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리턴 투 다크위저드-101화 (10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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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포로 구출 계획을 끝으로 구출 계획은 잠시 중단 되었다.

태백 정가의 극심한 피해로 그동안 구출 계획을 주도했던 무인들이 사망했고, 부상으로 몸져누운 이도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3차 포로 구출 계획은 야토가미에 대한 공격을 동반한 작전으로 다시 재편되었고, 그 사이 강호맹과의 거래를 통해 내실을 다지기로 했다.

미화관은 미화문으로 공식적인 이름을 바꾸고 한세아는 문주에 올랐다.

시우는 미화문과는 떼려야 땔 수 없었기에 태상문주에 이름을 올려 공식적으로 미화문을 이끌게 되었다.

동시에 한국 상계에 흩어져 있는 중·소 문파들을 모두 모아 한국 상계 연맹을 창설하고 연맹의 본부를 시우의 연구소 일대로 했다.

맹주를 누가 맡느냐에 대한 소란이 잠시 일기도 했었지만, 보타암의 혜광과 태백 정가의 남궁혜자의 추대로 최시우가 초대 맹주를 맡게 되었다.

한라검문과 해도문을 따르던 문파들도 몇몇 곳을 제외하곤 한연맹의 소속되기를 바랐다.

최시우는 그들을 내치지 않았지만, 처음부터 함께 싸워온 이들과 후에 들어온 이들을 차등으로 분류하여 관리했다.

한연맹은 첫 공식 일정으로 강호맹과의 협약을 이행했다.

강호맹은 야토가미의 무사들과 음양사들을 데려갔고, 약속했던 자금과 영약들을 보내왔다.

최시우는 먼저 영약들을 공평하게 나누고, 그동안의 전공을 따져 추가로 영약을 나누었다.

최시우가 속한 미화문과 태백 정가가 더 많은 양을 가져간다 해도 아무도 뭐라 하지 않았겠지만, 최시우와 태백 정가의 이런 결단에 많은 무인들이 환호를 보냈다.

미화문은 본격적인 상계의 세력으로 거듭나기 위해 내부 조직도를 정리했다.

대부분이 군 특수훈련을 받은 이들이었기에 다른 문파들과 달리 군대 조직도와 비슷하게 조직을 구성했다.

인원이 백을 넘지 않는 소규모였기에 4개의 소대를 나누고 4개의 소대는 5인이 하나인 3개의 분대로 나눴다.

부대장은 김준상이 맡았고, 자연스레 대장의 직위는 한세아가 맡게 되었다.

“정령부대의 영약 복용 현황은 어떻게 되지?”

“소림사의 대환단보다는 무당의 태청단이 더 많은 증진을 가져왔어요. 그 외에도 저희 전투원들에게는 가공된 영약보단 천연 영약이 더 효과가 좋은 것 같아. 타 문파롸 교환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고개를 끄덕이던 시우가 물었다.

“중소문파들의 불만은 없어?”

시우의 질문에 한세아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아뇨, 되려 정제되지 않은 영약은 무인들에게 독이나 다름없기에 교환하는 것에 대해선 큰 부담감은 가지지 않고 있어요.”

“잘 됐군. 문 내에 새로운 사람들이 들어왔다며?”

“저희가 어렸을 적부터 알던 친구들이 새로이 들어왔고, 상계에서도 무너진 문파들 중에 적을 두고 싶어 하는 이들이 있어 받아들였습니다. 다만 이미 무공을 익혔기 때문에 정령부대에 넣기는 좀 곤란하고요.”

“무인들은 따로 부대를 편성시켜, 이미 합격진의 손발이 맞아 가는 이들 사이에 넣어봤자 손발만 더 엉킬 테니까.”

“네. 그렇게 처리하겠습니다. 근데 집에는 뭐라고 이야기하셨나요?”

한세아가 생글거리며 묻자 시우가 툴툴 거리며 답했다.

“기숙학원에 들어간다고 했어. 전화번호는 문주 집무실 전화로 연결해 놨으니까. 혹시 연락 오면 잘 둘러대 줘.”

“알겠어요. 혹시 지혜 양에게 전화 오면 다른 사람이 생겼다고 이야기 해도 될까요?”

“…….”

시우가 한세아를 새우눈으로 노려보았다.

“문주 요즘 장난이…….”

시우가 불만을 터트리려 할 때 한쪽에서 하이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시우 님!”

연무장에서 무공을 수련하던 정소빈은 극상의 신법을 펼쳐 시우 앞에 솟아나듯 나타났다.

“저, 저것이!”

한참 연무장에서 정소빈의 자세를 봐주던 남궁혜자는 혀를 끌끌 찼다.

그녀의 태백신보의 경지는 이미 같은 연배들의 수준을 아득히 넘어섰다.

단순히 태백신보 뿐만 아니라 그녀의 무경 자체가 이미 제 할아버지를 넘어서 자신의 수준을 넘보려 했다.

겨우 약관을 조금 넘은 나이임을 감안하면 엄청난 수준.

그녀가 차세대 검후가 되리라는 것은 거의 확실시 된 상황.

소빈이 이토록 빠르게 발전할 수 있었던 것은 강호맹에서 받은 영약의 효과뿐만 아니라 2차 포로 구출 작전 도중 얻은 깨달음 덕분이었다.

정현미의 말로는 환골탈태(換骨奪胎)를 겪었다고 한다.

남궁혜자는 바로 곁에서 그 광경을 보지 못했지만, 소빈을 본 순간 그녀가 자신이 알던 증손녀가 아니라는 점은 확실하게 알 수 있었다.

환골탈태를 겪었지만, 아득한 무경에 오른 것은 아니었다.

뼈와 근육이 새로이 자리 잡고 단전이 확장되어 무공을 익히기에 최상의 몸 상태가 된 것.

그것을 입증하듯 소빈의 무경은 한국에 돌아온 뒤로 가파르게 상승하기 시작했다.

‘환골탈태를 하면 성격도 변하던가?’

남궁혜자는 시우의 앞에서 재잘거리며 웃음을 터트리는 소빈을 보며 생각했다.

그녀는 신체만 달라진 것이 아니라 내면도 확연하게 달라졌다.

그 전의 그녀의 성격은 책임감 있고 냉철했지만, 일견 조용하고 수동적인 부분도 있었다.

그것이 어린 나이에 소가주라는 무거운 직책을 짊어졌기에 그런 것인지 아니면 본래 성격이 그런 것인지 알 수는 없었지만, 귀여운 증손녀의 애교를 보지 못하는 것은 늘 안타까웠다.

그랬던 그녀가 환골탈태 이후론 자주 웃고 자신의 감정도 솔직하게 표현했다.

대범하게 행동하고 행동에는 거침이 없었다.

특히나 시우에게 좋아하는 감정을 표현하는 점에서 더더욱이 그랬다.

어디서건 시우가 보이면 바람같이 날아가 시우의 앞에 나타났고, 회식이나 식사 자리에서도 시우 옆에 앉는 것을 부끄러워하지 않았다.

되려 남궁혜자가 그 모습을 보며 부끄러워할 정도.

‘좀 적당히 변하면 좋으련만.’

남궁혜자는 더 이상 오늘의 수련은 불가능하다 생각하며 우빈이 있는 쪽으로 걷기 시작했다.

“녀석아! 더 집중하지 못 하겠느냐!”

에너지 밀도가 높은 연무장 안에서 수련을 하느라 수빈의 온몸은 땀으로 흠뻑 젖어있었다.

땀에 젖은 머리카락들이 이마 위로 아무렇게나 엉켜 있었지만, 소빈은 여전히 아름다웠다.

한세아에 비해 밀리지 않는 아름다운 외모, 꾸미지 않은 수수함과 거기에 더해진 청초함은 그녀가 땀을 흘리며 수련을 하고 있어도 지워지지 않았다.

시우의 연구소에 가장 가까운 연무장은 에너지 밀도가 높아 일반 무인들이 함부로 들어갈 수 없었지만, 그곳에서만 수련하는 소빈을 보기 위해 연맹 내의 젊은 무인들이 연무장 주위를 맴돌기도 했다.

하지만 그녀는 그저 시우와 이야기하는 것에만 빠져 있었다.

“오늘 들어가시는 건가요?”

소빈이 이마에서 흐르는 땀방울을 훔치며 이야기했다.

“네. 그래야 일정을 맞출 수 있을 거 같아요.”

시우는 아공간에서 손수건 하나를 꺼내어 소빈에게 건넸다.

소빈은 시우가 내미는 손수건을 받아 들더니 한참이나 손수건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며 시우는 아차 싶었고, 한세아는 옆에서 ‘풋’하며 웃음을 터트렸다.

“위험하다 들었어요. 안 들어가시면 안 되나요?”

소빈은 받아든 손수건을 쓰지도 않고 시우의 두 눈을 바라보며 물었다.

“제가 빨리 실력을 쌓아 시우 님의 전력이 되도록 할게요.”

“야토가미만이라면 괜찮겠지만, 우리에겐 또 다른 적이 있잖아요. 지금이야 동맹이란 말로 서로 적대하고 있지 않다 해도 그게 언제 깨어질지 모르니 미리 준비해야 해요.”

소빈이 풀이 죽은 듯 고개를 숙였다.

“시우 님의 짐을 함께 들어드리지 못해 죄송하네요.”

시우는 풀이 죽은 소빈의 어깨를 부여잡고 이야기했다.

“아니예요. 지금 충분히 잘 해주고 있습니다. 앞으로 이렇게만 계속해준다면 분명 큰 도움이 될 겁니다. 그러니 힘내세요.”

시우의 말에 소빈의 입가에 환한 미소가 감돌았다.

“네! 저 힘낼게요. 시우 님이 돌아오셨을 때. 완전히 다른 모습을 보여드릴게요.”

“그럼 기대하겠습니다. 아하.”

시우는 그렇게 말하곤 재빨리 발길을 돌렸다.

시우를 쫓는 한세아가 시우에게 작게 이야기했다.

“정말 다른 사람이 생겼다는 말을 하지 않아도 될까요?”

“한 문주. 다른데 신경이 팔려있는 거 보니. 훈련이 부족한가 봐?”

“호호호. 다 태상님을 위한 것인걸요.”

한세아의 웃음에 시우가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하하, 시우 님이 당황하는 모습은 처음이네요.

크루즈 위에서 갑작스레 고백을 받고 시우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런 시우를 보며 소빈은 대답을 요구하는 대신 웃음을 터트렸다.

그것으로 끝난 줄 알았지만, 고난은 그 이후부터 시작이었다.

‘뭐, 어린 날의 짧은 첫사랑인 거겠지.’

소빈에 대한 일을 머릿속에서 지운 시우는 아공간에서 태블릿을 꺼내어 한세아에게 건넸다.

“이건 뭔가요?”

“한번 봐봐.”

“……C4? TNT? 이거 폭발물 아닌가요?”

“부대장을 통해 구했어. 설치 구간은 내 연구소 지하 전체. 폭탄이 터지면, 빌리언트가 이곳 일대에 봉인마법을 걸 거야. 그럼 문주는 연맹의 부지를 다른 곳으로 옮기고 이곳 전체에 5M 높이의 콘크리트를 쌓도록 해.”

“그게 무슨 말이세요? 폭탄이 터지다니.”

연구소로 향하던 시우의 발걸음이 멈췄다.

“만약을 대비한 거야.”

“태상님. 더 자세한 설명이 필요합니다.”

“……그 뒤 내용을 봐봐.”

한세아는 시우의 말에 태블릿을 빠르게 넘겨가며 내용을 훑기 시작했다.

태블릿의 내용은 향후 문파 운용에서부터 연맹의 운용과 야토가미와 강호맹에 대한 대응까지 모든 것들이 적혀 있었다.

하지만 대부분 대응은 수동적인 내용이 대부분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시우에 관한 내용을 찾을 수 없었다.

“왜 이 자료들은 모두 태상님의 부제를 기준으로 하고 있죠?”

“내가 없을 때를 대비한 거니까.”

“그게 무슨 말씀이시죠?”

“다크 위저드는 다른 마법사들에 비해 훨씬 빠른 속도로 6서클의 단계에 진입할 수 있어. 평생 마법이라는 학문을 공부하면서도 6서클이라는 단계에 근처도 가지 못하는 마법사들이 대부분인 걸 생각하면 엄청난 것이지.”

“…….”

“하지만, 다크 위저들 중에서 7서클에 오르는 이들은 드물어.”

“……왜요?”

“흑마나가 가진 마성이 7서클에 오르기 위해 가장 크게 방심하고 있는 순간을 노리고 공격하거든.”

“……그럼 어떻게 되는 건가요?”

“악마가 깨어나.”

한세아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그럼 시우 님이 악마가 된다는 말인가요?”

“아니, 껍데기는 내 걸 쓰고 있겠지만, 전혀 다른 존재야. 나보다 더 강력하고, 더 흉폭하고, 이지 따윈 가지고 있지 않으면서, 지능은 높은 존재. 이 악마가 나타나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몰라.”

“아, 안돼요. 절대 그럴 수 없어요.”

절대 냉정을 잃는 일이 없던 한세아가 감정을 숨기지 못하고 고개를 빠르게 저었다.

“태상님. 애초에 이렇게 급하게 할 일이 아니었어요. 한연맹도 점점 자리를 잡아갈 거고, 미화문의 힘도 점점 강력해지고 있어요. 태상님이 이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어요.”

한세아는 얼마나 당황했던지 자신도 모르게 눈가에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시우는 다시 한 번 아공간에서 손수건을 꺼내어 건넸다.

“내가 문주를 너무 겁먹게 한 것 같네.”

“안돼요. 이제 겨우 시우 님을 알아가기 시작했는데.”

“그렇게 걱정할 정도는 아니야. 그리고 그렇게 위험한 일이라면 애초에 시작도 하지 않았고.”

“…….”

“이 모든 것은 만약을 대비한 거야. 그리고 어차피 한 번은 겪어야 할 일이야. 이미 다크 사이트의 마성이 점점 강해지고 있어. 밤에 편히 잠을 자본 날도 손을 꼽을 정도고. 이대로라면 7서클에 오르지 않는 것 때문에 내가 미쳐버릴 지도 몰라.”

근래에 한세아는 시우가 잠자리에 드는 것을 보지 못했다.

언제나 밤늦게까지 업무를 처리하고 마법을 이용해 부상자 치료를 돕고, 무공 수련을 돕는 등 하루를 초 단위로 쪼개어 썼다.

밤늦게까지 업무실에 있는 모습을 보고 돌아가면 이른 아침에도 같은 자세로 일을 하고 있었다.

그렇게 며칠을 보내고도 끄떡 없어 보이는 시우를 보며 세아는 그저 시우가 자신이 모르는 마법을 이용해 피로를 풀고 있다고 생각했다.

시우는 한 번도 약한 모습을 보인 적이 없었으니.

그런데 사실은 그 모든 것들이 마성을 이겨내기 위해서였다는 생각이 들자 더욱 그녀의 가슴이 미어졌다.

그녀에게 더 이상 시우를 말릴 명분은 없었다.

“폭탄이 터져도, 이곳을 떠나지 않겠어요. 아니 땅을 파서 시우 님을 꺼내겠어요.”

“문주…….”

“그러니 약속해 주세요!”

세아가 시우의 두 손을 꼭 잡았다.

“언제나 그렇듯 의연한 얼굴로 다시 돌아오시겠다고.”

“…….”

“다시 돌아와서 저희를 이끌어 주시겠다고.”

세아의 두 눈은 그 어느때보다 절박해 보였다.

시우는 늘 그러듯 오연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약속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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