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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턴 투 다크위저드-109화 (109/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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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연맹의 수뇌부들은 의문이 가득한 표정을 풀지 못했다.

“전에 말씀드린 대로, 전투의 장을 한국에서 중국으로 옮기기 위함입니다.”

사람들의 표정에선 놀라움이 사라졌지만, 대신 걱정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이번 일로 인해 강호맹 뿐만 아니라 중국 상계 전체가 공분을 일으켰을 것이다. 단지 강호맹을 상대하는 것과 중국 상계 전체를 적으로 돌린 채 싸움한다는 것은 쉽지 않을게다.”

남궁혜자는 걱정스런 말을 이어 나갔다.

“특히나 중국 상계에는 이런저런 이유로 강호맹에 소속되지 않은 은거 기인들이 많다. 만약 이번 일로 그들이 나서기라도 한다면…….”

결과를 생각하고 싶지 않았던 남궁혜자는 말을 끊었다.

그녀가 말을 잇지 않았음에도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모두들 알고 있었다.

“알고 있습니다.”

시우가 입을 열었다.

“최고의 전략은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것이라 하지요. 하지만 인간사 언제나 자신의 뜻대로 되는 것은 아닙니다.”

시우의 표정엔 씁쓸함이 가득했다.

알게니하 대륙에서 얼마나 많은 싸움을 했던가.

그 모든 싸움과 전쟁이 시우의 뜻대로 흘러간 적이 없었다.

“이번 일로 강호맹과 한연맹은 척을 질 수밖에 없습니다. 더구나 휴전을 맺으려 해도 아직 힘이 한참이나 남아 있는 강호맹에서 그냥 넘어갈 리 없겠지요.”

시우가 고개를 들었다.

“피할 수 없다면 싸워야 합니다. 질 것을 알면서도 싸워야 할 때가 있습니다. 결코 우리가 저항하지 않고 굴복한다는 인상만은 절대로 상대에게 남겨 주어서는 안 됩니다.”

시우의 눈동자엔 단호함이 가득했다.

“싸우지 않고 굴복한다면, 처음엔 작은 것을 달라 할 것입니다. 그다음엔 좀 더 큰 것 그 이후엔 더 큰 것. 그리고 최후엔 우리의 모든 것을 달라 할 겁니다. 그렇기에 우린 싸워야 합니다. 전 그리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시우의 말에 남궁혜자가 눈동자를 격하게 떨었다.

100년 전.

이 나라가 일본의 손에 넘어간 이유가 무엇이었던가.

오랜 기간 노예처럼 살았던 이유는 무엇인가.

싸우지 않았기 때문이다.

비겁함으로 가득한 지배계급이 스스로의 안위를 위해 나라를 팔아넘기고, 백성을 위한다는 위선으로 백성들도 팔아넘겼다.

배신자가 떵떵거리는 세상이 되었고, 오랜 시간 쇠퇴한 정의는 해방 후의 배신자들을 위한 세상을 열어 주었다.

싸워야 할 때 싸우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좋다. 강하게 나가야 할 때가 있음이다.”

남궁혜자가 호탕한 웃음을 터트렸다.

“태백 정가의 무인들 모두를 데려가도록 하자.”

“어, 어머니!”

남궁혜자의 말에 정순지의 안색이 하얗게 질렸다.

“무엇을 남겨두려 하느냐? 이미 강호맹과 척을 진 상황. 이 싸움에서 이기지 못한다면 한연맹도 우리 정가에도 남아나는 것이 없을 것이다.”

“그, 그래도.”

두 사람의 대화를 듣던 시우가 끼어들었다.

“아닙니다. 전에 말씀드린대로 저와 우빈이만 갈 겁니다.”

“무슨 소릴! 넌 이제 최시우가 아닌 한연맹의 맹주다. 이런 일에 혼자 움직일 수 없다.”

시우가 고개를 저었다.

“이건 자존심을 위한 싸움이나 무의미한 저항을 위한 전쟁이 아닙니다. 한연맹을 이끄는 제가 책임을 지고 가장 앞서 나가야 하는 일이고, 혹시 모를 훗날을 대비해 한연맹은 힘을 비축하고 있어야 합니다. 또한 지금의 제 수준에선 일부의 인원들만이 공간이동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소수의 인원만이 움직이는 게 더 편합니다.”

시우가 그렇게까지 이야기하자 남궁혜자는 더 이상 할 말이 없었다.

“그럼 그렇게 처리하는 거로 하겠습니다. 몸이 피곤해서 더 이상 버틸 수가 없네요.”

시우가 앓는 소리를 하며 일어서다 어지러운지 휘청거렸고, 소빈이 재빨리 다가가 시우를 안아 들었다.

그 광경에 장내의 인물들은 방금까지 있었던 긴장도 잊은 채 웃음을 터트렸다.

* * *

“이미 척을 진 마당에 굳이 중국으로 들어오겠다는 의도가 뭐겠소?”

“장을 중국에서 열겠다는 건가….”

계상학의 읊조림에 다들 크고 작은 신음성을 내뱉었다.

“정상적인 이라면 단전을 고칠 방법을 알려달라던가, 사람을 보내라 하겠지요. 하지만 최시우는 직접 중국 땅을 밟겠다고 하였소. 이는 명백하게 우리와의 대적을 피하지 않겠다는 의미요.”

장송계는 계속 말을 이어갔다.

“그리고 이건 우리에게 생각할 시간을 주지 않겠다는 전략인 거 같소.”

장송계의 말에 정산명이 얼굴을 붉혔다.

장송계의 이야기를 듣는 순간 시우가 가진 힘이 진짜일 수도 있겠다 생각했던 탓이다.

“그렇다면 장 문주… 아니 맹주는 최시우가 가진 힘이 진짜가 아니라 생각하는 것이오?”

“나는 아니라고 보오.”

“어째서 그렇소?”

“진짜 힘을 가졌다면, 우리에게 이런 복잡한 요구 따윈 하지 않았을 것이오.”

강호맹을 창설할 때, 가장 골치 아팠던 존재가 천년마교였다.

강호맹에 소속되기 위해 상계의 수많은 방파들이 음과 양으로 계략을 꾸밀 때. 천년마교는 자신들의 요구만을 강요했다.

협의 따윈 없는 일방적 요구를 무시하는 것이 마땅했지만, 가장 강력하고 가장 큰 세력을 가진 천년마교를 빼놓고 강호맹을 만들 수는 없었다.

그렇게 천년마교는 자신들이 원하는 요구를 다 관철시키며 강호맹에 들어왔다.

“그렇다고 힘이 없다고 볼수도 없지 않소이까. 삼천이요. 무려 삼천.”

정산명의 말에 장송계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소. 정 문주의 말이 맞소.”

“…끄응. 어떻게 할 생각이오?”

“그 요구도 들어줄 생각이오.”

“이토록 질질 끌려다니기만 할 생각이오?”

정산명이 무책임한 장송계의 태도를 질책하듯 언성을 높였다.

“물론, 그럴 생각 없소이다.”

“허허, 답답하구려. 그냥 속 시원하게 이야기 해 보시오.”

“그에 대한 조사는 아까 이야기 한 데로 계속 진행 할 생각이오. 그리고 그 사이 우리도 준비를 해야하오. 계 문주.”

골똘이 생각에 잠겨 있던 계상학이 고개를 들었다.

“야토가미의 귀술은 언제쯤 사용할 수 있겠소?”

“이번 일로 자 파의 문도들이 많이 죽었소. 시간을 앞당기려 해도 인력이 부족하외다.”

계상학의 말에 장송계가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맹 내의 모든 자원을 아낌없이 지원하겠소. 최대한 시간을 앞당겨 주실 수 있겠소?”

장송계의 말에 계상학의 얼굴이 밝아졌다.

한동안 진문형의 홀대로 인해 맹 내의 영향권이 약화 되어 있었고, 그것은 곧장 모산파의 위세가 흔들리는 결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이전보다 더 확실한 지원을 받는다면, 모산파의 위세를 전보다 더욱 키울 수 있는 기회가 될 터였다.

“최선을 다해 보겠소.”

“부탁하오. 일단은 귀술이 해석이 될 때까지 최대한 최시우의 요구를 미뤄두겠소. 그 사이 우리는 모든 것을 동원하여 최시우를 상대할 방법을 알아내야 하오.”

“단지 귀술만으로 힘들지 않겠소?”

장송계가 명진을 바라보았다.

“명진 방장.”

“말씀하시죠.”

“명진 방장은 천년 마교로 가서 혁련 교주를 데려와 주시오.”

장송계의 말에 정산명이 놀라며 말했다.

“제 발로 들어간 자를 굳이 다시 끄집어낼 필요가 있겠소?”

“이 중 최시우를 상대했던 자. 그리고 상대할 수 있으리라 생각하는 자는 그가 유일하오. 그리고 지금 소실되어 버린 맹의 무력을 다시 채우기 위해선 마교가 필요하오.”

“끄응…. 그보단 새로운 문파를 합류시키는 것이 낫지 않겠소?”

“물론 그것도 진행할 것이오. 하지만 더 이상 자중지란을 통해 상대에게 득이 되는 일을 계속할 수는 없소이다.”

장송계가 탁자에 손을 대며 결연하게 말했다.

“우린 이미 한번 최시우를 죽일 수 있는 기회를 놓쳤소. 이제 다시는 그런 과오를 반복하면 아니 되오.”

강호맹은 정의를 표방하는 단체였다.

누군가를 죽인다는 말을 함부로 입에 올려선 안 됨에도 불구하고 그의 말에 이견을 제시하는 이는 없었다.

“아미타불.”

명진의 목소리가 그 어느 때보다 크게 장내를 울리는 것 같았다.

* * *

강호맹의 일 처리는 그 어느 때보다 빨랐다.

한연맹은 강호맹의 협의를 받아들여 요구했던 보상의 절반만을 받았다.

처음엔 한세아가 극렬하게 반대했지만, 삼천에 가까운 숫자의 엄청난 시체와 죽어가는 진문형의 상태를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는 의견에 결국 강호맹의 요구를 받아들였다.

강호맹에서 파견된 수백의 사람들이 일괄적으로 강호맹의 시체들을 처리했고, 진문형의 손에 수갑을 채워 돌아갔다.

그 뒤를 따라가는 무인들의 숫자는 초라하기 그지없었다.

“저들이 말한 대로 독단적인 행동일까요?”

한세아가 부지 밖으로 나가는 강호맹의 무인들을 보며 말했다.

“그럴 리가 있겠느냐? 무려 삼천이다. 일개 순번 맹주 따위가 움직일 수 있는 숫자가 아니다.”

남궁혜자 또한 그 광경을 함께 보고 있었다.

“그렇다면 저희는 알고도 당하는 거군요.”

“거대 집단들 간의 거래란 그런 것이 아니더냐.”

남궁혜자는 피식 웃으며 이야기를 했지만, 한세아는 곰곰이 생각에 빠져들었다.

“…그렇네요. 거래의 일부였죠.”

“왜 그러느냐?”

남궁혜자의 물음에 한세아가 밝게 웃으며 말했다.

“제가 그동안 힘에 너무 취해서 제 장점을 잊고 있었던 같아서요.”

“허허, 네게 또 다른 재주가 있더냐?”

한세아는 미화문을 운영할 뿐만 아니라 전투단원의 훈련을 도맡아 하고, 강력한 정령술을 부리며 한연맹의 중추적인 역할을 한다.

단순히 미모만 아름다운 재원일 뿐만 아니라 능력도 좋은 훌륭한 인재였다.

미화문의 문주만 아니라면 정가에 두고 싶을 정도로 욕심이 나는 이였다.

“어렸을 때부터 먹고 살기 위해 이런저런 재주들을 많이 익혔네요.”

“허허. 정말 용한 아이구나.”

두 사람이 대화하고 있을 때. 야구공 크기의 작은 빌리언트가 스르륵 다가왔다.

[남궁혜자님. 한세아님. 곧 회의가 시작됩니다.]

빌리언트의 말에 두 사람이 고개를 끄덕였다.

두 사람이 사이좋게 회의실에 들어서자 회의실에 먼저 앉아 있던 이들이 일제히 일어나 두 사람을 맞았다.

장내엔 가벼운 흥분감이 감돌고 있었고, 모든 이들의 얼굴엔 자연스러운 미소가 번져 있었다.

“쯧쯧 죽을지도 모른다고 울상을 하고 다니던 게 며칠 되지도 않았건만, 애들 보기가 부끄럽지도 않더냐!”

남궁혜자의 일갈에 뒤통수를 긁적이며 변명을 한 것은 곽동원이었다.

“그렇게까지 울상은 아니었습니다. 그리고 젊은 애들 앞에서 같이 좋아하지 못하니 지금만이라도 이해해 주십시오.”

이번 보상에 가장 큰 혜택을 얻은 것은 곽동원의 SNH팀이었다.

첫 번째 보상에선 전투에 직접 참여한 인원들을 챙기랴 국정원 팀은 뒷전이었고, 그 점에 대해서도 곽동원이 먼저 나서서 보상을 마다했었다.

하지만 두 번째 보상으로 미처 부족하게 배부되었던 영약과 보상금이 채워지고 나머지 것들은 한연맹에 보관하려 했던 것을 시우가 나서서 SNH 팀을 챙겨 준 것이었다.

이로써 이 일은 정보 수집과 분석에 집약되었던 SNH 팀 자체의 전력이 강화되는 효과와 더불어 한연맹과 정부 간의 관계를 더욱 끈끈하게 만들어준 계기가 되었다.

“쯧쯧 채신머리없는 것들.”

남궁혜자가 혀를 차며 자리에 앉았다.

곧이어 시우가 문을 열고 들어왔다.

시우의 안색은 며칠 만에 회복되었다.

삐쩍 말랐던 팔과 다리는 다시금 적당하게 살이 차올랐고 머리카락에도 윤기가 다시 돌았지만, 얼굴만큼은 다시 살이 찌지 않아 조금은 날카로운 인상처럼 보이기도 했다.

“다들 모여 주셔서 감사합니다.”

시우가 말하자 누군가 너스레를 떨었다.

“맹주님이 부르시면 지옥에라도 모여야죠!”

“하하하하.”

한바탕 웃음이 터져 나왔다.

“걱정마세요. 지옥에까지 가서 회의하지 않을 테니까요.”

시우마저 농담을 하자 분위기는 더욱 편해졌다.

“그런데 무슨 일로 이리 다 모이게 한 것이냐?”

“3차 포로 구출 계획에 관련해서 회의할 것이 있어 이리 모셨습니다.”

“응? 무슨 변수라도 생긴 게냐?”

2차 포로 구출 계획의 악몽이 떠올랐는지 몇몇 이들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었다.

“아뇨. 그건 아닙니다. 다만 작전을 하나 더 추가하고 싶어서요.”

“어떤 작전 말이냐?”

모든 이들의 시선이 시우에게 모였다.

“야토가미를 소멸시킬 생각입니다.”

“…!”

“!!”

시우의 말에 분위기는 찬물을 끼얹은 듯 차갑게 가라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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