 이동 할 수는 없는 거야?”

“이제 겨우 한국이랑 일본 좌표를 확보했어. 중국은 베이징을 중심으로 좌표를 확보해 나가는 중이고. 중국 전체에 워프 좌표를 확보하려면 몇 년이 걸릴지도 몰라.”

“아… 좌표가 필요한 거구나.”

미니버스는 김준상의 팀원들이 돌아가며 운전대를 잡았다.

포장도로뿐만 아니라 일반 도로를 계속해서 경유해 피로는 생각보다 빨리 쌓였다.

안후이성을 지나 신양 시를 지날 때까지만 해도 기세 좋게 운전대를 잡고 있었지만 곧이어 어둠이 찾아왔고, 가로등 하나 없는 어두운 도로 위의 운전은 피로를 더욱 누적시켰다.

“여기, 근처에 작은 마을이 하나 있네. 여기서 좀 쉬었다 가도록 해.”

시우가 지도를 보며 이야기하자 운전대를 잡고 있던 차철진이 고개를 저었다.

“아닙니다. 괜찮습니다. 아직 할 만합니다.”

“이건 속도전이 아니야. 얼마나 전력 손실 없이 목적지에 다다르냐 이거지. 강호맹은 어쨌든 우리가 멈춰 서면 공격을 해 올 텐데. 우리가 무작정 계속 달릴 수 없는 이상 쉬었다 가야 해.”

시우의 말에 차철진은 결국 핸들을 돌려 시우가 말하는 인근 마을로 들어섰다.

개발이 덜 된 작은 소도시 느낌의 비양현엔 늦게까지 영업하는 가게를 찾아보기 힘들었다.

도시를 한 바퀴 돌며 겨우 찾아낸 호텔은 지키는 사람이 없어 부득이하게 전화까지 해 지배인을 불러내야 했고, 자다 일어난 지배인의 행동엔 귀찮음이 가득했다.

“하필 이 시간에 올 건 뭐람….”

지배인의 투덜거림은 김준상 팀원들의 투기에 금세 잦아들었다.

“안 자?”

샤워를 마치고 나온 우빈이 시우에게 물었다.

시우는 우빈이 알 수 없는 물건들을 조립하는 중이었다.

“할 일이 있어.”

한 개의 침대를 배정받았지만, 아직 잠들지 못한 형원이 말없이 시우를 바라봤다.

형원의 시선을 느낀 시우가 씨익 웃으며 말했다.

“걱정 말고 자라. 난 약속은 반드시 지키니까.”

* * *

불이 꺼진 도시는 자연의 풍경보다 더욱 쓸쓸하게 느껴진다.

더욱이 사람이 별로 살지 않는 타지에 형성된 도시는 더욱 그랬다.

불 꺼진 도시의 허름한 호텔을 바라보는 정산명의 마음은 무겁기 그지없었다.

“준비는?”

정산명의 말에 옆에 섰던 젊은 무인이 답했다.

“모두 마쳤습니다.”

“일반인들 대피는?”

“도시 안에 일반인은 이제 없습니다.”

무인의 답변에 정산명이 고개를 끄덕였다.

어둠으로 가득하던 이곳에 어느새 빛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정산명은 무림에 출두한 이래로 처음으로 미지의 상대와 싸움을 준비하고 있었다.

* * *

시우와 일행이 로비로 나오자 지배인이 나타나 고개를 숙였다.

“자, 잠은 편히 주무셨습니까?”

그의 행동은 어제와 딴판이었다.

“바, 바로 체크아웃 준비해드리겠습니다.”

지배인은 당장이라도 시우 일행을 내보내고 싶은 듯 안절부절못하고 있었다.

“조식 준비되지?”

“조, 조식이오?”

“그래. 먼 길을 떠날 거라. 든든하게 먹고 가고 싶네.”

시우는 지배인의 대답을 듣지도 않고 식당으로 쌩하니 가 버렸고, 지배인은 울상이 되었다.

꽤 거한 아침 식사가 차려졌지만, 일행들 대부분은 편하게 식사를 넘기지 못하고 있었다.

호텔 창밖으로 보이는 도로엔 차가 돌아다니지 않았고, 간혹 무인들의 신경을 돋우는 살기가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더욱이 불안해 보이는 지배인들과 식당 종업원들의 태도가 그들의 신경을 계속 건드렸다.

“차륜전에서 가장 중요한 건 지치지 않는 거야. 상대와 싸워보기도 전에 두려움을 가지거나 분노해서 기운을 빼버린다면 이미 진 것과 다름없지. 가장 좋은 건 아무 일도 없다는 듯 평소보다 더욱 많은 영양소 공급과 함께 여유를 가지는 것. 이것이 긴 싸움에서 이기는 가장 좋은 방법이야.”

벌써 두 번째 공기를 비운 시우가 세 번째 밥공기를 가져와 먹으면서 말했다.

시우의 이야기를 듣던 형원 또한 억지로 밥을 욱여넣기 시작했다.

“마음이 불편하면 체하기 쉬워. 그럴 때는 평소보다 더욱 많이 씹어. 입안에서 내가 뭘 씹는지 모를 만큼 잘게 부숴서 씹어 넘기면 마음이 아무리 불편해도 소화는 잘돼. 배가 부르면 여유는 자연스럽게 쫓아오게 되지.”

이어지는 시우의 말에 다른 이들도 억지로 음식을 입에 넣기 시작했다.

그들의 씹는 모습은 평소보다 과장되었고 긴 시간을 소비했다.

시우가 호텔 문을 열고 밖으로 향했다.

거리엔 차도, 사람도 보이지 않았다.

다만 호텔 정면엔 중년의 흰 수염을 기른 선풍도골의 사내가 가만히 시우를 응시하고 있었다.

“오랜만이오. 점창파의 문주라 했던가?”

시우가 길 하나를 두고 포권을 쥐며 말했고, 정산명도 시우를 향해 포권을 쥐었다.

“정산명이라 하오. 헌데 이곳까진 무슨 일이시오? 단전을 치료했으면 이만 돌아가야 하는 것 아니오?”

“아아! 내 사정이 있어서 잠시 중국 여행을 하게 되었오. 그러니 강호맹의 다른 분들께도 이야기를 해주었으면 좋겠소.”

“약속이 틀리오. 또한 그쪽에 있는 생사신의는 연구소를 나오면 아니되는 걸 알고 있소?”

정산명이 형원을 가리키며 말하자 시우가 대신 답했다.

“내 사연을 듣자 하니 기구하여 그냥 지나칠 수가 없어. 함께 누이를 찾으러 나섰소. 혹, 누이에게 무슨 일이 있는 건 아니었으면 좋겠소.”

“허허허, 생사신의의 누이에게 무슨 일이 무에 있겠소. 하지만, 생사신의는 맹에서 보호받는 자요. 이리 멋대로 끌고 다녀선 곤란하오.”

“뭐 어떻게 보든 각자의 입장이 있는 거니까. 갈 길이 멀어 그런데 길을 열어 주실 수 있겠소?”

정산명이 고개를 저었다.

“내 말하지 않았소. 이리 멋대로 행동할 수는 없는 노릇이오.”

시우의 손에서 까마귀가 한 마리 튀어 나왔다.

까마귀는 곧이어 하늘로 날아올라 허공을 휘젓기 시작했다.

펑!

하지만 하늘을 날던 까마귀는 폭발 소리와 함께 가루로 변하여 사라졌다.

“수상한 짓 하지 마시오.”

정산명이 차가운 어투로 바뀌며 말했다.

“그저 주위를 둘러본 것뿐이오. 일반인은 자취를 감췄는데. 모두 대피시킨 것이오?”

시우의 말에 정산명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무슨 말인지 모르겠구려.”

“맹에선 몇 명의 인원을 이끌고 온 것이오?”

“…….”

“대략 7백 정도 되는 거 같은 데 맞소? 이 정도 인원이면 맹의 일부 전력에 지나지 않지 않소?”

“무슨 말이 하고 싶은 거요?”

“내가 보기엔 정 문주가 맹에서 버려진 카드 같다는 것이오. 만약 나를 막고 싶었다면 맹의 모든 인력을 동원해서 이곳에서 기다리고 있어야 하지 않겠소.”

시우의 말에 정산명의 얼굴이 종잇장 찌그러지듯 일그러졌다.

“이곳엔 맹의 인원뿐 아니라 점창의 무인들도 함께 있소. 실례되는 말은 삼가시오.”

“그렇소? 하하. 내 느끼기엔 우리 한연맹에 침입했던 이들의 수준에 한참 모자라기에 맹의 떨거지들만 보낸 줄 알았소. 미안하오.”

핑! 핑! 핑핑핑핑!

시우의 말을 끝으로 사방에서 지기가 시우의 요혈을 노리며 날아들었다.

점창의 일절이라 불리는 칠교추혼지(七巧追魂指)와 일양지(一陽指)였다.

지기의 흉흉한 살기에 대경실색한 형원이 자신도 모르게 나서려 했지만 소빈의 손에 가볍게 제압당했다.

“걱정 말아요. 시우 님은 쉽게 당하지 않아요.”

지기가 시우의 지척에 닿자 시우가 가볍게 손을 휘둘러 쉴드를 생성했다.

그가 만든 쉴드는 점창의 상승절학인 두 개의 지기를 당해낼 수 없었지만, 중복된 캐스팅으로 수십 개의 쉴드를 만들어낸 시우는 칠교추혼지와 일양지를 중화시킬 수 있었다.

이어 시우의 두 손에서 마법진이 생성되며 일곱 개의 시뻘건 불덩이를 쏘아냈다.

[헬 버스터][체이스]

엄청난 열기를 내뿜는 헬 버스터의 파괴력에 짐짓 겁을 먹은 정산명의 손이 부챗살처럼 펴지며 수십 개의 장을 쏟아냈다.

하지만 기이하게도 시우의 손에서 쏘아져 나간 헬 버스터는 장의 공격을 유려하게 피해가며 정산명이 아닌 지기가 쏘아져 나왔던 건물들로 향했다.

펑! 퍼퍼펑! 쾅! 쾅!

“크아아악!”

“으악!”

“부, 불이야!”

일곱 개의 불덩어리가 폭발하며 엄청난 파괴력과 함께 건물 일부를 부쉈고, 건물 속에서 숨어 있던 인원들이 바닥으로 떨어지며 비명을 내질렀다.

“거 보시오. 전에 왔던 인원들보다 수준이 떨어진다니까.”

시우의 말에 정산명이 입술을 질끈 물었다.

“어디, 이걸 본 뒤에도 그 말이 나오나 보겠소. 백검대는 분광검진을 준비하라!”

정산명의 외침을 시작으로 몸을 숨기고 건물 속에 숨어 있던 인원들이 일제히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강호맹의 소속으로 보이는 무복을 입은 인원 4백이 일제히 호텔을 중심으로 포위망을 구축했다.

강호맹의 소속과는 다른 복색의 무인들 삼백은 그 안에서 자신들끼리 모여 검진을 만들기 시작했다.

점창의 대표 검술이라 불리는 분광검을 대성한 후. 일정 공력 이상의 성취를 이뤄야만 들어갈 수 있는 백검대는 점창의 대표 전력이라 불렸다.

대부분의 엘리트 코스를 밟는 점창의 무인들이 백검대를 거쳐 갔으니, 이곳에 모인 백검대는 점창의 최고 전력이라 봐도 무방하였다.

“백검대가 펼치는 분광검진은 천년마교의 교주라 할지라도 파훼할 수 없소.”

쾌검이 기반인 만큼 움직임 또한 평범한 이들이라면 따를 수 없을 정도로 빨랐다.

속속들이 변해가는 검진의 위세는 순식간에 파괴적이었다가 한 점을 목표로 하는 듯 날카로로워지길 반복했다.

방은 정해진 틀을 지니지 않았지만, 틈을 주지 않고 변하는 검진 자체가 공격 일변도였기에 방을 신경 쓸 필요조차 없었다.

검진에 당하는 이는 오직 검진의 공격을 일방적으로 막아내다 목숨을 잃는 수밖에 없었다.

“혁련무궁 교주도 못 뚫었단 말이오?”

“과거, 혁련무궁 교주보다 몇 배는 강했다고 전해지던 무극혈마가 분광검진의 희생자였소.”

“그렇소?”

정산명의 말에도 시우는 그저 시큰둥한 반응이었다.

“그런데 이걸 어쩌면 좋소?”

“……?”

“내가 보기엔 정 문주가 상대를 잘 못 고른 것 같단 말이오.”

시우의 양손이 겹쳐진 뒤 떨어지는 순간 거대한 크기의 마법진이 형성되었다.

음울한 기운을 풍기는 마법진에서는 금방이라도 불길한 것이 튀어나올 것 같았다.

“이런 외진 곳에 민간인을 모두 대피시켜놨으니 이건 다 강호맹의 책임이란 말이오.”

[소환][아크 데몬]

시우의 손을 떠난 마법진이 바닥에 넓게 퍼지며 더욱 음울한 기운을 풍겼다.

크아아아아악!

마법진이 들썩이며 끔찍한 비명이 비양현 전체를 울렸다.

분광검진을 펼치고 의기 충만하던 무인들 모두가 긴장한 얼굴로 침을 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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