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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턴 투 다크위저드-110화 (110/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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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호맹과의 일전 이후에 한연맹은 내부적으로 더욱 탄탄해 졌다.

전리품에 대한 공평한 배분 뿐 아니라 한연맹에 소속된 이들에겐 확실하게 책임을 다한다는 분위기가 직접적으로 당사자들에게 와 닿기 시작 했다.

그 대표적인 예가 부상이 심각한 이들에겐 최고의 과학기술과 마법적 지식이 담긴 빌리언트제 의수와 의족을 지원한 것이었다.

오버테크놀로지 수준의 의수와 의족은 실제 팔과 다리 이상의 기능을 했고, 일반인들에게는 인식장애마법이 펼쳐지도록 되어 있어 일상생활에 불편함이 없게 만들었다.

특히나 인체와 흡사한 형태로 만들어 무공을 쓸 수 있도록 하였는데, 의수와 의족을 장착한 이들이 기존 보다 더욱 큰 무력을 가지게 된 것을 두고 다른 무인들이 내심 부러움을 숨기지 못하는 웃지 못 할 사태도 있었다.

거기에 더불어 강호맹과의 일전에서 시우가 보인 압도적이고 절대적인 신위도 한 몫을 했다.

더 이상 한연맹 내부에서 시우의 나이와 출신 성분을 가지고 그를 재단하는 이는 없었다.

하늘에서 쏟아져 내린 번개비는 그들의 뇌리 가장 깊숙한 곳에 시우에 대한 흔들리지 않는 절대적인 신뢰를 뿌리박히게 했다.

시우 나이대의 아이가 있는 중년의 무인들도, 평생을 야토가미의 손아귀에서 포로로 살아왔던 포로들도 시우가 지나갈 때면 자신들이 취할 수 있는 최대한의 경건한 예의를 갖췄다.

처음엔 시우는 그 모습을 보며 사람들의 몸을 하나하나 직접 일으켰지만, 연맹의 기틀을 잡기 위해서라도 지금은 시우에 대한 절대적인 경외가 필요하다는 남궁혜자의 말에 완전히 사람이 뒤바뀌어 자연스럽게 그 모든 것을 받아 들였다.

한라검문과 해도문은 이번 일로 인해 문파 자체가 소멸되었다.

기가 레인의 엄청난 힘을 막아내지 못한 문주들과 문파의 무인들은 그 자리에서 대부분 즉사했고, 일부 살아남은 무인들도 강호맹의 보호를 받지 못한 채 쫓겨나듯 한연맹 밖으로 내몰렸다.

한라검문, 해도문을 따르던 문파들 또한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되어 대외적인 상계활동을 하지 않았고, 끝까지 눈치를 보며 한연맹과 한라검문, 해도문 사이에서 눈치를 보던 문파들이 뒤늦게 한연맹에 소속되기를 원했지만, 모두 물리쳤다.

명분과 도의 없이 실리만 챙기는 기회주의자들에게까지 아량을 베풀 필요 없다는 것이 시우의 생각이었다.

그 광경을 모두 본 한연맹 소속의 무인들은 자신들이 한연맹에 소속되어 있다는 것에 더욱 자부심을 가졌고, 그 자부심은 날로 성장하는 무력과 연관되어 한연맹의 무인들의 수준은 하루가 지날수록 괄목상대할만한 수준이 되었다.

3차 포로 구출 계획은 속전속결로 이뤄졌다.

휴식과 회복으로 준비하는 시간이 길었고, 거듭된 한연맹의 승리로 기세는 오를 대로 올라 있었다.

특히나 영약을 먹은 무인들은 넘쳐나는 기운을 풀어낼 기회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구출팀은 종전의 팀원들 보다 많은 두 배의 숫자가 배정되었다.

움직이는 속도는 더 느리겠지만, 안전 확보를 위해서 느려지더라도 인원을 더 추가하기로 하였다.

그 외에 별도로 야토가미 본진을 습격하는 기습조도 구성되었다.

한연맹의 정예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이 기습조에 참여 하고 싶어 했지만, 선택된 사람들은 10명에 불과했다.

시우를 비롯한 10명만이 동시에 공간이동이 가능했기 때문이었다.

시우는 처음에 혼자서 움직이려 했지만, 남궁혜자를 비롯한 수뇌부들의 거센 반발로 팀을 꾸릴 수밖에 없었다.

조원은 한세아와 미화문 전투원 1조(5명). 남궁혜자와, 정순지, 정소빈, 보타암의 혜강이었다.

작전은 간단했다.

구출팀이 일본에 닿는 즉시, 기습조가 야토가미의 황거에 공간이동을 하는 것이다.

기존의 기습이 야토가미를 흔들어 놓고 피해를 주는 것이었다면, 이번 기습은 야토가미의 소멸이 목적이었다.

-야토가미를 소멸시킬 생각입니다.

처음 시우의 이 이야기를 들은 수뇌부들은 멍하니 아무런 대답하지 못했다.

기세가 오르고 야토가미를 무찌른 적도 있었지만, 야토가미를 소멸시킨다는 것은 생각도 해보지 못했던 탓이다.

그들이 생각했던 최상의 시나리오는 피해를 입은 야토가미와 평화 협상을 진행하여 포로들을 모두 한국으로 데려오고 불가침조약 등을 맺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 의견에 시우는 단호하게 반대했다.

-힘은 언제나 다시금 자랍니다. 뿌리를 남겨두면 더욱 빠르게 자랄 겁니다.

놀라운 점은 시우는 ‘악’이라는 말 대신 ‘힘’이라는 말을 썼다는 것이다.

-우리에겐 저들이 악입니다. 저들에겐 우리가 악이에요. 정의와 악의 세계가 아닙니다. 그저 악만이 가득한 세계예요. 그걸 인정하지 않으면 우리도 위선자가 될 뿐입니다.

-저는 더 큰 악이기 때문에, 저들을 없애려 합니다. 후환을 남겨두는 것은 제가 좋아하는 것이 아닙니다.

시우의 차갑고 냉정한 이야기는 사람들을 긴장시켰다.

너무 심한 것 아닌가 하는 조심스런 의견이 나왔다.

한 사람이 이야기하자 다른 이들이 그 말에 의견을 더했다.

더러는 이제 그만해도 되는 것 아닌가 하는 의견까지 나왔다.

강호맹을 이긴 것은 즐거웠으나 삼천의 인원이 한 번에 죽는 모습을 본 그들의 머릿속엔 시우에 대한 경외뿐만 아니라 전쟁에 대한 두려움도 각인 시킨 것인지도 몰랐다.

이야기를 듣던 남궁혜자가 입을 열었다.

-괴로운 시간이었다. 친구, 형제, 혈육이 짐승처럼 버려지고, 도구처럼 사용되었다. 이 한 몸을 불살라 저 놈들을 모두 죽일 수 있다면 백 번의 죽음도 받아들이겠다. 몇 번이나 맹세를 했었다. 하지만 시간 속에서 그 감정들을 뒤로 미뤄두었다가 또 똑같은 꼴을 당할 뻔하였다.

남궁혜자의 말에 분위기는 조금씩 달라졌다.

-어느 날 하늘에서 뚝 떨어진 맹주가 아니었다면 우린 100년 전과 똑같은 꼴을 당했을 것이다. 대체 몇 번의 괴로움과 굴욕을 당해야 우리는 지난날의 치욕을 잊지 않겠느냐 말이다.

시우의 표정은 여전히 바뀌지 않았다.

-진심으로 용서를 비는 자가 있다면 언제나 그 용서를 받아줄 겁니다. 하지만 과거를 반성하지도 않은 채 또 다시 검은 야욕을 드러내는 그들에게 베풀어줄 자비 같은 건 제 안에 한 톨도 존재하지 않습니다.

장내의 모인 이들의 얼굴이 붉게 물들었다.

어쩌면 평화를 바래서가 아니었는지도 모른다. 아직도 머릿속엔 야토가미에 대한 두려움이 남아있어 더 이상의 싸움을 피하고 있는지도 몰랐다.

시우는 그것이 싫었다.

당했다면, 갚아 줘야 한다. 두 배, 세 배, 과하다는 느낌이 들 때까지 갚아 줘야 한다. 그래야 다시금 똑같은 일이 발생하지 않는다.

-야토가미를 역사에서 지울 겁니다. 그리고 다시는 한국을 한연맹에게 감히 덤벼들지 못하게 할 것입니다.

시우의 말을 끝으로 더 이상의 회의는 없었다.

그렇게 한연맹은 사상 처음으로 가장 빠른 출정 준비를 모두 마쳤다.

* * *

구출팀을 실은 배가 일본에 닿고, 구출팀들이 준비를 마쳤다는 소식을 전해왔다.

시우를 비롯한 기습조는 연구소와 가장 가까운 연무장 위에 준비를 마친 채 대기하고 있었다.

한밤중이었음에도 불구하고 한연맹에 남은 인원들은 모두 연무장 주위에 모여 기습조를 배웅하고 있었다.

“조심히 다녀 오십시오.”

배웅을 하는 정형진의 눈가엔 걱정이 가득했다.

“복수를 위해 죽는다면 복수를 하지 않느니만 못합니다.”

정형진의 말에 남궁혜자가 털털하게 웃음을 터트렸다.

“무려 100년의 시간이다. 그 긴 시간을 건너 이제야 빚을 갚을 때가 왔는데 무엇이 아쉽겠느냐!”

“할머님!”

정형진이 떨리는 목소리로 말하자 남궁혜자가 귀찮다는 듯 손사례를 쳤다.

“걱정 말거라. 저 시우 놈이 우리를 어떻게든 살려 돌아 올 것이다. 제 놈도 그 정도는 가능하니 우리만 추린 것이겠지.”

남궁혜자의 말에 정형진이 정말이냐는 듯 눈으로 물었다.

“걱정마세요. 한 분도 다치지 않게 잘 모시겠습니다.”

정형진이 시우에게 다가가 손을 꽉 잡았다.

“잘 부탁하네.”

정형진의 눈길이 정소빈에게로 향했다.

정소빈은 아비의 마음은 아는지 모르는지 그저 시우의 곁에 서 있다는 것으로 기분이 좋아 보이는 듯 했다.

정형진이 작게 한숨을 쉬며 소빈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조심… 하거라.”

“걱정 마세요. 아버지. 전 더 이상 약하지 않아요.”

“그걸 아니 하는 소리다.”

정형진이 쓸쓸한 뒷모습을 보이며 연무장 아래로 내려갔다.

정우빈은 아직 남아 아쉬움 가득한 표정으로 시우를 바라보고 있었다.

“역시 안 되는 거지?”

우빈이 쓸쓸하게 자신의 허리춤에 차인 벨트를 만지며 말했다.

시우는 우빈에게 다가가 말했다.

“걱정마라. 너는 이번 일보다 더욱 가혹한 일을 겪게 될 거니까.”

시우의 말이 위로인지 놀림인지 알 수 없었다.

우빈마저 연무장 아래로 내려가자 시우의 양손에서 커다란 금빛 마법진이 생성되기 시작했다.

시우의 손 안에 있던 마법진은 연무장 바닥으로 스며들고, 평소 푸른색의 은은한 빛을 내던 연무장 바닥의 마법진은 환한 금빛을 뿜어내기 시작했다.

“공간이동은 허공으로 할 겁니다. 모두 낙하를 준비해 주세요.”

시우의 말을 끝으로 빛은 더욱 밝게 빛나기 시작했다.

[매쓰 텔레포트]

배웅하던 이들이 더 이상 눈을 뜨고 있을 수 없을 정도로 환한 빛이 장내를 감싼 순간이었다.

빛과 함께 11명의 인원이 감쪽같이 사라졌다.

연무장 일대에는 다시금 어둠이 내려앉았다.

정형진은 밤하늘을 올려보며 나지막이 말했다.

“부디….”

* * *

야토 시는 본격적인 상업 건물이 들어오지 못했다.

밤에 문을 여는 주점이나 빠칭코도 없었다.

그랬기에 야토 시의 밤은 여느 사람들이 사는 도시보다 더욱 어두웠다.

그런 어둠 사이로 빛 무리가 모여들기 시작했다.

별빛이 떨어진 것처럼 모여 들던 빛줄기는 어느새 환한 조명으로 바뀌었고, 번쩍하는 조명이 사라지자 신기하게도 십여 명의 사람들이 나타났다.

허공에서 나타난 사람들은 준비 했다는 듯 기민한 몸놀림으로 가볍게 바닥에 내려앉았다.

그 중 단 한 사람 젊은 홍안의 청년만이 검은 코트를 펄럭이며 중력을 거부한 듯 천천히 바닥에 내려앉았다.

인적이 없는 거리를 둘러보며 남궁혜자가 말했다.

“이곳이 야토가미를 떠받드는 이들이 모여 사는 도시냐?”

“네.”

“도시라기엔 인적이 너무 없구나.”

남궁혜자가 주위를 둘러보며 말했다.

주변은 아무리 둘러봐도 인적이 없었다. 가로등만이 덩그러니 켜져 있는 길거리와 고양이 한 마리 지나가지 않는 적막한 골목은 인공적인 도시의 모양 때문에 더욱 을씨년스럽게 느껴졌다.

남궁혜자의 말을 듣던 시우도 고개를 갸웃 거렸다.

“이전에는 이렇게 까지 인적이 없지 않았는데. 이상하네요.”

시우의 손에서 작은 마법진 두 개가 나타나 각기 반대 방향으로 날아갔다.

[뷰 마나 포스]

순식간에 확장한 마법진은 도시 전체를 빠르게 스캔했지만, 시우의 감각에 걸리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아무것도 없습니다. 아무래도 뭔가 일이 있었던 것 같네요.”

“일단 가보자.”

남궁혜자의 말에 시우가 앞장섰다.

모두 무인으로 이루어진 기습조답게, 야토가미의 황거 까지 가는 데 걸린 시간은 10분도 체 걸리지 않았다.

맨 처음 야토가미 황거를 향해 올라가는 계단을 밟는 남궁혜자가 스스로 읊조리듯 중얼거렸다.

“이곳에 닿는 데까지 100년이었던가.”

그녀의 심경이 어떤 지 모두들 잘 알고 있었기에 묵묵히 그녀의 뒤를 따랐다.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던 기습조는 의외로 쉽게 아니 싱겁게 황거 안으로 들어섰다.

그들의 예상과는 달리 황거 내부엔 아무도 존재하지 않았다.

“혹, 그들이 구출조를 치러 간 건 아닐까요?”

정순지의 말에 한세아가 답했다.

“구출조에겐 아무런 연락이 없었어요.”

“저번처럼 연락망이 끊긴 것은?”

“시우님의 조치로 더 이상 그럴 일은 없을 겁니다.”

“흠….”

정순지와 한세아가 대화 하고 있을 때. 시우가 앞으로 먼저 걷기 시작했다.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존재가 있네요.”

기습조는 서둘러 시우를 뒤따랐다.

황거 중심에 다다랐을 때. 시우의 걸음이 멈췄다.

기습조도 걸음을 멈추고 시우의 시선이 닿는 곳을 바라봤다.

조경이 꾸며진 공간의 중심엔 그림으로 그린 듯한 차가운 인상의 미남자가 작은 불씨를 바라보고 있었다.

기습조의 시선을 느꼈음인가.

미남자가 천천히 시선을 돌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예상보다 늦으셨군요. 시우 님.”

그의 입에서 건조한 음성이 흘러 나왔다.

시우는 미남자를 응시하며 말했다.

“넌 언제나 내 예상을 벗어나는 군. 류신.”

그림 같은 자태의 차가운 미남자. 다름 아닌 류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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