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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턴 투 다크위저드-92화 (9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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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빌어먹을 애송이가.”

강력한 예기에 숨도 쉬지 못할 정도가 되었을 때 빈자리에 앉는 한세아가 담담하게 이야기했다.

“신경전이 끝나셨으면 이제 본격적으로 이야기를 하도록 할까요?”

맥이 빠질 정도로 담담한 그녀의 말에 사람들의 시선은 한세아에게 향했다.

“그렇게 하지.”

시우가 손을 휙 저으며 자리에 앉자 사람들의 시선은 혁련무궁에게 모였다.

또 한 번 바보 취급을 당한 것 같은 기분에 혁련무궁이 소리가 들릴 정도로 이를 갈았다.

“이것들이 감히 본좌가 누군 줄 알고!”

그의 양손에 모인 기운들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며 주위의 기운을 빨아들이기 시작했다.

그 모습에 육존들마저 뒤로 물러서며 호신강기를 일으켰다.

딱.

시우는 혁련무궁을 보곤 손가락을 튕겼다.

[대응마법발동]

[에너지제어]

[자연기소멸]

시우의 손짓과 함께 장내의 내공을 익힌 무인들은 답답함을 느끼기 시작했다.

그들이 쌓는 내공은 대자연의 근원을 두고 있었다.

그것은 어디에나 있고 언제나 있으며 어떤 곳에나 퍼져 있다.

그것은 인식하지 않아도 느껴지는 것이었고, 사라지지 않는 것이었다.

하지만 시우의 손짓에 언제나 느껴왔던 대자연의 기가 사라지자, 단전에 머물던 내공이 서서히 혈도를 타고 나와 흩어지기 시작했다.

“!!!”

“!”

혁련무궁의 손에 머무는 검은 기가 옅어짐은 물론이었고, 자연스럽게 흘러나가는 내공을 부여잡기 위해 모든 이들이 내공심법을 펼쳐 단전의 내공을 부여잡아야 했다.

“내가 야토가미를 상대로 어떻게 이겼을 거 같아?”

“……!”

“……!”

“계속한다면 이곳에 뼈를 묻게 해주지.”

시우가 직접적으로 말하지 않았지만, 육존의 모두는 시우가 마법을 통해 대자연의 기마저 제어하고 있음을 눈치챘다.

“혁련 선배님. 우리의 화를 저들도 알았을 터이니 이제는 대화로 풀어나가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육존 중에 가장 어린 명진이 합장을 하며 이야기하자.

혁련무궁 또한 못 이기는 척 기를 거두었다.

“소협, 피차간의 오해와 불신은 이제 그만 거둬두는 것이 어떨는지요?”

“시작은 그쪽이 했지만, 사과 한마디 없이 그만두자는 건가?”

시우의 말에 명진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그동안의 일을 깔끔하게 걷어 두고 싶다면 정중한 사과를 먼저 하는 게 어떨까요?”

명진이 진문형을 바라보았다.

생각이 많아진 듯 진문형은 쉽사리 대답하지 못했다.

“……그동안의 일은 강호맹의 이름으로 사과하는 바요. 부디 마음에 담아두지 않으셨으면 좋겠소이다.”

진문형이 포권을 집으며 고개를 숙이자, 한국 상계의 인원들은 꽤 놀라는 표정이 되었다.

‘허허…… 강호맹이 사과라…….’

진문형을 바라보는 남궁혜자의 감회는 남달랐다.

자신 또한 중국 상계의 출신으로 강호맹의 위세가 얼마나 대단한지는 잘 알고 있었다.

야토가미의 준동으로 그 세가 꺾였다곤 해도, 숫자로 보나 힘으로 보나 어디까지나 그들이 아시아의 맹주라는 것은 변함없는 사실이었다.

자신들조차도 그 사실을 잘 알고 있었기에 강호맹은 언제나 내부로서의 싸움이 더 치열할지언정, 외부의 존재들을 신경 쓴 적이 없었다.

그런 그들이 반 강요에 의한 것이라곤 하나 사과하는 모습을 보니 놀라울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남궁혜자는 슬쩍 시우를 바라보았다.

‘무서운 놈.’

유리한 상황이라곤 하나 상대의 자존심을 이토록 꺾어 놓을 수 있는 배짱과 담대함은 쉽사리 보여줄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남궁혜자는 새삼스레 시우가 대단하게 보였다.

“앉으시죠. 이야기할 게 많을 테니.”

시우가 손짓하자, 그제야 강호맹의 인사들이 하나둘 자리에 앉기 시작했다.

한라검문의 문주와 해도문의 문주는 자신들의 자리가 없는 것이 기분이 불쾌해졌지만, 분위기가 분위기 인지라 별다른 말 없이 다른 이들처럼 서서 시우를 노려보는 것밖에는 할 수 없었다.

“이번 야토가미의 침공은 한국 상계와 강호맹 두 세력에 큰 피해를 입혔소만, 한국 상계의 뛰어난 기지로 승리를 이끌었다 할 수 있소. 이 점에 대해선 강호맹을 대표해서 감사드리는 바이오.”

한국 상계의 인원들이라면 누구나 진문형의 말이 이상하다는 것을 알았지만, 아무도 그의 말에 대꾸하지 않았다.

이미 강호맹은 시우로 인해 자존심이 상할 때로 상한 상태.

시우가 아닌 누군가 괜히 나섰다간 불똥이라도 튈 위험이 산재해 있었다.

“하지만, 전후 처리 방식에 대해선 귀하들의 해결 방식에 조금 문제가 있었다고 생각하오. 특히나 야토가미의 힘은 전 인류적으로 위험천만한 금기에 가까운바. 그 힘을 소멸시키는 데 양 세력의 공조가 없이 한쪽에서만 일반적으로 처리하는 것은 훗날의 큰 오해를 불러 양 세력이 불필요한 충돌을 할 수도 있다고 생각하오.”

진문형의 말에 강호맹의 육존들이 저마다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바. 이 전후처리를 함께 공조하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하오.”

진문형의 일장 연설이 끝나자 시우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우선 이번 야토가미의 침략을 막은 것은 한국 상계의 인원들만의 힘이란 걸 확실히 해두고 싶군요.”

“이미 공문에서도 밝혔지만, 강호맹의 맹도 수백이 이번 전투에서 죽었소.”

“사전에 강호맹에겐 이번 전투에 참견하지 말라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그럼에도 그 들이 내 땅에 들어왔다는 것은 협력보다는 침략으로 볼 수 있겠지요. 또한 그들이 이번 작전을 망치는 바람에 한국 상계에 더 큰 피해가 왔음은 자명한 사실입니다.”

“작전을 망치다니? 우린 그들과 싸우기만 하였소.”

“싸우면서 그들의 진로를 한참 바꿔놨지요. 덕분에 마법 함정을 통해 더 큰 피해를 입힐 수 있었음에도 그러지 못하였고, 그 피해는 결국 한국 상계 무인들의 피로 메꿨습니다.”

“……끄응.”

“더구나 참전하지 말라는 공식적인 답변을 듣고도 부득불 참전한 것에 대해선 과연 어떤 의도가 있었는지 궁금해질 정도였으나 그것에 대해선 더 이상 문제 삼지 않기로 하죠.”

“…….”

진문형은 단호한 시우의 말에 입을 다물었다.

“하지만 야토가미의 위험한 힘을 소멸시키는데 저희만 나설 경우 오해의 소지가 될 수 있다는 의견에는 동의합니다. 하지만 그 일을 함께하는 이들은 저희와 이번 전쟁의 피해를 함께 감당하는 존재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전후처리에 대한 것은 물론 함께하겠소. 본래부터 강호맹과 한국 상계는 오랜 동맹 관계였소. 아는지는 모르겠지만.”

“물론 저도 들어서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제가 바라는 것과 맹주께서 생각하는 것은 조금 다르시겠지요.”

시우가 곽동원을 향해 눈짓하자 곽동원은 손에 쥔 서류를 꽉 쥐었다.

시우가 회의하기 전 만들게 한 서류였지만, 곽동원은 그 내용을 보고선 강호맹의 인사들이 받아들일 리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팀장님. 보여 드리세요.”

시우가 채근하자 곽동원은 결국 서류를 펴서 보여주었다.

서류를 읽는 진문형은 당혹을 넘어선 얼이 빠졌다.

“이게 지금 진심으로 하는 소리요? 대환단 급의 영약 오백 개?”

다른 사항에 대해선 쉽게 넘어가는 진문형도 그 부분에선 우뚝 멈춰 섰다.

“한국 상계의 모든 무인들에게 한 알씩 먹이기라도 할 작정이오?”

“현대 의학과 더불어 발전된 화학 의학 덕분에 과거보다 더 많은 양의 영약을 제조할 시설을 갖추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소. 그렇게 어렵다는 티 내지 마시오.”

“아무리 그렇다 한들, 한 개의 대환단을 만들기 위해 쏟아부어야 하는 금액이 얼마인지나 아시오?”

“제아무리 비싸다 하여도 이 땅에 흘린 우리 무인들의 핏물에 비할까요? 양 세력이 서로 협력하여 고통을 분담하고 함께 가자는 이야기는 그저 말로만 떠들 뿐인 모양입니다.”

“…….”

“솔직히 말해서 이번 전투에 사로잡은 야토가미의 무사와 음양사들은 대부분 이곳에서 처리가 불가합니다.

인도적 차원에서 계속 붙잡고 있자니 그에 드는 비용이 천문학적이고, 그렇다고 죽일 수는 없으니……. 그래서 강호맹에서 돈독한 신뢰의 모습만 보여준다면 대부분의 야토가미 포로들을 넘길 생각이었습니다. 하지만, 지금 보니 신뢰를 쌓을 생각도 별로 없어 보이는군요.”

“……으음.”

진문형은 전음으로 육존에게 의사를 물었다.

-다들 어떻게 생각하시오?

현 맹주를 맞고 있지만 이런 중대한 사항은 혼자서 결정할 수 있는 일은 아니었다.

-아무리 그래도 대환단 오백 개는 무리요. 여태껏 만들어진 숫자도 그 정도는 되지 않소.

-대환단 급이라 했지, 대환단이라 하진 않았소. 그에 대처할 만한 것을 주는 것은 어떻겠소?

-자소단이나 태청단이라면 대환단보단 한 수 접어 줄 수는 있어도 그렇게 떨어지는 것도 아니고, 맹 내에서 보유하고 있는 다른 영약들로 대체하면 그 정도 숫자는 채울 수 있소. 정 싫다면 양산되는 소환단으로 대처해도 저들은 모를 것이오.

-그렇게까지 해서 저들과 동맹을 유지할 필요가 있겠나?

-중요한 것은 한국 상계와의 동맹이 아니오. 야토가미의 힘을 한국 상계만 가진다는 것이 문제인 것이지.

-그냥 다 밀어 버리지 그래. 뭐가 무서워서 저따위 어린놈한테 계속 휘둘리는 거냐.

-저자의 이야길 못 들었소? 이곳은 저자의 지배 아래 있는 곳이오. 또한 만약 우리와 적대관계가 확실시된다면, 저들은 야토가미의 포로를 모두 죽일 수 있다는 것도 생각해 봐야 하오.

-맹주 말이 맞습니다. 지금은 어디까지나 평화롭게 해결하러 온바. 저들의 요구가 맹에 큰 어려움이 되는 것도 아니니 받아들이도록 하지요. 또한 우리에게는 이곳에 온 또 다른 이유가 있지 않겠습니까?

-알겠소. 그럼 그렇게 하겠소.

육존의 회담을 마친 진문형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좋소. 조금 버겁긴 하지만, 동맹으로서 충분히 할애할 가치가 있다고 생각되오. 받아들이겠소.”

“오오!”

한국 상계의 무인들이 자신들도 모르게 작게 탄성을 내질렀다.

“대신, 야토가미의 인원들을 분석하기엔 기반 시설이 갖춰져 있는 강호맹이 더 편할 터이니 야토가미의 인원들 중 칠할 이상을 데려가겠소.”

많은 실험체가 더 많은 결과를 도출한다.

진문형은 이번에 사로잡은 야토가미의 인원들을 통해 야토가미의 모든 힘의 비밀을 뽑아낼 생각이었다.

“좋습니다. 더불어 한 가지 더 조건이 있습니다.”

“무엇이오?”

“파괴된 단전을 고치는 법을 알려 주시지요.”

“아는 이들 중에 단전을 잃은 이가 있소? 안타깝지만 그걸 고치는 방법은 없소.”

진문형이 고개를 절레 저으며 말했다.

시우는 입가의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그렇다면 저기 두 사람의 단전은 어떻게 회복된 거지요?”

진문형은 시우가 가리키는 한종수와 장만재를 보며 작게 신음을 내뱉었다.

“아마도 저 친구 때문인 거 같소만 맞소?”

진문형이 한쪽에 선 우빈을 가리키며 말했다.

“맞습니다.”

“단전을 고치는 건 우리 강호맹 내에서도 일부의 인원들만 아는 정보요. 강호맹 내부의 의료팀들도 그 방법에 대해선 알 수 없고, 오직 천하의 단 한 사람만이 그 방법을 알고 있소.”

“그분을 소개시켜 주시면 되겠네요.”

“방금 말하지 않았소. 그만큼 중요한 정보라고.”

“무엇을 원하십니까?”

시우의 말에 진문형이 다른 육존들과 찰나의 시간 동안 눈을 맞추었다.

그리고 천천히 입을 열었다.

“과거 우리가 잃어버린 아주 중요한 것이 있소.”

“…….”

“강호맹이 창설되기 이전부터 내려오던 아주 중요한 물건이었소만, 많은 시간이 흘러 그 물건을 잃어버렸소.”

진문형에 사람들이 하나둘 집중하기 시작했다.

“매우 중요하다 한 이유는 그것이 매우 위험한 힘이기 때문이오. 그런데 최근 물건이 다시 나타났다는 소식을 들었소.”

“한국에서 말입니까?”

“그렇소.”

“찾으시는 물건이 뭐죠?”

진문형이 침을 꼴깍 삼키며 시우에게 말했다.

“천살지존검.”

우빈과 소빈. 남궁혜자와 정순지, 정형진의 눈빛이 일순간 격하게 흔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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