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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턴 투 다크위저드-83화 (83/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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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과 백이 세상을 채우고, 신과 피조물 간의 경계가 있기 전.

신의 실패한 피조물이 세상을 돌아다니던 시기가 있었다.

이지가 없는 이것은 자신이 무얼 해야 하는지 무엇을 원해야 하는지 조차의 개념도 없었다.

이 실패한 피조물은 그 덩치마저 거대하여 다른 성공한 피조물을 괴롭게만 했고, 다른 피조물을 피해 갈 곳은 아무것도 살지 않는 깊은 물뿐이었다.

다른 피조물이 쉽사리 갈 수 없는 깊은 물도 이 피조물에겐 그저 발과 몸을 담글 작은 웅덩이에 지나지 않았다.

그렇게 무한에 가까운 시간을 떠돌던 피조물은 아무도 살지 않는 땅에 다다르게 된다.

생명이 살지 않는 곳에서 이 피조물은 마음껏 움직이고 장난을 쳐도 누구도 피조물을 쫓아내려 하지 않았다.

이 피조물이 딛는 발자국마다 땅에는 연못이 생기고, 실수로 넘어진 곳엔 커다란 호수가 생겼다.

장난기 많은 이 피조물은 흙을 날라 커다란 산을 쌓기 시작했다.

몇 개의 작은 산을 쌓는 것에 재미를 느낀 이 피조물은 점점 커다란 산을 쌓기 시작했다.

이 땅에 한 번도 존재하지 않았던 거대한 산. 후지산은 그렇게 만들어졌다.

비와 호(琵琶湖)와 후지산의 전설로 전해지는 다이다라봇치(ダイダラボッチ)가 지금 시우의 눈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 * *

“아무리 그래도 너무 진지하게 하는 거 아냐?”

황금으로 만든 대궁은 비교도 안 될 정도로 커다란 크기로 변한 오오가미를 보며 시우는 헛헛한 웃음을 터트리는 중이었다.

오오가미는 시우를 바라보며 가볍게 손을 날렸다.

비행마법을 사용하고 있던 시우는 오오가미의 손길을 피하다가 그 풍압에 밀려 공중에서 잠시 휘청거렸다.

“너처럼 덩치만 큰 놈들을 상대하는 게 처음일 거라고 생각하지?”

재빨리 중심을 잡은 시우의 손에서 수십 개의 마법이 쏘아져 나가기 시작했다.

퍼퍼퍼펑펑펑펑.

쏘아져 나간 마법은 오오가미의 근처까지 날아가다 보이지 않는 벽에 부딪쳐 산화해 버리고 말았다.

-네놈의 정체가 무엇이냐.

“그건 내가 묻고 싶은데? 인간의 몸으로 그런 거대한 요괴를 품는 다는 것이 가능한 건가? 아니면 애초에 요괴였던 건가?

-나는 신이다.

“그 몰골로 신을 사칭하기엔 양심이 찔리지 않나?”

-오직 나만이 이 세계의 신이다.

“내가 아는 누구랑 비슷한 이야기를 하는군.”

-네놈은 이 세계의 존재가 아니구나.

“무슨 소리지? 18년을 오직 지구에서만 살아온 나에게.”

-그런 힘을 가질 수 있는 시간이 아니었다.

“시간은 누구에게나 상대적인 것이야. 자신이 못한다 해서 남을 폄하할 필요까지는 없지.”

-네 놈이 가진 힘은 이 세계 어디에서도 본 적 없는 힘이다.

“내가 좀 특별하긴 해도, 나를 이방인 취급할 필요까진 없잖아?”

-내 밑으로 들어오라. 그리하면 너에게 조선을 주겠다.

오오가미의 이야기를 듯 던 시우가 빙그레 웃음을 지었다.

“내가 가지고 싶은 건 다른 건데?”

-충성을 맹세하면 그것이 무엇이든 주겠다.

“이 세계.”

-…….

오오가미는 말을 잊은 듯 대답하지 않았다.

“그 정도 능력은 안 되나 보지?”

-장난을 할 생각은 없다.

“사실 그렇긴 해. 어떻게 범이 개 밑으로 들어가겠어? 안 그래?”

-너의 모든 것을 조각조각내 내게 필요한 것을 가져가겠다.

“능력이 된다면 그렇게 해봐!”

시우는 마법을 펼치며 오오가미 주변을 빠른 속도로 비행하기 시작했다.

오오가미의 움직임은 시우의 본격적인 비행을 따라가지 못했다.

퍼퍼퍼퍼펑펑펑펑.

시우의 완드를 따라 펼쳐지는 복합 마법진이 펼쳐지며 수십 개의 마법들이 오오가미의 주변을 감싼 보이지 않는 막을 뚫기 시작했다.

* * *

남궁혜자의 근심이 걷어지지 않는 가운데, 한국 상계의 인물들은 점점 야토가미에 밀려나기 시작했다.

기습으로 야토가미를 뒤흔들어 놓았던 미화관의 전투원들도 피해를 입어 움직이지 못하는 자가 나왔으며 집단전을 훈련받지 못했던 보타암의 생존자들 사이에서 가장 큰 피해가 속출했다.

“피해!”

“또 온다!”

그들은 야토가미의 요괴들에 대항해 싸울 수 있는 무기를 갖췄지만 거신요괴단의 무지막지한 공격에는 속수무책이었다.

한 번씩 방망이를 흔들고 지축을 흔드는 요괴들을 쏟아 낼 때마다 그에 대항할 수 없는 무인들은 공격을 피해 진영을 무너지는 것을 보고만 있을 수밖에 없었다.

끄어어어억!

오니가 튀어나오며 뒤로 물러선 무인들을 향해 돌진하자 무인들의 얼굴엔 절망감이 가득 어렸다.

파즈즈즈즈즉.

그때, 공간을 가르며 번쩍이는 섬전이 오니를 직격했다.

끄아아아아아악!

섬전의 끝엔 네 개의 구슬이 손가락 마디마다 끼워진 장갑을 낀 한세아 나타났고, 오니를 향해 다시금 손을 휘둘렀다.

그녀의 손에서 뻗어나 온 번개는 다시금 오니를 옴짝달싹 못 하게 감전시켰고, 뒤이어 무인들 사이를 바람처럼 지나온 그녀의 정령이 순식간에 몸을 부풀리며 오니의 목덜미를 물고 늘어졌다.

파지직 파지지지직.

작은 고양이의 모양이었던 정령은 순식간에 황소만 한 늑대가 되어 오니의 목에 매달렸고, 오니는 방망이도 놓친 채 정령을 떼어내려 애쓰고 있었다.

“제가 마무리할게요!”

오니가 그렇게 떼려 해도 떼어지지 않던 정령이 한 청년의 외침과 함께 감쪽같이 사라져 버렸다.

씩씩대는 오니가 범인을 찾기 위해 두리번거리는 사이 어느새 오니의 뒤편으로 뛰어오른 우빈의 검이 순식간에 오니의 목을 베어 넘겼다.

저항이나 반격을 할 시간도 없이 오니는 자신의 목이 베었다는 것도 모른 채 투명하게 변하며 사라져 버렸다.

“우빈아 멋지다!”

한세아가 그렇게 이야기하자 바닥에 내려선 우빈이 얼굴을 붉히며 머리를 긁적였다.

그 바보 같은 우빈의 모습을 지켜보던 소빈의 눈동자는 사뭇 진지했다.

우빈의 내력은 잘 감지되지 않을 만큼 미약했다. 그럼에도 그가 검을 휘두를 때마다 그 검에 걸리는 적들이 없었다.

‘이 힘은 이전에 본 적 있는 힘이야.’

시우가 백면궁을 상대할 때 아주 잠깐동안 보여주었던 절대적인 힘이었다.

‘어떻게 우빈이가 이 힘을 가지고 있는 거지?’

어떤 상계에서건 한 세력이 가진 비전 절기는 절대로 남들과 공유되지 않는다.

비전 절기가 아니라 하더라도 어떠한 세력이든 상계에 소속된 세력들은 자신이 가진 힘의 비밀을 타인이 아는 것을 절대로 허용하지 않는다.

시우와 태백 정가가 첫 만남에서 못 볼 꼴을 보인 것도 절기라고도 할 수 없는 간단한 붕권의 묘를 시우가 펼쳤기 때문이었다.

그럼에도 시우가 펼쳤던 그 압도적인 힘의 검술을 우빈이 펼치고 있었던 것이었다.

‘질문은 나중에…….’

질문이 많아지던 머릿속을 깔끔하게 비운 소빈은 다시금 적을 처단하는데 집중하기 시작했다.

이미 내력도 바닥 나가는 찰나 그녀의 움직임은 조금씩 우빈을 닮아 가고 있었다.

* * *

콰콰콰콰쾅!

퍼퍼퍼펑!

건물이 무너지고 대지가 뒤집혔다.

한 번의 공격에 산은 모양을 바꾸고, 한 번의 방어에 숲으로 새로운 길이 생겼다.

야토가미의 무사들은 다크 나이트와 치열하게 싸우다가 저 멀리 산꼭대기로 피신한 상태였다.

오오가미와 시우의 일전의 여파로 얻는 피해가 다크 나이트와의 결투에서 얻는 피해보다 훨씬 심각했다.

그들은 처음 보는 오오가미의 모습에 경외심 어린 눈동자로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그 오오가미와 전투를 벌이고 있는 시우를 두려운 가득한 마음으로 바라보았다.

한 번도 야토가미의 절대적인 힘이 밀리는 것을 본 적이 없는 그들이었다.

그들에게 신은 단순히 전설이 아니며 신화는 그들이 살아가는 현재였다.

그랬기에 그들은 언제나 전쟁을 바라고 이 세계를 지배할 날을 기다려왔다.

하지만 자신들의 신이라 불리는 이가 고전하며 그를 상대하는 이는 단독으로 자신들을 상대할 뿐만 아니라 오오가미까지 몰아붙이고 있었다.

야토가미의 무사들은 자신들의 절대적인 신인 오오가미가 시우를 죽이길 바라고 또 바랐다.

[강림][다크 데몬]

거대한 마법진을 딛고 몸을 일으키는 다크 데몬의 두 눈은 형형한 광기가 어렸다.

소환된 다크 데몬은 지체하지 않고, 자신의 공격 상대를 향해 달려가 매달렸다.

다크 데몬보다 몇 배는 더 큰 몸체를 가진 오오가미의 발에 매달린 다크 데몬은 꿈틀거리는 근육으로 어떻게든 오오가미를 중심을 무너뜨리려 했지만 수백 년을 자라온 굳건한 거목처럼 오오가미는 쉽사리 무너지지 않았다.

다만 다행이라면 그의 행동이 처음처럼 자유롭지 않다는 것.

그의 온몸은 다크 체인이 감고 있었고, 그의 관절마다 길게 소환된 다크 자벨린이 그의 피부를 뚫고 나왔다.

“제길 징그럽게도 무딘 몸을 가지고 있네.”

-이따위 잔재주로 나를 상대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더냐!!

그의 음성이 쩌렁쩌렁하게 울렸다.

산속 곳곳 숨어서 전투를 지켜보던 야토가미의 무사들도 다들 귀를 막으며 괴로워할 정도였다.

시우 또한 드물게도 피해를 입은 듯 울컥하며 핏물을 토해냈다.

“그 잔재주에 고전을 면치 못하는 것이 누구더라?”

입가에 흐른 핏물을 닦는 시우의 몰골 또한 말이 아니었다.

언제부턴가 흐르고 있던 코피는 닦지도 못하고 그의 눈가에선 눈물 대신 핏물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머리가 어지러운 듯 계속해서 머리를 흔들고 있었고 그때마다 그의 신형은 불안하게 비틀거렸다.

“내가 아직 제대로 된 힘을 갖지 못한 걸 다행으로 알라고. 네놈들이 있는 걸 알았으면 홀리 위저드로서 나타났을 테니까.”

말을 하는 시우의 음성이 중간에 낮고 거친 음성으로 바뀌었다.

“제길. 가만히 있어!!”

수없이 많은 마법을 쏟아 내면서 마나 고갈이 심각해지자, 그의 몸은 한계에 다다르고 있었다.

거기에 더불어 절대 빼앗길 리 없다고 생각했던 이지도 점점 상실할 위기에 처해 있었다.

야토가미의 황거를 마음껏 쏘다니며 힘을 가득 채운 다크 사이트는 어느새 시우의 어깨에 착 달라붙어 호시탐탐 시우의 몸을 노리고 있었다.

-네놈도 별수 없는 인간이구나.

오오가미도 시우의 이상한 점을 눈치챘는지 낮게 웃음을 깔며 이야기했다.

“왜 네가 다 이긴 것처럼 이야기하지? 아직 싸움 안 끝났어.”

-이따위 걸로?

오오가미가 비명을 지르며 억지로 몸을 움직였다.

촤르륵 소리를 내며 오오가미의 몸을 옥죄던 다크 체인들이 뜯겨 나가고, 그의 왼쪽 발에 붙어 그를 옥죄던 다크 데몬이 그의 발길질에 떨어나가지 않으려 무진 애를 쓰고 있었다.

-악마의 형상을 하고 고작 매달리는 정도가 전부라니.

오오가미는 결국 다크 데몬이 떨어지지 않자 그를 매단 채로 대궁을 차버렸다.

쾅!

폭탄이 터지는 소리와 함께 다크 데몬의 몸이 폭죽처럼 터져나갔다.

그와 동시에 대궁의 일부도 폭탄을 맞은 것처럼 무너져 내리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보며, 시우가 득의양양한 미소를 지었다.

“멍청한 놈.”

-??

오오가미가 다크 데몬의 조각을 떨어내는 사이 시우의 손안엔 다크 사이트로 만들어진 커다란 검이 들려 있었다.

시우는 지체하지 않고 두 손으로 검을 내리쳤다.

-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비명과 함께 거대한 오오가미의 왼팔이 감쪽같이 사라져 버렸다.

오오가미는 고통을 참지 못하고 비명을 지르고 발악하기 시작했고, 그때마다 그의 몸에 붙은 다크 체인과 다크 데몬들이 떨어져 나갔다.

-어, 어떻게.

“네놈 몸에 박힌 창들이 그냥 창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냐?”

오오가미는 시우의 말에 자신의 관절에 박혀 있던 창들을 뽑아내기 시작했다.

창들이 뽑혀 나갈 때마다 그의 귀기가 다시금 돌아오며 그의 막혔던 기운을 채우기 시작했다.

-네놈을 영원한 고통 속에 가둬주마.

오오가미의 사라진 왼팔이 다시 자라기 시작했다.

그의 주위로 다시금 요괴들이 형상화되기 시작하고 황거에 죽어가던 요괴들이 기운을 차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애초에 이곳에 펼쳐진 이 결계를 없애러 온 것이었다. 너무 방대한 크기라 어찌해야 할지 몰랐는데. 네 스스로 내 일을 대신 해주는구나.”

-뭣이.

“앞으로 자주 보게 될 거다. 기대하고 있어라.”

시우의 발밑으로 마법진이 생성되고 그의 몸에 조금씩 빛무리가 달라붙기 시작했다.

오오가미는 시우를 제지하려는 듯 빠르게 손을 뻗어 시우를 잡아채려 했다.

하지만 시우를 감싸고 있는 투명한 막이 몇 겹이나 겹쳐 있어 그를 잡지 못했다.

“워워, 금방 또 볼 거야. 너무 성급해하지 말라고.”

시우는 말과 함께 눈앞에서 사라졌다.

그가 사라짐과 동시에 골렘은 흙으로 돌아가 무너져 내렸고, 다크 나이트는 녹아들 듯 땅바닥으로 꺼졌다.

-최시우 이놈!!!!

커다란 크기의 오오가미는 분을 참지 못하고 사방으로 비명을 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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