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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턴 투 다크위저드-122화 (122/200)

122화

“그때 맹주 옆에서 까불던 놈. 맞지?”

시우는 정말 반가운 듯 강형운은 두고 성큼성큼 다가갔다.

“오, 오지마!”

강형산에게 지금 가장 증오하는 사람과 가장 두려운 사람을 꼽으라면 단 한 명을 꼽을 수 있을 것이다.

바로 최시우.

무림맹 삼천에 가까운 인원을 일거에 쓸어버린 존재.

한연맹에 새로운 맹주이자 강호맹의 악몽 같은 존재였다.

“으, 으아악!”

강형산은 자신이 어떤 목적으로 이곳에 온 지를 잊은 듯 미친 듯이 신법을 펼쳐 도망치기 시작했다.

어둠 속을 향해 도망치던 강형산은 갑작스레 켜지는 스포트라이트에 일시적으로 시각을 잃고 바닥에 넘어졌다.

“크윽.”

사방에 환한 불빛이 켜지며, 수십의 사람들이 동시에 나타났다.

검을 든 자도 있었고, 전투복을 입은 자도 있었다.

그중 눈에 확 띌 만큼 아름다운 외모를 가진 여자가 앞으로 나섰다.

“벌써 다 끝나셨나요?”

한세아는 시우를 바라보며 말했다.

“응.”

“어머, 이분은?”

한세아가 바닥에 널브러져 가까스로 눈을 뜨고 있는 강형산을 보며 말했다.

“강호맹의 백호 단주님 아니신가요?”

“걔가 단주야?”

“아마 화산파 문주의 직전제자일 거예요. 강호맹에서 수배령이 떨어졌거든요.”

“아, 그래서 진문형이 목숨을 걸고 보호했던 거구만.”

“상대가 안 좋았죠.”

“걘 강호맹으로 보내줘.”

“그냥 돌려보낼까요?”

한세아가 묻자 시우가 고개를 저었다.

“그렇겐 안 되지.”

시우의 손바닥에서 작은 마법진이 생겨났다.

마법진에선 검은 덩어리가 쏘아져 나가 강형산의 복부를 때렸다.

“크어억!”

강형산은 평생 일군 내공이 산산이 사라지는 절망감 속에서 비명을 질렀다.

“아, 악마 같은 놈.”

시우가 강형산의 귓가에 가까이 다가가 말했다.

“맹에 전해라. 곧 내가 가겠다고.”

시우는 더 이상 볼일 없다는 듯 몸을 돌렸다.

강형운은 부서진 팔을 부여잡고 아직도 모르겠다는 눈빛으로 시우를 바라보고 있었다.

“다, 당신은 누구요?”

“나? 한연맹의 최시우.”

“최시우? 이번에 새로 맹주가 되었다는 그?”

“그래, 그게 나야.”

시우의 손이 강형운의 머리에 닿았다.

[디 배스티드 라이프]

강형운은 생각을 이어가지 못한 채 끔찍한 악몽 속으로 빠져들었다.

“이것들은 강원도 정신병원으로 보내버려. 평생을 공마인으로 썩는 게 이놈들에겐 합당한 처벌이니까.”

“알겠습니다.”

“이곳 별장에 가면 웨이브 엔터 사장이 잡혀 있을 거야. 그 사람 풀어주고. 한국에 있는 홍메이 그룹도 정리해.”

“한연맹의 첫 대외 활동이 되겠네요.”

한세아가 웃으며 말했다.

“어차피 할 거 거창하게 해. 그래야 넘보지 못하겠지.”

“알겠습니다.”

* * *

발가벗겨진 채로 매질을 당하며 가드들이 먹다 남은 음식물만 먹던 김정수 프로듀서는 별장을 지키던 가드를 한 손에 제압하고 나타난 이들을 두려워했다.

하지만 빼어난 미모를 자랑하는 한세아가 나타나 옷가지를 챙겨주며 위로하자 겨우 안정을 되찾기 시작했다.

그 뒤 일은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한국에 진출한 홍메이 그룹을 제거하고 그 자리는 한연맹과 미화문이 채웠다.

웨이브 엔터테인먼트는 공식적으로 미화문이 운영하는 기업의 산하에 들어가게 되었고, 김정수 프로듀서는 처음엔 의심했지만 사회적으로 건실하게 운영되는 기업이라는 것이 확인된 후부터는 두 손 들어 환영했다.

데이지는 이제 전처럼 무리한 스케줄을 이행하지 않아도 되었다.

아직 미성년자인 멤버들은 제시간에 학교에 가고, 정확한 시간에 집에 갈 수 있었다.

모든 일이 해결되었지만, 그 장면을 목격하지 못한 연우는 여전히 불안해했다.

시우는 마지막으로 스케줄을 함께 하기로 했고, 여유로운 스케줄과 싹 교체된 새로운 사람들 때문에 데이지 멤버들은 어안이 벙벙한 표정이었다.

오후 8시 꽤 빠른 스케줄을 끝내고 밴이 숙소 앞에 멈춰 섰다.

“고마워요. 시우 씨. 처음에 연우가 이야기 했을 때만 해도 믿지 않았는데. …정말 고마워요.”

데이지의 맏언니인 이사랑이 시우에게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시우 오빠 고마워요. 앞으로 오빠라고 불러도 되죠?”

데이지의 막내가 뒤이어 시우에게 감사함을 표했다.

그렇게 대부분의 데이지 멤버가 시우에게 인사를 하고 숙소로 들어갔다.

시우와 연우가 단둘이 시간을 보낼 수 있게 한 배려였다.

“고마워요.”

연우의 음성이 떨렸다.

그녀의 말은 그녀의 감정이 가득 담긴 상태였다.

“그리고 죄송해요.”

지난 날의 행동에 대한 후회와 반성이 가득 묻어났다.

“다 지난 일이야. 이제 괜찮아.”

시우는 그런 연우를 이해한다는 듯 고개 숙인 연우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앞으로 열심히 활동 하고.”

연우의 눈에서 결국 눈물이 흘러 내렸다.

“앞으로 연락해도 되죠?”

연우가 거절당하면 어쩌나 하는 두려움이 가득한 눈으로 시우를 바라봤다.

연우의 말에 시우가 피식 웃었다.

“그래, 동생 친구로서 연락해.”

“…….”

연우는 한동안 말이 없었다.

“들어가. 피곤할 텐데.”

“…제가 한 행동들이 전부 가짜는 아니었어요.”

“응?”

의미를 알 수 없는 말에 시우가 물음표를 나타내었다.

서연우는 그런 시우에게 다가가 까치발을 세워 시우의 볼에 입을 맞췄다.

“오빠 좋아하는 마음은 진심이었어요.”

서연우는 그렇게 말을 끝으로 숙소로 들어가 버렸다.

잠시 멍하니 볼을 어루만지던 시우가 입가에 미소를 짓고는 돌아섰다.

“집으로 모셔다드릴 까요?”

새로 온 로드 매니저가 차 안에서 내리며 시우에게 물었다.

“됐어요. 걸어가면 돼요.”

시우가 밴 차량을 지나 골목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

김정수의 명령으로 잘 모시라는 이야기를 들었던 로드 매니저는 재빨리 시우를 쫓아갔다.

“여기서 댁까지 엄청 먼 거리….”

시우가 들어간 골목으로 들어간 로드 매니저는 시우의 모습을 찾을 수가 없었다.

“뭐, 뭐야?”

골목 어디에도 다른 곳으로 빠지는 길은 없었음에도 시우의 모습은 온데간데없었다.

* * *

강호맹의 건물 최상층.

맹의 대표 수뇌부들만이 들어올 수 있는 이 회의장에는 일반인들이 느낄 수 없는 긍지와 자부심이 가득 들어 있다.

이곳에서 회의를 주관하는 이들 모두는 그런 자긍심을 언제나 가지고 회의장에 들어왔었다.

하지만 지금의 분위기는 사뭇 달랐다.

회의장의 두 자리는 비어 있었고, 남은 자리를 채운 이들의 얼굴엔 피곤함이 가득했다.

“청성과 아미가 이번 사건에 대한 진상을 요구하고 있소.”

새로이 맹주가 된 장송계의 얼굴색이 좋지 않았다.

삼천에 달하는 인원의 죽음으로 일을 숨기기 급급했고, 그들을 보상하는 일마저도 쉽지 않았다.

새로이 맹의 수장이 될 문파들을 찾아 나섰지만, 흔들리는 강호맹에 쉽사리 발을 들이려는 이들은 없었다.

정산명 또한 지친 기색이 만연한 얼굴로 말했다.

“상계 전역에서 맹의 무용론이 다시금 일고 있소.”

정산명의 말에 야토가미의 술을 해석하느라 쪽잠을 자고 있는 계상학이 말했다.

“차라리 실상을 밝히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야토가미의 멸망과 한연맹의 부상 등 말입니다.”

사뭇 이상적으로 들리는 계상학의 말에도 장송계는 고개를 저었다.

“사람들의 머릿속엔 야토가미와 한연맹의 차이는 하늘과 땅 차이요. 단지 그렇게 되었다고 사실 그대로 적시한다면 맹을 해체하려는 움직임만 더욱 가속화될 뿐이오.”

“흠….”

“그렇다면 차라리 남궁세가를 끌어 들이면 어떻습니까?”

“하지만 남궁세가를 비롯한 오대세가는 맹의 제외대상이 되어 왔지 않소.”

오대세가는 상계 명맥을 유지해 오면서 순혈 주의를 계속 이어 왔다.

이것은 결국 다른 세력에 비해 더 큰 결속력을 가져왔고, 이 결속력은 맹의 방해가 될 거라 생각하여 맹은 처음부터 오대세가를 배제하고 활동해왔다.

“더구나 남궁세가에선 이미 우리 상황을 알고 있는지. 맹에 일에 전혀 관여하지 않겠다는 이야기를 전해 왔소.”

“흠….”

고대 시대에도 구파일방과 오대세가는 언제나 경쟁관계였다.

현대에 들어서도 계속해서 순혈주의를 이어가고 있는 오대세가는 언제나 일반 문파들의 눈엣가시였다.

가족으로 구성된 결속력이 큰 만큼 파괴력은 비슷한 크기의 일반 문파보다 몇 배는 더 강했다.

그런 이유로 배제해 오던 그들을 갑자기 끌어들이려 한다면 상대가 의심하지 않을 수 없을 터였다.

“일단 그 이야기는 미뤄 두기로 합시다. 지금 당면한 문제는 그게 아니니.”

“또 무슨 일이 있소?”

정산명이 질렸다는 듯 물었다.

장송계의 표정 또한 더욱 좋지 않은 상태였다.

“한연맹에서 수배자를 한 명 보내왔소.”

“수배자? 맹에서 수배를 내린 인물을 한연맹이 보내왔단 말이오?”

정산명이 이해가 안 간다는 듯 고개를 갸웃 거렸다.

맹 내의 수배자는 맹의 감찰대가 주로 처리하고 상계 전체로 퍼지긴 하지만 한연맹에까지 수사 공조를 하고 있지 않았다.

맹의 수배자를 한연맹이 어떻게 알고 있단 말인가?

“그렇소. 그는 다름 아닌 화산의 강형산이요.”

“……끄응.”

“흠….”

“아미타불.”

장송계의 말에 수뇌들의 입에선 탄식이 흘러 나왔다.

진문형이 그렇게 되고, 맹 내의 화산파 문도들 대부분이 죽거나 감옥에 갇혀 있었다.

한연맹의 눈치를 보느라 그런 행동을 하고 있었지만, 그들의 본심은 그들을 가둬 둔 것만으로도 상당히 불편한 상황이었다.

그랬기에 그가 탈주 한 뒤, 그의 소재가 파악 되어도 잡지 않았던 것이었는데 한연맹의 손에 잡혀 왔다는 소리에 탄식을 금할 수 없었다.

“거 참, 잘 숨어 있도록 하지.”

계상학의 입에서 쓴소리가 흘러나왔다.

“그럼, 감옥으로 바로 보내야 하는 것이오?”

“그럴 순 없소. 단전이 파괴된 상태로 오는 바람에 치료가 필요하오.”

“아니! 무인의 단전을 부수다니! 거 손속이 너무 심한 거 아니오!”

정산명이 입가에 하얀 거품을 물며 말했다.

“한연맹에서 말하기로 한연맹 맹주의 목숨을 노렸다고 하오.”

“….”

“….”

“…거참, 얼마나 답답했으면.”

강형산의 입장을 이해하면서도 그의 그릇된 행동에 안타까움을 표할 뿐이었다.

“그리고 강형산을 통해 한연맹의 맹주가 메시지를 전해 왔소.”

장송계의 말에 사람들의 이목이 집중되었다.

“최시우가 중국에 오겠다고 하오.”

“…!”

“음.”

분위기는 삽시간에 더욱 가라 앉았다.

“우린 어떻게 해야 하오?”

계상학의 물음에 장송계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쿵. 쿵.

회의장 문밖에서 거대한 공명음이 울려 퍼졌다.

회의장 내부의 모두들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존재감에 모두들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서, 설마 벌써 온 것인가?”

“최시우 그자가 이 정도의 존재감을 뿜어낸단 말이오?”

수뇌부들이 모두 손을 뻗자 벽면에 걸려 있던 검들이 그들의 손으로 빨려 들어갔다.

창! 창! 창!

은빛 검면이 반짝이며 자태를 드러냈다.

그들 중 가장 크게 긴장한 사람은 다름 아닌 명진 방장이었다.

“아미타불.”

어떠한 상황에서도 긴장하지 않는 명진은 그들 중 가장 강력한 힘을 가진 사람이라 인식되고 있었다.

그런 명진이 마치 천적을 만난 초식 동물처럼 두려워하며 금강기를 뿜어내고 있으니 다른 이들의 긴장감은 몇 배나 더 컸다.

덜컹.

회의장 입구 문이 덜컹거렸다.

회의장 문은 내부에서 열어주지 않으면 절대 열리지 않는 구조로 되어있었다.

장송계는 쉽사리 문을 열어 줄 생각을 하지 못했다.

덜컹. 덜컹.

다시 한번 문이 덜컹거리더니 거대한 소음과 함께 문이 통째로 뜯겨 나가 버렸다.

“다들 오랜만이군.”

문을 박살내면서 들어온 이는 다름 아닌 천년 마교의 교주 혁련무궁이었다.

“다들 겁먹은 생쥐들처럼 뭐 하고 있는 거지?”

혁련무궁은 벌벌 떨며 검을 쥐고 있는 맹의 수뇌들을 보며 득의양양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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