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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공간을 깨고 나온 청룡은 하늘로 승천할 듯 날아올랐다.
승천한 청룡의 주위로 검은 구름들이 자석에 이끌리듯 청룡 주위로 당겨졌다.
구름을 품은 청룡은 고개를 아래로 숙이며 시우를 바라봤다.
-역시 무서운 분이시군요. 현세에 이런 지옥이라니.
고개를 번쩍 치켜든 시우의 입가엔 씁쓸한 미소가 어렸다.
“나야말로 두렵군. 어떻게 해야 널 죽일 수 있는 거지?”
청룡은 자신의 몸 주위에서 타오르는 불길을 주둥이 앞으로 모으기 시작했다.
불길은 한데 모여 여의주처럼 모양을 바꾸기 시작했다.
[사천신술]
[염옥]
작은 여의주 크기였던 염옥은 어느새 4층 건물만큼 커졌다.
시우의 손이 바빠졌다.
“이거 반칙 아냐!”
[마스터 오브 아이스][아이스 스톰]
청룡 주위를 감싸고 있던 먹구름과 달리 짙은 회색빛의 눈구름이 사방을 가득 메웠다.
기온이 급속하게 떨어지며 대기가 머금고 있는 수분들이 얼어붙기 시작했다.
흰 구름이 대기를 가득 채울 듯 눈송이를 떨구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염옥이 품는 열기는 막아내지 못했다.
염옥의 주위로 쏟아지던 눈들이 녹으며 염옥은 마치 자신의 몸보다 더 큰 보호막을 두른 듯했다.
충분히 열기를 모았는지 청룡은 지체 않고 염옥을 시우에게 던졌다.
[워터 스트라이크]
황거의 곳곳에는 조경을 위한 연못들이 많았다.
잔잔하던 연못이 부르르 떨리기 시작하더니 물들이 출렁이며 솟아오르기 시작했다.
분수처럼 솟아오른 물들은 아이스 스톰에 금세 결정화되었고 결정화된 워터 스트라이크는 송곳의 형태로 염옥을 향해 쏘아져 나갔다.
그렇게 열두 개의 워터 스트라이크가 염옥에 닿았다.
푸칵! 펑! 퍼퍼퍼펑!
워터 스트라이크를 막아내던 염옥은 중복된 공격에 결국 버티지 못하고 공중에서 터져 버렸다.
폭죽처럼 터진 염옥은 사방으로 불길을 내뿜었다.
황거를 비롯한 일대 산 위로는 마치 불로 만들어진 비가 내리는 듯 사방을 환하게 밝혔다.
크아아아앙!
청룡이 괴로운 듯 몸을 비틀었다.
청룡이 몸을 비틀 때마다 청룡의 몸에서 얼어붙던 얼음 결정들이 후드득 떨어지고 있었다.
아직 아이스 스톰의 영향을 벗어나지 못한 탓이다.
[엘리멘탈 이펙트][라이트닝 세이버]
시우의 양손으로 지직거리는 번개의 검이 솟아 나왔다.
시우의 등 뒤로는 예의 검은 날개가 튀어 나왔다.
땅을 박찬 시우가 총알처럼 류신과 격돌했다.
펑!
엄청난 소리와 함께 청룡인 류신과 시우의 모습이 구름 안으로 사라져 버렸다.
기습조로 함께 왔던 이들은 그 환상 같은 일들을 멍하니 바라보기만 하고 있었다.
“대체, 어느 정도의 싸움인 건지 가늠할 수가 없구나.”
“일단 저희는 방해되지 않게 물러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러는 것이 좋겠다.”
남궁혜자를 비롯한 기습조에 참가했던 인원들은 최대한 영향을 받지 않는 곳까지 자리를 옮겼다.
하늘에서 먼저 떨어진 것은 청룡이었다.
육중한 몸을 가볍게 날리던 청룡은 온몸에서 피를 흘리며 바닥으로 떨어지고 있었다.
그러나 청룡 또한 호락호락 당하지는 않았다.
길게 뻗어난 꼬리를 채찍처럼 휘두른 청룡은 꼬리 끝에 시우의 몸을 돌돌 감아 바닥으로 내 던졌다.
펑!
바닥에서 몸을 일으킨 시우의 온몸에는 은빛 갑옷이 감싸고 있었다.
“이거 새로 맞춘 거라고!”
다시금 자리를 박차고 튀어 나가는 시우와 청룡.
시우와 청룡이 허공에서 격돌할 때마다 번개가 치고 불꽃이 비처럼 흩뿌려졌다.
때론 땅거죽이 일어나 황거를 부수기도 했고, 폭풍을 동반한 비가 사방으로 쏟아져 산이 일어나기도 했다.
“허억 허억 허억.”
자신을 덮치던 수백 마리의 요괴들을 가루로 만든 시우가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꽤 지친 기색이 완연했고, 온몸을 덮고 있던 은빛 갑옷들이 군데군데 부서져 있었다.
그 모습을 보던 청룡은 천천히 하강하며 말했다.
-믿기지가 않는군요.
구름 아래로 모습을 드러낸 청룡의 상태는 더욱 심했다.
머리 위로 자란 뿔이 부러져 있었고, 푸른빛을 발하는 비늘들은 가죽 째로 벗겨져 흉하게 피를 흘렸다.
-인간이 이토록 강할 수 있다는 것이.
류신의 말에 시우는 피식 웃었다.
“인간이 아닌 것처럼 이야기하네? 하긴 그 꼴을 보아하니 그런 거 같기도 하고.”
잠시간의 시간을 갖는 동안 시우의 몸에 부착되어 있던 은빛 갑옷들의 부서진 부분들이 수복되기 시작했다.
청룡도 마찬가지로 벗겨진 살갗이 회복되고 비늘이 다시 돋아나기 시작했다.
-본래는 확실한 인간이었습니다. 하지만 귀술을 받아들이고 령(靈)을 떼어내기 시작한 순간부터 저희는 모두 인간이면서 인간 아닌 존재가 될 뿐입니다.
“너희 같은 녀석들을 많이 봐왔지만, 매번 이해 가지 않는 것이 있어. 인간을 포기하면서까지 왜 힘에 매달리는 거지?”
-그건 시우 님께서 더 잘 아시지 않습니까. 시우 님처럼 인간으로서 강한 힘을 가지지 못했기 때문에 인간임을 포기하면서까지 힘에 매달리는 것이지요.
시우의 양손에 들려있던 라이트닝 세이버가 하나로 합쳐졌다.
커다란 번개의 검은 청룡을 단박에 베어 버릴 수 있을 정도로 길게 뻗어 나왔다.
“고작 누군가를 지배하기 위해 그렇게 힘에 매달린다는 것이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거야.”
-시우 님은 다른 목적으로 힘을 가지시려 하는 건가 보군요.
청룡의 주둥이 앞에 다시금 염옥이 생겨났다.
염옥은 금세 크기를 키워 4층 건물만큼 커졌다.
“내가 힘을 가지려는 이유는 나와 내 사랑하는 이들을 지키기 위함이야.”
시우의 말을 들은 청룡은 말이 없었다.
한참을 염옥을 키운 청룡이 눈에서 푸른 안광을 흘리며 시우에게 쏘아져 나갔다.
-그런 안일한 생각이 시우 님을 패배하게 만드는 겁니다.
시우도 곧장 땅을 박차고 하늘로 날아올랐다.
“아직 너한테 질 생각 없어!”
허공에서 염옥과 라이트닝 세이버가 격돌했다.
일순간 두 개의 힘을 따라 격돌 지점을 중심으로 진공상태가 만들어지고 투명한 막을 형성하며 사방으로 힘을 폭발시켰다.
퍼퍼퍼퍼펑!
굉음과 함께 환한 빛이 황거 일대를 가득 메웠다.
멀리서 지켜보던 기습조는 순간적으로 눈을 뜰 수 없었다.
하늘에 흩날리던 눈송이들이 일거에 사라지고.
폭발의 여파로 숲에 붙어 있던 불들도 일거에 소멸되었다.
황거의 잔재들이 폭풍처럼 사방으로 날아가며 황거가 있었던 흔적마저 없앴다.
그렇게 모든 것을 무로 만들어 버릴 듯한 폭풍과 함께 한참 뒤에나 눈을 뜬 기습조는 믿을 수 없다는 듯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이, 이럴 수가!”
“시, 시우 님이!”
청룡은 허공에서 피를 흘리며 다시금 공격을 준비하고 있었고, 시우는 은빛 갑옷이 모두 부서진 채 바닥에 뒹굴고 있었다.
“어, 어떡하죠? 문주님? 지금 구하지 않으면….”
김준상이 떨리는 목소리로 한세아에게 물었다.
한세아가 물어볼 것도 없다는 듯이 몸을 일으켰다.
그때 혜강이 한세아를 막아섰다.
“안되네. 지금 가면 피해만 더욱 커질 뿐이야.”
한세아가 입술을 질끈 물며 말했다.
“시우 님 없인 저희도 없습니다.”
“잘 생각해 보게. 아직 끝난 것도 아니야. 괜히 우리가 끼어들었다간 시우군이 더욱 위험 해질수도 있다네.”
“하, 하지만….”
한세아가 말을 잇는 사이.
뒤쪽에 서 있던 인영이 앞으로 쏘아져 나갔다.
“소빈아!”
“안 된다!”
남궁혜자와 정순지가 동시에 외쳤지만 정소빈은 거침없이 앞으로 쏘아져 나갔다.
“이렇게 된 이상 구하러 가야 해요!”
한세아가 결국 혜강을 지나쳐 앞으로 쏘아져 나갔다.
김준상을 비롯한 전투 1조도 세아의 뒤를 쫓았다.
“선배님들께선 여기에 있어 주세요. 류신을 상대하기엔 무공보단 저희들의 힘이 더 나을 겁니다.”
한세아가 그렇게 말한 뒤 쏘아져 나가자 남은 인원들은 자리에 멈출 수밖에 없었다.
청룡은 허공에서 달려오는 소빈 등을 보며 말했다.
-미약한 몸부림이군요.
청룡이 고개를 끄덕이자 소빈등과 한세아의 주위로 요괴들이 생성되었다.
갑자기 나타난 수십의 요괴들은 소빈과 한세아 등의 발을 붙잡고 더 이상 나아가지 못하게 했다.
시우가 겨우 몸을 일으켰다.
치열하게 요괴와 전투 중인 소빈 등을 한번 본 시우가 담담히 말했다.
“누구 멋대로 미약함을 규정하는 거냐. 저들의 마음은 절대 미약하지 않아.”
-하지만 그 누구도 시우 님을 구할 수는 없겠지요.
“제 혈육의 피와 살을 파먹고선 오만한 말을 지껄이는구나.”
-결국 이걸로 끝입니다.
청룡의 주위로 염옥과 빙추가 생성되기 시작했다.
크기는 크지 않았지만, 그 수가 계속 늘어나며 물샐틈없이 허공을 빽빽하게 메우기 시작했다.
시우도 수인을 맺으며 마법진을 만들기 시작했다.
시우의 손에서 나온 커다란 마법진이 시우의 머리 위로 떠 올랐다.
-크아아아앙
청룡이 최후의 일격을 가하려는 듯 염옥, 그리고 빙추들과 함께 시우를 향해 쏘아져 나갔다.
“안 돼!”
저 멀리서 소빈과 한세아가 비명을 질렀다.
하지만 그들의 목소리는 시우를 보호해 줄 수 없었다.
바로 그때 시우가 머리 위에 어떠한 변화도 없이 계속 천천히 회전만을 하고 있던 마법진을 바닥에 내던졌다.
“이거나 처먹어!”
바닥에 스며든 마법진은 곧이어 황거에 설치해 둔 류신의 주술진과 합성되어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이, 이건…!
마법진에서 빛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빛은 염옥과 빙추를 소멸시키고 청룡의 몸 전체를 감싸고도 남았다.
그렇게 쏘아진 빛은 하늘로 용을 승천시키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고, 하늘의 문이 열려 천상계의 존재가 쏟아져 내리는 것 같기도 했다.
* * *
빛이 사라지고 황거 일대엔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
요괴도 귀술도 모두 사라졌다.
저벅 저벅 저벅
시우가 천천히 발걸음을 옮겼다.
시우의 걸음의 끝에 조금씩 몸이 사라지고 있는 류신의 모습이 보였다.
류신은 청룡의 모습에서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온 뒤였다.
“수고를 덜어줘서 고맙다는 말을 해야 할까?”
“당신이 만들지 않은 마법진도 사용할 수 있는 겁니까?”
류신의 표정엔 변함이 없었지만, 목소리엔 허탈감이 가득했다.
“애초에 내 것을 베낀 거니까.”
“당신은… 마치 신 같군요.”
류신의 몸은 조금씩 소멸 되고 있었다. 그의 몸엔 팔 일부와 머리만 남았다.
시우는 주변을 둘러보며 말했다.
“그 많은 것을 희생하고도 오답이었으니 아쉽겠군.”
류신은 시우를 보며 눈을 껌뻑거렸다.
류신의 입가에 처음으로 미소가 지어졌다.
“전 답을 만드는 자입니다. 제 답은 틀리지 않았습니다. 결국 패배하는 건 시우 님일 겁니다.”
류신의 남은 신체가 모두 가루가 되어 사라졌다.
“시우님.”
류신의 마지막을 보고 있던 시우의 뒤로 한세아와 소빈이 다가왔다.
“무슨 이야기일까요?”
시우가 고개를 돌려 두 사람을 보았다.
흙먼지와 검댕이를 듬뿍 뒤집어 쓴 모습이 엉망이었다.
“꼴이 말이 아니군. 그건 나중에 생각하고 이만 돌아가도록 하지.”
시우가 싱긋 웃었다.
방금까지 불안한 마음을 가졌던 두 사람은 시우의 여유 있는 말과 미소에 금세 긴장이 풀렸다.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