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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턴 투 다크위저드-120화 (120/200)

120화

“웨이브 엔터테인먼트에 투자한 것은 중국 홍메이 그룹입니다. 그리고 말씀하신 대로 강형운이란 사람은… 상계의 사람으로 파악되었어요.”

한세아의 보고에 시우가 물었다.

“한국인인가?”

“아뇨. 중국인입니다. 그리고 그 외에도 홍메이 한국 지부의 수뇌부들 다수가 상계인입니다.”

“강호맹은 지금 내부적으로 정신이 없을 텐데?”

“홍메이 그룹이 한국에 진출한 건 벌써 5년 전입니다. 이번에 알아본바 홍메이 그룹을 제외하고도 상당수의 기업들이 상계 인물들을 중심으로 한국에서 활동하고 있다고 해요. 곽 팀장 말로는 벌써 오래전부터 실행되어 오던 중국 상계의 지배권 강화와 연관되어 있었다고 합니다.”

시우가 손으로 턱을 쓸었다.

“강호맹이 어떤 상태이건 상관없이 자기들은 자기들 일을 한다 이건가?”

한세아가 고개를 저었다.

“그건 아닌 듯해요. 강호맹이 이번 일을 최대한 은폐하고 있는 것으로 보여요.”

“왜?”

“그건 강호맹을 만든 명분과 맹의 위신이 서로 관련되었기 때문이에요.”

“명분?”

“중국 상계의 크고 작은 문파들을 모두 합치면 수백개는 넘어갑니다. 그들 가운데 오직 6개의 문파만이 맹을 창설할 권리를 가질 수 있던 이유는 그들만이 야토가미와 대적 할 수 있기 때문이었죠. 하지만 이제 야토가미가 없어지고 그들이 상계의 대표가 될 명분이 사라진 것이죠.”

“그런 와중에 한연맹에게 큰코다친 일을 공표할 수 없겠네.”

“네.”

시우가 곰곰이 생각에 잠기자 한세아가 먼저 입을 열었다.

“연맹을 통해서 해결하도록 할까요?”

“음? 아냐, 나 혼자서도 할 수 있어. 나중에 뒤처리만 부탁 할게.”

시우의 말에 한세아가 웃음을 지었다.

“후훗.”

한세아의 웃음에 시우가 물었다.

“무슨 의미야?”

“한국이 일부다처제가 안 된다는 건 아시죠? 아무리 데이지의 서연우 양이 이뻐도 삼다리는 좀….”

시우의 얼굴이 와락 구겨졌다.

“대체 무슨 소릴 하는 거야!”

* * *

“그게 뭔 소리야! 개인 경호원이라니! 너 제정신이야?!”

웨이브 엔터테인먼트의 대표실에서 큰 소리가 터져 나왔다.

전화를 받는 사내는 한쪽 눈엔 긴 칼자국이 나 있었다.

그가 호통을 내지를 때마다 대표실 밖으로 세어 나간 음성이 직원들을 깜짝깜짝 놀라게 하고 있었다.

“이 멍청한 새끼! 그깟 고삐리 하나 처리를 못 해서 휘둘려! 너 죽고 싶어!”

칼자국의 사내는 전화를 하다 이내 화를 참지 못하고 핸드폰을 내 던졌다.

“야!”

칼자국 사내가 밖으로 소리를 내지르자 비서가 몸을 부르르 떨며 사무실로 들어왔다.

“가서 핸드폰 하나 사 오고. 한 실장한테 데이지 데려오라고 해.”

“네… 네.”

비서가 떨리는 목소리로 답하고 사무실을 나가자 칼자국 사내가 씩씩거리며 자리에 앉았다.

“하아. 이래서 한국 놈들은 쓰면 안 된다고 말씀드리지 않았습니까. 일이 안 돌아 갑니다. 일이.”

칼자국 사내가 상석에 앉은 올백 머리의 사내를 보며 말했고, 올백 머리 사내는 차분하게 차를 마시고 있었다.

“형님. 이렇게 찔끔찔끔거리는 거 성에 안 찹니다. 그냥 싹 다 밀어 버리고 본국으로 돌아가시는 게 어떻습니까?”

칼자국 사내의 이야기를 듣던 올백 머리 사내가 입을 열었다.

“본산에서 다른 이야기가 내려오고 있지 않다. 한국 내부에도 한연맹이라는 상계 단체가 생겼고. 귀찮아도 천천히 가야 한다.”

칼자국 사내의 입에서 한숨이 흘러나왔다.

“하아. 그렇지요. 안 그래도 같잖은 단체 하나 생긴 거 때문에 벌써부터 여기저기서 잡음이 들려옵니다.”

말을 하던 칼자국 사내가 은근하게 말을 늘렸다.

“혹시… 본산에다 도움을 요청해서 한연맹을 싹 다 밀어 버리면 안 될까요?”

올백 머리의 사내가 날카로운 눈으로 칼자국 사내의 하나 남은 눈을 바라봤다.

“아앗, 죄, 죄송합니다. 제가….”

올백 머리 사내는 다시금 차분하게 차를 마셨다.

“산이 형님이라면 흑매화단 정도는 얼마든지 움직이실 수 있겠지.”

올백 머리 사내의 말에 칼자국 사내의 안색이 하얗게 질렸다.

흑매화단이라면 화산 내부에서도 정예 중의 정예만으로 선발되어 음지의 일을 처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더구나 흑매화단은 지나간 곳에 개미 새끼 하나 살려 두지 않는다는 철칙을 가지고 있었기에 흑매화단이 화산을 나서는 것은 화산이 불구대천의 적을 처리하러 간다는 이야기와 다르지 않았다.

그런 흑매화단을 움직일 수 있다는 이야기에 칼자국의 사내는 긴장하지 않을 수 없었다.

더구나 올백 머리 사내는 이런 일로 허튼소리를 하지 않는 사람이었다.

“흑매화단이라면… 한연맹 같은 것쯤은….”

“아마도 그렇겠지. 하지만 그렇기에 더욱 신중히 힘을 써야 하는 것이다.”

“명심하겠습니다.”

칼자국의 사내가 고개를 숙였다.

“데이지 그룹이 요즘 말을 안 듣나 보지?”

“…네. 얼마 전에 하도 말을 안 들어 조금 교육을 시켜 놨는데. 이젠 개인 경호원까지 대동하고 나타났다고 합니다.”

“잘됐네.”

“네? 그게 무슨.”

“상품을 상하게 하지 않고 제대로 교육시킬 수 있지 않겠나.”

“아….”

“창고 하나 섭외해서 애들 데려다가 교육하는 장면 보여주라고 해.”

“역시! 형님은 대단하십니다!”

칼자국 사내가 감탄하며 고개를 푹 숙였다.

* * *

“이 스케줄은 뭐야?”

시우는 로드 매니저가 슬쩍 놓고 간 스케줄 표를 보며 ‘장소 미정’이란 스케줄에 대해서 물었다.

음악 방송을 끝내고 현재 시각 10시.

집에 가서 잠을 자야 할 시간에 새로이 잡힌 스케줄에 대해서 의문을 가지지 않을 수 없었다.

“그건….”

시우의 말에 데이지 멤버들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뭔데?”

“…좀 안 좋은 데에요.”

서연우가 말을 흐리자. 시우는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아주 개새끼들이네.”

“거부하면… 무서운 사람들이 찾아와요.”

“하….”

시우가 기가 막힌다는 듯 웃었다.

“우, 웃을 일이 아녜요. 정말… 무서운 사람들이에요.”

데이지의 멤버 하나가 얼굴이 하얗게 질려 말했다. 요정 같은 복장에 메이크업을 받고선 그런 표정을 짓는다는 것이 시우에겐 썩 달갑지 않았다.

“어린애들 데리고서 뭔 짓들을 하는 거야.”

그때, 대기실의 문이 벌컥 열렸다.

데이지 멤버들은 큰 소리에 깜짝 놀라 토끼 눈이 됐다. 그러더니 들어온 이들을 보며 일제히 사색이 되었다.

“이것들이 좋게좋게 말해주니까. 미쳤나. 개인 경호원? 니네 미쳤어?!”

문을 열고 들어온 이는 삼십 대 중반 정도의 중키 사내였다.

하지만 정작 데이지 멤버들이 무서워하는 건 그가 끌고 들어온 거구의 장한들이었다.

열 명이 안 되는 인원이었음에도 넓은 대기실이 꽉 찰 정도로 거대한 덩치들이었다.

“넌 뭐냐?”

시우가 삐딱한 자세로 물었다.

“너? 이 어린 새끼가 말을 끊어 먹어? 넌 뭐야!”

“내가 먼저 물었잖아!”

시우가 탁자 위에 놓인 물병을 집어 맨 앞에 선 사내에게 던졌다.

퍽!

엄청난 속도로 날아간 물병을 피하지 못한 사내가 코를 잡고 뒤로 넘어졌다.

“크아악!”

그와 동시에 거한 네명이 시우에게 달려 들었다.

“꺄악!”

갑작스런 싸움에 놀란 데이지 멤버들이 일제히 한 곳에 모여 부들부들 떨기 시작했다.

그러거나 말거나 시우는 앉아 있던 의자를 던져 한명을 넘어 뜨리고 다가오는 거한들의 주먹을 잡아 던지기 시작했다.

쿵!

백오십 킬로는 너끈히 넘어갈 법한 거한이 가볍게 넘어갔다.

뿌득!

“끼아아아악!”

두 번째 거한이 시우의 어깨를 잡았다가 그대로 관절기에 당하며 팔꿈치 뼈가 날아가 버렸다.

거한의 미성에 가까운 목소리에 시우가 피식 웃었다.

“목소리 좋은데? 노래 쪽으로 나가보는 게 어때?”

세 번째 달려드는 거한의 목을 잡고 발을 걸어 거한을 바닥에 쓰러뜨리고 싸커킥을 날려 기절시켰다.

10초도 안 되는 순간에 세 명이 연달아 쓰러지자 네 번째 거한 부터는 쉽게 시우에게 달려들지 않았다.

네 번째 거한은 천천히 옷을 벗고 잔뜩 수그렸다.

“유도 했나보네.”

시우는 그저 자연스레 걷는 것으로 거한을 더욱 긴장하게 만들었다.

“저, 저 오빠 뭐야?”

연우의 품에 안겨 사태를 지켜보던 데이지 멤버 주니가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연우는 주니를 품에 안은 채 멍한 눈으로 시우의 모습을 눈에 담고 있었다.

“나도 잘 모르겠어. …근데, …근데.”

연우의 말은 더 이상 이어지지 않았다.

네 번째 거한이 다가온 시우의 어깨를 잡고 그대로 매치기를 하려 했다.

하지만 겨우 80킬로도 나갈 것 같지 않은 시우의 몸이 바닥에서 꼼짝하지 않았다.

거한은 얼마나 힘을 썼는지 얼굴이 시뻘겋게 달아올라 있었다.

“이렇게 힘이 없어서야. 뭐 건달 일을 해 먹겠어?”

시우는 곧장 거한의 팔을 당겨와 관절을 꺾는 척하자 대경실색한 거한이 몸을 풀었다. 그리고 시우는 그 틈을 놓치지 않고 그를 어깨 너머로 넘겨 버렸다.

쾅!

콘크리트로 된 대기실 바닥에 정면으로 얼굴을 찧은 거한의 머리 맡으로 붉은 피가 주르륵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자리에서 일어난 한 실장이 시우를 바라보며 물었다.

“너, 너 뭐야?”

시우가 첫 번째 거한을 넘어뜨렸던 의자를 잡고 한 실장에게 내던졌다.

본능적으로 고개를 숙인 한 실장의 머리맡을 넘어 의자가 대기실 밖 복도에 부딪쳐 산산조각이 나 버렸다.

“내가 먼저 물었다고 했지?”

한 실장은 섬뜩한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시우를 보며 생각했다.

‘또, 또라이….’

방송국 조연출이 등장해 무슨 일이냐며 난리를 피웠다.

시우가 한 실장에게 조용히 꺼지라는 소리를 하자 한 실장과 거한들은 기다렸다는 듯이 대기실에서 나갔다.

잠시 뒤 로드 매니저가 대기실로 들어오고 그들의 목적지는 ‘장소 미정’이 아니라 데이지의 숙소였다.

숙소로 돌아가는 길에 로드 매니저가 한숨을 쉴 때마다 시우에게 뒤통수를 맞아야 했다.

“정말 괜찮으세요?”

서연우가 걱정스럽다는 듯 시우에게 물었다.

“내가 얘기했지. 다 해결해 준다고. 넌 걱정 말고 멤버들이나 챙겨. 리더라면서.”

시우의 말에 연우의 눈에서 눈물이 터져 나왔다.

그동안 느껴온 외로움과 두려움이 보이지 않는 사이 쌓이고 쌓여 어느새 일상처럼 무감각해져 있었다.

그리고 시우를 만나 그 외로움과 두려움이 얼마나 자신을 짓누르고 있었는지를 깨달았다.

그 슬픔의 무게가 그녀를 덮쳐 멈추지 않는 눈물을 흘리게 했다.

“죄송해요. 제가 제 생각만 해서…….”

눈물을 흘리는 연우의 머리 위로 시우의 손이 올려졌다.

“애들은 원래 자기 생각만 하는 거야. 그리고 그걸 깨달을 때부터 어른이 되는 거고.”

시우가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어 주자 연우는 더더욱 크게 울기 시작했다.

그녀가 쓰러지듯 시우의 품에 안겼다.

시우는 그녀를 밀어 내려다 서럽게 우는 모습에 가만히 안아 주었다.

한참이 지난 후에야 퉁퉁 부운 얼굴로 숙소로 올라가는 연우는 몇 번이나 고개를 돌려 시우를 바라보았다.

“가자.”

“어, 어디로 말입니까?”

밴에 탑승한 시우를 바라보며 로드 매니저가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어디긴 어디야? 우리 집이지. 왜 너도 나랑 개인적으로 할 얘기 있냐?”

“아, 아닙니다.”

로드 매니저가 재빨리 벨트를 매고 액셀을 밟았다.

숙소 골목을 나서려는 순간 급작스레 인영이 튀어 나오며 밴의 앞길을 막았고, 로드 매니저가 급하게 급브레이크를 잡았다.

“어떤 미친놈…….”

시우에게 쌓인 하루 동안의 화를 풀어내기 위해 와락 욕을 내뱉던 로드 매니저의 음성이 별안간 잦아들었다.

갑자기 튀어 나온 한 명을 기점으로 수십명의 거한이 골목을 막아서기 시작했다.

“어이! 경호원! 밖으로 좀 나오지~! 그 밴이 비싼 거라서 말이야.”

한 실장 옆으로 얼굴에 칼자국을 가진 사내가 시우에게 손짓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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