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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턴 투 다크위저드-102화 (10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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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소 지하의 마지막 층엔 수많은 현대 병기와 폭탄 물리적 마법 장치들이 준비 되어 있다.

이 커다란 공동의 사용 목적은 단 한 명의 침입자를 막기 위함이었다.

한명의 대인 살상을 위해 사용되는 공간과 마법적 에너지는 낭비처럼 보였다.

하지만 그 한 명의 존재가 한반도에 있는 모든 인류의 위협이 되는 존재라면.

“오히려 부족한 편이지.”

시우가 쓴웃음을 지었다.

빌리언트는 어느새 그의 주변으로 날아왔다.

[사용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마스터]

현대식 무기와 물리 마법 장치들은 모두 빌리언트의 통제 아래 있다.

초당 4경 9000조 번의 연산이 가능한 빌리언트는 최적화를 통해 침입자를 죽일 수 있는 모든 확률을 계산한다.

그럼에도 완벽히 막아 낼 수 있을 거라 자신할 순 없었다.

“실패하게 되면, 제로 프로토콜을 실행하도록 해.”

[한국에선 이럴 때 이런 이야기를 하더군요. 무운을 빌겠습니다. 마스터.]

“한국 사람 다됐네.”

시우는 정중앙에 서자 원형의 판이 갈라지며 아래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연구소의 마지막 층에서 30m 더 내려가는 공간에는 오직 이 마법식 이동장치밖에 존재하지 않는다.

시우의 모습을 한 침입자가 공간 도약을 시도할 것을 대비하여 원형의 통로부터 지하 내부의 공동까지는 안티 텔레포테이션 결계가 3중으로 설치되어 있었다.

이 지하 공동에 들어선 자는 나가기 위해서 36자리 비밀번호와 마나의 특성 일곱 가지가 담긴 마법을 실행시킬 수 있어야 했다.

억지로 공간 도약을 시도하거나 이 일대의 공간을 파괴하려는 시도만으로도 위에서 대기 중인 빌리언트는 이곳 일대와 연구소 전체를 폭발시킨다.

2만 톤에 가까운 무게가 머리 위로 떨어지고, 이곳에 존재하는 이는 쉽사리 나갈 수 없게 된다.

“나도 여기서 죽을 수 있다는 거지.”

7서클에 오르지 못하면 죽는다.

마성에 지배당하면 죽는다.

이곳에 들어선 순간 시우에게 도망칠 길 따윈 존재하지 않았다.

“언제나 도망칠 곳 따윈 없었어. 너도 알잖아?”

시우가 뒤를 돌아보며 물었다.

그곳엔 시우와 똑같은 모습을 한 시우가 날선 눈으로 시우를 바라보고 있었다.

* * *

야토가미의 황거는 필요 이상으로 조용했다.

부서진 황거의 수리를 해야 하는 인력까지 모두 내보내고 외부인의 출입을 막았다.

그런 반면에 하루가 멀다 하고 부상자들이 늘어가는 야토 시의 병실을 보면서 야토 시의 주민들은 불안에 떨기 시작했다.

“어째서 야신께선 계속 보고만 계시는 거지.”

“나도 들은 이야긴데, 야신께서도 ……이번에 그…… 한테 당했대.”

“뭐!!”

너무 놀란 나머지 목소리가 커지자 이야기를 꺼냈던 상대의 입을 막았다.

“정신 안 차려! 여기가 어딘지 잊었어?”

막은 입을 떼어낸 이가 신경질을 부렸다.

“퉷퉤! 어디 드러운 손을……. 내가 무슨 소릴 했다고 난리야!”

“입조심해! 우리가 누구 덕에 먹고 사는지 잊었어? 언제나 어디서나 행동거지 조심! 그분들은 어느 곳에서나 우리 얘길 듣고 계시다고!”

“……나참……. 근데 왜 아직까지 조용하지? 난리가 났어도 진즉에 난리가 났어야 하는 거 아냐?”

“그러니까. 걱정인거지. 너무 조용하잖아.”

“진짜 악마…… 한테 당한 건가?”

“…….”

“진짜 악마한테 당한거면, 오오가미님은 신(神)이 아닌 건가?”

불경한 말이 입에서 튀어나왔지만, 유난을 떨던 이도 그의 말에 생각이 복잡해져서 말문을 잇지 못했다.

“야가미가 당했는가?”

오오가미의 입에서 찢어지는 목소리가 뱉어져 나왔다.

류신은 말없이 오오가미를 바라봤다.

오오가미는 질문 따위는 일절 하지 않는다.

그는 앉아서 모든 것을 보고 모든 것을 알고 있다.

그가 곧 이 세계고 이 세계가 곧 그였다.

하지만 최시우에게 당한 뒤로 곧잘 다른 모습을 보여주기 시작했다.

“몸은 어떠십니까.”

류신 또한 한 번도 한 적 없는 질문을 던졌다.

“머릿속이 혼탁하다. 수백, 수천의 악령이 비명을 지르고 있다.”

다크 사이트가 남기고 간 독은 생각보다 더 강력했다.

다크 사이트 자체가 가지고 있는 절망의 흔적들이 귀력으로 가득 찬 오오가미의 몸과 만나면서 물 만난 듯 급속도로 강력해지며 온몸으로 퍼져갔다.

“그의 힘은, 우리 귀력에게 독이다. 주의하라.”

자식이 죽었을 때도 아무렇지 않게 행동했던 그였다.

류신의 표정은 변함이 없었지만, 머릿속은 그 어느 때보다 복잡하게 계산하고 있었다.

“노예들을 빼가고 있다지? ……야가미는 그것을 막으 ……려다 당한 것인가?”

오오가미는 한 번의 대화에서도 몇 번이나 고통스러운 듯 머리를 흔들고 있었다.

“그를 죽일 방법은 있겠지?”

“한 가지 방법을 생각해 냈는데…… 쓸 수 없게 되었습니다.”

“결국 내가 나서야 하는가.”

오오가미가 상대를 그려보듯 고개를 들어 천정을 바라봤다.

“제게 방법이 있습니다.”

“무엇이지?”

“준비가 되면 말씀 드리겠습니다.”

류신의 말에 오오가미는 잠에 들 듯 힘겹게 눈꺼풀을 감았다.

류신은 발소리가 나오지 않게 조심히 공간을 나갔다.

* * *

“언제 이렇게 큰 거지?”

시우가 자신과 똑같이 생긴 존재를 바라보며 말했다.

시우와 똑같은 외향을 가진 존재는 대답하지 않은 채 주위를 둘러보며 말했다.

-재밌는 공간이네.

공간의 벽면을 만지던 존재가 시우를 보며 입꼬리를 한껏 치켜들었다.

-이런 공간에 가두면 ‘너’를 막을 수 있을 거라 생각했나?

“물론 평범한 인간이라면 이런 곳에서 살아나갈 수 없잖아.”

-‘너’를 너무 과소평가 하는 건 아닌가?

“내 질문에 아직 답을 안 했는데. 왜 내가 알던 그 모습이 아닌 거지?”

-잊은 거야? 넌 벌써 한번 이 길을 걸었어. 똑같은 길을 걷는 것이 너만이 아니잖아.

“그런 것치곤 내 예상을 웃도는 데. 이 정도면…… 거의 8서클인건가?”

시우의 외형을 가진 존재가 자신의 손을 쥐었다 폈다를 반복했다.

-아아, 이전에 제법 재미난 존재를 손에 넣어서.

존재의 이야기를 듣던 시우가 생각난 듯 말했다.

“……오오가미. 내가 그걸 간과했군.”

-그렇게 긴장할 거 없어. 나도 똑같은 것을 두 번 겪다 보니 머리도 좀 돌아가는 거 같고. 내가 ‘너’가 된다 해서 네가 생각하는 그런 일은 벌어지지 않을 거야.

존재의 이야기에 시우가 피식 웃음을 터트렸다.

“알게니하 대륙에서 마계의 침공보다 걱정되었던 게 네놈의 존재였다.”

-나도 좀 놀라긴 했지, 내가 알고 있는 새로운 ‘기존의’ 지식들은 알게니하 대륙과는 차이가 꽤 컸으니까. 진짜로 이런 세계가 있는 줄은 몰랐어.

“그럼 내가 지금 얼마나 더 큰 걱정을 하는지도 알겠네? 그럼 순순히 사라지지 그래.”

존재는 잠시 생각하는 듯 고개를 들었다가 양옆으로 저었다.

-아니야, 내 생각엔 이 세계에서는 너보다 내가 더 나을 거야. 이토록 악(惡)으로 가득 찬 세계라니. 나는 이곳이 너무 마음에 들어.

“끔찍한 소리를 하는구나.”

-너도 알고 있잖아? 이곳 인간들은 스스로를 죽이면서도 그 사실에 대해 외면하고 있지. 악행을 부리면서도 위선을 떨고, 자신의 탐욕을 도덕으로 위장한 사회라니. 난 마계보다 이곳이 더 맘에 들어. 그리고 너 또한 이곳을 엉망진창으로 만들고 싶어 하잖아?

“그러니까 네놈에겐 줄 수 없다는 거야.”

-그건 주고 말고의 문제가 아냐. 내가 알아서 가져갈 테니까.

시우를 노려보던 존재가 손가락을 딱 튕겼다.

어둑한 공간은 갑작스레 끝도 없이 넓게 들판이 퍼져 있는 평원으로 바뀌었다.

“그리운 공간이네. 오벤 평원인가.”

-아무래도 옛 추억을 다시 살리는 것이 좋을 것 같아서 말이야.

“우리의 추억엔 저런 존재는 없었을 텐데.”

시우가 손가락으로 가리키자 죽은 백면궁의 무인들과 야토가미의 무사들이 보였다.

-업데이트했지. 한국은 인터넷이 가장 빠른 나라잖아.

“더럽게 재미없는 농담이네. 이로써 네가 내가 되선 안되는 가장 큰 이유가 생겼다.”

야토가미와 백면궁의 인원들 옆으로 알게니하 대륙의 수백의 몬스터들과 마계의 악마들이 줄지어 서 있었다.

-다들 적응할 거니까 걱정마.

시우의 몸 위로 검은 코트가 생겨나기 시작했다.

그의 손엔 검은 색의 완드가 쥐어졌다.

“내 스스로가 용서가 안 된다!”

* * *

강호맹의 건물 최상층.

맹의 육존들이 가장 중요한 의사 결정부터 사소한 결정까지 모두 이뤄지는 이곳엔 절대자 여섯 명을 제외한 인원들을 들어 올 수 없었다.

그만큼 중요한 자리였기에 육존들 또한 자리를 비우는 일이 없었다.

하지만 오늘은 어쩐 일인지 한 자리가 비어 있었다.

“혁련교주는 개인적인 사정이 있어 당분간 교내에 머물겠다는 말을 전해 왔소.”

소식을 전하는 진문형의 표정은 일견 상쾌함도 깃들어 있었다.

사사건건 회의를 지연시키고 자신의 뜻대로 하려는 이가 사라져서 아쉬운 마음보단 편한 마음이 더 컸다.

“아직 한국에서 돌아오지 않은 것이오?”

장송계가 묻자 진문형이 고개를 저었다.

“그건 아니오. 교주의 호위대가 중국으로 돌아왔다는 소식을 맹에 전했소.”

“……혹, 교주가 그에게 진 겁니까?”

언제나 말이 없던 소림사의 명진이 말하자.

다른 이들이 긴장된 표정으로 명진과 진문형을 바라보았다.

“음…….”

혁련무궁이 중국으로 돌아오지 않고 한국에 남아 있는 이유에 대해선 다른 이들도 쉽게 예측할 수 있었다.

그를 가장 가까이에서 봐온 이들이었기에 그의 행동을 예측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하지만 그들의 예상 안에선 한국에서 돌아온 혁련무궁은 자신의 무용담을 과시하며 득의양양해야 맞았다.

허나 그런 그가 강호맹이 아닌 마교로 돌아가 한 달째 돌아오지 않는 행보는 의문점을 가지게 했다.

“그건 아닌 거 같소. 교주는 한연맹에 들렀다가 바로 나왔다고 하오.”

“호위대야 그렇게 말하지 않겠오?”

“이건 한연맹에도 확인해본 봐요.”

진문형이 이야기했지만 쉽게 납득하는 분위기는 아니었다.

“만약 최시우가 혁련무궁을 상대로 승리를 거뒀다면 그 일에 대해서 그냥 넘길 리 없지 않겠소.”

혁련무궁은 자타공인 강호맹의 최강 전력이다.

단일로도 그렇고 그의 세력으로도 그렇다.

그런 그를 이겼다면 최시우 측에서도 대놓고 숨길 리가 없었다. 아니 오히려 이 일을 계기로 뭔가 더 뜯어내거나 거래에서 유리한 협상을 하려 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와는 반대로 한연맹은 거래를 신속하게 진행하길 바랬다.

“그 얘기는 잠시 뒤에 하도록 하고, 일단 우리 이야기를 합시다. 계 문주. 야토가미의 귀술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소?”

진문형의 물음에 계상학의 얼굴에 수심이 깊어졌다.

“아직 진행이라 할 만한 것도 없소. 대체 어떤 금제를 가한 건지. 아무리 술법을 걸어도 소용없소.”

“그럼, 앞으로도 진척은 없을 거란 말이오?”

“그건 아니오. 화학적인 요법을 이용해 볼 생각이오.”

“화학적 말이오?”

계상학의 말에 진문형이 놀라며 되물었다.

“……어쩔 수 없소. 그게 아니면 지금으로선 달리 방법이 없소.”

“음…….”

계상학의 말에 다른 이들의 반응도 진문형과 그리 다르지 않았다.

그 반응을 알면서도 계상학은 말을 이어 나갔다.

“어차피 살려서 되돌려 보낼 것도 아니지 않았소? 거기에 대해 생각해 보시오. 야토가미의 귀술은 지난 100년간 우리에게 가장 끔찍한 힘이었소.”

계상학의 말에 사람들은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아미타불.”

“만약 저들 스스로 입을 연다면 화학적 요법은 쓰지 않을 것이오. 하지만 끝까지 버틴다면 어쩔 수 없는 일이라 생각하오.”

계상학의 이야기를 듣던 진문형은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소. 진행 상황을 공유하는 정도로 마무리 짓겠소. 가장 중요한 이야기인데……. 사실 이 이야기는 아까 우리가 했던 이야기와도 관련이 있소.”

진문형의 말에 사람들의 시선이 집중되었다.

“최시우가 한 달째 대외활동을 하지 않는 다 하오. 이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 하오.”

진문형의 말에 장내엔 급격한 긴장감이 감돌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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