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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턴 투 다크위저드-111화 (111/200)

111

시우는 천천히 황거 주변을 둘러보았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거지?”

인근 건물에 다가가 문을 열어 보았지만, 내부엔 아무도 없었다.

“다들 단체로 이사라도 간 건가? 언제나 지하에 숨어 있던 오오가미도 느껴지지 않고. 명색이 신이라는 존재가 내가 무서워서 도망이라도 친 건가?”

류신은 가만히 서서 시우를 바라보고 있었다.

“신이 누군가를 피해서 자리를 비우는 경우는 없습니다.”

“…….”

시우는 열었던 문을 쾅 하고 닫았다.

천천히 돌아선 시우의 입가엔 작은 미소가 걸렸다.

“그래서 신을 죽였나?”

“헙!”

시우의 말에 정순지가 놀람을 감추지 못했다.

하지만 시우와 류신의 대화에 끼어들지는 않았다.

두 사람의 시선은 서로에게서 떨어지지 않았다.

“몰래 구출팀을 습격하기라도 할까 봐 걱정했는데, 괜한 걱정이었군.”

“신사의 포로들은 더 이상 저희에게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그들은 지난 100년간 저희가 누려온 힘의 증거일 뿐. 힘을 되찾으면 언제나 다시금 데려올 수 있는 존재들이니까요.”

“그래서 힘을 얻었나?”

시우가 바닥을 툭툭 찼다.

자갈이 깔린 바닥은 금방 갈색 속살을 드러냈다.

그 안으로 조금 더 흙을 파고 들어가자 은색의 띠가 드러났다.

“시우 님에게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다만 충분하지 않은 것이 아쉽더군요.”

“눈대중으로 잘도 훔쳐 갔군.”

“시우 님도 귀술을 쉽게 가져가시지 않았습니까?”

시우가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흉내 내기는 흉내 내기에 불과하지.”

류신의 얼굴엔 변화가 없었다.

“그저 흉내 내기만은 아니었으니 기대하셔도 좋을 겁니다.”

이야기하던 시우가 궁금하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럼 넌 본래 어떤 존재지? 인간인가? 아님 요괴인가? 아무리 요괴라 하더라도 소속감이 있었다면 이런 짓은 하지 못했을 텐데.”

두 사람의 대화를 듣고 있던 남궁혜자가 결국 참지 못하고 물었다.

“그게 무슨 소리냐? 저자가 무슨 일을 벌이기라도 한 것이냐?”

시우가 남궁혜자에게 말했다.

“야토가미는 이미 소멸한 것 같습니다.”

“뭐?”

“그게 무슨 말인가?”

말을 하던 시우는 류신에게 잠시 시선을 주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이제 저자, 류신이 곧 야토가미라고 봐야겠지요.”

“예?”

“당최 이해가 가지 않네만….”

시우의 말이 이해가 가지 않았지만, 기습조는 뭔가 심상치 않은 일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은 알 수 있었다.

“직접 얘기해 주겠어? 어떻게 한 거지? 흡수한 건가? 아니면 힘을 얻기 위해 재료로 쓴 건가?”

시우의 물음에 놀란 것은 류신이 아니라 기습조였다.

“흐, 흡수라니?”

“재료로 사용해? 인간을?”

인간의 상식으로 이해할 수 없는 술법에 관한 이야기에 기습조는 혼란을 숨기지 못했다.

“귀술은 본래 모두가 가진 령(靈)의 힘을 이용하는 바. 인간이 생각하는 흡수나 재료처럼 천박한 것이 아닙니다. 얼굴의 생김새나 생각은 모두 달라도 결국은 모두 영으로 돌아가는 존재. 단지 그것을 앞당긴 것일 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닙니다.”

시우가 말했다.

“끔찍한 소릴 아무렇지 않게 해대는 걸 보니. 더욱 소름 끼치는군. 그렇게 떠받들던 신마저도 제 손으로 죽인 것이냐?”

“오오가미는 여전히 제 안에 살아 계십니다. 다만 육체를 가진 오오가미는 시우 님께 이길 수 없었지요. 그렇기에 시우 님을 이길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낸 것입니다.”

“그렇게 투쟁심이 있어 보이진 않는데. 보기완 다른 건가?”

류신이 손바닥을 펴 보였다.

그의 손바닥 안에서 영체가 가시화되어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전, 답을 알아내기 위해 존재합니다.”

끈덕진 점액질처럼 흘러내린 영체는 곧이어 형태를 갖추고 금세 요괴로 변했다.

깔깔깔깔깔깔

미친 듯이 웃는 조로구모는 화살처럼 달려나가 기습조에게 달려들었다.

기습조들이 일제히 검을 뽑아. 막아서려는 순간.

공중으로 튀어 오른 조로구모가 한순간 영체가 되어 흘러내린 뒤 이번엔 라이쥬의 모습으로 나타났다.

“전 귀술과 음양술에 특화되어있고, 진리를 들여다보는 능력을 가지고 있지요. 요괴를 부리는 건 제가 가진 힘의 일부에 불과합니다.”

파지직 파지직

너구리 모양의 네 개의 뒷다리와 두 갈래의 꼬리를 가진 라이쥬는 날카로운 이빨을 드러내며 다시금 달려들었다.

그때 한세아가 자신의 정령을 소환했다.

그녀의 어깨 위에서 나타난 고양이 모양의 정령은 두 번 허공을 딛고 뛰어올라 커다란 늑대로 변했고, 한순간에 라이쥬를 집어삼켰다.

자신이 소환한 요괴가 사라졌음에도 류신은 어떠한 표정 변화도 없이 빠르게 수인을 맺었다.

“저의 진정한 힘은 답을 알아낸다는 것입니다.”

류신의 손가락이 재빠르게 움직일 때마다 육망성의 음양진과 주문들이 가시화 되었다가 사라졌다.

그 순간, 한세아의 정령이 갑자기 목에 뭐가 걸린 것처럼 부들거렸다.

켁켁. 케엑.

진짜 짐승처럼 바닥을 뒹굴던 정령이 펑하는 소리와 함께 터져버렸다.

그 여파로 한세아가 버티지 못하고 한쪽 무릎을 꿇고 주저앉았다.

“하지만 아무리 찾으려 해도 시우 님을 이길 수 있는 방법을 찾을 수 없더군요.”

한세아를 바라보던 시우가 류신에게 시선을 돌렸다.

“그래서 자신의 신을 죽인 것인가?”

“아니요. 저 스스로 답을 만들어 낸 것입니다.”

류신을 바라보는 시우의 시선은 차가웠다.

“그것이 답이라고 확신하는가?”

“네.”

류신의 대답엔 한치의 망설임도 없었다.

“그럼 증명해봐. 난 네 답이 오답이란 것을 증명해 보일 테니.”

양손을 맞부딪친 시우가 양팔을 벌렸다.

그의 양손에서 기다란 빛의 검이 뿜어져 나왔다.

[엘리멘탈 이펙트][라이트 세이버]

단지 존재만으로 부정한 것에 타격을 주는 힘이 있는 라이트 세이버는 류신 주위에 형성된 귀령을 태우는 효과를 가져왔다.

류신의 몸 주위에선 그의 몸이 자연발화하듯 하얀 연기가 뿜어지기 시작했다.

하얀 연기들 사이로 수십의 요괴들이 나타났다.

기습조는 갑작스레 나타난 요괴들을 상대하느라 손발이 어지러웠다.

“숙이세요!”

시우의 목소리와 함께 일제히 몸을 숙인 사이.

시우의 양 손에서 뻗어 나온 라이트 세이버가 공간을 갈랐다.

서걱. 서걱.

단 두 번의 절삭음과 함께 수십의 요괴들이 한순간에 기화되듯 소멸했다.

시우는 곧장 류신을 향해 튀어 나갔다.

류신의 몸에선 계속해서 귀령이 기화되고 있었고, 그 사이로 요괴들이 쏟아져 나왔다.

[라이트 세이버][오버 더 아머]

빛의 검에 철갑이 입혀지자 시우의 검이 베어내는 것은 요괴만이 아니게 되었다.

길게 뻗어 나간 그의 검은 황거의 건물과 조경을 위해 심어진 나무들을 가리지 않았다.

퍽. 퍼퍼퍽.

요괴들의 사체와 황거의 폐자재가 사방으로 날렸다.

시우가 검을 휘두를 때마다 그곳은 본래의 모습을 잃어 버렸다.

“기대보다 덜한데?”

“이제 시작입니다.”

류신이 눈으로 따라가기 힘들 정도로 빠른 속도로 수인을 맺었다.

[귀술변환]

[폭염화산]

류신의 수인이 끝나기 무섭게 사방에서 폭발이 시작되었다.

뜬금없이 폭발이 일어난 곳은 모두 시우가 빛의 검으로 요괴들을 기화시켰던 곳이었다.

“제길”

퍼퍼퍼퍼퍼퍼퍼펑

시우는 빛의 검을 역소환 시키며 동시에 두 개의 마법진을 만들어 하나는 자신에게 하나는 기습조에게 쏘아 냈다.

[배리어][오버 더 아머]

퍼펑! 콰콰콰콰쾅!

화염과 함께 동반된 폭발음은 황거의 건축물마저 부서 무서운 흉기로 변환시켰다.

“그 안에서 나오지 마세요!”

시우가 그렇게 외치자 배리어 안에서 시우를 바라보던 소빈이 절박하게 외쳤다.

“시우 님! 뒤!”

시우가 고개를 돌렸을 때 어느 새 공간을 격하고 나타난 류신이 요괴의 신체로 구성된 괴이한 검을 휘두르고 있었다.

[엘리멘탈 이펙트][아이언 세이버]

창!

순식간에 시우의 손안에서 만들어진 아이언 세이버는 괴상한 형태의 류신의 검과 맞부딪쳤다.

창! 창!

두 사람의 격돌이 거듭될수록 두 사람의 이동속도는 점점 빨라졌다.

눈으로 쫓기 힘들 정도로 속도가 빨라지자 베리어 안에서 격돌을 바라보는 사람들은 그저 두 사람의 전투의 결과만을 쫓는 것도 버거웠다.

콰콰콰쾅.

황거의 건물이 우수수 부서지며, 잔재의 끝에 시우가 널부러져 있었다.

“시우 님!”

소빈이 애타게 불러보았지만, 시우는 시선을 돌릴 틈이 없었다.

“야토가미의 무술 자체는 별거 없다고 생각했는데. 그것도 술법의 영향인가?”

하늘의 둥실 떠 있는 류신은 담담이 입을 열었다.

“야토가미의 검은 강하지 않지만, 야토가미 이전의 일본 상계의 검은 중국과 대적할 만했다고 하더군요.”

“그래? 그거 좋은 소식인데. 중국 상계의 검은 이미 겪어 봐서 알거든.”

시우의 주위로 시우가 쥔 아이언 세이버와 똑같은 모양의 검이 일곱 개 더 생겨났다.

“생각보다 별거 없더라고.”

시우를 중심으로 일곱 개의 검들이 시우와 똑같은 움직임을 보이기 시작했다.

[천살지존검]

[지존승천]

시우의 검에서 파괴적인 살기가 쏟아져 나왔다.

살기는 유형화 되어 기를 이루고 기는 응집되어 강을 이뤘다.

강으로 형성된 살기는 단순함 움직임으로 상대를 움직임을 압박했다.

류신은 자신뿐 아니라 공간 자체를 썰어낼 듯 날아드는 시우의 공격에 움짝달싹 못했다.

더구나 엄청난 살기는 표정 변화 없는 류신의 얼굴마저 기괴하게 일그리도록 만들었다.

[귀술변환]

[대리생환]

류신의 앞에 유키온나가 나타났다.

류신은 유키온나의 등에 요검을 찔러 넣었다.

-커흑

피를 흘리는 유키온나는 온몸을 날려 류신에게 날아드는 공격을 막아냈다.

동시에 류신은 자리를 옮겨 시우를 찾았다.

“나를 찾았어?”

[엘리멘탈 이펙트][라이트 체인]

류신의 온몸을 빽빽하게 빛의 체인이 감쌌다.

류신은 저항하지 못하고 바닥으로 떨어져 내렸다.

[라이트 자벨린]

[라이트 스피어]

수십 개의 창들이 나타나 류신을 뒤쫓아 그의 몸을 파고들었다.

끄아아아아아악!

그의 몸에 창들이 박혀들 때마다 회색의 혼령들이 토해지듯 쏟아져 나왔다.

“그래. 쉽게 죽일 수 없겠지.”

시우가 양 손에 각기 검정 마법진과 붉은 마법진을 생성시켰다.

그리고 서로 반발하는 두 개의 마법진을 하나로 만들었다.

[디멘션 매직]

[인피니티 인페르노]

류신이 떨어지는 곳으로 지옥의 화염을 뿜는 공간이 나타났다.

그 안에선 수백 수천의 죄인이 비명을 지르고 지옥의 불구덩이에 괴로워하며 공간 밖으로 나가려는 죄인들을 서로 끌어당겼다.

류신은 라이트 체인을 거의 다 풀어헤치고 시우가 만든 공간을 피하려 했다.

[거인의 손]

쾅!

하지만 시우의 최후의 공격이 류신에게 작렬했다.

류신은 더 이상 저항하지 못하고 공간 안으로 빨려 들어가 버렸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공간이 닫혔다.

류신이 만든 폭발과 화염들이 모두 사라졌다.

요괴들도 흔적 없이 사라졌고, 황거 내부엔 치열한 전투의 흔적만이 남아 있었다.

“끝난 것인가?”

남궁혜자가 허탈한 음성으로 말했다.

쿵.

그때 사방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쿵쿵. 쿵쿵쿵!

거대한 진폭은 땅과 하늘, 어디에서도 시작된 것이 아니었다.

쿠쿠쿠쿠쾅!

거대한 충격음과 함께 허공이 깨져 나가며, 인피니티 인페르노의 공간이 다시금 열렸다.

-쿠아아아아아아앙악!

공간을 깨고 나타난 것은 온몸에 시뻘건 불길을 품은 거대한 크기의 청룡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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