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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턴 투 다크위저드-77화 (77/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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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두운 도로 위로 끝도 없이 늘어진 차량의 행렬.

차량 뒤편에는 특이한 복색의 검을 든 사내들과 나풀거리는 하얀 복색의 남녀들이 무감각하게 앉아 있었다.

붉은색의 태양이 찬란하게 떠오르는 듯한 느낌의 욱일기 가운데로 검은 인영의 모습이 박혀 있는, 어쩌면 한국 사람들에겐 보는 것만으로도 피가 거꾸로 솟는 깃발들이 차량 옆면에 떡하니 박혀 있었다. 하지만 지나가는 차량이나 평화적인 밤을 보내는 사람들은 그런 모습을 보지 못한 듯 행동했다.

“어쩐지 소란스럽네?”

“그러게. 어디서 나는 소리지?”

한 커플이 도로가 옆에서 주위를 둘러보다 차량 뒤편에 앉은 사내와 눈이 마주쳤지만 여자는 여전히 아무것도 보지 못한 듯 계속 주위를 둘러보았다.

“뭔가 가까이서 들리는 것 같지 않아?”

특이한 복색의 사내가 검을 집고 일어서 여인을 향해 침을 뱉었다.

“퉤!”

“아앗!”

“왜?”

여인은 자신의 머리를 타고 흘러내리는 점액질의 물질을 불결한 듯 바라보며 말했다.

“이거 뭐야? 침 아냐?”

“침? 여기 주변에 건물이 어디 있다고?”

남자는 분노의 찬 얼굴로 사방을 둘러보았지만 여전히 차량 뒤에 탑승한 채 커플들을 바라보며 낄낄거리고 웃는 사람들을 발견하지 못한 것처럼 두리번거리기만 했다.

잠시 멈췄던 차량이 다시 출발하고 여인은 결국 분노의 화를 참지 못하고 울음을 터트렸다.

“아! 이거 뭐야! 이상한 냄새 나!”

“자기야, 얼른 가서 씻자.”

커플들의 가는 방향으로 여전히 끝없이 길게 늘어진 차량들의 행진이 이어졌지만, 남녀 커플은 침을 닦아내는 것에만 열중한 듯 그들을 보지 못한 것처럼 걸어갔다.

* * *

[남궁혜자님, 모든 준비가 완료 되었습니다.]

남궁혜자는 자신의 오른쪽에 둥실 떠다니는 야구공만 한 은색의 구체를 보며 슬쩍 고개를 끄덕일 뿐이었다.

처음 시우가 빌리언트라 소개한 구체는 연구소를 비롯하여 일대의 모든 지역을 관리하는 관리자라 소개했다.

하지만 ‘에고’의 존재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하는 그녀는 이 현대사회를 초월해버린 것 같은 존재가 처음엔 잘 적응되지 않았지만, 자신의 마음을 잘 아는 듯 완벽하게 보좌하는 모습에 조금씩 적응해가는 중이었다.

“민간인은 확실히 대피시켜 놨겠지?”

[곽동원 팀장님 예하 SNH 팀이 구역 내는 물론 인근 3km 안에 이곳으로 통하는 모든 도로를 봉쇄와 인지 거부 마법을 펼쳐 놓았습니다.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그래. 알았다.”

[더 필요 하신 건 없으십니까? 차를 준비해 드릴까요?]

“지금?”

[아직 야토가미가 오기엔 시간이 한참 남아 있습니다. 장시간 긴장 상태를 유지하는 건 전투 컨디션에 악영향을 끼칩니다.]

빌리언트의 말을 듣던 남궁혜자는 그제야 자신의 목과 어깨가 뻣뻣하게 굳어 있다는 것을 느끼고는 작게 한숨을 쉬었다.

“그래. 그게 좋겠구나.”

[알겠습니다. 바로 준비하겠습니다.]

빌리언트는 작은 부유 음을 내며 연구소와 연결된 저택 안으로 사라졌고, 빌리언트가 지나가는 모습을 보며 한세아가 남궁혜자에게 다가갔다.

“어지간한 사람보다 더 나은 거 같네요.”

“난 봐도 봐도 잘 적응이 되지 않는구나.”

“제가 처음 상계(上界)에 대해서 알게 되었을 때도 그랬는걸요.”

남궁혜자는 고개를 돌려 한세아의 아리따운 미모와 어울리지 않는 깊은 눈을 바라보았다.

“굳이 이 세계에 들어온 이유는 무엇이냐? 넌 네 세계에서도 충분히 만족할 만한 삶을 살지 않았더냐?”

“…….”

한세아의 눈이 정렬해 있는 태백 정가의 무인들과 보타암의 생존자들, 그리고 상계의 크고 작은 세력을 형성하고 있는 무인들을 바라보았다.

“힘에 대한 갈망이 있었어요. 불우한 저 어린 시절을 보상받고, 누구의 밑에도 굴복하지 않겠다는 다짐이 있었고요. 그리고 꽤 빠른 시간에 가장 높은 자리라 할 수 있는 자리까지 올랐지만 그 위에는 또 다른 세상이 있더군요.”

한세아는 고개를 돌려 남궁혜자를 바라보았다.

“처음에 이 세계에 들어오고 싶었던 이유는 이 세계의 사람들만이 가진 절대적 힘을 가지고 싶어서였어요. 절대적인 힘에 함께 하는 절대적인 자유. 어떤 것에도 구애받지 않고 어떤 것에도 두려워하지 않을 수 있는 그런.”

남궁혜자는 세아가 바라보던 무인들을 바라보았다.

이번 전투로 얼마나 많은 목숨이 사라질지 알 수 없었다. 제아무리 많은 준비를 한다고 해도 죽는 사람은 분명 있었다. 다만, 모두들 전투에 참여하면서 자신은, 그리고 자신의 친한 이들은 죽지 않으리라는 막연한 환상만을 품을 뿐이었다.

“그것을 갖는 것 치곤 대가가 너무 크지.”

남궁혜자의 음성에 씁쓸함이 감돌았다.

“선배님께선 상계의 인간인 것을 후회한 적이 있으신가요?”

한세아의 질문에 남궁혜자는 한참이나 말이 없었다.

“……아니, 후회한 적 없었다. 언제나 힘을 가졌기에 부당함에도 스스로 믿는 신념을 따라 행동할 수 있었지. 그것이 자유라면 꽤 혹독한 자유겠구나.”

“저도 마찬가지예요. 후회하고 되돌리고 싶은 적이 있었습니다. 너무 큰 희생을 치를지도 모른다는 두려움과 공포가 제 선택을 몇 번이나 되새기게 만들었어요. 그 때문에 시우 님께 여쭤본 적이 있었어요. 어떻게 해야 하냐고. 저를 비롯한 이들을 원래대로 돌려줄 수는 없는 거냐고.”

“……무어라 하더냐?”

“후회할 시간에 후회하지 않을 미래를 만들겠다고 하시더군요.”

한세아의 말에 남궁혜자가 웃음을 터트렸다.

“하하하하. 고 녀석다운 말이구나.”

“시우 님은 모든 상황에 깊은 고민은 하시지만 답이 나오지 않은 상황에 대해선 고민하지 않으셔요. 그것이 시우 님의 생존전략이라고 하셨고요.”

“그래, 어떻게 보면 이런 상황 또한 우리의 치욕스런 오랜 역사를 되돌릴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하겠구나.”

“네. 모두들 그런 각오로 이 전투에 참여한 겁니다. 그러니 망설임은 넣어 두세요.”

“하하하. 올해 네 나이가 몇이더냐?”

남궁혜자는 부담감에 가득 절어 뻣뻣하게 굳어 있던 자신을 풀어주기 위해 직접 다가와 말을 건 한세아가 기특해 물었다.

“그건 어찌 물으시나요?”

“정가엔 꽤 괜찮은 사내놈들이 있지. 마음에 드는 녀석을 골라 보거라.”

“호호. 제 마음속엔 시우 님 한 분 밖에 없는걸요?”

“요요, 요망한 것 그 아이 나이가 몇 인데.”

“요즘은 연상연하 커플이 대세잖아요.”

“그래서 나도 소빈이를 생각하고 있는 참이다.”

그때 두 사람의 뒤로 쟁반을 들고 다가서던 우빈이 말했다.

“시우 여자친구 있습니다. 김칫국 그만 드시고 여기 차 드세요.”

우빈의 등장에도 남궁혜자와 세아의 입가에 미소는 지워지지 않고 있었다.

뜨겁게 끓여온 차가 조금씩 식어 갈 때쯤. 쿵 하는 소리와 함께 지축이 흔들리고 연구소 단지 일대를 감싸고 있는 투명한 막에 파도가 일어난 듯 물결이 일었다.

“왔는가?”

찻잔을 내려놓은 남궁혜자의 눈이 차갑게 가라앉았다.

* * *

“매화장!”

강형산의 외침과 함께 그의 양손에서 펼쳐진 보라색의 장기 두 개가 화살처럼 튀어나가 눈앞의 허공을 때렸다.

분명 눈앞엔 폐쇄된 도로와 버려진 건물들, 잡풀이 마음대로 자라나 있는 들판이 전부였건만 매화장은 보이지 않는 유리막에 막힌 것처럼 사방으로 흩어지며 사라졌다.

사 성의 내력을 끌어올려 장을 쏘았던 강형산은 미동도 없는 투명한 막의 모습에 얼굴을 붉히며 공연히 사 성만 끌어 올렸다고 내심 투덜거렸다.

“잠깐 있어 보시오. 내 아직…….”

“그만해라. 삼라만상의 조화로 만들어진 술법의 존재들은 인간의 강기로는 흩뜨려 놓는 것에 한계가 있다. 또한 그 술법가들도 그런 상황을 대비해서 완충작용이 될 만한 술법들을 또다시 펼쳐 놓으니 공연한 힘만 빼놓는 수법이다.”

금사월이 잘난 척하며 말했지만 강형산은 지금 만큼은 금사월의 참견이 고마웠다.

“흐흠. 그렇소? 하긴 단주도 하지 못하는 거라면 공연히 힘 뺄 필요가 무에 있겠소.”

“누가 언제 나도 못 한다고 하였느냐? 너 정도 수준으로 어림도 없다는 것이지. 비켜 보거라.”

강형산을 밀치며 나서는 금사월을 보며 강형산의 얼굴이 시뻘겋게 달아올랐다.

안 그래도 강호맹의 맹원들이 각 문파의 진신 제자들에 비해 한 수 떨어진다는 이야기가 널리 퍼져 있는 마당에, 한국에 온 뒤부터 분위기는 어쩐지 마교의 금사월 소림의 성현, 모산파의 계가림 이 세 사람의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는 듯했다.

‘내가 현 대표란 말이다, 이 개자식들아!’

강형산은 욕이라도 내뱉고 싶은 심정이었지만 금사월의 두 손에 모이는 강대한 크기의 강기를 보며 ‘어디 해 볼 테면 해보라’는 심정으로 바뀌어 바라보았다.

금사월의 손에 모이기 시작한 검은색의 강기들은 서서히 중첩되고 압축되며 그 힘의 크기를 보고 있는 자들 또한 느낄 수 있을 만큼 유형화되기 시작했다.

‘흑마장을 막을 수 있는 건 소림의 항마여래장 밖에 없다더니.’

그의 손안에 모이는 검은색의 강기들이 곧이어 터질 듯이 울컥거리자 강형산과 강호맹의 무사들은 내력을 끌어올려 호신하기 바빴다.

“잠깐! 그만두시오! 지금 진을 해진하기 위해 애쓰는 것 안 보이시오! 그대들이 이렇게 진을 때릴 때마다 다시 처음부터 계산해야 한다는 말이오!”

계가림이 두 눈에 부적을 붙인 채 두 사람을 질책하고 나섰다.

계가림의 말에 금사월의 두 손에 감돌던 검은색의 강기가 마치 바람에 흩날리는 먼지처럼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그 모습을 보던 강형산은 금사월의 무공이 얼마나 깊은지 가늠할 수 없었다.

“뭐 그렇다면 어쩔 수 없지. 천천히 하시게.”

계가림은 다시금 자신의 제자들이 있던 곳으로 가 버렸고.

금사월은 아쉽다는 듯 강형산을 바라보며 말했다.

“아쉽군. 내 일 장이면 이런 술법 등은 산산이 박살이 나 버렸을 텐데. 맹의 법은 엄중하니. 쯧. 이런 게 영 불편하단 말이야.”

너스레를 떠는 금사월을 보며 강형산은 몸을 부르르 떨었고 그의 뒤에 섰던 단청이 그를 위로하며 어깨를 두들겼다.

* * *

“어쩔 거야?”

“꽤 복잡한 유형진이군요. 이런 독특한 진은 처음 봅니다. 아니 진이라는 말 자체가 어울리지 않는다고 해야 할까요?”

“해제할 수 있어?”

나루카미가 자신의 뒤에 서 있는 천에 가까운 무사들을 보며 말했다.

무사들은 각자 차량에서 내려 계속해서 오와 열을 맞춰 서기 시작했다. 그 오와 열이 이미 이 일대를 가득 채우고 차량이 있는 곳까지 이어지고 있었다.

“해제하는 건 어렵지 않을 것 같습니다. 조금 시간이 걸리긴 하겠지만.”

“그럼 뭘 망설여. 우린 오오가미의 뜻을 받들어 이곳에 왔잖아.”

나루카미의 말에 류신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네 그렇죠.”

“음양사들은 앞으로 나서!”

나루카미가 울 듯한 음성으로 이야기하자 음양사들이 앞으로 쭉 나서기 시작했다.

그때 류신이 손을 들고 고개를 흔들었다.

“오오가미의 선전포고인데 의미 있게 해야 하는 것이 옳겠지요.”

“뭐?”

류신의 손이 눈에 보이지 않을 속도로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열여덟 개의 수식을 완성시킨 류신의 입에서 귀음이 흘러 나왔다.

아무것도 없던 허공에 눈에 보일 듯 선명한 바람의 형상이 나타나고 그 소용돌이 속으로 붉은 피부에 털이 가득한 커다란 발이 튀어나오기 시작했다.

끄아아아아악!

이윽고 온몸을 드러낸 붉은 피부의 거대한 몸체, 두 개의 뿔과 네 개의 노란 송곳니를 가진 그것은 다름 아닌 바로 오니였다.

괴성을 지르는 오니는 분노한 듯 연신 하얀 입김을 내뿜으며 가시가 가득 달린 방망이를 사방으로 휘둘렀다.

오니가 방망이를 휘두를 때마다 풍압이 바뀌며 무사들과 음양사들의 옷이 풍압을 따라 펄럭 거렸다.

“때려 부숴라.”

끄아아아악!

오니의 방망이에 푸른 기운이 감돌기 시작했다.

붉은 얼굴의 오니는 얼굴이 더욱 붉어지며 더 이상 지체하지 않고 가시가 가득 달린 방망이를 휘둘렀다.

뻐벙!

방망이와 허공이 부딪치며 굉장한 충격과 함께 일대에 공기가 사방으로 물러났고, 동시에 야토가미의 무사들은 고막이 먹먹해지며 머리가 흔들리는 충격을 받아야 했다.

끄아악!

투명한 막을 전력으로 때린 오니는 손에 돌아오는 충격을 버티지 못하고 거대한 가시 방망이를 놓쳐버렸다.

가시 방망이는 그대로 날아가 야토가미의 무사들을 덮치기 직전.

허공에서 생성된 얼음 막에 낙하를 멈추었고, 순간적으로 날아든 방망이에 어찌할 바를 모르던 무사들은 겨우 한숨을 돌렸다.

“이것 때문에 애들이 죽을 뻔했잖아.”

“그렇군요.”

류신이 슬쩍 손을 휘두르자 오니가 사라졌다.

투명한 막 안으론 그간 가려졌던 모습이 드러났다.

“들어가실까요?”

류신은 별일 아니라는 듯 앞서 걷기 시작했고, 나루카미도 곧이어 그 뒤를 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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