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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턴 투 다크위저드-115화 (115/200)

115화

“X발! 가져오라고! 확!”

매점 안에서 거친 소리가 나며 누군가의 손이 번쩍 치켜 올라갔다.

우울한 표정으로 빵을 쥐고 있던 학생은 공포에 질려 쥐고 있던 빵을 놓아 버렸다.

“진짜 요즘 새끼들 더럽게 말 안 들어먹네.”

“간만에 학교 오니까 아주 개판이네.”

여덟에 달하는 인원들은 매점을 제집 안방인 양 편안하고 거리낌 없이 행동했다.

“돈 가진 거 내놔봐.”

“네?!”

빵을 빼앗긴 학생은 곧 울 것 같은 표정으로 매점 한구석에서 음료수를 고르고 있는 선생을 바라봤다.

하지만 선생은 마치 아무것도 듣고 있지 않은 척 학생 쪽을 돌아보지 않았다.

학생의 시선을 쫓아간 곳에 선생이 있는 것을 보곤 돈을 갈취하려던 학생은 피식 웃으면서 빵을 빼앗긴 학생에게 얼굴을 들이밀었다.

“눈깔 돌리면 어쩔 건데?”

침이 튀도록 고성을 퍼부었다.

“어쩔 건데! 어쩔 거냐고!”

소란이 심해지자 눈치를 보던 선생은 부리나케 매점을 나가 버렸다.

한편에서 이 상황을 지켜보던 여학생이 있었다.

투명한 피부에 오똑한 코와 아무것도 바르지 않았음에도 붉은 입술. 반짝반짝 빛나는 눈동자까지. 교복을 입고 있었지만 잡지에서 금방이라도 튀어나온 것 같은 학생은 이 장면을 보다가 참지 못하고 앞으로 나가려고 했다.

그때, 여학생과 함께 온 다른 여학생이 그녀를 제지했다.

“안 돼. 하지 마.”

“왜 그냥 두고 볼 순 없잖아.”

“저 복학생들, 중곡고에 유명한 깡패들이야. 부모들도 입김이 엄청 세다고. 방금 선생님도 그냥 가는 거 봤잖아.”

“…….”

“그리고 너 서연우야. 혹시라도 잘 못 엮이면….”

서연우라 불린 학생은 입술을 짓씹었다.

주변에서 사태를 지켜보던 학생들도 협박당하는 학생과 서연우를 번갈아 가며 훔쳐보기에 여념이 없었다.

“애새끼가 어딜 야려! 내가 만만하냐! 만만해!”

멱살을 잡은 학생은 마치 광기에 젖은 듯 거침이 없었다.

무려 반년 만에 돌아온 학교였다.

치료에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 더 힘든 건 재활이었다. 한창 회복이 빠를 나이였지만 동시에 같은 쪽이 부러진 팔과 다리 때문에 재활은 두 배의 시간이 들었다.

덕분에 그 시간을 할애하는 동안 학교엔 코빼기도 보일 수 없었고, 자연스레 출석수 부족으로 다시 2학년을 다니게 되었다.

그 사이 자신들의 존재감은 완전히 자취를 감췄다.

더구나 종종 같은 학년이 되면서 보이는 민서의 존재 때문에 그녀를 볼 때마다 속이 뒤집히는 느낌이었다.

“지금 뭐 하는 거예요!”

앳된 얼굴의 학생이 바락바락 가해 학생에게 덤벼들었다.

“넌 상관 말고 꺼져!”

“왜 이유도 없이 사람을 괴롭히는데요!”

“미, 민서야. 난 괜찮아.”

당하고 있던 학생의 말에 민서라 불린 학생이 말했다.

“괜찮긴 뭐가 괜찮아! 선생님께 말씀드릴 거예요!”

“말해! 씨발! 말해봐! 확 죽여 버릴 테니까!”

“깡패 새끼. 1년이나 꿇었으면 창피한 줄이나 알아야지!”

“뭐야! 이 미친년이! 한번 뒤지게 맞아 볼래?!”

가해 학생의 손이 번쩍 치켜 올라갔다.

“꺅!”

민서와 그녀의 친구들이 자신들도 모르게 두 눈을 질끈 감았을 때.

덥썩.

뒤에서 가해 학생의 손을 잡는 사람이 있었다.

“에이 어떤 병신이….”

고개를 돌린 가해 학생이 욕지기를 내뱉다가 자신도 모르게 입을 다물었다.

“너 조세형 아니냐? 퇴원했네?”

그의 손을 잡은 건 다름 아닌 우빈이었다.

“민서야 괜찮아?”

우빈은 조세형을 무시하고는 민서에게 다가가 그녀를 살폈다.

우빈이 적극적으로 보는 듯 고개를 돌리며 이리저리 그녀의 모습을 자세하게 살폈고, 어깨를 잡은 우빈의 손길에 민서는 부끄러운 듯 고개를 푹 숙였다.

“네? 네. 괜찮아요. 우빈 오빠.”

“니네 미쳤냐? 얘가 누군지 알고 건드려?”

우빈이 조세형을 비롯한 그 일당에게 이야기했다.

“시, 씨발! 네가 뭔 상관이야! 매점 왔으면 볼일 보고 꺼져!”

조세형과 그 일당들이 본격적으로 해보자는 듯 위압적으로 우빈에게 다가갔다.

“무슨 일이야?”

차분한 음성이 매점 내부를 울렸다.

그 음성과 함께 매점 내부의 모든 인원들의 시선이 음성의 시발점으로 모였다.

매점 내부에 모여 있는 학생들 대부분은 학년이 무관하게 그의 존재를 잘 알고 있었다.

그는 전교 1등을 넘어 전국 순위권 안에 드는 성적을 가지고 있었고, 항상 조용히 교실에만 앉아 있었지만, 가끔 체육 시간 때마다 보여주는 운동 실력 또한 프로급으로 뛰어났다.

불의에 대항하여 비리 교사를 잘라내고 사실로 드러나진 않았지만 끈질기게 자신을 괴롭히던 퍼클들도 곤죽을 냈다는 소문이 자자했다.

거기에 더불어 차분한 분위기와 무덤덤한 성격까지.

여학생들에겐 선망의 대상이었고, 남학생들에겐 친해지고 싶은 선배였다.

“너희들은? 어디서 많이 보던 것들인데?”

그는 다름 아닌 시우였다.

조세형 일당에게 다가온 시우가 그들을 알아보고 입을 열었다.

“마법사한테 처맞은 놈들 아냐?”

시우의 말에 매점 이곳저곳에서 작은 웃음이 터져 나왔다.

조세형과 도재민을 비롯한 퍼클들의 얼굴은 종잇장처럼 구겨졌다.

“씨발….”

“니네 아직도 이러고 다니냐?”

시우는 조세형을 지나쳐 옷이 엉망으로 뜯긴 학생의 옷 메무새를 다듬어 주었다.

“괜찮아?”

“네? 네. 괜찮아요. 그러고 보니 저번에 몇 번 봤지? 민서랑.”

“네….”

남학생은 시우가 자신을 기억한다는 것에 황송한 기분을 느낀 듯 멍한 표정으로 시우를 바라봤다.

“혹시 돈 뺏긴 거 있어?”

“네? 아뇨….”

그때 민서가 말했다.

“오빠! 저 사람이 빵 뺏어 갔어.”

민서가 도재민의 손에 든 빵을 가리키며 말했다.

시우는 빵을 보곤 남학생을 보며 말했다.

“잠깐 기다려.”

시우는 매점에서 빵 몇 개와 우유를 집어 계산을 하곤 남학생에게 건네 주었다.

“내가 잘 얘기해 둘게. 그만 교실로 돌아가.”

“네…. 네. 감사합니다. 형.”

“너도 얼른 들어가.”

시우가 이야기하자. 민서는 우빈을 슬쩍 보곤 아쉽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얼른.”

시우의 재촉에 민서가 고개를 숙이며 혜정 일행과 매점을 나섰다.

시우는 그제야 조세형 등을 바라보았다.

“마법사한테 맞은 게 덜 아팠나 보지?”

“…….”

조세형 등은 자신들도 모르게 몸을 부르르 떨었다.

“착하게 살아라. 진짜 불구로 살기 싫으면.”

시우가 조세형의 귓가에 작게 속삭였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우빈의 눈이 번쩍 떠졌다.

“헙!”

시우에게서 상상도 할 수 없는 엄청난 살기가 쏟아져 나간 것.

시우의 엄청난 살기를 받은 조세형 일당의 얼굴이 새하얗게 질리기 시작했다.

숨이 막힌 지 숨을 몰아 쉬었지만 폐에서 공기가 빠져나가지 않아 점점 파랗고 검게 질리기 시작했다.

조세형 등의 몸이 부르르 떨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잠시 뒤 지린내가 매점에 진동하기 시작했다.

“흡흡! 이거 무슨 냄새야?”

매점에서 그 광경을 보고 있던 학생들이 하나둘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이거 오줌 냄새 아니야?”

“오줌 냄새 맞는 거 같은데?”

그들의 시선이 조세형 일당 등에게로 향했다.

조세형의 바지 밑으로 노란 물이 뚝뚝 흐르기 시작했다.

학생들은 작게 조잘대기 시작했다.

“오, 오줌 싼 거야?”

“그, 그랬나 봐.”

“때리지도 않았잖아?”

“카리스마 대박….”

매점에서 음료를 들고나온 시우가 다시금 조세형 옆을 지나가며 말했다.

“마지막 경고다. 다음엔 경고 같은 거 안 한다.”

그렇게 시우와 우빈이 매점을 나가고, 조세형등은 다리에 힘이 풀린지 바닥에 주저앉았다.

그 놀라운 광경을 바라보고 있던 서연우가 놀라 입을 다물지 못했다.

‘저, 저건….’

서연우는 기시감 가득한 그 광경에 놀랐다.

시선은 시우의 뒷모습에서 떼지 못한 채 옆의 학생에게 물었다.

“저 사람 누구야?”

“너 몰라? 시우 선배라고, 한 학년 선배잖아. 전국 1등 찍은 선배.”

“전국 1등? 그렇게 안 보이는데.”

“그러니까! 너무 멋있지 않니? 그런 갭모에 때문에 애들이 환장하는 거야. 저 선배 운동도 엄청 잘해. 거기다 다른 애들한테는 무뚝뚝한데 자기 동생한테는 되게 자상하고. 우리 학년 중에도 저 선배 짝사랑하는 애들 엄청 많아.”

“여동생이 있어?”

“응. 아까 봤지? 1반에 최민서.”

“아… 그래?”

서연우는 그 말을 끝으로 시우가 사라진 매점 입구를 지그시 바라봤다.

* * *

매점 사건 이후로, 시우에 대한 인기는 다시 한번 폭발했다.

학생들 사이에선 손가락 하나로 무릎 꿇렸다는 등, 눈빛만으로 오줌을 지리게 했다는 등 판타지에 가까운 소문이 돌았다.

이 일로 소혜처럼 민서도 조금 힘든 일상을 보내고 있었다.

“이거 너희 오빠한테 좀 전해줄래?”

3학년 선배 언니 하나타 선물과 편지를 전해주었다.

“네. 근데 저희 오빠 여자친구 있다고 하던데. 아마 답장도 못 받으실 거예요.”

민서는 최대한 조심스레 이야기했다.

“그래도 꼭 전해줘. 그 안에 내 전화번호도 있거든?”

“네….”

선물을 가지고 들어온 민서는 한쪽에 둔 쇼핑백 안에 선물과 편지를 넣었다.

하루 이틀도 아니고 계속되는 선물과 편지 공세에 민서는 아예 쇼핑백을 가지고 다닐 정도였다.

‘아니, 그냥 가서 핸드폰 번호 물어보면 되잖아. 지금이 어느 시댄데.’

첨엔 민서도 이런 상황이 익숙지 않았다.

조세형 일당에게 돈을 뜯기고 맞고 다니던 오빠였다.

거기에 축 처진 얼굴로 왕따를 당하며 굴욕적인 행위를 하는 꼴도 많이 봤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 오빠가 완전히 바뀌었다.

갑자기 누군가를 때리고 방어하는 모습을 보인 것이 아니라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된 것처럼 상대를 전혀 두려워하지 않았다.

주먹을 잘 쓰고 싸움을 잘해서 강한 사람이 아닌. 아무것도 두려워하지 않아서 강한 사람이 된 것처럼 보였다.

‘그래도, 예전보단 훨씬 낫지.’

민서 눈에는 그 모습이 더욱 의젓하고 멋있어 보였다.

그렇다고 오빠가 싸움을 못 하는 것도 아니었다. 전국 체전에 나가는 사람을 상대로 스파링도 이겼고, 어찌 된 영문인지 잘은 모르지만, 조세형 등도 시우를 보면 슬금슬금 피하기 바빴다.

‘…쫌, 멋지긴 하네….’

자신의 눈에도 이리 멋져 보이는 사람이니 다른 이들의 눈에는 어떻게 보일지 뻔히 알기 때문에 조금씩 이런 상황에 익숙해지는 중이었다.

화장실에서 돌아오는 민서 앞을 막아서며 한 여학생이 말을 걸었다.

“안녕, 1반 최민서 맞지?”

민서는 고개를 들어 자신에게 말을 건 여학생을 바라봤다.

‘3반 서연우?’

아무리 성격이 좋은 민서였지만, 전교생의 얼굴과 이름은 다 알지 못했다.

하지만 지금 눈앞에 있는 여학생의 존재는 민서도 확실히 알고 있었다.

바로 유명 걸그룹 데이지의 리더 서연우.

“아니야? 애들이 너 최민서 맞다고 하던데?”

“어? 어. 맞아. 근데 왜?”

“응, 너희 오빠가 최시우 선배라며? 나 시우 선배 좀 소개시켜 줄래?”

고개를 갸우뚱하며 눈을 깜빡이는 연우. 그런 연우를 보면서 민서는 놀람을 감추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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