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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턴 투 다크위저드-91화 (9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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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작스런 거대한 석상의 움직임에 강호맹의 일행들은 대경실색했다.

무인들은 저마다 검을 뽑아 들고 내공을 일으켰지만, 석상을 어떻게 상대해야 할지 혼란스러웠다.

다크 데몬들도 무인의 살기에 반응하여 몸을 일으켰다.

크아아아아!

커다란 몸을 일으키며 각자 소리를 지르는 모습은 마법적 효과가 없이도 모습 자체만으로도 압도적이었다.

“한 문주! 이게 어떻게 된 건가? 저런 것이 있다는 이야기는 왜 하지 않았지!”

진문형의 추상같은 호통에 한종수가 벌벌 떨었다.

“저, 저도 몰랐습니다. 저도 처음 보는 겁니다!”

“설마 우릴 암살하기 위한 함정이란 말인가?!”

진문형의 말에 육존과 강호맹의 호위들은 살기를 한라검문과 해도문에게로 뻗어 냈다.

“정말 그런 것이라면 본좌가 용서치 않겠다.”

그중 가장 크고 압도적인 기운을 뻗친 것은 혁련무궁.

그의 기운에 그곳에 모인 오백에 가까운 인원들이 짓눌렸다.

크아아아악!

혁련무궁의 기운에 반응한 다크 데몬이 더욱 흉폭한 비명을 지르며 혁련무궁에게 다가갔다.

“이따위 것으로 본좌를 상대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한 것이냐!”

혁련무궁의 양손에 검은 기가 유형화되기 시작했다.

혁련무궁의 뒤에 선 이들 또한 피부를 찌를 정도로 강력한 기압을 뿜어내는 혁련무궁의 힘을 두려워하는 한편, 그의 힘이 저 거대하고 흉폭한 석상을 없애주길 바랬다.

“흑암…….”

“그만.”

혁련무궁의 기운이 쏘아지기 직전.

청아하고 맑은 목소리가 장내를 울렸다.

쿵쿵거리며 혁련무궁과 강호맹에게 달려들려던 흉폭한 석상들은 우뚝 멈춰서서 얌전한 강아지처럼 변했다.

“손님들이시니. 얌전하게 굴어.”

갑자기 나타난 여인의 말에 석상들은 알아듣는 듯 고개를 끄덕이곤 다시금 자리에 앉았다.

무공을 펼치려던 혁련무궁은 혼자 난리 친 듯 머슥하게 무공을 거뒀다.

“계집! 이게 무슨 무례냐! 우리가 올 것을 뻔히 알면서!”

한종수가 얼굴을 붉히며 버럭 소리를 질렀다.

“태백 정가의 비호를 받는다고 너무 건방져졌군.”

장만재 또한 앞으로 나서며 한마디 거들었다.

한세아는 도도한 표정으로 두 사람을 바라보다가 강호맹의 인사들을 보고 앞으로 나서며 살짝 고개를 숙였다.

“인사드리겠습니다. 최시우 님을 모시고 있는 미화관의 관주 한세아라고 합니다.”

노골적으로 무시를 당한 두 사람의 얼굴이 시뻘겋게 달아올랐다.

한종수는 당장이라도 한세아의 사지를 찢어 버릴 듯 살기를 내뿜었지만, 그녀는 두 사람은 신경도 쓰지 않는 모습이었다.

“현 강호맹의 맹주를 맞고 있는 진문형이외다.”

한세아와 한종수등의 모습을 지켜보던 진문형이 가볍게 포권을 쥐며 말했다.

한세아의 태도가 이미 한종수 등은 신경 쓰지 않는다는 듯 보였기에 그들을 통한 어떤 카드도 쓸모가 없어졌다는 것이 이미 증명되었다.

진문형은 다른 작전들을 쉴 새 없이 생각해 내며 한국 상계를 압박할 새로운 작전을 새우고 있었다.

“한국 상계는 손님을 맞는데, 필요 이상의 무력시위를 하는 것처럼 보이오.”

“근래에 들어, 스스로를 손님이라 칭하며 집안을 차지하려는 자들이 많아 그저 보여주기 위한 방범 장치에 지나지 않습니다. 별것 아니니. 너무 신경 쓰지 마십시오.”

‘별 것 아니라?’ 한세아의 말을 듣던 진문형은 속으로 혀를 찼다.

그녀의 말을 있는 그대로 들을 수는 없었지만, 그렇다고 약한 모습을 보일 수도 없었다.

“위협에 대비하는 것은 좋은 습관이지만, 꽤 과도해 보이오. 이건 꼭 누군가를 압박하기 위한 수단 같소.”

“음흉한 속내를 갖춘 이라면 그렇게 느낄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마음속에 부끄러움이 없는 사람이라면 상대가 무엇을 가졌든 무엇이 두렵겠습니까.”

언중유골(言中有骨).

서로 간의 심리전은 이미 시작한 듯 두 사람의 대화는 한 치의 물러섬도 없이 팽배했다.

‘놀랍도다.’

뒤에서 진문형과 한세아의 이야기를 듣는 사람들은 한세아의 모습에 놀라고 있었다.

그녀는 겸손하고 예의 바른 모습을 흐트러트리지 않으면서 상대의 의중을 파악하기 위해 계속해서 바늘이 담긴 말을 내뱉고 있었다.

여기 있는 이들 육존(六尊).

아니 강호맹의 엄선된 무인들이 흘리는 기백만으로도 일반인이라면 말을 더듬고 공포감을 느낀다.

그런 이들이 일백.

한라검문과 해도문이 사백.

거기에 육존까지.

여느 보통 인이었다면 눈앞에 서 있는 것만으로도 피하고 싶은 본능적 공포감을 느꼈을 텐데.

이 눈앞의 여인을 비롯한 입구의 안내자들까지.

누구 하나 자신들에게 두려워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과연 그들이 무엇을 가졌기에 이리도 당당할 수 있는지 궁금해졌다.

“한국 상계가 이런 모습을 보이는 것도 다 최시우란 자 덕분이겠지? 그대들이 그토록 자신 있어 하는 그 자의 모습이 더욱 궁금해지오.”

진문형의 말에 한세아가 잠시 진문형을 바라보다 천천히 입을 열었다.

“강호맹의 귀하신 분들께 한 가지 조언을 드리자면, 저희를 무시하고 천대하시는 것은 상관없으나, 그분을 화나게 하시면 결코 좋은 결과는 가져가지 못하실 겁니다.”

한세아의 말에 한종수와 장만재가 더욱 흥분하며 나섰다.

“감히 이분들이 누구신 줄 알고!”

“본질이 천박한 계집이라 상황 파악이 안 되는 것이냐!”

한세아는 서늘한 눈빛으로 한종수와 장만재를 보다가 다시금 진문형을 바라보았다.

“이번 야토가미와의 전쟁은 야토가미의 하수인이었던 백면궁이 시우 님의 가족을 위협했다는 것 때문에 시작되었습니다. 이 점만 기억해 두십시오. 모시겠습니다.”

한세아는 말을 끝으로 돌아서 올라갔다.

그녀의 뒤를 따르는 육존과 진문형은 그녀의 태도에 화가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한편, 이번 일이 원하는 대로 끝나지 않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 * *

“잘하네.”

시우가 웃으며 작게 읊조리자 남궁혜자가 물었다.

“뭐가 좋아 혼자 웃고 있는 것이냐?”

“관주가 생각보다 잘해서요.”

“영민한 아이지.”

장내엔 12명이 앉을 거대한 원탁의 탁자가 놓여 있었고, 한쪽엔 한국 상계의 인원들이 앉아 있었고, 반대쪽은 중국 상계인원들을 위한 자리가 비어 있었다.

한국 상계의 자리에 상석엔 시우와 남궁혜자가 앉아 있었고, 왼쪽으론 정순지와 정현진이 시우의 오른쪽으론 보타암의 혜광이 앉아 있었다.

“이번 회담에선 네 의견을 따르기로 했다.”

남궁혜자의 말에 시우가 그녀를 바라봤다.

한라검문과 해도문을 따르는 인원들을 제외하곤 대부분의 상계 인원들은 태백 정가와 보타암을 따른다.

이번 전투에 크고 작은 손실이 일어난 대부분의 문파들과 개인들은 태백 정가에 의탁하게 되었고, 일부 미화관의 전투원들과 맘이 맞는 몇몇 만이 미화관에 의탁하게 되었다.

여전히 상계를 이끄는 태백 정가와 보타암이 있음에도 시우에게 전결권을 넘겨준다는 것은 의외의 일이었다.

“네 녀석이 뿌린 뇌물이 꽤 잘 먹혔나 보더구나. 상계의 인원들도 네 의견을 따르기로 했으니 걱정 말거라.”

“감사합니다.”

시우는 그런 그녀의 결정이 부담스럽지도 않는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일 뿐이었다.

남궁혜자는 그런 시우의 모습을 보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소빈이 그녀석이 남자를 안다면 좋으련만. 후후.’

* * *

“작군.”

연구소 내의 세워진 여러 건물들 중 그나마 가장 큰 건물에 들어선 육존의 기본 감상이었다.

중국 내의 강호맹 본부를 제외하고 지부의 건물들도 지금 보는 건물보다 컸다.

크기가 그들의 힘을 알려준다.

거신상의 충격으로 긴장하고 있던 육존의 신경이 조금은 풀어졌다.

“어서 오십시오.”

문을 열고 들어서자. 중년의 사내로 보이는 이가 깍듯이 인사하며 육존을 맞았다.

중년의 사내는 육존이 풍기는 자연스런 기도에 숨이 막히는지 미세하게 몸을 떨었고, 그 모습에 만족스런 기분으로 내부로 들어섰다.

하지만 만족스런 기분도 잠시.

탁자에 앉아 있는 한국 상계의 인원들을 보는 육존의 얼굴이 미미하게 찌푸려졌다.

‘감히…….’

한국 상계의 인원들 중 아무도 탁자에서 일어나지 않았던 것.

혁련무궁을 비롯하여 진문형 등도 기도를 펼치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회담의 참가자는 아니지만, 배석하는 무인들은 육존의 기압에 눌려 죽을 맛이었다.

“앉으셔도 됩니다.”

팽팽한 신경전이 오가는 와중에 시우가 말하자 한쪽에 앉아 있던 우빈이 큭 하며 웃었고, 그 웃음소리는 천둥보다도 크게 장 내부를 울렸다.

“한국은 예의 법도가 중요한 나라라고 들었는데. 언제부터 이렇게 오만방자해진 거지?”

혁련무궁의 말에 시우가 담담히 답했다.

“적일지 동지일지 모르는 상대에게까지 겸손함을 보일 정도로 인내심이 남아 있지 않아서.”

혁련무궁은 시우를 바라봤다.

아직 약관도 되어 보이지 않는 애송이.

혁련무궁의 시우에 관한 첫인상이었다.

“네놈은 누구지?”

“잘 알 텐데. 최시우.”

“네가 그 최시우란 말이냐?”

“‘그 최시우’가 어떤 뜻인지는 모르겠지만, 강호맹에서 납치하려 했던 최시우라면 내가 맞아.”

시우의 말에 육존의 얼굴에 긴장이 감돌았다.

진문형이 긴장을 풀 듯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냥 얼굴이나 한번 보자 한 걸 납치란 말을 쓰다니 어린 친구가 표현이 과격하오.”

“그런가요?”

시우 또한 미소를 지으며 이야기하자 육존의 얼굴에도 긴장이 풀어졌다.

“하지만 이번 야토가미와의 전투를 방해한 것과 강호맹의 인원 육천을 끌고 이 땅을 밟은 건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죠? 한국에서 세미나라도 개최하시려고 들리신 건가요?”

시우의 말에 육존의 얼굴이 종잇장처럼 구겨지는 것은 물론이었고, 한국 상계의 인원들 또한 긴장하기 시작했다.

육존이 회담 테이블에 앉기도 전에 당장이라도 전쟁이 날 것 같은 분위기였다.

혁련무궁은 제어하고 있던 내공을 풀어내기 시작했다.

이미 심법에 의지해 운용하던 수준은 훨씬 넘어서 이제는 의념에 의해 운용되는 내기는 그의 심적 상태에 따라 움직였다.

처음엔 그의 어깨 위로 수증기가 피어오르는 듯했다.

이내 그의 어깨 위로 넘실대는 마기가 피어올랐다.

장내는 삽시간에 마교 교주가 내뿜는 기로 가득 찼고, 창문 또한 견디지 못하고 덜덜거리며 떨리기 시작했다.

“애송이 진짜 우리와 전쟁이라도 해 보자 이거냐?”

혁련무궁의 기에 눌린 무인들 하나둘 쓰러지기 시작했다.

한국 상계의 대표로 앉아 있는 정형진의 안색도 안 좋아지기 시작했고, 그들 뒤에 배석한 이들도 견디기 힘들었는지. 하나둘 주저앉기 시작했다.

“이런 태도를 보이면서 예의를 바라는가?”

시우가 차가운 눈빛으로 혁련무궁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혁련무궁은 자신의 앞에서 누군가 이런 태도를 보인다는 사실 자체에 더욱 분노하여 살기를 뻗어 내었고, 졸도하는 이들도 나오기 시작했다.

딱.

[다크 자벨린][어더 라이즈 아이스]

시우가 손가락을 튕기자 허공에 검은색의 창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육존을 중심으로 물 샐 틈 없이 생겨난 다크 자벨린이 검은색의 기류와 차가운 냉기를 흘리며 당장이라도 육존의 급소를 찌를 듯 날카롭게 예기를 빛내고 있었다.

“원한다면 하지. 그 전쟁.”

시우의 말에 장내의 모든 이들이 깜짝 놀라며 시우를 바라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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