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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턴 투 다크위저드-75화 (75/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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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호맹의 본부 최상층에 모인 이들의 분위기는 평소와는 확연하게 달랐다.

꾸역꾸역 분노를 참아 내는 이도 있었고, 허탈한 표정을 짓고 있는 이도 있었다.

어떤 상황이든 자신들이 중국 상계의 맹주 격인 강호맹의 주요 인사 6인이라는 것을 잊지 않았고 그랬기에 언제나 필요 이상의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던 그들에게선 꽤나 뜻밖의 분위기였다.

그런 침잠된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듯 혁련무궁이 비아냥거리며 이야기했다.

“회의는 대체 언제 할 참이요?”

혁련무궁의 말에 5인의 희번뜩한 눈초리가 그를 향했다.

이번 사건에서 유일하게 아무런 피해도 입지 않았고, 한편으론 방관하기까지 했던 그에 대한 질책이 가득 담겨 있는 눈빛이었다.

“까놓고 얘기해서 다들 피해 입은 것도 없지 않소? 그들이 사천까지 올라와 청성, 아미, 해남파가 피해를 입은 것은 나도 뼈아프나 이는 칼을 든 무인이라면 당연하게 받아들여야 하는 현실 아니겠소?”

혁련무궁의 말에 점창파의 문주 정산명이 일갈하며 이야기했다.

“뚫린 입이라고 함부로 얘기하지 마시오. 비록 강호맹의 맹주부의 자격은 얻지 못했지만, 과거부터 청성 아미파는 구파일방의 한 구성원으로서 강호의 도리를 세우고…….”

“아! 우리 천년마교를 상대하기 위해 맺었던 무림맹의 그 구파일방을 말하는 거요?”

혁련무궁의 말에 정산명이 입을 꾸욱 다물었다. 대신 모산파의 문주 계상학이 혁련무궁을 질책하기 시작했다.

“대체 야토가미가 본토에 올라올 때까지 천년마교는 뭘 하고 있었던 것이오? 광동지부가 초토화되고 그들이 사천으로 방향을 잡았을 땐 천년마교도 충분히 나설 시간이 있지 않았소?”

“이번 광동지부 피해로 인해 본교의 마인들도 많은 피해를 입었소. 말 함부로 하지 마시오. 그리고 공적인 일에 사문의 제자들을 참여시키지 말라 했던 것은 맹주의 이야기였소. 내가 강호맹의 의견을 무시한 채 마음껏 날뛰길 바라는 거요?”

“이익!”

계상학이 분하다는 표정을 숨기지 않고 노골적으로 혁련무궁을 바라보았다.

광동지부는 강호맹의 남부지부임과 동시에 동남아시아 지배권을 유지하게 하는 본부였다.

일전에도 동남아시아의 지배권을 두고 야토가미와 소소하게 일전을 벌인 적은 있지만 이토록 대단위 병력에게 침략을 허용한 적은 없었다.

그리고 침략의 결과는 허무하게도 광동지부 괴멸과 사천의 주요 상계 세력인 청성 아미파의 극심한 피해로 끝이 났다.

단 3일간에 일어난 일로 인하여 강호맹은 대응할 틈도 없이 도망치는 야토가미의 뒷 꽁무니만 바라봐야 했고, 이 일로 인하여 중국 상계는 강호맹을 비판하는 목소리로 가득했다.

각 지부를 운영하는 인원들은 6개 문파의 인원뿐 아니라 중국 상계에서 활동하는 다양한 인원들이 모두 포함되어 있었기 때문에 강호맹은 그들의 비판을 잠자코 들을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 원망을 천년마교의 교주인 혁련무궁에게 보내고 있었다.

천년마교의 특별한 주술 중 제마력은 소림의 항마력과 함께 야토가미의 귀공과 귀력을 제압하는 데 특별한 효능을 가지고 있었다.

광동지부가 공격받는 순간 가까이 있는 천년마교에서 나섰다면 피해가 훨씬 줄었을 거라고 생각하는 그들이었다.

“상대의 의견을 자신에게 유리하게만 해석하는 건 같은 동맹으로서 할 짓이 아닙니다.”

회의 석상에서 잘 이야기하지 않는 소림의 방장 명진이 이야기했다.

그는 이 회의의 참석자 중 가장 어렸지만, 그가 이 회의에서 가진 발언권은 천년마교의 교주인 혁련무궁의 힘과 비슷했다.

“흥! 그렇다면 똑바로 말해주지 그러나? 내가 이해력이 좀 딸려서 그러니 말일세.”

“우린 야토가미란 공동의 적을 상대하기 위해 모인 것입니다. 내부에서 서로를 믿을 수 없다면 우린 그들과 싸우기도 전에 스스로 무너지고 말 겁니다.”

마치 여아처럼 얼굴에 주름 하나 없는 하얀 얼굴의 명진이 합장을 하며 이야기하자 혁련무궁을 비롯한 각파의 문주들도 더 이상 서로를 헐뜯는 짓은 하지 않았다.

분위기가 조금 가라앉자 진문형이 회의를 진행하기 위해 입을 열었다.

“강호맹 광동지부를 비롯해 아미, 청성, 해남파가 극심한 피해를 입었고, 한국으로 파견되었던 백호 2단과 주작 3단이 주요 단원만을 남긴 채 복귀했소. 지금 강호맹은 전시에 해당하는 상황이나 마찬가지요. 명진 방장의 말처럼 평소처럼 우리끼리 헐뜯고 비난할 때가 아니란 이야기요.”

“한국에 갔던 인원들은 왜 피해를 당한 거지? 역시 백호단과 주작단 만으론 부족했었던 것인가?”

혁련무궁이 최시우의 존재에 대해 궁금증을 감추지 않으며 말했다.

“그건 아니오. 다만 최시우를 설득하지 못하고 돌아온 것은 맞소. 그리고 피해를 입은 건 돌아오는 길에 야토가미의 습격을 받았다고 하오.”

“한국에서 말이오?”

모산파의 계상학이 놀라며 물었다.

“그렇소. 놀랍게도 카가미가 직접 백호단과 주작단을 공격해 왔소. 어쩌면 한국은 이미 야토가미의 손에 넘어간 지도 모르오.”

“한국의 정보원들은 뭐라 이야기하고 있소?”

“그게 최근 들어 의문의 집단들이 기존 정보원들과의 관계를 단절시키고 있다고 하오. 그게 야토가미 측인지 한국 정부 쪽인지는 확실하게 밝혀지지 않았소.”

“그럼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이오?”

계상학의 물음에 진문형이 담담히 답했다.

“아직 한국 상계가 야토가미와 대적하고 있을 때. 우리도 참전해야 한다고 생각하오.”

“그게 말이 되는 소리요? 야토가미 손에 넘어간 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끼어들자니?”

“한라검문과 해도문의 정보망은 아직 살아 있소. 그들에 따르면 아직 야토가미와 태백정가 간의 전면전을 벌어지지 않았다고 하오.”

“그럼 그들을 도와주자는 말이오? 그들이 도움을 청하기는 하였소?”

“이전 백면궁이 준동하였을 때. 도움을 청하긴 했지만 거절하였소. 하지만 이번엔 좀 다르지 않겠소.”

“그들이 도움을 청하지도 않은 상태에서 그들을 도와주자는 것이오?”

어처구니없는 표정으로 바라보는 계상학에게 진문형은 그저 고개를 끄덕일 뿐이었다.

“단순히 도와주는 것과는 다르오. 이번 전쟁의 장소를 중국이 아닌 한국으로 하자는 것이오. 어디가 되었든 야토가미와의 전면전을 벌이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당사자들이 떠안아야 하오. 청성 아미 해남파가 모두 죽는 최악의 사태는 피했지만 수십에 달하는 고수들이 속절없이 죽었고, 그들을 다시 키워내기 위해선 수십 년의 시간을 보내야 하오.”

진문형의 말에 다른 이들은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더불어 지금 한국은 최시우라는 존재를 통해 야토가미의 힘을 막아 내는 것으로 봤을 때. 이번 전쟁에서 한국이 이길 가능성도 생각해 봐야 하오.”

“말도 안 되는 소리.”

혁련무궁이 혀를 차며 말했다. 자신들이 어찌하지 못한 존재를 한국이란 작은 존재가 해내는 것을 믿을 수 없는 것이었다.

“만약 한국이 이기게 될 경우엔 아시아의 패권을 두고 또 다른 갈등이 일어날지도 모르는 것이니 그걸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미리 우리가 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오.”

아시아의 상계 간 패권은 언제나 야토가미가 주도해 왔다. 덩치가 몇 배나 더 큰 중국도 언제나 일본의 눈치를 봐 왔던 건 그들이 가진 힘의 특이함 때문이었다. 그것이 깨지고 나면 지난 세월 유지되어 오던 질서가 깨어지고 아시아엔 또 한 번 큰 혼란이 일어날지도 몰랐다.

“애초에 한국은 중국 상계와 규모 자체가 다르다. 설사 그들이 야토가미를 상대로 잘 싸운다 하여도 우리에게 거역할 만한 힘의 규모는 아니지.”

혁련무궁이 단언하듯 이야기했고, 다른 이들도 그와 의견이 다르지 않았다.

어지간한 문파 몇 개를 합치면 한국 상계의 무인들보다 수가 많다. 그리고 중국 상계엔 그런 문파가 수백 개는 존재한다. 한국 상계는 처음부터 중국 상계의 눈에도 들어오지 않는 이들이었다.

“하지만 한국 상계가 야토가미를 상대로 승리할 경우 야토가미의 힘을 한국 상계가 가질 수도 있소. 그건 어떻게 생각하시오?”

“……!!”

“!!!”

“!”

진문형의 말에 다들 눈을 크게 뜨며 그를 바라보았다.

“과거 일본도 다르지 않았소. 귀신이나 잡던 작은 가신의 가문이 힘을 가지게 된 뒤 아시아 전체를 위협할 정도의 힘을 키웠소. 만약 한국도 똑같은 힘을 가지게 된다면 우린 또 다른 골칫거리를 떠안게 될 거요.”

“흠. 그렇다면 할 수 없지.”

혁련무궁이 고개를 끄덕이고 명진이 고개를 끄덕이자 다른 이들도 모두 그에 동조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진문형은 그게 끝이 아닌 듯 표정을 바꾸지 않은 채 입을 열었다.

“그리고 각 문주들께선 각파의 이대 제자 이상급의 무인을 이번 원정에 파견해 주시오.”

“뭐라?!”

“그게 무슨 소리요?”

“말도 안 되는 소리. 우린 이미 충분한 무인들을 맹에 보내지 않았소?”

“그러니까 드리는 소리요. 이번 한국 원정은 우리 맹 사상 최대의 규모가 될 것이오.”

“잘 이해가 되지 않소. 맹주. 이건 어디까지나 어부지리의 관점에서 펼치는 전략이 아니오? 우리가 직접 한국에서 전투를 벌일 것도 아닌데 왜 그리 큰 규모의 인원이 필요하다는 말이오?”

정산명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묻자 진문형이 무당파 장송계와 눈을 맞추었고, 장송계는 그렇게 하라는 듯 천천히 눈을 감고 고개를 끄덕였다.

“한국에 파견되었던 백호단과 주작단이 한국에서 어떤 소식을 가지고 왔소.”

“그게 이번 원정이랑 상관있는 것이오?”

“그렇소. 한국에서 소실되었다 알려진 천살지존의 무학이 발견되었다고 하오.”

“천살지존?!”

진문형의 말에도 점창파의 정산명과 모산파의 계상학은 잘 모르겠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건 그냥 전설 아니오?”

“선천자니 천마니 하는 것을 실제로 믿는 것이오?”

정산명이 피식거리며 이야기하자 혁련무궁이 내력을 뿜으며 정산명을 노려보았다.

“본교의 일대종사이신 천마를 능욕하고도 살아남은 무인이 있는 줄 아느냐?”

“……끄응.”

혁련무궁의 막대한 내력이 장내를 짓누르자 무공이 고강한 문주들도 쉽사리 혁련무궁의 기운을 이겨내지 못하고 내력을 끌어올리며 버티고 있었다.

그때 명진이 은은하고 강대한 내력을 흘려 혁련무궁의 기운을 몰아내자 다른 이들은 그제야 편안히 숨을 쉬기 시작했다.

“본문의 고전지보에도 천마와 선천자 천살지존의 대한 내용은 전해져 내려오고 있습니다. 또한 그들이 있었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그들의 무학 일부가 무당파와 마교에 나누어져 보관되고 있지요.”

명진의 도움으로 간신히 한숨 돌린 장송계가 입을 열었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조각은 천마의 깨달음을 담긴 천마지경의 일부분일 뿐이오. 당대 문주가 된 자만 볼 수 있고, 내가 처음 천마지경의 일부를 보았을 땐, 평생을 일궈온 무학이 흩어지는 경험을 하기도 하였소.”

장송계가 이야기하자 혁련무궁도 기분이 풀어진 듯 내력을 거둬들이면서 이야기했다.

“본교의 교주들 중 선천자의 내천경을 읽고 폐인이 된 자들이 수두룩하지. 물론 본좌에겐 그런 건 통하지 않지만 말이야.”

그 안하무인의 교주까지 그리 이야기하자 다른 이들의 표정도 진지해질 수밖에 없었다.

“그럼, 천살지존의 무학도 실제로 존재한다는 말이오?”

“기록되어 있기론 선천자와의 일전이 끝난 후에 천살지존을 없애고 그의 무학을 모두 제거했다 하지만 그 기록이 틀렸을 수도 있소. 때때로 기록은 쓰는 자의 입맛에 따라 바뀌지 않소?”

“그렇다 해도 그게 진짜 천살지존의 무학이 아닐 수도 있는 것 아니오?”

진문형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렇소. 아닐 수도 있소. 두 가지 이유에서 그게 천살지존의 무학이 맞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소. 첫 번째는 생존자들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구성해 본바, 천살지존의 무학과는 궤가 달라도 그 심득은 같을 수 있다는 것이오.”

“그게 무슨 소리요?”

“천살지존의 특색이라 할 수 있는 살기 가득한 검은 아니었지만, 아주 미세하고 작은 힘으로 커다란 힘을 막아 내었다는 말이오. 그리고 그 힘은 아무리 커다란 힘을 쏟아부어도 흔들림 없었다 하오.”

“…….”

장내의 사람들은 진문형의 이야기에 자신들이 알고 있는 어떤 무공의 경지가 떠올라 저마다 생각하느라 바빴다.

“두 번 째는 그 힘을 사용한 자가 최시우의 측근이라는 것이오.”

“그자와 무슨 상관이 있소? 그자는 그저 마법을 쓰는 자 아니오?”

“마법에는 우리가 모르는 힘들이 많지 않소? 혹시 영혼의 소환이라던가 그런 것이 있다면 어떻겠소?”

모산파의 계상학이 크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럴 수 있소.”

“그리하여 이번엔 야토가미를 견제하는 것뿐만 아니라 최시우와 천살지존의 무학을 회수하는 일까지 해야 하기에 여러분들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것이오.”

“허나, 무극의 무학은 언제나 큰 낭패를 불러 일으켰소. 굳이 그 힘을 회수하는 것이 맞다고 보는 것이오?”

“강호맹의 무학 연구원들의 말에 따르면 이론상으로 자연경의 오른 자의 검은 물질과 물질 아닌 것을 모두 베어낼 수 있다고 하오.”

“천살지존의 무학으로 야토가미를 상대할 수 있다는 말이오?”

“가능성을 이야기하는 것이오.”

진문형의 말에 사람들은 말문을 잃고 그저 진문형을 바라보기만 하였다.

“우리 조상들은 대대로 화를 두려워하여 때때로 강한 힘을 숨기고 버리기도 하였소. 하지만 그 결과가 어떻소. 새로움을 대비하지 못하고 준비하지 못하여 섬나라 원숭이들에게 수모를 겪지 않았소. 앞으로는 그런 일은 없어야 하오. 마법이든 자연경의 검이든 모든 것을 우리의 것으로 만들고 우리의 힘을 더욱 키워 단지 아시아의 머무는 것으로 만족해선 아니 된다 생각하오.”

진문형의 일장 연설에 다들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니 모든 분들께선 모든 일을 내 일로서 생각하고 도와주시오.”

“알겠소.”

“알겠소이다.”

“그렇게 하지.”

“아미타불.”

“알겠소이다.”

모두의 대답을 들은 진문형은 결의의 찬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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