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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턴 투 다크위저드-116화 (116/200)

116화

“어?”

민서는 자신이 들은 이야기가 이해되지 않는 동시에 놀랐다.

‘아무리 그래도… 설마 얘까지?’

걸그룹 데이지는 치열한 아이돌 경쟁 시장에서 탑을 달리고 있는 몇 안 되는 걸그룹 중 하나였다.

1년에 데뷔하는 걸그룹이 아무리 많다고 하지만 그중에 대중에게 알려지는 그룹은 별로 없었고, 그렇게 알려지는 그룹 중에서도 유명세를 타고 인기를 얻는 그룹이 손에 꼽을 정도였다.

데이지는 그런 걸그룹 중에서도 현재 최고의 주가를 달리는 그룹이었다.

특히, 리더 서연우는 어린 나이에 그룹 내에서 언니들을 제치고 리더가 됐다. 초반 인지도가 없는 시절. 데이지 멱살 캐리라는 별명이 있을 정도로 뛰어난 가창력과 댄스 실력을 선보였다.

거기에 남자들이 좋아할 만한 볼륨감 있는 몸매에 아직 애기 같은 귀여운 외모까지 장착하여 반칙돌이란 별명까지 가지고 있었다.

본래 예고를 가려 했던 그녀는 예고에서 떨어지고 뺑뺑이 돌아 중곡고에 입학했다.

데뷔한 이후엔 치솟는 인기로 바빠지면서 회사와 가까이 있는 중곡고에 입학하길 잘했다는 이야기를 해서 작년 중곡고의 입시 경쟁률이 세배 이상 올라갔다.

이런저런 이유로 학교에서는 서연우의 연예계 생활에 편의를 봐줬고 서연우도 나름 일과 학업을 조절해가면서 생활에 충실했다.

민서도 몇 번 지나다니면서 서연우를 본 적은 있었지만, 벌써 스타가 된 서연우는 다른 차원의 인간과도 같았다.

“혹시 내가 너무 예의 없이 부탁을 한 건가?”

서연우가 싱긋 웃으며 말했다.

“아, 아니. 그건 아닌데 좀 갑작스러워서….”

“그렇지? 우선은 우리가 먼저 친구가 되는 게 먼저지?”

“어?”

“우리 친하게 지내자. 난 서연우라고해.”

서연우가 민서에게 손을 내밀었다.

민서는 얼떨결에 손을 맞잡자 서연우가 쑥하니 민서의 손을 끌어 당겨 안았다.

‘좋은 냄새 나.’

서연우의 품에 안긴 민서는 부끄러움에 얼굴이 발갛게 달아오르는 한편 그녀의 몸에서 나는 상큼한 과일 향기에 취했다.

* * *

“민서가 많이 컸네.”

하교길 우빈이 지나가듯 툭 던진 말에 시우가 걸음을 멈췄다.

“어? 안 가?”

시우의 표정이 차갑게 변했다.

시우의 분위기가 달라지자 우빈도 긴장하기 시작했다.

“왜? 또 누가 습격한 거야?”

우빈이 허리춤에 손을 가져가며 주위를 둘러 보았다.

내공을 잃은 뒤 가장 불편한 것을 꼽자면 기감이 느껴지지 않는 것이다.

마치 오감을 잃은 사람처럼 항상 답답함을 느끼는 우빈이었다. 그랬기에 이런 상황에선 시우의 반응에 모두 집중할 수밖에 없었다.

시우의 냉담한 행동은 야토가미를 습격하러 갈 때보다 더 차갑고 광폭한 투기가 느껴졌다.

“너 방금 뭐라 그랬냐?”

“어? 나? 내가 뭘? 습격한 거냐고 그랬잖아.”

“그 전에.”

“어?”

우빈은 곰곰이 자신이 한 말을 떠올리다 무심결에 내뱉었다.

“그 전에? 민서가 많이 컸다고?”

팟!

우빈의 말을 끝으로 시우 주변 일대의 공기가 광폭하게 밀려나기 시작했다.

시우의 교복은 터질 듯 부풀었고, 그에게선 끝도 알 수 없는 광폭한 살기가 쏟아져 나왔다.

그제야 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은 우빈이 식은땀을 흘리며 손을 내 저었다.

“아, 아냐. 그런 거 아니라고! 그냥 키가 많이 컸다. 그런 거야.”

숨이 막혀 오는 상황에서도 우빈은 살기 위해 필사적으로 손을 흔들었고, 그의 절박함이 통했는지. 시우의 옷자락이 다시금 잣아 들었다.

“조심해라.”

우빈은 침을 꿀꺽 삼키며 앞으로 민서가 연애하기 상당히 힘들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빠가 7서클 마도사면, 남자친구는 누굴 사귀어야 하지?’

당최 가늠되지 않는 우빈은 잡생각을 지우면서 비굴하게 웃으며 말했다.

“그, 아직 어깨에서 붉은 기가 흘러나오고 있어. 딴 사람들이 보겠다. 하하.”

* * *

“그래서 진로는 정했어?”

점심 식사를 마치고 잠시 머리를 식히기 위해 짧게 잡담을 나누는 것은 소혜와 우빈 시우에게 이제 일과나 다름없었다.

소혜는 3학년이 되어서도 반장을 맡으면서 바쁘게 활동했지만 시우와 우빈과 시간을 보내는 것은 잊지 않았다.

“자유전공이나 경영 쪽으로 갈 생각이야.”

“왜 사법 시험이라도 보게?”

소혜가 웃으며 물었다.

“응.”

시우는 별일 아니라는 듯 무덤덤하게 답했다.

“근데 폐지됐잖아. 행시나 외시를 보거나 로스쿨도 생각해 봐야지.”

“저, 정말? 한 번도 그런 얘기 안 했잖아?”

소혜가 보기에 시우는 그닥 공부를 많이 하는 학생처럼 보이지 않았다.

때때로 학교에서 자기도 했고, 여타 다른 남학생들처럼 점심시간에 나가 농구를 즐기기도 했다.

하지만 집중하는 동안만은 공부에 미친 사람처럼 주변의 소리 같은 건 하나도 듣지 못했고, 무엇보다도 흔들림이 없었다.

하지만 시우가 왜 그렇게 공부에 매진하는지는 이야기한 적이 없었다.

“원래 그렇게 정하고 있었어. 최대한 부모님에게 손을 벌리지 않을 만한 걸 찾으면서 동시에 부모님이 가장 좋아할만 한 건 얼마 없거든.”

시우의 가정 형편이 그닥 좋지 않다는 건 알고 있었던 소혜였기에 그녀의 얼굴이 조금 어두워졌다.

“그래도, 너한테도 뭔가 꿈 같은 게 있을 거 아냐.”

“꿈?”

소혜의 물음에 시우가 잠시 곰곰이 생각하는 듯 하다 말했다.

“세계정복.”

“뭐? 하하하 야! 농담하지 말고.”

소혜는 시우의 팔을 치면서 웃었고, 우빈은 그 옆에서 식은땀을 흘렸다.

‘진짜 세계 정복할 생각은 아니겠지?’

시우가 하겠다고 하면 못 할 것도 없겠다 싶지만, 과연 시우가 얼마나 더 강해질지 가늠이 되지 않았다.

지금으로서도 자신이 평생 닿을 수 있을까 하는 경지의 수준이건만 더 높이 올라간다면 더 이상 시우를 인간으로 취급 할 수도 없을 것 같았다.

“딱히 나를 위해 뭘 더 하고 싶다는 생각은 없어. 내겐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보내는 시간이 가장 소중하고 행복해. 그 사랑하는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서라면 어떤 대가를 지불한다고 해도 좋아. 뭐 그 사이사이 취미나 여행 같은 건 즐기겠지만, 나에게 엄청난 돈이나 명예 같은 것보다 매일이 평안한 행복이 더 중요해.”

시우의 이야기에 소혜는 마치 황홀경에 빠진 듯 멍한 표정으로 소혜를 바라봤다.

우빈은 그런 소혜의 표정을 보며 속으로 쓴웃음을 지었다.

‘이미 돈에 명예에 권력과 힘까지 가졌으니까 하는 말이다. 홀리지 마라.’

우빈이 자신을 보며 키득거리며 웃는 것을 느낀 소혜가 어색하게 우빈에게 물었다.

“너, 넌 어디 갈 거야?”

우빈이 자신에게 손가락질하며 물었다.

“진짜 궁금해서 묻는 거야?”

“대답이나 해!”

빙글빙글 웃는 우빈의 표정에 소혜의 손이 시우를 때릴 때와는 다른 강도로 우빈의 어깨를 때렸다.

우빈은 죽는 시늉을 하기 시작했다.

“아악! 이거 은근히 진짜 아프다고….”

“한 대 더 맞을래?”

“아! 알았어. 난 그냥 재수할 생각이야. 어차피 체육특기생은 못 가고. 공부 진도는 한참 늦었고.”

우빈의 이야기에 소혜가 안쓰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때 시우가 끼어 들었다.

“아냐. 갈 거야.”

“응? 어딜?”

“넌 올해 대학에 갈 거야. 나랑 같은 대학에 들어갈 거야.”

“어? 그게 무슨 소리야?”

소혜가 시우에게 물었다.

시우가 담담이 우빈을 보며 말했다.

“내가 최근에 뭔가 깨달음을 얻었거든. 그걸 이용해서 우빈이도 대학에 보낼 거야.”

시우가 싱긋 웃으며 이야기하자 우빈의 얼굴이 사색이 되었다.

“아, 아냐. 그, 그렇게까지 뭘. 너도 바쁜데.”

시우와 특훈 하던 생각이 떠오른 우빈이 고개를 절레 절레 저었다.

“왜, 시우가 도와준다고 하잖아. 서울대는 못 가도 인근 대학에라도 가면 좋잖아. 다시 해보자. 나도 도와줄게.”

소혜가 우빈의 어깨를 짚으며 말했지만, 우빈은 속으로 절규했다.

‘그때 말 그대로 차라리 죽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그건 걱정마. 어차피 소혜 넌 당연히 갈 수 있고, 우빈이도 서울대에 들어갈 거야. 우리 셋이 함께 대학교에 같이 다닐 수 있을 거야.”

시우의 얼굴에서 처음 보는 아름다운 미소가 피었다.

평소에 무뚝뚝하고 무표정한 그였기에 그 얼굴에서 피어나는 미소는 더욱 아름다워 보였다.

“어머, 시우도 웃는다.”

“그러게, 뭐 좋은 일 있나? 나도 끼고 싶다.”

주변에서 여학생들이 조잘 거리며 우빈에게 부러운 눈빛을 보냈지만, 정작 우빈은 시우의 그 미소가 살인마의 섬뜩한 미소보다 더 무섭게 느껴졌다.

그때 한 학생이 세 사람의 대화에 끼어 들었다.

“시우야, 네 동생이 찾아 왔는데?”

학생이 문을 가리키자 문 앞에 민서와 연우가 팔짱을 껴고 시우를 바라보고 있었다.

교실 문 일대에는 학생들이 인산인해를 이루며 서연우와 민서에게 카메라를 들이대고 있었다.

* * *

학생들이 몰리는 바람에 다섯 사람은 학교 내 공원으로 나올 수 밖에 없었다.

서연우와 시우의 사진을 찍기 위해 따라오던 학생들은 재빨리 움직여 음료수를 사 오던 우빈의 협박에 더 이상 따라오지 못했다.

“이거 연우 씨가 좋아하는 오렌지 100% 주스에요.”

우빈이 얼굴을 발그레 붉히며 캔 음료를 건냈다.

“…씨?”

소혜가 어이없다는 얼굴로 우빈을 바라봤다.

“아! 차… 여기 소혜 씨가 좋아하는 쓰디쓴 블랙커피….”

“내가 언제부터 블랙커피를 좋아했는데?”

“아, 원래 좋아하지 않았나?”

소혜가 음료수 봉지를 확 땡기며 가져와 안을 들여다보았다.

“왜 음료수가 오렌지 주스밖에 없는 데!”

“아… 자판기가 고장 났는지 커피랑 그거밖에 없더라고.”

“어처구니가 없어서….”

소혜와 우빈이 투닥대는 사이.

서연우가 팔짱 낀 민서의 팔을 흔들었다.

“인사해 오빠. 내 친군데 서연우라고 오빠도 알지?”

시우가 멀뚱하니 서연우를 바라보다가 민서를 봤다.

“네 친구 중에 서연우라고 없는데?”

“…무, 무슨 소리야! 오빠가 내 친구 다 알아?”

“제일 친한 혜정이, 소현이, 저번에 매점에서 만난 종현이, 서윤이 옆집 사는 광철이… 학원 친구 하은, 지안, 소율, 유주….”

“잠깐!”

민서가 시우의 말을 막았다.

“오빠가 걔네들을 어떻게 다 알아? 내 폰 훔쳐 봤어?”

“아니. 혜정이랑 소현이랑 종현이가 알려 줬는데?”

시우가 핸드폰을 흔들면서 말했다.

이야기를 듣던 소혜와 우빈은 질린다는 표정으로 시우를 바라봤다.

“미, 미쳤나봐! 오빠가 그걸 왜 물어봐!”

“내 동생이니까.”

시우는 뭐가 문젠지 모르겠다는 듯 덤덤히 말했다.

“소, 소름 끼치니까. 그런 거 알아보고 다니지 마!”

“그래.”

시우는 선선이 고개를 끄덕였다.

가족들의 안전을 위해 시우가 그랬다는 걸 민서가 알 턱이 없었다.

어쨌거나 소혜와 우빈은 결코 시우가 여기서 멈추지 않을 거란 걸 쉽게 예측할 수 있었다.

“어, 어쨌든 얜 최근에 사귄 친구야. 오빠도 알 거 아냐? 데이지라고.”

“얘가 꽃이야?”

시우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걸그룹! 아이돌 걸그룹도 몰라?”

시우는 대답 대신 서연우를 바라봤다.

해가 뜨기도 전 새벽엔 육체 단련을 위해 우빈이 숨이 넘어 갈 만큼 빡세게 훈련을 하고, 학교에선 학업에 매진하며, 한연맹을 총괄하고 야토가미의 귀술을 분석하는 한편, 마법에 융화시키기 위해 연구하면서 집안일까지 하는 시우였다.

당연히 TV나 영화를 볼 시간 따윈 없었고, 아이돌의 존재에 대해선 까막눈이나 다름없었다.

“반갑다. 민서 오빠 최시우라고해.”

시우의 무감각한 반응에 서연우는 신기해하며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전 서연우라고 해요.”

“얘가 데이지라는 걸그룹 리더야. 노래도 얼마나 잘하고 친한 연예인도 얼마나 많다고.”

민서가 이야기하자 소혜와 우빈은 알고 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별거 아니에요. 근데 전국 1등 하셨다고 들었어요. 대단하세요. 전 바빠서 시험공부도 제대로 못 했거든요.”

“…학생이 뭐가 바빠서 공부를 못 하는 거지? 학생이란 자각은 없는 거니?”

시우의 말에 소혜를 비롯한 우빈과 민서가 아연실색했다.

지금 대한민국에서 가장 잘 나가는 아이돌이 바로 그녀였다.

물론 자는 시간도 부족한 그녀가 학교에 나온다는 것만으로도 기적이었지만, 시우의 입장에선 연우가 조금 불량한 학생으로 보였다.

“아, 그, 그게 스케쥴 때문에 바빠서….”

“오빠 얘가 얼마나 바쁜데. 잘 시간도 쪼개서 학교 나오는 거야. 아이돌 중에 얘처럼 성실하게 학교 다니는 애도 없어.”

민서가 질책하듯 나서며 두둔하자 시우도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래도 공부는 하도록 해. 학생이 학생으로서의 기본 본분을 다하지 못하고 뭘 할 수 있겠니?”

시우의 말에 기회를 포착한 연우가 민서의 팔짱을 풀고 시우에게 다가갔다.

“아, 그래서 말인데요. 저 공부 좀 가르쳐 주시면 안 될까요? 아무리 공부를 하고 싶어도 스케줄 때문에 너무 바쁘고 학원 다닐 시간은 안 돼서. 저희 숙소에 오셔서 과외 좀 해주시면 안 될까요?”

연우의 거침없는 이야기에 시우를 제외한 모든 이들이 놀란 표정을 지우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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