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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턴 투 다크위저드-84화 (84/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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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양사를 처리한 우빈이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벨트에서 공급받는 내력은 이미 한계에 다다라 거신요괴단을 상대론 싸울 수 없었고, 대신 시우와 지옥훈련을 하면서 키워놨던 체력이 겨우 그의 몸을 움직이고 있을 뿐이었다.

귀검사 하나가 지친 우빈에게 득달같이 달려들자 우빈이 벨트에서 한 줌의 내력을 끌어올려 태백검법을 펼쳤다.

“크아악!”

귀검을 펼친 귀검사의 검과 가슴에 커다란 상흔이 남기고 우빈의 검이 지나갔다.

죽음까지 이르지 못한 귀검사가 되돌아 우빈의 등을 공격하려 했지만 어디선가 날아든 섬광이 귀검사의 숨을 거두었다.

벌써 막바지에 들어서 다른 이들에 의해 목숨을 구한 것이 여러 번 반복되고 있었다.

벨트에는 조금씩 내력이 차오르고 있지만 전투 중에 사용할 정도의 양은 아니었고, 우빈이 있는 곳은 유일하게 야토가미에게 빼앗기지 않은 영역이었기에 이곳에서마저 밀린다면 아군 전체의 존립에 위협이 될 수도 있어 후퇴할 수도 없었다.

그저 더 이상 뒤로 물러서지 않은 채 최대한 야토가미의 인물들을 상대하는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그나마 희망이라 할 수 있는 것은 소빈의 활약이 두드러지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어떻게 배운 것인지 모르지만 소빈의 움직임에서 자신이 익힌 천살지존검의 흔적이 조금씩 보였다.

그녀의 검에는 점점 낭비되는 내공이 줄어들고, 환과 변을 위한 초식도 점점 줄어들었다. 대신에 최대한 효율을 낼 수 있는 초식과 군더더기 없는 움직임으로 깔끔하게 적을 베어가고 있었다.

“아가씨를 엄호해라!”

소빈의 활약에 사기가 오른 태백 정가의 무인들이 포위망을 뚫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런 활약을 멀리서 지켜보는 이가 있었다.

태백 정가의 무인과 소빈을 바라보는 류신의 눈동자는 차갑기 그지없었다.

그녀가 가진 무기가 야토가미에게 약점이 되는 것도 모자라 그녀가 사용하는 무공은 야토가미를 압도하고 있었음에도 류신은 담담히 수인을 맺기 시작했다.

[귀령소환]

[팔십팔귀양행]

그의 귀어에 응답한 요괴들이 또 다른 소용돌이를 만들기 시작했다.

“꺌꺌꺌꺌꺌꺌.”

“크하아아아!”

“내 거야! 저 얼굴은 내 거야!”

“다 먹어 치워주마!”

소용돌이 안에선 일본에 전설로만 전해 내려오는 각양각색의 요괴들이 모조리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밀물처럼 쏟아져 나온 요괴들은 귀무사들을 통과해 곧장 태백 정가의 무인과 소빈에게 달려들었다.

“요, 요괴다!!”

“태백검진을 발동…… 크아악!”

삽시간에 밀려드는 요괴들의 숫자는 도저히 정가의 사람들만으로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쿵.

“피, 피해!”

“끄아악!”

“커헉!”

그와 동시에 기다렸다는 듯 진영을 흩으러 놓는 거신요괴단들까지. 조금은 승산이 보였던 전투의 분위기가 순식간에 뒤집어져 사기 백배였던 태백 정가의 무인들은 두려움과 공포에 떨기 시작했다.

“히익!”

뒤로 도망치던 정가의 무인 하나가 흙더미에 발이 걸려 바닥에 자빠졌다.

그를 엄습하는 불길한 기운에 고개를 돌린 무인은 오니가 자신을 보며 히죽 웃는 것을 보고 절망에 빠졌다.

“으아아악!”

“태백압천!”

번쩍이는 불빛이 오니의 얼굴부터 사타구니까지 세로로 긴 검상을 남겼다.

끄아아악!

방망이를 휘두르던 오니는 갈라지는 자신의 얼굴을 부여잡아보려 했지만 결국 가루가 되어 사라져 버렸고, 소빈은 바닥에 내려섰다.

“어서 피하세요.”

“가, 감사합니다. 아가씨!”

무인이 감사 인사도 듣지 못한 소빈은 자신을 향해 달려드는 귀검사와 귀갑사를 상대하기 바빴다.

“누나! 피해!”

귀검사와 귀갑사의 합격진을 막아서던 소빈은 우빈의 외침에 급하게 고개를 돌렸다.

그곳에는 어느새 코앞까지 나타난 커다란 지장이 그녀를 위협하고 있었다.

‘늦었어.’

퍽!

둔탁한 충격음과 공중으로 날아가는 소빈은 땅에 떨어지는 충격음과 함께 온몸을 엄습하는 엄청난 고통에 비명조차도 내뱉지 못하고 있는 처지였다.

“누나!”

우빈이 멀리서 절박하게 자신을 부르고 있었지만 요괴들과 귀무사들에게 둘러싸여 다가오지 못하고 있었다.

‘여기까지인가?’

엄청난 고통은 차지하고라도 손 하나 까딱할 수 없는 현재의 상태에 소빈은 자신의 끝을 짐작하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너무 고통스러워서일까? 죽음을 생각함에도 실제 죽음이 느껴지지 않았다. 단지 마지막으로 눈을 감기 전 한 사람의 모습을 보고 싶다는 생각이 머리를 지배했다. 소빈은 자신이 그런 생각을 가졌다는 것에 다시 한번 놀라며 피식 웃음을 내뱉었다.

‘충격으로 머리가 어떻게 된 건가 보다.’

첫 만남은 오해로 불편했고, 두 번째 만남은 놀람으로 가득했다. 서로 간의 오해를 풀어야 할 시기를 놓쳐 직접 다가가지 못했지만 늘 호기심을 품고 있었다.

지금 그가 생각나는 건 과연 그가 보고 싶어서인지 그의 놀라운 신위로 모든 이를 구해주길 바라서인지는 모르지만 어쨌든 지금 그가 보고 싶은 감정만큼은 솔직한 것이라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마지막으로 볼 수 있다면…….’

이제 그녀의 생명이 끝을 다해가는 듯 그녀의 눈앞에 커다란 빛무리가 번쩍거렸다.

몇 번이나 번쩍거리던 빛은 소빈의 눈이 아플 정도로 강렬하게 비추었고, 그것은 소빈만이 보는 것이 아닌 듯 주변의 비명과 외침들도 조금씩 잦아들고 있는 듯했다.

“제가 좀 늦었군요.”

그때, 소빈의 귓가에 잊으려야 잊을 수 없는 그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가 온 것인가?’

소빈은 애써 움직이지 않는 고개를 돌리려 할 때였다.

그녀의 몸이 누군가의 손에 의해 번쩍 들려졌다.

소빈은 자신의 몸을 양팔로 감싼 그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괜찮으십니까?”

얼굴에 피투성이를 한 시우가 씨익 웃으며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시우가 소빈을 안고 움직이려 하자 귀무사와 요괴들이 일제히 시우를 향해 달려들었다.

시우는 자신의 뒤편에서 달려드는 그들을 돌아보지도 않고 외쳤다.

“빌리언트.”

[예스 마스터.]

[대응마법발동]

[거인의 벽]

시우의 몸을 이용해 빌리언트가 펼치는 마법이 시행되었다.

시우의 주위로 마법진들이 발하기 시작하더니 시우와 소빈을 습격하던 자들 위로 거인의 주먹이 내리꽂혔다.

쾅!

그것을 시작으로 야토가미와 한국 상계의 인원들이 있는 경계부엔 연속적으로 거인의 손이 꽂히기 시작했다.

쾅쾅쾅쾅!

한국 상계의 무인들과 대적하던 야토가미의 무사들은 순식간에 압착 프레스에 눌린 것처럼 고깃덩어리가 되어 버렸고, 요괴들은 가루가 되어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이 녀석아! 안 오는 줄 알았잖느냐!”

핏물이 뚝뚝 떨어지는 남궁혜자가 시우에게 일갈하듯 말하자 시우 또한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저도 힘들었습니다. 겨우 빠져나온 겁니다.”

“그래, 계획하던 것은 이뤘느냐?”

“네.”

“꼴을 보아하니 쉽지 않았나 보구나.”

“역시나 대단한 힘을 숨기고 있더군요.”

남궁혜자는 고개를 저으며 한숨을 내쉬었다. 예상하던 것 이상으로 커다란 힘을 가진 상대를 당최 어떻게 상대해야 할지 방도가 떠오르지 않았다.

“네가 쉽지 않았다면…… 그런 것이겠지.”

“아직 끝난 게 아니지 않습니까. 걱정 마십시오.”

“그래, 근데 그 꼴을 하고 다시 싸울 수 있겠느냐?”

“여긴 제 터전이지 않습니까. 이곳에선 제 허락 없이 나갈 수 있는 이가 없을 겁니다.”

시우와 남궁혜자가 그렇게 대화를 나누고 있을 때, 시우의 품에 안긴 소빈이 붉어진 얼굴로 개미만 한 목소리로 말했다.

“저 좀 내려 주시겠어요? 이제 괜찮습니다.”

“아차, 죄송합니다. 저도 모르게 그만.”

소빈을 바닥에 내려놓은 시우는 품에서 붉은색의 포션과 파란색의 포션을 건네주며 말했다.

“일단 이걸 드시고 내공심법을 운용하시면 고갈된 마나가 대부분 돌아올 겁니다.”

“가, 감사합니다.”

소빈이 포션을 받아들며 또 한 번 얼굴을 붉히자 남궁혜자가 툴툴거리며 말했다.

“다 큰 처자를 덥석 안아 들었으니 이제 책임을 져야 할 것이야!”

“네?”

“즈, 증조모님!”

남궁혜자의 어처구니없는 말에 소빈도 대경실색했다.

“왜? 백옥지신에 때를 묻혔으니 사내로서 책임져야 하는 것은 당연한 것 아니냐?”

“때를 묻히긴 제가 무슨 얼룩입니까? 잠깐 안았다고 때가 묻게?”

“안은 것은 인정하는 것이냐?”

“증조모님! 그만 하세요! 지금 때가 어느 때인데!”

소빈이 결국 분을 참지 못하고 외치자 남궁혜자는 다시 한번 혀를 끌끌 찼다.

“쯧쯧 눈치 없는 것 복을 안겨 줘도 받아먹지도 못하는구나.”

“장난은 다 끝난 다음에 하기로 하죠.”

시우가 그렇게 이야기하며 돌아섰다.

전쟁터는 잠시 소강상태를 맞이했다.

시우의 등장과 동시에 하늘에서 내린 거인의 주먹들이 순식간에 두 세력의 사이를 갈라놓았던 탓이다.

시우가 움직이자 두 세력은 언제라도 다시금 전투를 시작할 태세로 움찔거리며 시우의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나 좀 씻겨 줄래?”

시우가 물의 정령을 향해 이야기하자, 주인의 품을 떠난 인어의 형상을 한 정령이 시우의 몸을 감싸며 그의 몸에 묻은 흙먼지와 핏물 등을 모두 떼어냈다.

얼굴에 흐른 핏물까지 모두 씻어낸 시우는 두 팔을 벌려 지상에 깔린 대단위 마법진과 공명하기 시작했다.

[마력충전]

지상에 마법진들이 미미하게 진동을 내며 빛을 밝히기 시작했다.

24시간 쉼 없이 마법을 모았던 마법진들이 순식간에 시우에게 마력을 공급하고 오오가미를 상대로 마법을 쏟아 내느라 바닥을 내달리던 그의 마력이 절반쯤 채워졌다.

한국 무인들의 맨 앞 선두에 선 시우가 류신을 바라보았다.

“실제 대면하는 건 처음이네?”

“그렇군요. 조금 더 일찍 나올 줄 알았는데. 용무가 많으셨나 보군요.”

“아아, 나도 그러고 싶었는데. 그쪽이 깔아 놓은 결계가 꽤 단단해서 말이야.”

시우의 말에 류신이 처음으로 얼굴을 딱딱하게 굳혔다.

“……어디서 오시는 길인지 여쭤도 되겠습니까?”

“지금 생각하는 거기.”

“……그럴 리가요. 방금 등장하시는 모습을 보아하니 저희 땅에서는 쓸 수 없는 능력일 텐데요.”

“그런데 이렇게 왔잖아.”

“황거에서 오시는 길이란 말입니까?”

류신의 이야기에 나루카미가 한쪽에서 빽 소리를 질렀다.

“그게 무슨 소리야! 황거라니! 저놈이 오오가미가 계신 곳까지 들어갔다는 말이야?!”

“아, 나도 못 나올 뻔했는데. 그쪽 오오가미란 양반이 바보같이 그 거대한 황금탑을 부셔줘서. 이렇게 나올 수 있었네.”

“농담이 심하시군요.”

“아, 증거를 보여줘야 하나?”

시우가 바닥에서 금방이라도 튀어나올 듯 움찔거리는 다크 사이트를 툭툭 쳤다.

“야, 보여줘.”

크르르르.

낮게 으르렁거리던 다크 사이트는 안에 든 것을 게워내듯 몇 번 울렁거리다가 말라비틀어진 팔 하나를 뱉어냈다.

팔이 등장하는 순간 요괴들이 비명을 지르며 흥분하기 시작했다.

“이게 누구 팔인지는 말 안 해도 알겠지?”

감정이라곤 하나도 없어 보이는 류신의 얼굴이 난생처음으로 처참하게 구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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