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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턴 투 다크위저드-105화 (105/200)

105

사안의 중요성에 비해 진문형의 음성엔 들뜬 기색이 가득했다.

“미화문의 한세아가 강형산을 공격하고 직접적으로 동맹이 깨졌다는 이야기를 전해왔소.”

“공문이 왔다고 하지 않았소?”

계상학이 묻자 진문형이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

“뭐, 자신들의 입장을 부풀리는 쓸데없는 말들이오.”

“하지만 이런 식의 행동들은 맹 내부에서도 잡음을 일으킬 것이오.”

거듭된 계상학의 경고에 진문형이 결국 버럭 소리를 질렀다.

“그러게 계 문주가 최시우보다 뛰어났으면 이런 일이 없지 않았겠소?”

계상학의 얼굴이 뻘겋게 달아올랐다.

“뭐, 뭣이오! 그럼 이 사태의 모든 책임이 나 때문이란 말이오!”

진문형은 한심스럽다는 듯 숨을 내쉬며 말했다.

“애초에 모산파가 강호맹에 육존의 자리를 차지할 수 있었던 이유가 뭣이오? 그 알량한 야토가미의 술법을 막아내라고 앉혀 준 것 아니오? 그런데 야토가미 대응책이라는 것도 반쪽짜리 아니었소?”

“우리 모산파가 그동안 얼마나 큰 희생을 해 온지 모르고 하는 말이오?”

“그러니까 그 희생이란 것도 결국 모산파가 모자라서 그런 거 아니오? 최시우란 자는 야토가미의 귀술에 대항할 수 있는 무기까지 만들어 주술사들의 희생을 최소화하지 않았소? 그 어린 애송이도 할 수 있는 걸 왜 수백년의 역사를 가진 모산파는 못하는 것이오?”

진문형의 말에 계상학은 대답 없이 몸을 부들부들 떨 뿐이었다.

“더구나 야토가미의 일도 그렇소. 모산파가 빨리 일을 처리해서 우리가 야토가미의 힘을 얻었으면 이처럼 무리한 일을 할 필요가 무에 있었겠소? 다 모산파와 계문주가 무능해서 이런 일이 벌어진 지 모르고 왜 계속 쓸데없는 말만 하시오!”

계상학이 이를 뿌드득 갈며 말했다.

“맹주, 방금 그 언행은 맹주로서 공식적인 말이오?”

“이번 일로 자파의 강형산이 큰 부상을 입고 병원에 누워 있소. 이것은 강호맹의 맹주로서의 말뿐만 아니라 화산파의 문주로서 입장을 밝힌 것이오.”

계상학은 죽일 듯 진문형을 바라봤다.

“……내 오늘의 치욕은 절대 잊지 않겠소.”

계상학은 말과 함께 회의장을 나섰다.

“너무 하시었소.”

장송계가 책망하듯 말했다.

“계 문주는 회의론자요. 그가 있으면 우리의 계획이 아무것도 실행될 수 없소. 나 또한 그가 모든 문제의 원인이라 생각하지는 않소. 하지만 이대로 있다간 천재일우의 기회를 그냥 놓칠 거라 생각하오.”

진문형의 말에 다른 이들은 입을 다물었다.

“정말 확신하오?”

장송계가 다시 물었다.

“지금 한연맹은 위태한 상황이오. 야토가미와의 전쟁의 후유증이 아직 가시지 않았고, 새롭게 창설된 연맹은 정비가 되지 않아 오합지졸이나 마찬가지요.”

진문형은 스크린을 가리켰다.

스크린에는 현재 강호맹의 무력과 한연맹의 무력 수치 등이 적혀 있었다.

“정보부에서 분석한 자료요.”

강호맹의 무력 그래프는 스크린 끝에 닿아 있었지만 반대로 한연맹의 그래프는 강호맹의 5분의 1도 되지 않았다.

“현재의 이 그래프가 차후엔 이렇게 바뀌오.”

그래프의 하단에는 시간에 흐름에 따라 변화하는 그래프들이 보였다.

강호맹의 그래프가 상대적으로 작아지는 반면 한연맹의 그래프는 올라가는 속도가 비약적이었다.

“정보부에선 이런 무력의 차가 최시우의 마법 때문이라고 보고 있소.”

진문형의 말이 끝날 즈음엔 한연맹의 그래프가 강호맹을 넘어있었다.

“무슨 말인지 아시겠소?”

“하지만 최시우의 상태를 확실히 파악하지 못하지 않았소?”

진문형은 고개를 저었다.

“한연맹의 태도를 보면 알 수 있소.”

“어떻게 말이오?”

“그들은 필요 이상으로 과격하게 우리를 막아섰소. 더구나 동맹 파기라는 카드까지 꺼내든 시점에서 그들의 입장을 생각해 보면 결국 최시우의 부재를 절대로 알려선 안 된다는 것으로 분석되오.”

진문형은 스크린을 끄고 탁자로 다가와 손을 짚었다.

“그가 수련을 하고 있는지 치료를 하고 있는지 알 수 없지만, 그가 지금 움직일 수 없는 상태라는 것은 확실하오. 지금 치지 않으면 앞으론 한연맹이 강호맹의 머리 위에 있을 것이오.”

진문형의 말은 남은 사람들의 불안을 자극했다.

“어쩌시겠소? 사태를 지켜보다가 자리를 내어 주시겠소?”

진문형의 질문은 대답을 원치 않는 질문이었다.

그의 예상대로 아무도 답하지 않았다.

“그럼 진행하겠소.”

* * *

조명이 켜지지 않은 어둑한 방 한가운데엔 작은 화로가 놓여 있었다.

작은 화로는 나무 대신 사람의 손을 태우며 파란 불꽃을 일렁이고 있었다.

벽 쪽에 앉은 오오가미의 얼굴은 회복되어 더 이상 괴로운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오오가미의 회복을 위해 수십의 음양사와 귀무사들이 희생되었지만, 오오가미의 회복에 비하면 그들의 희생은 미약했다.

눈을 감고 있던 오오가미가 눈을 떴다.

특유의 핏발이 가득한 그의 눈동자는 그 존재만으로 사람들에게 섬뜩한 느낌을 주었다.

“최시우가 사라졌다.”

끔찍한 그의 목소리가 장 내에 울린다.

그의 앞에 부복한 류신은 담담히 물었다.

“어디로 갔습니까?”

“알 수 없다.”

오오가미는 확신에 찬 음성으로 말을 이어갔다.

“그는 힘을 더 얻기 위해 사라진 것이다.”

류신은 무표정한 얼굴로 물었다.

“그가 마지막으로 있었던 곳이 어디였습니까?”

“한연맹의 부지.”

“다른 곳에선 흔적을 남기지 않았습니까?”

류신의 질문에 오오가미가 눈썹을 일 그리며 말했다.

“나의 신체는 이 세상 어디에 있어도 알 수 있다!”

“……죄송합니다.”

오오가미의 말에 의문을 가졌다는 것만으로도 이미 죽어 마땅한 일이었다.

“사천신이 남아 있었다면 네놈의 생은 여기까지였을 것이다.”

“……명심하고 있습니다. 죗값은…… 차후에 꼭 받도록 하겠습니다.”

오오가미가 혀를 찼다.

“사천신의 부활은 어디까지 준비되어 있느냐?”

류신이 고개를 들었다.

“사실 그것으로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무엇이냐?”

“이번엔 새로운 귀술을 이용해 그들을 부활시켜야 할 것 같습니다.”

“이미 최강의 귀술이다!”

오오가미의 음성에 내부가 흔들렸다.

류신은 냉정함을 끝까지 놓지 않고 차근차근 이야기했다.

“최시우 그자의 힘은 저희들에게 독일뿐더러 혼자의 몸으로 저희와 비등한 무력을 행사했습니다. 똑같은 사천신으로 그를 대항한다는 것은 전략의 단계로 나아가는 것 이상의 효용이 없으며 야토가미의 전통처럼 압도적이고 확실하게 적을 상대할 수 없습니다.”

심경을 거슬리는 말이었지만 오오가미는 덧붙이지 않고 가만히 듣고 있었다.

“더구나 극강의 무력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 그가 더욱 강해진다면 과연 저희들의 힘만으로 상대할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뭐가 다른 것이냐?”

“더 많은 희생이 필요합니다.”

“그것은 상관없다. 신민들이야 언제든 희생을 각오한 충직한 신하들이니까. 하지만 성공확률은?”

“기존 귀술과 같습니다.”

“그것으로 최시우를 상대할 수 있느냐?”

“새로운 사천신은 최시우 뿐만 아니라 중국의 강호맹도 상대할 수 있을 겁니다.”

“좋다. 준비해라.”

“알겠습니다.”

류신은 깊숙하게 고개를 숙였다.

* * *

한연맹의 입구를 비롯한 부지 일대는 인산인해였다.

본래 한국 땅을 밟았던 육천의 인원들 중 절반에 해당하는 삼천의 인원이 한연맹 주변을 가득 메웠다.

그동안 강호맹의 인원들을 책임지던 한라검문과 해도문을 비롯한 강호맹파 인원들은 이번 사태에 대해 쌍수를 들고 환영하며 한연맹을 규탄한다는 공문과 함께 자파의 모든 인원들을 이끌고 이번 일에 동참했다.

한연맹의 무인들은 그들의 압도적인 수에 질려버렸고, 두려움에 떠는 자들도 허다했다.

“비켜서라.”

진문형이 자신들의 앞을 막고 있는 미화문의 전투원들을 향해 말했다.

은은한 살기를 띠고 있는 그는 금방이라도 살수를 펼칠 듯했다.

“허락받은 자 외엔 들어설 수 없습니다.”

미화문의 전투원들 맨 앞에 선 김준상은 최대한 두려움을 감추며 말했다.

“사태를 더욱 악화시킬 참이냐?”

진문형의 물음에 잠시 고민하던 김준상이 말했다.

“그렇다면 맹주님만 들어오십시오. 다른 이들의 입장은 허락할 수 없습니다.”

김준상의 말에 강호맹의 무인들이 반기를 들며 나섰다.

“감히 네놈이 우리에게 명령을 하는 것이냐!”

“한연맹의 애송이가 간계를 꾸미는구나!”

“그것은 우리가 허락할 수 없다!”

무인들이 나서서 말을 하자 김준상은 더욱 단호히 말했다.

“그렇담 아무도 들어설 수 없소!”

김준상의 말에 강호맹의 무인들이 검을 뽑았다.

“한연맹에서 가장 먼저 죽는 놈이 네놈이겠구나.”

김준상도 지지 않겠다는 듯 검을 뽑아 들었다.

“혼자 죽진 않을 것이오!”

일촉즉발의 상황.

척척척척척척척.

한연맹의 부지 안쪽에서 한연맹의 무인들이 일제히 걸어 내려오기 시작했다.

한연맹의 맨 앞엔 한세아와 남궁혜자를 비롯한 한연맹의 대표들이 섰다.

전투 복장 차림의 한세아가 앞으로 나섰다.

“대체 이게 무슨 짓입니까?”

그녀의 표정은 평소와 달리 차가웠다.

“한연맹은 동맹인 강호맹의 맹도이자 본 파의 제자인 강형산을 공격하여 큰 부상을 입혔다. 이에 한연맹과 맹주인 최시우에게 책임을 물으러 왔다.”

“강호맹은 동맹인 한연맹의 부지에 강제적 입맹을 시도했고, 이는 맹규에 어긋나는바 정당한 처벌이었습니다. 처음부터 동맹인 한연맹의 말을 믿지 않고 자신들의 의견만을 관철시키려한 이유가 뭐지요?”

“최시우가 우리에게 알려 주지 않은 야토가미의 귀술을 익히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이는 동맹이었던 우리를 우롱하는 행위다.”

진문형의 말에 한세아가 헛웃음을 내뱉었다.

“맹주님은 야토가미의 귀술 따위를 익히실 필요가 없습니다. 더불어 동맹의 주요 내용은 야토가미의 귀술의 힘을 서로 나눠 가지려 함이 아니었습니까?”

한세아의 말에 진문형이 버럭 소리를 질렀다.

“그렇다면 왜 야토가미의 힘에 대해선 공유하지 않는 것이지? 우리가 진정한 동맹이었다면 최시우가 알고 있는 비밀의 힘에 대해서도 알려줬어야 하는 것이 의무다!”

진문형의 말에 한연맹의 사람들은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이 되었다.

한세아는 그의 말에 분노는커녕 오히려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이토록 쉽게 뒤집힐 동맹의 관계가 얼마나 대단하다고 그런 비밀까지 공유하겠습니까?”

한세아가 비웃듯 이야기하자 진문형이 몸을 부르르 떨었다.

“오냐! 그렇다면 우리를 위협할 만한 비밀을 알고 있다는 말이렷다!”

한세아는 더 이상 대화가 이어지지 않는다고 판단하곤 고개를 저었다.

“당장 최시우를 데려와라! 그와 직접 이야기하겠다!”

진문형의 옷이 부풀면서 강하게 펄럭거렸다.

그의 투기가 사방으로 퍼지면서 한연맹의 무인들은 자신도 모르게 두세 걸음 물러났다.

“맹주님은 아무나 쉽게 만날 수 있는 분이 아닙니다!”

한세아도 지지 않고 기세를 끌어 올렸다.

“네가 죽음을 재촉하는구나!”

한세아의 말에 분노를 참지 못한 진문형이 검을 뽑았다.

“거, 검강!”

그의 검 위로 떠 오른 기의 집합체를 보고 탄성이 터진 쪽은 한연맹이었다.

“만나게 해주지 않는다면, 우리 힘으로 만나겠다.”

진문형이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검을 휘둘렀다.

보라색의 강기는 한세아의 목을 노리고 총알처럼 날아갔다.

날아드는 강기에 한세아는 입술을 질끈 물었다.

한 번도 받아본 적 없지만 강기에 응축된 힘의 압력이 기존에 받아보던 힘들과는 차원이 다른 건 느낄 수 있었다.

‘막지 못한다.’

주변인들에게 도움을 요청하고 싶었지만, 남궁혜자를 비롯한 혜강등도 한발 늦은 상태였다.

시우가 만들어준 아티팩트 덕분에 죽음은 면할 수 있겠지만, 부상은 피할 수 없을 터였다.

‘그렇다면, 전력으로 막는다.’

죽음까지 각오한 그녀가 정령을 이용해 강기를 막으려던 찰나.

가벼운 바람이 한세아를 지나 강기를 향해 불었다.

미약하고 아주 가벼운 바람이었다.

강기 따위엔 영향도 끼치지 못하는 그런 가벼운 바람.

그 바람을 타고 온 작은 검이 강기와 부딪쳤다.

그 장면을 보던 모든 이들은 무모한 행동이라 생각했다.

“저, 저건!”

하지만 결과는 그들의 예상과 달랐다.

파스스.

가벼운 바람을 타고 나타난 검은 막대한 무력을 뽐내는 강기를 산산조각 내버렸다.

툭.

가벼운 발걸음이 땅에 닿았다.

아직 원숙한 여인의 모습을 갖추지 못했지만, 묻 남성들의 시선을 빼앗을 만한 매력적인 여성이 검을 들고 오연하게 한세아와 진문형의 사이에 섰다.

그리고 청명한 목소리로 말했다.

“시우 님을 노린다면 살아 돌아갈 수 없을 겁니다.”

그녀의 말에 한연맹의 무인들이 환호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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